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10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다고들 하잖아요. 저는 찍어서 보는 것만 못한 게 있다고 생각해요.

글 : 이현주 / 사진 : 홍서윤

누군가를 위한 개발이 누군가의 삶을 밀어내는 장면들이 있다. 제주 제2공항의 건설 예정지인 신산리와 난산리. 그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던 주인공 양수의 삶은 밀려났고, 양수는 제주를 떠나게 된다. 또 어떤 게 밀려날지 모른다. 신산과 난산의 풍경들, 작년에 봤던 새는 계속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떠나는 인물과 인물이 떠나야 하는 풍경들을 카메라는 뒤에서 잠잠히 바라본다. 그 시선을 만들어 낸 <작년에 봤던 새>의 조은진 촬영감독을 만나보았다.

Q. 영화에서 새 사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첫 장면부터 습지에서 새를 찍는 장면이 나오고, 양수 집 냉장고에도 새 사진이 여러 장 붙어있고, 양수가 떠나기 전 선재에게 새 사진을 주기도 하는데요. 새를 피사체로 찍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새들을 촬영할 때 신경 쓴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 속에 직접 찍은 새 사진이 있고, 얻어온 사진이 있는데요. 실제로 새를 찍은 건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늪지에서였어요. 그곳이 실제 철새 도래지거든요. 그래서 겨울에 진짜 철새가 많이 와요. 회차 중 하나를 할애해서 철새 사진을 찍으러 갔었고. 또 영화 초반에 찰칵찰칵 하며 사진을 찍는 장면 속 새들이 직접 찍은 새들이었는데요. 생각보다 그 장소에 새가 많지 않았어요. 진짜 발소리만 나도 도망가더라고요. 저희의 존재를 아는 것처럼. 그래서 진짜 조용히 가서 몰래 찍고, 카메라도 아무 말 없이 막 돌려서 찍었어요. 풀 촬영본은 진짜 정신없거든요. 그중에서 짧게 짧게 잘라서 썼는데요. 진짜 재밌었어요. 그렇게 많은 새를 한 번에 본 게 처음이어서. 그리고 제주 제2공항이 지어지면 그 늪지에 있는 새들이 비행기에 치여서 많이 죽을 거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화에 새를 넣기로 마음먹었고, 또 중요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Q. 영화 속 제주의 모습이 정적이고 고즈넉한 느낌이었습니다. 인물 또한 카메라가 거리를 두고 찍어서, 멀리서 차분히 지켜보는 듯했는데요. 촬영하실 때 이 영화를 어떻게 담아내고 싶으셨는지,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역동적인 느낌은 안 들어서, 제주도에서 촬영을 하면 좀 고요하게 찍어야겠다고 그냥 무작정 생각했었어요. 실제로 이 영화를 제주에 가서 찍게 됐고, 그때의 생각이 이어졌던 것 같아요. 어쨌든 정적으로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촬영 때가 19년도에 태풍 링링이 왔을 때여서 실제로 동네도 되게 조용하긴 했어요. 사실 의도한 고요함이 아니고 상황이 만들어 준 고요함이었습니다.
애초에 카메라 태도 자체는 좀 얌전히 지켜보자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카메라는 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었고요. 또 주제가 제주 제2공항이다 보니 제3자 입장에서 찍으려고 한 건 있는 것 같아요.

 

