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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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쟝센의 바깥, 함께 달려온 단편 이야기

글 : 하예은, 한지나 / 사진 : 김동영, 이재원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성년이 되기까지 단편영화는 저마다의 힘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달려왔다. 그러한 노고에 대한 감사를 담아 ‘Outside The 20’에서는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되지 않았으나 우수성을 인정받은 단편영화를 선정하여 GV를 진행하였다. <모빌>의 임필성 감독, <십우도 #4 득우, 두 모과>의 이지상 감독, <병구>의 형슬우 감독, <능력소녀>의 김수영 감독이 자리를 빛내주었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지난 영화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6월 25일 오후 2시, 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첫 GV 현장에 함께해보자.

 

 

 

M: 그럼 바로 감독님들 목소리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임필성 감독님부터 관객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영화제 참석 소감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필성 감독: 안녕하세요. <모빌>을 연출한 임필성이라고 하고요. 18년 전에 찍은 영화인데 지금 박해일 씨가 40대가 되었어요. 영화에서 20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신선했습니다. 저는 미쟝센 단편 영화제에 출품한 적은 없고 심사위원을 몇 번 했었고요. 당시 나홍진 감독의 <완벽한 도미요리>를 심사했었는데 좋은 후배 감독, 동료 감독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뜻깊은 상영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지상 감독: 네, 저는 <십우도 #4 득우, 두 모과>의 감독 이지상입니다. 영화 속 장소가 제가 살던 곳인데 2007년에 만든 영화입니다. 지금은 제주에서 살고 있는데 영화에 나오는 대로 제가 살았었고 제 삶이 그랬기에 저런 영화가 나온 것 같습니다.

 

형슬우 감독: 안녕하세요. 저는 <병구> 연출한 형슬우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들고 미쟝센에 가고 싶다 가고 싶다 했는데 그때 떨어지고 이런 좋은 기회에 다시 한번 상영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수영 감독: 안녕하세요. <능력소녀> 감독 김수영입니다. 저도 미쟝센에 내서 기대했지만 떨어져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4,5년 된 일인데요. <능력소녀>가 그 이후에 해외영화제도 가고 나름 잘 알려진 것 같아요. 미쟝센에서 다시 불러주셔서 마지막 마무리가 뜻깊고 저로서는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빌> 임필성 감독

 

M: 감독님 <남극일기> 장편 데뷔작이 2004년 작품이고 <모빌>이 2003년 작으로 기록이 되어있어요. 장편 준비하기 직전 연출작같은데 어떤 계기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작품을 연출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임필성 감독: 자막에도 나오는데 세네프 영화제(SeNef)에서 단편영화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당시 2002년에 단편을 찍은 지 오래되기도 했고 장편 준비가 오래 걸려 짧은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또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저희 동네에서 일어났던 일인데 명문대생이 부모님을 살해해서 시체를 지하철역마다 버리고 다닌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압축해서 청년의 심리를 따라가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마침 박해일 씨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주어서 힘들었지만 재미있게 찍었던 작품입니다.

 

M: 사실 영화에 살인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잖아요. 굉장히 함축적이고 생략된 것이 많은 이야기여서 디테일한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영화에는 다 보여주지 않았지만 어떤 설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임필성 감독: 상업 영화를 만들거나 얼마 전에도 OTT 드라마를 찍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강박이 생기는데요. 여기서는 힌트만 주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분들이 해석해주길 원했던 거죠. 내용 보시면 쉽게 이해될 수도 있고 난해할 수도 있는데 부모를 살해한 20대 초반 아이의 죄의식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판타지와 섞어서 하고 싶었고 죽인 부모들이 요들송을 만들고 이상한 광기를 보여주는 것에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M: 미쟝센 단편 영화제이기도 하니까 감독님께 특별히 여쭤보고 싶은 것은 감독님 필모그래피가 장편과 단편을 같이 하고 계신 점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감독님은 두 작업에 대해 어떤 차이를 느끼시는지 또는 단편 영화의 매력이라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임필성 감독: 단편은 대부분 참견받지 않고 찍었던 것 같고요. 예산이 커질수록 많은 협의와 조정의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상하게 자유로운 작업을 하면 상대적으로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 그 점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작품을 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십우도 #4 득우, 두 모과> 이지상 감독

 

