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05

그렇게 단편영화가 된다, 세밀하고 유쾌한 제작 비하인드

글 : 한지나, 남다현 / 사진 : 김정은, 이재원

역대 GV 중 가장 길고 가장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6월 28일 마지막 상영. 백령도의 탈영사고로 인간과 사회를 보여준 <십분간 휴식>의 이성태 감독과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소재로 유쾌한 이야기를 그려낸 <쌍둥이들>의 문제용 감독이 세세한 비하인드를 밝혔다. 다채로운 질문에 어느 때보다도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그럼 예리함으로 감독들을 놀라게 한 관객들의 질문을 살펴보자.

 

M: 오늘 GV는 거리두기를 위해 오픈채팅방으로 진행됩니다. 관객분들이 질문 준비하시는 동안 문제용 감독님, 이성태 감독님 두 분 소감하고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문제용 감독: 안녕하세요. <쌍둥이들>을 14년 전에 만들었던 문제용이라고 합니다. 사실 오래전이고 기억도 희미하긴 한데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항상 가슴 속에 영화 시작하고 공부할 때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고요. <쌍둥이들>은 이후 일을 하며 이 작품의 덕을 크게 봐서 오랜만에 상영한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에 왔습니다.

 

이성태 감독: 안녕하세요. <십분간 휴식> 연출한 이성태입니다. 문제용 감독하고 같은 해에 상영했던 작품이고요. 참 오래된 거 같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극장가기도 힘들고 귀가하기 바쁜 늦은 시간에 극장에서 이 오래된 영화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M: 제가 먼저 간단하고 편안한 질문부터 해보겠습니다.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 답변 부탁드려요.

문제용 감독: 질문 받고 고민을 했는데 금방 기억이 났어요. 그때 사귀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네가 싫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거 같아요. 저는 이유를 자꾸 알아내려고 하고 논리적인 대답을 듣고 싶었는데 여자친구의 답은 논리적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대화가 안 되고 답이 안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러다가 전화가 왔어요. 그게 여자친구였는데 여자친구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해서 그게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어요. 사랑한다고 했었는데 목소리도 못 알아듣는구나 하는 충격이요. 그럼 내가 사랑한 게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경험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하루 만에 썼고요. 그래서 찍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많이 사랑 받을 줄은 몰랐어요. 학교에서도 내부 편집 시사를 했는데 교수님도 반응이 안 좋아서 망했구나 했는데 최종 본을 틀었을 때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월이 흘러 이 자리에 앉아있게 됐네요.

이성태 감독: 남자들은 다 군대 갔다 오니까 저게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고 꼭 군대를 안 가도 여자분들도 흔하게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이야기 자체를 고려해서 구상한 건 아니었고 군대라는 모습이 사회를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군대 뿐 아니라 사회의 모습도 지금의 세상과는 많이 변화한 것 같아요. 지금 정말 바람직한 방향으로 세상도 많이 바뀌고 권위와 권력, 사회를 억누르는 것들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지금은 문제 상황에 대해 분노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요. 제가 20대를 같이 보냈던 사람들은 지금의 20대의 모습에 당혹스러운 것도 있을 거 같아요. 조직 안에서 다른 사고를 하지 못하게 훈련된 사람들은 당혹스러울 거라 짐작이 되는데요. 14년 전에 제가 20대였을 때 세상이 답답했어요. 그렇지만 우리 20대는 발언권이 있던 세상은 아니고 군대도 원래 그런 것이고 학교도 원래 그런 것이라고 했고요. 그 모습에 부당함과 불만을 느껴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상징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군대였던 것 같고요. 군대 다시 가는 꿈 한창 꿀 때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M: 엔딩 크레딧 스페셜 땡스투에 이창동 감독님이 나오는데 어떤 도움을 받은 건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이성태 감독: 당시에 학교 선생님이셨어요. 사실 큰 도움을 받은 건 아니고요. (웃음) 시나리오 보여드렸더니 이거 왜 찍으려고 그러냐고 하셔서 솔직한 이야기 말씀드렸더니 그럼 사람들은 이걸 왜 봐야 하냐고 그러시더라고요. 왜 봐야 하냐가 무슨 질문이지 해서 항상 그게 지금까지도 영화를 창작하는 데 있어 질문인 거 같아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욕망에 의해서 창작이 이뤄질 수 있는데 이것을 왜 사람들이 봐야 하느냐까지 고민을 하는 것이 어려워요. 당시에는 학생으로서 숙제에 불과한 거죠. 그 작품을 남들은 왜 봐야 하냐는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이었고 계속해서 고민하게 해주는 질문입니다.

