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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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ow Must Go On!

글 : 남다현, 유소은, 황정민 / 사진 : 김동영, 김정은

내리쬐는 햇볕과 푸릇푸릇한 정경, 점점 얇아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여름이 왔음을 체감한다. 어느덧 20년째 6월 마지막 주에 찾아오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역시 무더운 계절의 시작을 알린다. 올해 스무 살 청년이 된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은 젊고 새로운 얼굴을 소개하는 대신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그간 만들어온 궤적을 돌아보며 20년의 역사를 기억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작년에 개최된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비록 마스크 너머로라도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개막식은 6월 24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 아모레홀에서 거행되었다. 역대 명예 심사위원의 20주년 축하 영상이 개막식의 막을 열었다. 배우 봉태규, 전도연, 오광록, 정재영, 송승헌, 엄정화, 장영남, 한효주 등 많은 배우가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떠올리며 영상을 통해 축하를 전했다. 올해도 진행을 맡은 진양혜 아나운서가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은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영화제를 거쳐 갔던 모든 분께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본격적인 영화제 시작을 알렸다. 이어 20주년 준비위원회 위원장 이현승 감독이 “20주년을 맞이해서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어떻게 20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20주년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분들과 출품·상영 감독님들께 감사드린다”는 말과 함께 영화제 개막을 선언했다. 20주년 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이상근 감독과 장재현 감독도 간략한 인사를 건넸다.

 

오랜 기간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한 아모레퍼시픽 안세홍 대표이사의 축사가 이어졌다. 그는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2001년 처음 출범할 때 굉장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감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젠 20살의 건강한 청년이 되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20년을 넘어 40살, 100살까지 살아남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영화제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의 마음을 드러냈다. 명예 집행위원 김성수 감독, 김태용 감독, 오승욱 감독과 집행위원 권혁재 감독, 나홍진 감독, 민규동 감독, 박정범 감독, 이경미 감독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지켜준 인물들에게 20주년 감사패를 전했다. 이현승 감독의 진행에 맞춰 첫 감사패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에게 전달됐다. 자리에 없는 서경배 회장을 대신해 안세홍 대표이사가 대리수상했고, 웃음을 머금은 채 “감사패는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에서 제3회부터 제19회까지 영화제를 담당한 현 이니스프리 대표이사 임혜영과 제11회부터 제17회까지 영화제를 담당한 김혜린 씨가 감사패를 수상했다. 임혜영 대표이사는 시상식에 불참했고, 김혜린 씨는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자 팬으로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면서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보람찼던 순간 중 하나가 영화제 업무를 할 때였다. 간접적으로나마 영화제를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나홍진 감독이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심사위원 감사패 전달을 이어나갔다. 총 9회로 최다 심사위원을 맡은 민규동 감독이 수상했다. 민규동 감독은 “20년 세월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봤는데, 영화 첫 수업이 생각났다. 그때는 단편영화 감독을 감독이라고 부르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단편 감독을 온전히 감독으로 존중하고 단편영화 감독에게 지워진 편견과 선입견을 부순 혁명적인 영화제라는 생각이 든다”며 단편영화와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되짚어보며 소회를 밝혔다.

 

명예심사위원 감사패는 총 3회로 최다 명예 심사위원에 오른 배우 신민아와 배우 문소리에게 돌아갔다. 두 배우는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해 영상으로 소감을 전했다. 제8회, 제12회, 제15회 명예 심사위원이었던 배우 신민아는 “세 번의 명예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굉장히 재밌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상까지 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는 소감과 함께 20주년 축하 인사를 덧붙였다. 제2회, 제3회, 제18회 명예 심사위원이었던 배우 문소리는 “감사패 감사히 받겠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함께한 시간은 굉장히 재미난 시간이었다”며 영화제에 대한 애정과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1회부터 제20회까지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홈페이지와 포스터 디자인을 도맡아온 ‘꽃피는 봄이 오면’의 김혜진 대표가 장재현 감독의 진행 아래 감사패를 받았다. 김혜진 대표는 “20년이 굉장히 긴 시간인데 무엇이 변했는지 생각해보니 대단히 더웠던 감자탕집이 생각났다”며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뒤풀이가 이뤄졌던 추억의 장소를 기억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년간 꽃피는 봄이 오면에 기회를 주신 영화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경미 감독의 진행에 맞춰 영화제의 공간 설치와 제작을 담당한 그림인터렉티브 임성진 대표의 감사패 수상이 이어졌다. 임성진 대표는 “아까 김혜진 대표님이 감자탕 이야기를 하시니, 저도 감자탕집이 생각난다. 너무 더워서 화채를 준비했는데 간이 안 맞아서 남겼던 기억이 난다”며 추억을 회상했다. “영화제가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며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대한 응원도 덧붙였다.