M: 십우도를 보고 무슨 질문을 드려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십우도라는 테마 자체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어요.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인 것 같은데 왜 처음에 십우도라는 개념에 흥미를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지상 감독: 철학적이라기보다 종교적일 수 있다. <십계>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 <십계>를 잘 봤어요. 제가 한때 기독교인이었고 신학을 공부해서 그 영화를 아주 잘 봤습니다. 이후에 제 삶 자체가 불교적인 것이 있었고 또 영화쟁이로서 <십계>를 보고 ‘그럼 불교에 십우도가 있는데 내가 만들어봐야겠다’하고 만들게 되었어요. 도시에서는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2003년에 도시를 버리고 경상북도 문경으로 가서 살게 되었는데 십우도가 나오더라고요. 1편부터 4편까지 만들고 더 이상 만들 수가 없었는데 제 삶 자체가 십우도를 만들기에는 차분해지지 않았고 제 마음 속의 분노가 있어 십우도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지금은 좀 차분해져 다음 것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십우도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이 세계는 어떻게 나가야 할까’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 십우도인 것 같아요. 그걸 영화적 표현으로 던지고 싶었습니다.

 

M: 간단하게 드리고 싶은 질문이 영화 속에서 모과를 선택하셨어요. ‘모과에는 어떤 향기가 났었지’ 하며 영화 안에서 향기를 상상하게 되기도 하고 모과라는 사물 자체가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왜 모과를 끌어오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지상 감독: 모과는 실화예요. 저희 집 앞에 모과나무가 있었고 모과는 방에 두면 향이 참 좋잖아요. 하나는 제 방에 뒀고 하나는 여자친구가 사는 서울에 뒀는데 시골 산속 제 방에 있는 모과는 한 달, 두 달이 가도 그대로더라고요. 그런데 제 여자친구 집에 있는 것은 일주일이 지나더니 썩기 시작해 나중에는 다 썩었어요. 그걸 보며 제가 느낀 것을 <십우도 #4 득우, 두 모과>로 옮겼어요. 거기에 빨간색이 나오는데 제가 색을 배치하면서 나름대로 단순한 배치에서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모과는 실화이고 그것을 십우도로 잡아 끌어 표현한 거죠.

 

M: 작업 과정에 대해 간단하게 하나 더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이 작품은 픽션 같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에세이 필름으로 볼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제작과정에 있어 시나리오나 콘티를 미리 짜놓고 작업을 하신 건지 일단 찍어놓은 상태에서 편집실에서 작업을 하신 건지 궁급합니다.

 

이지상 감독: 반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과가 제게 주는 느낌이 있었고 썩은 사과를 살리고 싶어 그것이 빨간색으로 표현이 되었고요. 작업 과정은 제가 혼자 다 한 거죠. 십우도 3편은 티벳가서 찍었는데 그것은 환경영화제의 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1, 2, 4편은 제가 가진 카메라로 후반 작업도 없이 혼자 다 찍었습니다. 제 삶을 표현하는 것이니 어렵지는 않았는데 편집이 제일 어려웠죠. 지금 제주에서는 너무 찍은 게 많아서 편집이 어려워 손을 못 대겠더라고요. 옛날 같았으면 열정이 있어 했을 텐데 지금은 열정이 조금 가라앉아 예전처럼 달라붙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도시에 있을 때는 영화가 전부였는데 내려가니 영화가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삶 자체가 있고, 사는 것이 더 다가오는 것이 있어 영화가 약간 뒤로 밀렸다고 할까요. 그래도 계속 찍고는 있는데 편집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병구> 형슬우 감독

 

M: <병구> 연출하신 형슬우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재미있게 잘 봤어요. 저는 병구가 너무 싫었거든요. 가까이하기 싫은 캐릭터인데 이상하게 영화는 싫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차이가 뭘까 이런 차이가 왜 생기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병구의 하한선을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더 나빠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지 않았잖아요.

