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로움을 느낀 최초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김현정 감독의 <나만 없는 집>은 외로움의 기억을 추적해 아이의 눈으로 그 마음을 돌본다.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나만 없는 집>이 단독 GV로 다시 찾아왔다. 감독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관객 모두의 마음에 와닿은 영화는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더욱 더 풍성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M: 감독님께서 <나만 없는 집>으로 GV는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독 GV는 처음 아니신가요?
김현정 감독: 네, 깜짝 놀랐습니다.
M: 관객분들께서 질문 준비하시는 동안 제가 먼저 여쭤볼게요. 감독님이 미쟝센 단편 영화제에서 대상도 받으셔서 이 영화제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당시 느꼈던 감정이나 의미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김현정 감독: <나만 없는 집>이라는 영화도 그렇고 미쟝센 단편 영화제가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고요. 이전에 첫 단편영화를 촬영하기도 했지만, 영화를 하는 김현정이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는 창구로 미쟝센 단편 영화제가 도움을 많이 주었고요. 이후에 평생에 걸쳐 영화를 만들며 겪어 보지 못할 경험을 하게 해 준 영화제여서 더 남다른 것 같습니다.
M: 미쟝센 단편 영화제를 통해 감독으로서의 인생이 변화하셨나요?
김현정 감독: 인생이 바뀐 것은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던 것 같고요.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M: <나만 없는 집> 같은 경우에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되셨는지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현정 감독: 제가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했는데 영화를 공부하는 학원에서 영화를 처음 시작했어요. 학원에 다니다 보면 개성도 많고 아이디어도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 뒤처지는 느낌을 받다 보니 특이한 영화들을 쓰고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그게 좋지 않았고 저도 만족스럽지 못해서 고민하던 차에 왜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까 하는 고민을 했고요. 제 마음에 남아있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과거를 반추했을 때 주로 느꼈던 외로움이라는 감정, 제 나이 때 분들은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집에 혼자 남아있는 시간이 많으셨을 텐데 저 또한 그런 감정이 많았고 그 감정을 잘 담을 수 있는 소재를 고민하다가 과거의 경험이 조금 반영되어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M: 극 중 자매 역할인 박지후 배우가 <벌새>로 많이 알려졌고 김민서 배우도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데요. 두 배우를 캐스팅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현정 감독: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민서는 서울 친구고 지후 같은 경우는 대구 친구예요. 제가 아역배우를 모집하며 대구, 부산 지역 중심으로 학원을 찾아다니면서 오디션을 진행하던 중에 지후를 만나서 같이 하게 됐고요. 민서는 더 늦게 만나게 됐는데 필름메이커스라고 배우분들을 만나는 창구로 이용하시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거기서 민서가 속한 학원의 정보가 올라와 있어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연락을 해본 거죠. 그 학원 원장님이 민서의 어머니셔서 만나게 되었고요. 민서 같은 경우 이미지만으로도 좋았었는데 추가로 부탁한 것이 먹는 장면을 촬영해서 보고 싶다고 했는데요. 고기를 쌈을 싸서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혼자 밥을 먹는 장면이 많다 보니까 잘 표현되길 원해서 부탁드렸는데 좋았고 전반적으로 좋았던 친구였습니다.
M: 아이들 연기가 좋았는데 연기 지도를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저도 연출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어서 기사도 찾아보고 다른 감독님들의 노하우도 여쭤보고 했는데요. 결국에 성인 배우를 디렉팅하듯이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했고요. 영화 속의 경험을 설명하고 유사경험이 있는지 묻고 진행했어요. 사실 지후는 외동딸이어서 극중 선영이의 상황을 이해하기는 어려워서 친구 관계에 빗대어 이해하게 했고요. 민서는 서울친구이다 보니 미션이 하나 더 있어서 그 과정에서 연기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녹음해서 보내면 민서가 외워서 보내서 제가 피드백을 하는데 대사를 읽는 톤이라던가 사투리 뉘앙스를 수정해나가는 것이 연기 연습으로 작용했습니다.
M: 초등학생이 많이 등장하다 보니 영화 촬영에서 돌발 상황이 많았을 것 같은데 혹시 특별했던 부분이 있었는지 여쭤보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저는 큰 사고는 없었던 것 같고요. 아이들이 지치는 게 있으니까 촬영 분량이 많아서 그런 부분을 다독여가면서 했고요. 사실 걸스카우트 단원들끼리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난이도가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았는데 지연이 많이 돼서 테이크를 거의 못 갔거든요. 가장 걱정하고 공들인 장면인데 한두 테이크 만에 끝냈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M: 언니와 동생의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걸스카우트를 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질문 주셨어요.
