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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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는 끄덕임, <혐오돌기> 김현 감독 인터뷰

글 : 강인경 / 사진 : 이신정

‘극혐: 극도로 혐오스럽다’. 이 신조어는 온라인에서 종종, 아니 너무나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이다. 이미 이 단어에는 부정적 인식이 담겨있다. 하지만, 지금 만나볼 감독은 혐오라는 감정을 누구로부터 배우지 않은 솔직한 자신의 감정이라 말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인터뷰 내내 자신의 생각을 부드럽게, 하지만 단언적으로 말하는 양날의 칼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 김현 감독의 인터뷰를 함께 살펴보자.

  1. 작년 미쟝센 희극지왕 후보에 이어 <혐오돌기>로 절대악몽 후보에 올랐는데, 이번엔 독특하게 혐오를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솔직한 감정으로 보셨어요. 이런 감정을 느꼈던 배경이 궁금해요.

김현 감독: 감정을 느꼈던 배경이 곧 영화를 찍은 의도와 관련이 있겠네요. 작년 8월에 제가 시나리오를 썼어요. 그때가 한창 국외적으로는 브렉시트, 트럼프 지지자들의 등장,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 등이 떠오르면서 사람들의 우려가 뒤따랐어요. 더불어 한국에서는 저에게 크게 와닿았던 강남역 사건이 터졌어요. 그러다 혐오라는 감정이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발현이 되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에 대해 생각을 했어요. 생각해보니, 저도 혐오를 했었더라고요. 중학교 1학년 때 어떤 아이를 싫어했었는데, 너무 미안해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중학교를 찾아가 연락처를 알아내 사과를 해야겠다’라고 다짐을 하고 가려는데, 그때 ‘일련의 사건들로 인한 위압감으로 미안함을 느낀 게 아닌가’라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사실 그게 맞는 거죠. 제가 그 아이를 혐오했을 때는, 누구로부터 배운 것이 아닌 진짜 순수한 것이었거든요. 감정의 순도를 따져보면, 혐오하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 중 혐오하는 마음의 순도가 훨씬 더 높은 거예요. 그래서 ‘가식 부리지 말고, 내가 그때 혐오했던 마음으로 쭉 밀어붙여 보자. 혐오하는 마음 하나로 살아가보자.’라는 생각을 하며 시나리오를 쓰게 된 것 같아요.

 

  1. 배우들이 처음 ‘혐오돌기’ 스토리를 받았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김현 감독: 일단 ‘희은’역을 맡은 임예은배우, ‘소현’ 역을 맡은 김도윤 배우 모두 말도 안 되게 착한 친구들이에요. 심지어 김도윤 배우는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불쌍해서 울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들의 감정을 계속 끄집어내려 하는데, 정말 없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1. 어떻게 설득을 하게 되었나요?

김현 감독: 엄청 어필을 하면서 계속해서 제 진심을 보였어요. 결과적으로 연기를 너무 잘해줬죠. 원래는 성격도 굉장히 쾌활하고, 사랑스럽고 애교도 많은 친구예요. 제가 너무 만담을 하고 있나요?(웃음)

 

  1. 혐오라는 감정을 다뤘는데, 그렇다면 기쁨/슬픔의 감정은 작위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현 감독: 다 진짜죠. 일부러 위약적인 태도로 가려는게 있었어요.

 

  1. 모든 사람들이 혐오라는 감정은 똑같이 가지고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 뭐 환경, 나이, 성별 등의 개인적인 혐오표출 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 콕 찝어서 여고생의 시점에서 보여준 이유가 있다면?

김현 감독: 음… 저도 여러 가지를 생각했었는데 우선 첫 번째는, 배우가 시나리오보다 먼저였어요. 그래서 여자라는 캐릭터로 정한 채 시나리오를 썼죠. 그리고 관계가 남과 여, 남과 남으로 설정하면 제가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오인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폐쇄적인 공간이었으면 해서, 고등학교가 대학교보다 더 학교 안의 작은 사회가 있는 느낌이라 고등학생 나이 때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1.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모든 혐오라는 감정의 표현방식이 감정표현의 일환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김현 감독:(이게 그 … 대답이 조금 위험할 수 있는데,)  당연히 영화처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감정 표현이라는 게 그 사람이 속한 사회 안에서 허용된 범위 안에서 표현을 하면 당연한 것이죠. 그리고 남에게 어떠한 형식으로 던 폭력이 된다면 그것은 벌써부터 잘못되게 흘러가는 거라 생각해요.