 

형슬우 감독: 기획할 때 돈이 없다 보니 원룸에서 카메라가 나가지 않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기획을 했거든요. 날 서 있는 여자 아이 집에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귀여운 침입자 정도로 컨셉을 잡았거든요. 침입자긴 침입자인데 밉지는 않고 뒤돌아봤을 때 그날의 기억이 웃음이 날 수 있는 정도로 컨셉을 잡고 가다 보니 저도 병구가 싫지만 그렇게까지 밉지는 않은 캐릭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M: 서현우 배우님과 어떤 협업을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소한 디테일이 많았는데 시나리오 단계에서 정하신 건지 현장에서 함께 정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형슬우 감독: 대본 쓰고 배우님한테 드리고 방 안에서 저희끼리 동선을 체크하는데 현우 형님께서 제가 말하는 걸 보더니 ‘병구는 너처럼 하면 되는 거야?’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일동 웃음) 그건 아니지만 알아서 잘해주세요 하고 현장에 갔는데 가방 디테일은 제가 이야기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해주시더라고요. 후드티를 빼는 것도 저는 카메라가 안에 있으니까 전화로 지시를 하는데 현우 형이 알아서 하시고 찍다 보니 웃겨서 편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거의 애드립없이 대본대로 갔는데 사소한 걸 혼자 만들어서 하시더라고요.

 

M: 간단한 묘사만 나오는데 OT, MT 그리고 취직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최소 4년 이상 서로 알고 지낸 듯합니다. 영화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두 인물 간의 설정이 있다면 짧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형슬우 감독: 병구는 민지를 좋아했던 것 같고 민지는 전혀 신경 안 쓰고 있는 인물 같고요. 두 인물이 원룸 안이지만 이 친구들의 과거랑 현재는 지금 보이는 것이고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게 어떨까 하고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능력소녀> 김수영 감독

 

M: <능력소녀> 연출하신 김수영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영화 너무 무섭고 저는 오늘 스크린에서 보지는 않았는데 벌레 나오는 장면에서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초현실적인 진행으로 흘러가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장면들의 에너지를 느끼는 쪽으로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이 영화를 시작할 때 어떤 이미지 혹은 어떤 키워드에서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수영 감독: 맨 처음에 생각한 아이디어는 나한테 어떤 능력이 갑툭튀하면 어떨까 이런 아이디어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능력이 잠재되어있는 사소한 능력이 제어할 수 없이 마구 증폭되고 그런 응축된 에너지가 폭발하는 영화를 공포장르로 여고 안에서 다크하게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M: 미나가 영어 단어를 외울 때 ‘Ability’를 쓰고 ‘Talent’ 쓰다가 나중에 ‘Contact’라는 단어를 쓰더라고요. 앞 두 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데 ’Contact‘라는 단어는 그냥 넣으신 건 아닌듯한데 어떻게 이 단어를 넣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김수영 감독: 촬영 전에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Ability‘와 ‘Talent’는 능력을 뜻하는 것인데 ‘Contact’는 그런 능력을 가진 두 소녀의 연결이고 두 소녀가 각자 자기 세계에 고립된 섬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묘한 연결이나 초현실적 연결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심오한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M: 오늘 상영된 네 편의 영화 중 가장 특수효과가 많이 사용된 작품이 아닐까 싶은데 벌레도 나오고 눈이 붉어지는 것도 나오고 이건 CG는 아닌 것 같은데 손과 팔을 실로 연결하는 장면도 나왔고요. 어떤 끔찍한 느낌을 주고 싶으셨는지 또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더 나가고 싶은데 못 나가신 부분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김수영 감독: 그로테스크하고 피칠갑하는 고어한 걸 하고 싶었는데 피가 모자랐어요. (웃음) 현장에서 피를 더 뿌리고 싶은데 분장 감독님께서 피가 돈이 많이 든다고 하셔서 아쉬운 기억이 있습니다. 피를 제 마음껏 쓰지 못한 것에 아쉬운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관객의 질문은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QR 코드로 입장한 오픈채팅방을 통해 감독에게 전달되었다.

 

M: 형슬우 감독님께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서현우 배우와 공민정 배우의 캐스팅 계기가 궁금합니다.

 

형슬우 감독: 민정 배우와 다른 배우와 기획을 하다가 아이디어들이 나왔는데요. 남자 배우가 병구를 하기에는 너무 괜찮아서 너는 아닌 것 같다 하고서 서 배우가 만장일치로 생각이 나 연락을 드렸습니다. 마침 <그놈이다>라는 영화 때문에 살을 20kg 찌운 상태에 이발도 바보처럼 한 상태여서 최적화된 딱 좋은 상황이었고 흔쾌히 하겠다고 해주셔서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M: 김수영 감독님께 캐스팅에 관련된 질문이 들어왔는데요. 김시운 배우가 담임선생님 역에 정말 잘 어울렸는데요. 혹시 김시운 배우를 염두에 둔 배역이었는지 여쭤보셨습니다.