김현정 감독: 아까 잠깐 말씀드렸듯이 경험 중에서 하나로 떼어왔고 일차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드러내고 싶다는 것이었고요. 외로움을 잘 드러내는 경험을 생각했을 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원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아이한테는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은 경험이었을 텐데 어른이나 주변 사람들은 아이를 신경 쓰지 않는 게 아이를 더 고립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M: 제목이 <나만 없는 집>인데 영화를 보면 ‘나만 있는 집’ 같기도 하다. 타이틀을 정할 때 비화가 있었는지 질문 남겨주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사실 존재감이 없는 집 안에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담고 있어서 보통은 비유하거나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너무 직접적이지 않을까 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제목이 반어적으로 내 몸은 항상 집에 혼자 있지만, 존재감은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반어적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해서 그것으로 결정했습니다.
M: 배경이 되는 90년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과거의 모습을 표현하려 하셨는지 질문 주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크게는 로케이션이었는데요. 이 영화에 꼭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집도 있는데 기찻길 건널목하고 공장의 이미지가 강렬해서 열심히 로케이션을 했고요. 자잘한 소품들은 구하러 다니며 중고나라를 이용했고 옛날 문구점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 전에 찍은 <은하비디오>도 시대극이다 보니 노하우가 생겨서 어떤 루트로 소품을 구할 수 있는지 알게 되어서 열심히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M: 중간중간 철도씬을 배치하셨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고 남겨주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제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그 공간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극 안에서는 지금은 학교에 갈 때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저의 기억 속 등굣길은 되게 멀었어요. 그걸 담아내고 싶었고 학교 가는 길의 거리감을 표현하고 싶었고 혼자 걷는 길에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서 개인적인 이유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M: 관객분께서 91년생인 제가 가입했을 때 걸스카우트 단복이 갈색이었는데 몇 년 후에 초록계열로 바뀌었다고 그런데 감독님은 갈색 단복을 쓰신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단순한 이유로는 시대극이기 때문이고요. 그 당시에 조사하며 최근에 초록색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저한테는 갈색이 짙은 인상이 남아있어서 꼭 그걸로 하고 싶더라고요. 거꾸로 단복을 갈색으로 하고 싶어서 시대극을 선택했다고 할 정도로 갈색 단복을 사용하고 싶었어요.
M: 이 영화를 제작하며 가장 난관이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시대극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학교를 섭외하는 것도 어려운데 섭외하더라도 그 안에 있는 책상을 다 바꿔야 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게 어려웠던 것 같고요. 아역배우를 처음으로 디렉팅 해봐서 가장 어려웠어요. 민서가 우는 장면 찍을 때 고민이 많았거든요. 테이크를 일곱 번 정도 갔었는데 아이도 애를 써서 진이 빠진 상태였어요. 좋긴 한데 억지로 우는 것 같은 느낌이 많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보자해서 힘을 내줬고 잘 해줬어요. 감정씬을 찍는 것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M: 영화에서 사투리를 사용하신 이유가 궁금하다고 질문해주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부산 사투리를 담은 영화는 많았는데 사투리를 100% 사용하는 단편은 보지 못해서 그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민서가 서울 친구여서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민서가 사투리를 쓰는 영화로 결정하는 순간 대사 바깥으로 연기를 확장할 수 없으니 고민하다가 사투리를 쓰지 않으면 느낌이 살지 않아서 결국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M: 극 중 민서가 언니와의 대화나 작은 보물 상자를 모으는 등 어린아이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해주시면서 성인이 되면 어린아이의 시선을 잃게 되기도 하고 아이를 대상화하며 바라볼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에 캐릭터를 구상할 때 어떤 방식으로 고민하셨는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만들 때는 깊게 생각했다기보다 제가 아이의 나이였을 때를 계속 생각하며 제가 서투르던 나이를 반추하면서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지금 봤을 때 엄마한테 지갑에서 돈 훔친 걸 고백하는 장면이 꽤나 어른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해서요. 최대한 나라면 저 나이에 어떻게 반응할까를 계속 생각했고 친구들과 읽으면서 조금씩 수정해나갔습니다.
M: 감독님의 작품을 보면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부재 또는 상실에 대해 다루시는 것 같은데 향후 작품에서는 어떤 관계를 다루고 싶으신지 질문 주셨습니다.
김현정 감독: 작년에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인 첫 장편이 있는데 부녀이야기거든요.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관계가 어려운 딸의 이야기고요. 저는 늘 관계가 화두가 되었고 관계가 어렵게 느껴져서 계속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M: 이제 시간 관계상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독님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현정 감독: 첫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미쟝센 단편 영화제가 저한테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새로운 경험의 문을 열어준 곳이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고 앞으로도 더 많은 감독님이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고 여러분도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로 자리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