Q. 장면들이 흐리면서도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색보정이나 조명에서 어떤 점을 신경 쓰셨나요?
저는 찍을 때 그 공간에 없는 걸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는데요. 제주도 자체가 그냥 눈으로만 봐도 필터 씌운 것처럼 뽀얀 느낌이 들긴 해요. 제주도 바닷물 색이나 돌들이나. 그래서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조명을 치거나 이런 건 없었습니다. 애초에 카메라를 선택할 때도 어떤 색을 잘 받는지 조사해서 고르는 편인데요. 푸른색이 부드럽게 나오는 카메라를 찾다가 Sony FX7이라는 카메라를 고르게 됐습니다. 카메라가 그런 느낌을 증폭시킨 게 있지 않나 싶긴 해요. 색 보정할 때도 어둡게 하려고 일부러 노출을 많이 낮추긴 했어요. 조명은 많이 쓰지는 못했고. 조명을 비행기 태워서 가져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가지고. 제주에서 장비를 빌렸는데 조명을 쓰기도 그렇고 야외 전기도 없고 해서 해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Q. 인물들의 표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뒷모습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았습니다. 양수와 선재가 한라봉 산 이야기를 하며 걸어갈 때도 카메라는 멈춰 서서 둘을 멀리서 지켜보는데요. 뒷모습을 많이 촬영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되게 많이 들었던 얘기인데요. 연출한 이다영 친구도 그 얘기를 했었고요. 제가 옛날에 수업 들었던 박영준 교수님이라고 촬영감독님이 계신데, 그분이 하신 얘기가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다는 거예요.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표정을 말씀하신 것 같아요. 저도 그 이야기에 동의했고, 되게 인상 깊게 들었었는데요. 뒷모습 봤을 때, 직접 보지 않아도 보이는 표정이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이런 표정이야’라고 얼굴을 보여주기보다는 뒷모습 표정으로 보는 사람이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이런 걸 저 혼자 생각한 건 아니고 연출자랑 같이 얘기했을 때 이 장면에서 표정이 나오면 너무 강요하는 감정일 것 같다 싶으면 뒷모습을 찍어보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뒷모습을 많이 찍기도 하고.

 

어떤 영화는 너무 뒷모습만 찍어서 영화 시작하고 12분까지 뒷모습만 나온 적이 있어요. 찍으면서 ‘이거 근데 앞모습 없어도 되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게 되게 효과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던 영화가 있었는데요. 뒷모습을 선호하는 편인 것 같긴 해요. 맥락에서 느껴지는 표정이 있는데, 한 장면만 보면 모르지만, 앞뒤 컷이나 영화 흐름에 맡겨서 보면 뒷모습에서도 표정이 보이니까 그런 이유에서 뒷모습을 찍은 것 같아요.

 

그 ‘한라봉산’ 컷은 촬영 날 태풍이 왔었는데요. 바다를 배경으로 어떻게 찍을까 보다가 고개를 딱 돌렸는데 해가 딱 떠 있는 거예요. 한라산도 보이고. 날씨가 되게 좋아야만 보이는 거거든요 한라산이. 해가 엄청 멋있게 지고 있어 ‘이걸 여기서 시작해서 넓게 따라가면 해가 쫙 보이겠다.’ 싶어서 개인의 사심으로 찍은 컷이고요. 그때 날씨가 멋있었어요.

 

Q. 제주 풍경들이 꽤 길게 이어지는데요. 한치라면 파는 가게, 돌담길, 책 읽는 당나귀, 초등학교까지 차례로 나옵니다. 양수가 이제 떠나야 하는 공간이고, 제2공항이 들어서면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는 풍경들인데요. 이 풍경들을 카메라로 찍으시면서 어떤 감정이 드셨고 어떤 점을 중요시하셨나요?
마지막에 빈 공간들 나오는 거 말씀하시는 거 맞죠? 제가 촬영장에서 인서트 요정이라고. 인서트 찍는 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빈 공간이나 사물을 찍는 걸 진짜 좋아해서 누가 와서 데리고 가지 않으면 계속 여기저기 막 찍는데요. 영화 마지막에 공간들을 나열한 것도 그렇고, 연출하는 친구가 “너는 인서트를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찍는 것 같다”라고 얘기해주더라고요. ‘이거 찍어야지. 저거 찍어야지. 공간 비어있는 거 찍어야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고 사람 찍을 때랑 비슷하게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은 하는데요. 잘 됐는진 모르겠지만.

