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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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신경을 자극하는, <4만번의 구타 2> GV

글 : 나진수 / 사진 : 김지영

 

‘4만 번의 구타’는 액션, 스릴러 장르다. 흔히 액션과 스릴러는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한 느낌이나 뒷목이 서늘해지는 오싹한 기운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러나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의 액션, 스릴러 장르가 여타의 영화처럼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수준에 머무른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 눈으로부터 머리를 넘어, 마음까지 건드리는 다양한 시선과 의미가 담긴 영화들을 준비했다.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4일차인 오늘, ‘4만 번의 구타’의 첫 번째 관객과의 대화(Guest Visit, GV)가 있었다. 장르 총 열두 편의 본선진출작 중 <허도령>, <혜리>, <발악>, <묨>, <방문>, <버닝브라더스>의 여섯 명의 감독들이 관객들 앞에 섰다.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운을 띄웠고 감독들은 그에 응답했다. 마냥 때리고 부수는 액션을 즐기는, 혹은 관객들을 섬뜩하게 만들기 좋아하는 감독으로 보기에는 그들의 자세가 사뭇 진지했다.

 

모더레이터 : 안녕하세요, 장마 중에도 오늘 정말 많이 관객 분께서 찾아주셨습니다. 여섯 분의 감독님 영화를 감상하셨는데요, 먼저 감독님들 순서대로 간단한 인사해주세요. 그리고 이 자리에 배우 분들, 영화에 동참해주신 스태프 분들도 오신 걸로 알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제작진 분들을 소개해주시면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인사드리는 걸로 하겠습니다. 먼저, <허도령>의 김종성 감독님께 마이크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김종성 감독 : 반갑습니다. 허도령 역할 해주신 송부건 배우, 김코치 역할을 하신 이현배 배우님, 심봉사 역할로 했던 한규원 배우님 오셨고요, 그리고 저희 조연출이자 중간에 보험사기 당하는 친구로 나왔던 정혜연씨도 오셨습니다.

 

송주성 감독 : 안녕하세요, 송주성이라고 합니다. 혜리 역할의 이문주 배우님, 코치 역할의 강정우 배우님, 동생 역할의 박희건 배우님, 오셨습니다.

 

이재휘 감독 : 네, <발악> 연출한 이재휘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강우라고 경찰역할 했던 박재광이라는 친구, 요셉이라는 이름으로 사기꾼 역할을 했던 조남융 배우, 영화 내내 죽어있었던 남정이형, 경찰 소장을 맡았던 이상희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촬영을 맡은 박지훈 촬영감독입니다.

 

이현우 감독 : 안녕하세요, <묨> 연출한 이현우입니다. 촬영감독님 이충희 촬영감독님 오셨습니다. 그리고 음악 감독님 정나현 음악 감독님 오셨습니다.

 

박현용 감독 : <방문>의 박현용입니다. 배우님 오셨는데, 딸로 나오는 서영이가 왔습니다.

 

김영록 감독 : 예, <버닝브라더스>를 연출한 김영록입니다. 반갑습니다. 배우 두 분 오셨는데 형 역할을, 경수 역할 맡으셨던 최진혁 배우님 오셨고요, 그리고 동생 역할을 맡으셨던 신희철 배우님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모더레이터 : 자, 그 객석에서 궁금하신 점 많을 것 같습니다. 질문 받기 전에 우선 감독님들께 영화에 대한 간단한 소개, 연출 의도를 들어보고 관객 분들께 마이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끝에서부터 해볼게요. <버닝브라더스>의 김영록 감독님, 양말 신고 오셨나요? 네, 셀프 포트레이트 잘 봤습니다.

김영록 감독 : 네, 제 영화는 간단하게, 아직 부대에 미복귀상태인 형과 그런 형을 다시 부대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동생의 갈등이 봉합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자신들의 인연을 선택할 수 있는 부부와 같은 관계와 달리, 형제라는 관계는 어떤 타의에 의해 가능하잖아요? 이런 형제 관계가 좀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때는 굉장히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라이벌이 되기도 했었다가 때론 아무런 조건 없이 배려를 해줄 때가 있는 이런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이런 것을 짧은 시간 안에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모더레이터 : 형제인데 굉장히 다르게 생겼잖아요? 둘 사이에 무슨 가족의 비밀이 있는 형제인지 궁금한데요, 처음부터 외모라든지 캐릭터를 다른 매우 다르게 구상한 이유가 있나요?