 

영화제의 영사 기술을 담당한 진미디어의 박찬진 실장과 제2회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올해 프로그램 위원장으로 함께한 배경민 위원장도 감사패를 수상했다. 개막식에 불참한 두 사람에게는 별도로 감사패가 전달되었다.

 

이현승 감독이 무대에 등장해 사회를 맡은 진양혜 아나운서에게도 깜짝 감사패를 시상했다. 이현승 감독은 “오랫동안 영화제를 사랑해주신 한 분이 계신다”며 진양혜 아나운서의 이름이 새겨진 디렉터스 체어와 함께 감사패를 전했다. 진양혜 아나운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움과 기쁨을 표하면서 “오랫동안 영화제와 인연을 이어온 것은 행운”이라며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아름다운 기억만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영화제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사회가 바뀌더라도 영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화제의 앞으로의 20년을 응원한다”며 영화제를 지지하는 마음을 밝혔다.

 

유지혜 사무국장이 미쟝센 단편영화제 20주년 기념사업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유지혜 사무국장은 이상근 감독이 연출한 개막작이자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지난 20년의 영화제 역사와 올해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20주년 기념 자료집과 단편영화에 대한 비평집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지 못해 아쉽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준비한 영화제가 좋은 결과가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이진주 프로그래머는 올해의 프로그램을 안내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한국 단편영화의 궤적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였다”고 밝혔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제1회부터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본선에 오른 경쟁 부문 상영작 중 20년을 기념하여 역대 심사위원이 최고의 단편영화로 추천한 20편을 선정한 ‘Inside the 20’,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타 영화제에서 충분히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작품 20편을 선정한 ‘Oustside the 20’, 한국 영화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시작을 볼 수 있는 단편영화 네 편 상영하는 ‘봉준호 감독 단편 특별전’으로 구성됐다. 특히 프로그램 중 16mm, 35mm 필름으로 제작된 작품은 이제 극장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필름 영사기로 상영하여 한여름날의 열기를 식혀줄 아날로그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개막작으로는 1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이상근 감독의 <MSFF 비긴즈>와 15주년 기념 개막작 윤종빈 감독의 <미쟝센의 매듭>, 그리고 20주년을 맞이해 이상근 감독이 특별히 준비한 <미쟝센 웨이브>가 상영되었다. 상영에 앞서 이상근 감독은 “지난 10주년 기념 영상을 촬영했는데, 이번에도 20주년 기념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다”며 “어제 새벽까지 렌더링을 했다. ‘파이널 파이널’ 이런 제목을 붙이면서 끝까지 작업했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로 자리에 참석한 감독들에게 공감의 웃음을 끌어냈다. 이어 그는 “첫 번째로 보실 영상은 1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MSFF 비긴즈>로, 여기 계신 많은 분의 10년 전, 길면 17년 전 모습을 보실 수 있다”면서 “장롱 속에 있던 칠순 잔치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느낌일 것”이라는 재치 있는 소개를 덧붙였다. “20주년 영상 <미쟝센 웨이브>는 시대상을 담아 화상통화로 진행했다”며 “여기 계신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밝혔다.

 

1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이상근 감독의 <MSFF 비긴즈>는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소개하는 영화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감독들이 직접 만든 영화제, 장르 영화 중심의 영화제로, 타 영화제와는 다른 독특함을 선보인다. 또한, ‘쪼리’로 대표되는 영화제의 자연스러움과 자유분방함을 담고 있다. 15주년 기념 개막작 윤종빈 감독의 <미쟝센의 매듭>은 신민아 주연의 단편영화로, 모든 장르가 섞이게 된 혼란의 상황을 배우 신민아가 풀어낸다는 내용이다. 20주년 기념 개막작 이상근 감독의 <미쟝센 웨이브>는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얽힌 영화인들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하는 인터뷰 형식의 단편영화다. 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개막작으로 10주년, 15주년, 20주년 기념 영상이 연속 상영되며 개막식은 막을 내렸다.

 

돌발적인 상황과 유쾌한 분위기, 오랫동안 영화제에 만들어온 사람들의 단란한 추억이 함께한 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개막식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국내 단편영화의 중축으로 자리 잡고, 20주년을 맞이하기까지 많은 사람의 땀방울로 지켜온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올해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은 6월 24일부터 6월 30일까지 7일간 서울극장과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