 

  1. 침을 뱉는 행위가 종종 나타나더라고요. 혐오의 표현방식으로서 침을 뱉는 행위를 쓰신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김현 감독: 김기영 감독님의 <충녀>와 영화 제목이 똑같아요. 충녀가 결국 곤충 여자라는 뜻이잖아요. 저는 사실, 첫 시퀀스에서 이야기를 모두 시각적으로 말하고 싶었어요. 첫 장면에서 침에 갇힌 벌레가 나오고 그것을 내려다보는 희은이와, 그런 희은이를 올려다보는 벌레가 나와요. 또 학교라는 큰 사회에서 희은이를 내려다보는 시점이 있는데, 희은이의 위치가 벌레가 있는 지점과 똑같아요. 그리고 희은이의 입장에서 학교를 올려다보는데, 이러한 것들이 다 비율이 같아요. 덧붙여 영화 뒷부분으로 가면, 욕조 물속에 갇힌 희은이가 있잖아요. 이것과 침 속에 갇힌 벌레가 매치가 돼요. 그리고 곤충들은 공격을 할 때 액체를 뿜잖아요. 그래서 인간들이 조금이라도 곤충스럽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했을 때 침이라고 느꼈어요. 침 뱉는 행위도 그렇고, 앵글도 그렇고 결국엔 시각적으로 벌레라는 걸 보여주는 힌트들이에요.

 

  1. 사실, 돌기는 잠잠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혐오돌기를 잔잔하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까요?

김현 감독: 저는 돌기라는 것이 애초에 내추럴하고 본능적인 것이라서  잠잠하게 못한다고 생각해요.

  1. 희은이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 혐오라는 감정을 계속해서 표출하려고 했는데,
  2. 감독님만의 살기 위해 계속해서 하는 행동이 있나요?

김현 감독: 저는 오버위치요. 여기서 약간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저희가 평상시에는 바깥에서 다른 사람에게 쌍 욕을 잘 못하잖아요. 제 오버위치 캐릭터는 정말 부도덕한 친구거든요. 저의 분신이지만, 어떻게 보면 가상세계 속 제 계정이 저보다 더 저 같아요. 그렇게 분출하면서 살아가요.

 

  1. 영화에서 ‘애즈원-투명에 가까운 블루’노래가 소현이가 희은이를 도와주러 학교로 가는 씬과 영화가 마무리 될 때 사용이 되는데, 그 노래는 상대방을 너무 좋아해서 같이 있고 싶은 가사의 내용인데, 특별히 그 노래를 쓰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현 감독: 혐오는 사실 원래는 자기혐오인데 스스로를 혐오할 수 없으니까 그 혐오를 상대에게 투영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결국 희은이가 소현이를 혐오한 것은 자기 자신을 혐오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은이가 처음에는 벌레에게 침을 뱉는데, 결국 자기 자신도 벌레잖아요. ‘소현=벌레=희은’인 거에요. 그래서 둘이 하나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리고 색깔에도 서사를 넣고 싶었어요. 자세히 보면 처음에는 희은이 색깔이 보라색이고 소현이 색깔이 빨간색이거든요? 소현이가 죽으면 희은이의 색깔이 파란색이 돼요. ‘보라색-빨간색=파란색’이기 때문이죠. 결국 자기 안에 소현이도 있었던 거죠. 그래서 마지막에 나선형 계단과 화장실을 보면 푸르스름 해요.

 

평소에도 감정에 대해서 항상 생각을 하시는 편인지?

김현 감독: 아직은 이상하게 순진하게 있어서 돈 욕심 같은 것이 없고, 조금 민망하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가’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더 정확하게 질문하려는 게 제 목표예요. 대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화두를 던지는 거죠. 이 영화가 하나의 질문처럼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이렇게 질문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1. 반대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면?

김현 감독: 저는 약간 즐길 것 같은데요.(웃음)

 

  1. 우리가 살아갈 때 진정한 공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현 감독: 죽음이요.(웃음)민망하네요.

 

  1. 단편영화란?

김현 감독: 저는 장편영화는 긴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단편영화는 짧은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듯 하였다. 웃음 안에 강한 자신의 생각과 의지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저 생각에 동의하듯 끄덕댈 뿐이었다. 그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난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지만 고개는 세차게 끄덕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그의 생각을 질문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대답할 준비가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