제 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17

멜로 거장의 영화에 대한 통찰- 허진호 감독 인터뷰

글 : 나진수 / 사진 : 김지영

한국 멜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걸작들이 있다. 그리고 걸작들의 계보에 가장 큰 산맥 중 하나는 허진호 감독이다. 그리고 허진호 감독은 제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경쟁부문 멜로, 드라마 장르의 이름을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으로 명명한 이래로 꾸준히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장편영화로 명성을 쌓던 시기에도 꾸준히 단편영화를 찍어올 만큼 단편을 사랑하는 사람, 허진호 감독을 만나 보았다.

마스터클래스 행사를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전기 작품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니,

인터뷰의 시작으로는 최근의 행보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덕혜옹주가 최근에 일본에서도 개봉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허진호 감독: (웃음)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영화 <덕혜옹주>를 일본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현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허진호 감독: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관객들이 불편하게 생각해야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일본 현지에서 개봉을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개봉을 하게 되었네요.

일본에서 개봉할 때 인터뷰가 있어서 갔었어요. 그쪽에서도 불편해하는 시각들이 분명히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로서 보는 시선들도 있었죠.

 

이번 특별전 영화 중 하나인 <따로 또 같이>는 대중음악 가수의 이름이기도 하고, 가수 김윤아씨가 부른 영화와 동명의 <봄날은 간다> OST는 영화와 더불어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감독님의 여러 영화적 활동에도 음악 관련된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감독님께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허진호 감독: 조성우 음악감독과 단편영화부터 꾸준히 작업을 해 왔습니다. 아마 작업의 과정에서 음악적인 느낌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부터 서로 굉장히 많이 이야기를 했어요. 어떻게 보면 영화를 만들어 놓고 음악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었던 것이죠. 먼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 음악적인 생각도 같이 가져갔던 겁니다.

 

<고철을 위하여>의 주인공을 비롯하여 이번 특별전 단편영화들이 인간관계의 탄생, 죽음, 부활에 관한 철학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꾸준히 유머코드가 적절한 방식으로 배합되어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합니다. 유머코드를 다루는 감독님의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허진호 감독: (웃음)개인적으로 유머들을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요. 코미디를 해보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어요. 장편에서도 그랬지만 그런 유머들을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객들이 극장에서 막 웃었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반응들이 바로 오니까, 그 소통되는 느낌도 있고. 그리고 현장에서 촬영하거나 작업할 때에도 그런 유머가 있을 때, 배우에게 캐릭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장면을 관객들이 재밌게 보고요. 그리고 유머들을 제가 많이 좋아해요. 제가 잘 안 웃겨서 그렇죠.(웃음)

 

(놀람) 아닙니다. 마스터클래스에서도 굉장히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여러 평론가들에게 감독님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가 한국 멜로의 새로운 흐름을 영화로 꼽히는데요,

현재 한국 영화의 멜로 장르는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허진호 감독: 한국 영화에서 멜로 장르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대중과의 접점이랄까, 상업적인 부분에 있어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독립영화에서 많이 다루는 방식으로서의 멜로가 만들어지는데, 영화적 환경들이 멜로가 살아남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저도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영화들, 그리고 좋은 영화들이 나오면 멜로가 주는 재미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리고 배우들도 멜로를 많이 해보고 싶어 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기존의 방식을 쫓거나, 다른 장르보다 경쟁이 좀 더 치열해진 것 같아요. 멜로 장르 영화를 만들어서 대중적인 접점을 찾을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죠. 이번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에는 굉장히 좋은 영화들이 많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러한 흐름에서 단편영화는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떤 가치를 가질지?

 

허진호 감독: 저도 장편을 만들고 나서 단편을 만들어왔지만, 단편을 만들 때가 개인적으로 감독으로서는 굉장히 즐겁습니다. 미쟝센 영화제의 단편감독들은 반대로 장편영화도 만들고 싶어 하죠. 그랬을 때 자기가 어떤 영화를 만들지에 대한 고민들을 단편에서 가져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을 관객과 소통해 보는 것도 좋은 경우인 것 같고요. 물론 단편영화로서의 의미도 있고요. 그게 제일 중요하죠.

 

한국 멜로의 대표 감독님께 여쭙는다면 ‘영화 같은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허진호 감독: (웃음) 어렵네요, 영화 같은 사랑이라는 것은. 영화 같은 사랑이 있죠. 우리가 영화 같은 삶도 그렇고,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살면서. 영화 같은 순간들이 있는 것이죠. 우리가 일상의 사랑에서도 영화 같은 순간들이 있어요.

 

특별전에서 특별히 더 애정하시는 작품은?

 

허진호 감독: <고철을 위하여> 같은 경우 처음으로 만들어 보았던 영화였고, 졸업 작품이었으므로 의미가 가장 큰 것 같네요.

 

허진호 감독의 특별전이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열렸다. 단편을 통해서도 자신만의 섬세한 감각과 절제의 미학을 꾸준히 유지해 온 허진호 감독의 행보는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보존되고 있다. 장편과 단편 모두에서 보여주는 감독 특유의 통찰은 영화를 넘어 음악, 역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허진호 감독은 관객과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허진호 감독의 따뜻하고도 깊은 울림이 또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