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란 무엇이고 좋은 딸이란 무엇일까. 정답을 알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좋음’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 영화, <굿 마더>. 사실 이 사회에 필요했던 건 그런 따뜻한 시선 한 스푼이 아니었을까? 영화 속 엄마와 딸처럼, 혹은 그보다 더 깊은 고뇌와 물음을 안고 살아온 배우 오민애님과 김예은님을 만나보았다.
Q. 이유진 감독의 ‘굿 마더’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오민애배우: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제가 직접적으로 성소수자를 접촉해본 경험이 없어서 그들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겟구나 생각했어요.
김예은배우: 저도 그런 것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항상 같은 상황에 있어도 다른 입장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성소수자분들의 영화는 많은데 그게 어머님에 대한 얘기라든지 그런 거는 없잖아요. 대본도 너무 재밌었고 사실 저도 뭔가 경험에 보지 못하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얘기다보니까…일단 그냥 시나리오가 좋았던 것 같아요! 선배님(오민애배우님)이랑 같이 한다는 얘기 듣고 더 하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Q. 성소수자인 딸을 둔 엄마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의 영화인데 각본을 처음 받아보셨을 때 들었던 생각이 어떠셨는지?
A. 김예은배우: 사실 그런 거 같아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 것 같고. ‘지수’가 성소수자다 이런 건 사실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고. 어떤 입장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을 잘 안 해보게 되는 것 같은데 시나리오 보고 처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봤던 것 같아요. 나도 잊고 있던 거를 많이 깨닫게 되고.
오민애배우: 저는 이 시나리오를 보면서 우리가 이분법적으로 남자와 여자로만 교육을 받아왔잖아요. 가령 핑크에도 여러가지 핑크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정말 여러가지의 다양성들이 내재되어 있고 그런 다양성이 존중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단순히 남자 여자로만 구분되어진 개념 속에서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을 이해할 때도 다양한 관점을 바탕으로 접근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내용이라 서로 간의 합이 굉장히 중요했을 것 같다. 두 분이 연기 합을 맞추실 때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A. 오민애배우: 없었어요~
김예은배우: 전혀 없었습니다. 선배님이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선배님처럼 편하게 해주신 분은 처음이었어요. 이게 계셔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래서 따로도 연락 많이 했었고, 연기적으로 고민이 많이 됐을 때도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많이 배려를 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Q. 김예은 배우님께서 동성애자 역할을 맡으신 건 처음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A. 김예은배우: 사실 전에도 비슷한 기류의 영화는 있었던 것 같아요. <오늘 너는>이라는 작품도 있었고. 근데 사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동성애자라고 딱히 다른 연기를 해야지 이런 거는 개인적으로는 없는 것 같고… 왜냐면 사람을 좋아하는 건데 누구를 좋아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서 딱히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뭘 더 해야겠다 이런 건 없었던 것 같아요.
오민애배우: 사실 고민이 됐던 건 이 여자(지수)가 인권단체에서 일을 하는 거여서 이런 거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
김예은배우: 맞아요. 직업적인 고민은 있는데. 혹은 (오민애배우님은) 선생님이시니까 이런 (직업적인) 고민은 있었는데. 아님 시선들에 대한 생각은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거 말고 인물 자체에 대한 거는 뭐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어떨 거야 라는 거는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Q. 오민애 배우님도 동성애자인 딸을 두고 있는 교사역할을 처음 해보신 걸로 아는데 인물을 연기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으시다면?
A. 오민애배우: 그런 고민을 한 번 해본 적이 있어요. 아들이 있는데 중학교 2학년이지만 애가 만약에 나중에 스님이 되겠다든지 신부가 되겠다든지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을 가게 된다면 본인의 선택이니까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딸이 동성애자다? 음…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너무 개인적인 얘기가 나오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들이 스님이 된다고 했을 때 보통 부모라면 난리가 나잖아요. 근데 나는 갔다 온 적이 있거든요. 산에 가서 스님의 생활을 1년 반 정도 살다가 온 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왔잖아요. 그니까 그게 마치 가서는 안 될 곳을 갔던 게 아니라 남자들이 1년 반 군대 갔다 오듯이 아니면 내가 내 힐링을 위해서 여행을 다녀온 듯이, 그 정도인 것 같더라구요. 그 차이뿐인데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됐죠. 저는 그래서 ‘갔다 오는 것도 상관없고 가는 것도 상관없고 거기 있는 것도 상관이 없더라’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오히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혜를 얻거나 좋은 경험이 되더라’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내 아들이 동성애자라 해도 전 신경 안 써요. 그건 그 사람의 특성이기 때문에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냥 딱 (영화 속의) 엄마였던 것 같아요. 근데 그 느낌이라는 게 어떨까. 나는 이런데 일반적인 엄마들은 그렇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걸 어떻게 표현을 해야되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침 이감독이 (제안해줘서) 성소수자 엄마들의 모임에 같이 간 거에요. 그래서 그 엄마들이 무엇이 힘든지 그때 가서 보고 가서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이번 ‘굿 마더’에서의 ‘지수’역할도 그렇지만 김예은 배우님은 다른 작품에서도 굴하지 않는 강한 역할을 많이 해 오셨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성격이 극중의 역할과 비슷한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김예은배우: 강인하다고는 말씀못드리겠는데 솔직한 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부끄러운짓을 안 하면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뭔가 고집이나 신념은 있는 편이고 그거에 대해서 당당히 얘기하지만 뒤에 가서 많이 그러지 말걸 그랬나? 하는… 그런 강인함은 없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래서 인물들 맡을 때 좀 많이 위로를 받는 느낌인 것 같아요.