 

김수영 감독: 김시운 배우와 그 전 작품에서 한 번 같이 작업을 했어서 쉽게 연락할 수 있었고 카리스마 있는 차가운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바로 연락드렸고 흔쾌히 응해주셔서 하게 되었습니다.

 

M: 감독님께 질문이 하나 더 들어왔는데요. 입을 꿰매는 장면에 대한 질문입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표현된 건가요’라고 질문 주셨습니다.

 

김수영 감독: 그렇죠. 선생님이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는 말을 두 번 하는데 첫 번째는 긍정적인 뜻으로 ‘너도 굼벵이지만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거다’라고 이야기를 했고 두 번째는 멸시와 모멸의 의미로 썼죠. 그게 주인공에게는 모멸감으로 다가왔고 선생님이 말할 때 입이 강조되잖아요. 그래서 그 입을 꿰매버리는 거죠.

 

M: 임필성 감독님께도 캐스팅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윤진서 배우, 박해일 배우, 윤제문 배우 등 쟁쟁한 배우분들이 출연해주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참여하셨는지 여쭤보시네요.

 

임필성 감독: 박해일 씨는 그때 <살인의 추억>을 찍은 직후인 것 같은데 연극 때부터 좋아하던 배우여서 혹시 단편에 출연할 생각이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재밌어하며 참여해줬고 윤제문 배우님도 <남극일기>를 하기로 했던 상태여서 박해일 배우와 같은 극단에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하게 되었어요. 윤진서 배우 같은 경우는 <올드보이>를 찍기 전인데 제가 장편 준비하던 회사에서 신인배우를 추천해주어서 같이 하게 되었어요. 훨씬 유명해지기 전에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작업한 경우가 많았었죠.

 

M: 임필성 감독님께 질문이 하나 더 들어왔습니다. 죽은 부모가 후반에 나타나 광대처럼 요들송을 부르는데 이때 촬영방식이나 립싱크가 고전영화의 느낌이 드는데 모티브로 삼은 영화가 있는지 질문하셨습니다.

 

임필성 감독: 그때 당시 모티브가 있던 것 같지는 않고요. 죄책감이 심해졌을 때 미쳤다고 생각하면 그 안에서 자기를 합리화할 텐데 그랬을 때 제일 이상한 상상이 뭘까 하다가 요들송을 들으면 스위스 사람들이 양을 치면서 이상한 약을 먹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너무 반복적이고 중독적인 멜로디잖아요.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 노래를 당시에 샘플을 만들어서 찍기 전에 미리 생각했었고 찍을 때는 평범한 느낌이 아니라 악몽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당시 제작비가 부족해서 어안렌즈를 빌려야 했는데 빌릴 수 없어서 이 근처에서 특수거울을 사서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M: 이지상 감독님께 질문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비석이 특이했습니다. 세로로 나오는 비석이 있고 그 위에 돌이 올라가 있고 그 위에 새로 비석이 하나 더 올라가 있는데요. 실제로 있는 것을 촬영하신 건지 감독님이 만드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지상 감독: 방은 제가 사는 방이고 대나무 필통, 몽당연필, 항아리 다 있는 것인데 있는 그대로 찍은 것도 있지만 영화적 표현을 위해 배치를 달리했죠. 제가 당시에 6개월간을 가스레인지 없이 나무 불을 떼서 먹고살았는데 그곳에서 알게 된 어떤 젊은 친구가 가스레인지를 들고 올라오더라고요. 그때부터 가스레인지를 사용했는데 문명을 거부하고 싶었죠. 영화에서도 문명적인 것을 치웠죠. 시골에 있는 문명적인 것을 치워서 그런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죠.

 

M: 감독님 방금 말씀하신 것과 이어지는 질문 같은데요. ‘혹시 영화의 소재를 일상적인 삶에서 가져오시나요’ 라고 질문 주셨습니다.

 

이지상 감독: 십우도 3편은 티벳에서 순례하는 것을 찍어 에베레스트산도 나오는데 그것만 제가 사는 곳을 떠나서 순례하는 것을 찍었고 나머지 1, 2, 4편은 제가 사는 곳에서 찍었습니다. 제 삶이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죠. 그러면서 십우도와 연결되는 영화적 표현을 하기 위해 애를 쓴 거죠.

 

M: 끝날 때가 되니 질이 쏟아지는데요. 김수영 감독님께 간단한 질문 두 개 드리겠습니다. 하나는 혹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팬이신지 물어보셨고요.