 

 

 

M: <쌍둥이들>에서 남자친구의 카드를 뺏는 설정의 의도와 쌍둥이 집의 내부 인테리어 컨셉과 의도에 대해 질문 주셨습니다.

 

문제용 감독: 일단 인테리어 먼저 말씀드리면 단편영화니까 돈이 없었고 장소를 많이 움직이면 차도 없어서 카메라와 장비를 옮기는 게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한 장소에서 찍을 영화를 구성하다 보니까 답답한 거예요. 그래서 미장센을 이용해 공감각을 주고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색감을 많이 썼고요. 그때 당시에 <아멜리에>나 왕가위 감독님의 영화처럼 스타일리쉬한 영화가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영향을 받았던 것 같고요. 그 당시에는 나름 파격적이었어요. 단편영화에서 학생들이 그런 걸 하지 않았고 이게 맞나 이상한가 현실감이 없지 않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표현주의적인 접근 방법이죠. 그런 것들이 들어가면 상징이 되는 거 같아요. 카드 같은 경우 남자는 가정을 책임지려고 해서 돈 이야기로 어필하는 거 같고 여자는 감정에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카드 때문에 시작해서 감정으로 끝나는 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M: 이성태 감독님께 마지막 추락하는 장면을 어떻게 찍으셨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입니다.

 

이성태 감독: 문제용 감독님이랑 저랑 이 단편영화를 찍을 시점이 거의 필름영화 마지막이었을 거예요. 우리가 2006년에 촬영을 했는데 그때가 지금까지 통틀어서 한국영화 가장 전성기였던 것 같아요. 정말 전성기였고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그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진 거라고 생각하는데 단기간 안에 필름에서 디지털로 전환이 됐어요. 지금 관객 분들을 보니 다 젊으신 거 같아요. 필름영화 제작환경을 구경하지 못한 분들이 많을 거 같은데 지금과 달리 필름은 제작이 어렵고 디지털만큼 간편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추락하는 것은 더미라고 사람모형을 떠서 인형을 만들었죠. 군복으로 가리고 멀리서 찍었기 때문에 더미를 들킬 일은 없는데도 사람 골격대로 만들고 관절은 청테이프로 붙였어요. 머리는 저렴한 가격으로 미용샵에서 샀던 것 같아요. 그리고서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는지 추락 실험을 해봤어요. 그때 스태프들 말로는 제가 그 더미랑 같은 방을 썼는데 자면서도 그걸 끌어안고서 ‘잘 떨어져야 해.’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장소는 실제 백령도는 아니고 고창 일대에서 4박 5일 동안 찍은 건데 스태프와 배우가 함께 숙박하면서 찍었죠.

 

 

 

M: 또 하늘을 바라볼 때 자유를 느끼시는지 바다를 바라볼 때 자유를 느끼시는지 물으시며 영화 중간 중간 하늘과 바다 인서트가 많이 들어가는데 그 의미가 궁금하다고 하셨어요.

 

이성태 감독: 인서트는 저도 생각을 못 해봤는데 제가 그리는 자유에 대한 이미지가 하늘일까 바다일까 질문 자체가 멋있는 질문 같아요. 저 영화에서는 그걸 제가 생각하는 자유의 이미지로 쓴 건 아니고 망망대해의 섬에서 바다와 하늘은 자유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감옥이었던 것 같아요. 하늘을 담은 모습도 예쁘게 찍으려 노력하지 않았고 다 공포스럽게 담으려 했던 거 같고 그 자체가 역으로 자유로 상징화될 수는 있을 거 같아요.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군인 세네 명이 보여주는 미니멀한 인간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M: 문제용 감독님께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계속해서 떠본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과 과연 이 두 사람은 재회를 할 것 인가하는 질문을 주셨어요.

 

문제용 감독: 일단 이 영화 자체가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준 마지막 기회였어요. 여자는 남자를 많이 사랑하는데 자기를 몰라주고 함께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 기회를 줬는데 결국 마지막에 카드를 돌려준 건 그걸 통과하지 못한 거죠. 그래서 둘은 아마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찍었고요. 아이디어들이 작품을 맨 처음에 썼을 때 모니터링을 돌렸는데 제 주변에 영화하시는 감독님들이 시나리오 모니터링은 안 하고 자기 연애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웃음) 롯데월드에서 헤어지는 장면이 실화인데 제 이야기는 아니고 제 주변의 감독님이 자기가 롯데월드에서 싸우고 헤어져서 자기는 롯데월드가 싫다고 하셨어요. 제 주변에 재미있게 헤어진 에피소드가 많아서 그 이야기를 들으니 현실감이 들어간 것 같고 주변 많은 분이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M: 이어서 박혁권 배우의 캐스팅 비화와 제작비에 관한 질문 주셨어요.