 

김영록 감독 : 딱히 규정된 것은 없습니다. 저는 배우 분들과 연출을 할 때, ‘이 형제는 살아오면서 각자 살다가 만났을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족 안에서 어떤 전(前) 과정이 있었던 것은 서브로는 깔 수 있지만 그것은 열어두고 생각을 하자고 했습니다. 가족의 비밀이 있다고 봐주시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현용 감독 : <방문>은 제가 믿고 있는 신과 그 당시 저의 어떤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썼습니다. 스스로 착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악재가 겹치니까 ‘왜 이제 신이 나에게 이렇게 안 좋은 일을 주시는 걸까’라는 고민에서 이야기를 풀다보니 난해한, 이상한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모더레이터 : (웃음)본인이 난해하다고 말씀하시네요. 영화가 모호하긴 하지만 용서나 관용, 속죄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궁금해지는데, 감독님이 방점을 찍으신다면 어느 쪽일까요?

 

박현용 감독 : 영화가 참 좋은 게, 저는 그런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어요. 여기서 어떤 관용이든, 용서든 비평적 측면에서 너무 좋게 봐주셨습니다. 저도 이런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더레이터 : (웃으며 관객들에게) 자, 우리 난해한 영화 나중에 질문 좀 많이 해주세요.

 

이현우 감독 : <묨>은 늘 집에 있던 고양이가 집밖을 우연히 나와서 유기된 고양이들을 만나서 사투를 벌이는 그런 내용입니다. 엄마, 아빠를 찾아서, 그리고 아빠, 엄마는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서 떠나는 것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고 버려진 고양이들도 있죠. 저는 그런 세계를 짧게 단편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가수 이적의 <거짓말거짓말거짓말>이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해서 여러 번 듣고 있는데, 나중에 이 음악이 유기견, 유기묘를 포함한 어떤 상처받고 실연당한 존재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버림받은 입장은 어떨지 짐작해보고 이것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전까지 작품들은 제가 너무 무겁게 찍어서 이건 좀 밝게, 액션으로 찍고 싶었습니다.

 

이재휘 감독 : <발악>은 강호라는 순박한 청년이 유석이라는 나쁜 사람을 만나서 점점 악해지다가 나중에는 유석이보다 더 악해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친구 잘 만나라고 하셨던 것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상황이 나빠지면 악해지고, 상황이 좋아지면 착해지는, 그런 환경에 지배받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송주성 감독 : 혜리가 아빠에게 암바(Arm-bar)거는 이야기입니다. 10분 안에 영화를 만들어야 되는 과제 같은 영화여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의미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이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가족폭력에 관련된 자료를 보면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대안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모더레이터 : 굉장히 짧지만 <Girl At the Door>라는 영화제목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소녀가 세계로 나갈 때 용기를 북돋아주고 격려해주는 제목 같아서 짧지만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 그다음에 <허도령>의 김종성 감독님.

 

김종성 감독 : 네, 내용은 어렵지 않죠. 저는 탈 쓰고 싸우는 어떤 사람이 보고 싶어서 작품을 시작해서 이야기를 만들고, 영화를 찍게 되었습니다.

 

모더레이터 : 허도령이 하는 어떤 무술이랄까요, 몸놀림 같은 것은 어디서 온 걸까요?

 

김종성 감독 : 무술감독한테서 왔죠.

 

모더레이터 : (웃음) 뭐, 예를 들어 한국 고유의 뭐라든지, 이런 거는 없나요?

 

김종성 감독 : 처음에 무술감독이랑 컨셉 회의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택견의 몸놀림이 녹아든, 그렇지만 전통 택견을 고수하기보다 참고하는 정도로 가져왔습니다. 각 캐릭터별로 사용하는 무기 등 여러 차이가 있긴 한데, 기본적으로 도깨비나 그런 소재에서 좀 가져온 것 같습니다.

모더레이터 : 알겠습니다. 자, 우리 여섯 감독님이 연출의도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여러분 관객 분들도 궁금한 점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손을 들어주시면 저희가 마이크를 건네도록 할게요.

 

관객 1 : 네, 여섯 분 감독님 작품 전부다 재밌게 봤고요, <묨>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화가 중간쯤 진행되다 보면 내용이 고양이들의 세계일 것이라는 게 짐작이 됩니다. 중간에 일부러 많이 드러내신 게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마지막에 알려주려고 했던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현우 감독 : 기획하고 촬영하기 전까지는 끝까지 숨기고 마지막에 밝히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면 액션이나 배우들의 캐릭터들을 너무 많이 숨겨야 되고, 그러면 영화 자체가 너무 제 욕심대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중간에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되었습니다. 장편을 기획을 작업했던 건데요, 장편에서는 초반에 내용이 모두 오픈되기 때문에 굳이 단편에서 숨기는 것을 고집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관객 2 :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허도령>에서 여고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고, <발악>에서 상황에 따라 변주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인간이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종성 감독 : 나름대로 <허도령>을 도깨비로 설정하고 영화를 찍었습니다. 도깨비 설화를 찾아보시고 들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런 존재는 인간이 되지 못하고 인간과 신의 경계에 존재합니다. 그런 곳에서 서식하는 것이죠.