오민애배우: 김예은 배우의 특성인 것 같아요. 그 당당함이. 더군다나 갖고 있는 목소리조차도 중성적인 느낌이 있어서
Q. 오민애 배우님께서는 실제로 재능기부활동도 하시고, 지역 협회장 역할도 하시는 등 평상시에도 행동하는 예술인이 되고자 노력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 좋은 배우가 되고자 하는 ‘오민애’와 좋은 엄마가 되고자 하는 ‘한수미’ 사이에서 서로가 통하는 면이 있었는지?
A. 오민애배우: 그냥 감독이 그런 인물을 캐스팅한 것 같아요. 아이고 이거는 딱 나네 뭐. 이런 느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기도 하고 강의도 하고 그랬으니까. 선생님 역할을 하는 데에도 불편한 거 아무것도 없고. 또 아이를 사랑한다던가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야된다라는 기본적인 개념,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그렇다보니 그냥 연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메쏘드 요 정도? 하하. 근데 또 다른 역할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나오더라구요. 근데 이 역에서는 내가 갖고 있는 이 모습도 있기 때문에 그냥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Q. 작위적으로 인물을 만들지 않아도 내면에 원래 있던 모습이 있어서 좀 더 쉽게 연기를 하셨던걸까요?
A. 오민애배우: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김예은배우: 현장에서도 그러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같은 그런 모습이셨고. 저도 뭔가 곤란한 상황이 있어도 선배님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먼저 이해하시는, 현장에서 오히려 훨씬 더 너그럽고 엄마같으신 부분이 있었어요.
Q. 자신이 ‘지수’였다면 엄마에게 어떤 식으로 자신을 이해시키려고 했을 것 같은지?
A. 김예은배우: 영화의 상황으로만 판단을 한다면 지수같이 행동을 하고 그 다음에 조금 더 엄마랑 많은 얘기를 해봤을 것 같아요. 사실 뭐 지수도 엄마가 이해하는 줄 알았지만 백프로가 될 수 없는 당연히 서로가 이해 못하는 부분은 있어서, 서운한 부분이 있다면 싸웠겠지만 지나고나면 이걸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될지에 대해 많이 얘길 했을 것 같고
Q. 지수가 처음에 캐나다로 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그게 사실 알고 보니까 결혼 계획을 갖고 있던 거잖아요. 지수가 말로는 엄마가 자신을 100% 이해한다고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의 전부를 이해해주진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여행간다고 둘러대고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을 했거든요.
A. 김예은배우: 감독님의 의도는 모르겠는데 저는 그렇다기보다는 그게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소식을 엄마한테 알리는 게. 굳이 숨기려고 숨겼다기보단 그냥 여자친구랑 더 많은 걸 먼저 하고 나서.
오민애배우: 원래 자식들이 그러지 않나? 부모를 생각해주지 않고.
김예은배우: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나서 나중에 ‘왜? 이게 뭐 어때서?’ 이러는 걸로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민애배우: 그냥 자식들은 엄마의 마음을 절대 이해를 못하고 자기네들이 하고 싶은 거 하고
김예은배우: 막 숨길려고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오민애배우: 그 대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건 있을 것 같아요. 맨날 (엄마 집에)간다고 해놓고 안 가고 핑계 대면서 제 할 일만 하고
김예은배우: 맞아맞아
오민애배우: 고 정도였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에 싸웠을 때 오민애 배우님께서 ‘너가 한 번이라도 나랑 대화를 해보려고 한 적이 있냐 나한테 모든 걸 다 떠맡기지 않았냐’ 그러잖아요. 그 장면 되게 인상깊었는데 만약에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런 식으로 딸에게 화가 났을 것 같은지
A. 오민애배우: 너무 섭섭하죠. 너무 애지중지하는 딸인데, 정말 보고 싶은데. 얘가 자기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내지는 사회 적응하느라고 엄마하고 이전에 해왔던 방식이 아닌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쓸쓸한 거에요. 그리고 스스로하고도 싸움이었을 것 같아요. 나라는 ‘한수미’라는 사람은 자식의 어떤 부분에 있어서도 이해하고 나는 깨어있는 여성이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왠지 (지수의) 여자친구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싫고 얘가 인권 단체에서 성소수자를 위해서 활동하는 것도 막 자랑스럽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알려지는 게 싫고.. 왜 이런 생각을 내가 해야 되지? 그런 자기 자신하고의 싸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지수에게 고백하고 싶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해결하고 싶은데 자꾸 딸은 왠지 도망다니는 것 같고. 나하고 대화를 안 가질려고 하고 그러는 거 같으니까. 또 갱년기도 있을텐데 왠지? (그 상황이 나오게 된 이유가) 뭐 여러가지가 합쳐진 게 아닐까 싶어요. 난 이렇게 힘들어서 너랑 얘기하고 싶은데 넌 왜 이렇게 바빠서 넌 여자친구하고 놀러만 다니고. 그 여자친구도 맘에 안들어. 사실은 여자친구라서가 아니라 남자친구여도 마찬가지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딸을 빼앗긴 거라는 느낌인 거지. 사실은 본질적으로 물었을 때 동성애자이기 때문일까 과연?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그냥 내 딸을 빼앗긴다. 내 딸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그 어떤 그런 통증, 왜 있다가 떨어지면 아플 거 아니에요. 그런 것 같은 게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Q. 지수가 되어, 한수미가 되어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한 마디 있다면?