 

김수영 감독: 네. 굉장한 팬입니다

 

M: 그리고 이유미 배우가 최근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캐스팅하신 계기가 무엇인지 질문 주셨습니다.

김수영 감독: 이유미 배우가 주인공인 것은 얼굴이 묘하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스마트 검색이라는 게 있어요. 몇 년생 여자배우 이렇게 검색하면 얼굴이 쫙 나와요. 이제 저는 얼굴을 보고 후보를 추린 다음에 묘한 얼굴의 느낌을 찾았죠. 이유미 배우에게 연락해서 미팅을 했는데 그 배우가 이런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야기가 잘 통했고 이 역할은 자기 역할이라고 어필을 했어요. 저도 그날 이 배우가 맞다싶어서 생각해 바로 결정했죠.

 

M: 하나만 더 질문드리고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임필성 감독님께 <모빌> 제목의 뜻이 무엇인지 왜 모빌인지 물어보는 분이 계십니다.

 

임필성 감독: <모빌>은 그 당시에 원래 제목은 자장가라고 하려 했는데 너무 구구절절한 느낌이 들어서 계속 모토로라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잖아요. 그것의 모빌이고 또 한 가지는 시체를 버리러 다니면서 끊임없이 움직이잖아요. 지하철 1호선부터 7호선까지 다니는 그 움직임을 생각했던 것 같고 중간에 잠깐 어렸을 때 요람에서는 부모에게 철저히 의지했을 거잖아요. 아기일 때 모빌을 달아놓고 소리를 들려주고 그러잖아요. 그런 여러 가지 의미를 담으면서도 단순한 제목으로 하고 싶었죠.

 

M: 2003년 작품부터 2017년 작품까지 같이 묶어서 볼 기회가 많지 않을 텐데 함께 볼 수 있어서 뜻깊은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오늘 자리는 여기에서 마무리해야할 것 같고요. 감독님들 마지막 인사 부탁드립니다. 못다 하신 이야기나 요즘 작업에 관한 이야기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임필성 감독: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고 예전에 좋았던 작품 저도 오랜만에 보고 느끼는 게 신선했고요. 저는 최근에 김지운 감독님과 OTT 시리즈를 하나 찍었는데 아마 가을쯤에 보게 되실 것 같아요. 제가 전체적으로 연출 한 것은 아니고 특정한 에피소드를 찍었는데 SF스릴러입니다. 가제가 <Dr.브레인>이라고 아마 기사로 보신 분도 계실 텐데 잘 부탁드립니다.

 

이지상 감독: 저도 영화한지 오래됐는데 계속 혼자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2015년 <광주전투>를 찍었는데 그때 프로듀서가 영화 작업을 같이하고 술친구를 하며 친하게 지내는데요. 그 프로듀서가 작년 <광주전투>를 5·18 특별상영을 함께 했는데 술을 마시다 갑자기 저에게 ‘감독님 동학하세요.’라고 해서 술자리에서 맥락과 맞지 않게 그래서 신탁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최제우나 최시형 그분들에게 들어가 그분들과 함께 동학을 한 분들의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서의 툭 던진 말에 지금은 동학을 준비 중인데 계속 혼자 만들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동학을 계속 공부하고 준비 하고 있습니다.

 

형슬우 감독: 저는 8월 중순에 촬영을 계획 하고 있는 영화가 있고 미쟝센 나머지 일정도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수영 감독: 오늘 와주시고 봐주셔서 끝까지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능력소녀>가 4,5년 됐는데 이 자리에서 그동안의 여정이 마무리가 되는 기분이어서 뿌듯하고 좋습니다. 조금 더 사운드가 잘 구현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는데 장르적이고 공포 적이고 강한 표현이 많다 보니 아쉬움이 남는데요. 혹시 더 보고 싶은 분들은 유튜브에 <Super Power Girl>이라고 치면 ‘ALTER’라는 미국 공포 장르 채널에 나옵니다. 사운드를 이어폰을 꽂거나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실 원래 장편으로 준비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상 난관이 있었고 지금은 장편 블랙코미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극장에서 만나 뵙길 바랍니다.

 

 

 

GV가 종료된 후 사진 요청에 흔쾌히 응하는 감독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단편영화를 향한 애정이 만들어 준 자리인 만큼 극장 안은 훈훈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이전까지의 단편영화의 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함께 나아갈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