 

문제용 감독: 혁권이 형은 지금은 유명해졌는데 이걸 찍을 때는 유명하지 않았어요. 이걸 찍고서 <하얀거탑>을 찍으러 갔거든요. <하얀거탑>이 잘돼서 쫑파티 계산도 해주셨어요. 다른 단편을 찍을 때 대학로에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소개를 받아서 처음 만났을 때 한석규처럼 될 거 같다고 하니까 제가 출연료를 안 줬는데도 출연했던 거 같아요. (웃음) 제작비는 그때 당시에 천만 원 정도 그때 학생이어서 돈도 없고 필름영화잖아요. 사실은 단편영화에서 돈이 많이 드는 게 반쯤은 밥과 소품이고 나머지 반이 필름이랑 현상 값이었어요. 필름 값을 댈 수 없었고 영화가 단편영화치고 길어서 필름을 많이 쓰는데 그때 영화사 자투리 필름이라는 게 있었어요. 필름이 1, 2분 남으면 쓰지 않고 빼서 그걸 모아놓거든요. 그 자투리 필름을 가져다 촬영한 거였어요. 자세히 보시면 컷마다 색감이 다 달라요. 그게 결과적으로는 묘한 느낌을 준 것 같아요.

 

 

M: 이성태 감독님께 영화의 엔딩에서 사고사로 희생자가 된 인물을 고르신 의도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어요.

 

이성태 감독: 원래 스토리텔링은 전역을 앞둔 사람이 잘못돼야 안타까움이 클 텐데 개인의 스토리보다 그 사회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 같고요. 영화에 나오는 어떤 사람도 악한 사람은 없어요. 백령도 섬까지 다 끌려 온 사람이고 인생에서 가장 꽃다운 나이를 의무로 온 거잖아요. 젊은 남자들을 한곳에 가두고 자유를 통제하니 그 안에서 각종 사고가 벌어지기도 하죠. 문제의 원인은 환경과 사회의 시스템이라고 말하고 싶었고 그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는 역학관계 인 거 같아요. 오늘 질문들이 상당히 훌륭합니다. 극적 스토리로 봤을 때는 내일모레 집에 갈 친구의 메인 플롯이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캐릭터 자체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봤던 거고요. 누구도 의도하거나 계획한 건 아닌데 개인의 사연이나 감정 자체에 집중한 건 아니고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 한 명을 대상으로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아요.

 

 

 

M: 문제용 감독님께 오지은 배우님 캐스팅 비화와 여자친구가 쌍둥이가 맞냐는 질문 주셨어요.

 

문제용 감독: 당연히 쌍둥이가 아니어야 영화가 말이 되죠. 진짜 쌍둥이면 언니가 정말 이상한 사람 아닐까요. (웃음) 저는 질문자가 남자분이라 믿고 싶고요. 오지은은 대학 후배인데 원래 다른 배우가 캐스팅됐었어요. 그때 오지은 배우는 영화감독 되고 싶다고 연출을 준비하고 있었고 졸업 작품을 준비 중이었는데요. 저는 워낙 어릴 때부터 후배로 보다 보니까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원래의 배우가 펑크를 내서 오지은 배우를 캐스팅하게 됐어요. 그때만 해도 오지은 배우는 연기도 연출에 도움이 되니까 하겠다고 했는데 그다음에 국내 여러 매니지먼트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잘 됐죠.

 

 

 

M: 마지막 질문으로 앞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나 활동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성태 감독: 작품 준비 중이었는데 차기작 준비 중에 극장이 올스탑이 돼서 안타까워요. 백신을 맞고 상황이 달라지면 극장 환경이 많이 좋아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좋아져도 투자의 성향이나 영화 시장 안에서 만들어지는 영화의 성격 자체가 변하겠다고 추측돼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용 감독: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갇힌 기간이 15년이잖아요. 저도 이 영화가 잘 되고 바로 상업영화로 투입돼서 금방 잘 될 거라 생각했는데 잘 안됐어요. 그 후에 계속 시나리오를 썼고 작년에 썼던 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도 받고 그랬어요. 영화는 못 만들었지만, 시나리오를 계속 쓰니 잘 쓴다고 해서 지금은 드라마를 하나 쓰고 있고요. 넷플릭스 용으로 준비 중인데 잘 되면 당분간 드라마 작가를 하고 이후에 다시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영화를 못 해서 드라마를 한다는 건 아니고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