A. 김예은배우: 엄마 사랑해
오민애배우: 얘기 좀 하자
김예은배우: 하하하. 이 꽉 깨물고 얘기하시는 것 같은…
오민애배우: 얼굴 좀 자주 보자!
Q. 나에게 단편영화란? 실제로 단편을 많이 해오셔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A. 오민애배우: 저한테는 여행이에요. 새로운 세상을 만날수있는 여행? 그걸 통해서 많은 걸 경험하기도 하고 내지는 잊었던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하고. 요새 젊은사람들의 생각도 알게되고 항상 여행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실은 늘 즐거워요.
김예은배우: 멋있게 단어로 표현하고 싶은데… 제일 좀 짜릿하고 재밌는 것 같아요. 여지가 많은? 가장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증폭도 넓고 그리고 같이 연구해서 해갈 수 있는 것도 많고. 좀 자유롭고 더 통통튀는
Q. 탱탱볼같은?
A. 김예은배우: 탱탱볼 좋습니다. 탱탱볼! 근데 진짜 다같이 모여서 어떤 것보다 뜨겁게 연구하고 뜨겁게 고민하고 하는 것 같아요.
오민애배우: 퍼즐 맞추기?
Q. 다른 인터뷰에서도 배우님들이 (단편영화가) 여지가 있다는 말을 해주셨거든요. 다들 느끼시는 게 비슷한 것 같아요. 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고 얻어가는 게 많으시다고.
A. 오민애배우: 논의의 장이 되더라구요. 요즘 바뀌었어요 많이. 촬영 현장이 많이 바뀌어서 시나리오를 공부를 하면서 누구를 만나면 6고 7고 8고 9고 이렇게 진행이 되잖아요. 더군다나 대체적으로는 학교에서 진행되는 영화들이 많다 보니 초고에서부터 완성본이 나오게 되기 전까지 스텝들과 논의도 있겠지만 배우들과의 논의가 또 있고, 캐릭터에 대한 고민들도 하고 이러다 보니까 서로 같이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굉장히 있어요. 예전에는 배우한테 감독, 작가의 영역을 개입하지 않게 하는 느낌이 있었다면. 배우는 배우의 역할만, 스텝은 스텝의 역할만 이런 게 있었다면 요즘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배우한테도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부분도 (있고). 모르겠어요. 저한테는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왔다 갔다 논의됐던 것 같고. 그리고 많이 참고해주고. 그래서 막 던져요. 생각나는 거 있으면. 그럼 ‘오케이! 이건 정답이 아닐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상황에서 드는 생각은 이렇고 이렇고 이래요.’ ‘오 이런 것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까 어떤 생각을 했냐면, 나는 감독한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같이 함께 작업하면서). 내가 말하고 있는 게 정답이 아닐 순 있지만 그런 거 있잖아요. 이 단어를 듣고 내지는 이런 분위기에서 감독이 퍼뜩 영감이 떠오르게 되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그런 편안하게 이야기들을 막 꺼낼 수 있는 그런 감독이라면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경직돼 있지 않고 오픈시켜놓고 같이 생각하는.
김예은배우: 아 이거 트렌스포머로 할까봐요. 갑자기 떠올랐어. 아까 말씀드린 뭐든 될 수 있고 그런 의미로. 멋지고 좀 상상을 뛰어넘는 모든 될 수 있는 트렌스포머.
세상에는 많은 통증들이 있다. 세대 간의 간극에서 오는 통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통증. 그리고 엄마와 자식 간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통증이 있다. 그들의 통증을 이해하고자 했던, 그리고 따뜻하게 바라봐주고자 했던 영화 <굿 마더>를 통해 그들의 서툴지만 치열한 노력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