이런 요괴 같은 존재들은 사람을 만나는 순간, 장난을 칩니다. 그런데 그 장난치는 순간은 어떤 사람에게는 유혹, 어떤 사람에게는 대결이 될 수 있습니다. 옛날 같은 경우 씨름으로 연출 되었겠죠. 이런 존재가 많은 것 같습니다. 허도령뿐만 아니라. 곳곳에 많이 있지 않을까 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하나 더 배치하고 싶었어요. 허도령만 있는 것이 아니라요.

 

이재휘 감독 : 사람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배받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렵겠지만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도 영화를 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닌데, 열심히 이겨내려고 발악하고 있습니다.

 

관객 4 : 혜리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가족들이 아빠의 몸에 달라붙어서 잠드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혹시 그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아니라면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송주성 감독 : 시작점은 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 모두 각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빠라는 캐릭터도 나름의 사정이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전과 다르게 한 단계를 넘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랬을 때 각자의 단계에서 노력하는 그 샷을 생각했던 거 같아요.

또 다른 시작은 주위의 혜리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몇 명 있는데, 그냥 물어봤어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린 여자 학생이 무언가 극복하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정보를 듣는데, 무심한 듯 얘기를 하더라고요. ‘나 사실 중학생 때, 이랬어, 저랬어.’ 등. ‘쉽게 해낼 수 없는 어떤 것들 때문에 힘들었어.’라는 말을 20대 중반 친구가 무심한 듯 이야기하는데, 깨달았죠. ‘그래, 맞아. 우리 모두 각자 10대 때 힘든 문제들이 있었을 텐데.’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그런 부분을 중점으로 다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한테는 일종의 판타지였던 것 같아요. 이것이 실제로 가능할까라는 의문점이 들지만 관객들도, 그리고 저도 ‘이 아이를 지지하고 응원했으면 좋겠다, 이 아이가 좀 잘 자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하길 바랐던 것 같아요.

 

관객 5 : 저는 <발악>의 이재휘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제작하면서 참고한 영화가 있었다면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고요, <발악>의 배우님들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재휘 감독 : 레퍼런스라고하기에는 너무 갭 차이가 큰 영화인데, 영화 파고(FARGO)와 같은 느낌, 감성을 기대하기는 했었어요. 액션 씬같은 경우에는 영화보다는 <동물의 왕국>을 더 많이 레퍼런스를 삼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남융 배우 : 네, 저는 어떤 마음으로 찍었다기보다, 진짜 말 그대로 발악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을 하고 싶었고, 극복하고 싶었어요. 영화 중 어떤 캐릭터든, <발악> 작품 자체든, 영화적 환경이든 한 번 발악해보고 싶었습니다.

 

류태선 배우 : 네 저는 계속 죽어있던 류태선입니다. 이재휘 감독님이 갖고 계신 이야기가 굉장히 많아서 재밌게 임했고 작품 자체도 단편보다 장편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즐겁게 작품에 임했던 것 같습니다.

 

박재광 배우 : 강호 역 맡은 박재광입니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일주일동안 합숙을 했는데 촬영하면서 재밌는 사건들,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것을 영화로 한편 찍어도 재밌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촬영 현장이 제게 특별한 순간들이 되었습니다. 방금 얘기했듯이 이야기꾼인 이재휘 감독님의 이야기에 완전히 지배를 받아서 촬영을 했습니다. 아주 좋은 영화라고 자부하면서 말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모더레이터 : 네 감사합니다. 더불어 열연해주신 이상희 배우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액션, 스릴러 장르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템포의 완급 조절을 통해 관객에게 모종의 색다른 소통을 유도한다. 그 가운데 철학이나 이슈들이 숨어 있다면 메시지의 전달력이 배가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농담도 주고받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자리를 여러 번 고쳐 앉지 않고서는 들을 수 없던 이야기들도 오고 갔다. 이번 GV를 통해 관객들은 영화의 배경과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깨달음을 가져갔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액션, 스릴러는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만큼은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장르가 아닌, 중추신경을 건드리는 장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