 

한편 영화에서 빈 공간이 나열되는 장면이 시작하면서 보는 사람이 ‘아, 내가 제3자구나.’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이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제3자였구나. 그리고 정적이고 멈춰있으니까 내가 어떻게 손댈 수 없는 문제라는 걸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장면 앞에는 그냥 인물들을 보면서 ‘내가 쟤였으면’하고 이입을 하며 봤으면 좋겠다 하면서 찍었고, 그 공간 장면이 딱 들어오면 보는 사람이 ‘아 그냥 내가 관람자였구나’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하면서 찍었어요. 그런 생각이 들면 좀 슬퍼지는 기분이 있잖아요. 제가 그랬어서 보실 때 그렇게 보시면 감사하지 않을까 하면서 찍었어요.

 

Q. 신산리와 난산리 곳곳을 촬영 다니셨는데, 현재 진행 중인 제주 제2공항 이야기를 실제 마을에서 찍다 보니 마을 주민분들과 마주할 일들이 꽤 있으셨을 것 같아요. 주민분들과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아, 진짜 많았는데요. 제2공항이 신산, 난산에 지어지다 보니까 마을 주민분들이 가장 많이 반대하세요. 그 마을 안에서도 찬반이 나뉘긴 하고요. 제 생각에 마을에 남아계신 분들의 경우 대부분 반대하셨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가 이런 영화를 찍고 있다. 제2공항이 지어져서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찍고 있다”라고 설명드리면 굉장히 좋아하시죠. 사람들이 그 영화를 많이 보게 해달라고 부탁하시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저희가 촬영하다 보면 장소 협조나 주민들의 양해를 구하기가 되게 힘들잖아요. 근데 이장님이 “용인대학교 영화과 학생들이 영화를 촬영하고 있으니 온 주민 여러분들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안내 방송을 3번이나 해주신 거예요. 촬영하려고 딱 장비 내렸다가 “어? 우리 얘기 아니야?” 이러면서.

 

그리고 되게 오래된 제주 전통 집, 그 안에 몇십 년 된 제주 전통 가구들이 있는 집을 빌려주시고 쓰라고 하셨어요. 그 집들이 이제 없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기도 했고. 먹을 것도 되게 많이 사주셨고요. 아! 이장님 목소리 출연해주셨어요. 난산리 이장님이셨는데, 양수가 주민센터 들어갔을 때 나오는 목소리가 실제 이장님 목소리였거든요. 저희를 특이해하시면서 되게 많이 도와주셨죠. 방송도 해주시고.
실제로 제2공항과 관련해서 마을에 현수막도 되게 많이 붙어있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따로 복사해 간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더니 좋아하셨어요. 좋은 일 한다. 그렇게 해주셨어요.

Q. 양수가 운영했던 가게, ‘책 읽는 당나귀’도 선재가 다녔던 초등학교도 굉장히 매력적인 공간이었는데요. 이런 장소들은 어떻게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연출자 다영 친구가 장애인인권영화제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요. 장애인인권영화제 관계자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제주에서 장애인을 위한 숙소를 운영하셨는데 그 옆에 있었던 카페가 ‘책 읽는 당나귀’로 나온 곳이에요. 실제 이름이 ‘책 읽는 당나귀’는 아니고 ‘삼달다방’이란 곳이었는데요. 그곳을 빌려주셨어요. 저희가 영화에 선재라는 청각장애가 있는 인물이 나온다고 말씀드렸더니 와서 찍을 마음 있으면 촬영하라고 하셔서, ‘책 읽는 당나귀’의 장소는 그렇게 정해졌고요.

 

처음에는 영화의 무대가 신산리와 난산리가 아니었거든요. 그러다 실제로 제2공항이 지어지는 동네가 있다더라 해서 가봤는데 딱 저희가 생각하던 제주 고유의 마을 같은 느낌이었어요. 관광지화 되지 않은 느낌. 신산리와 난산리를 저희가 차로 돌면서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찍었죠. 한치라면 가게도 사장님한테 저희 촬영해도 돼요? 물어봤더니 “응~와서 하고 가.” 하셔서 찍게 됐어요.

 

Q. 가게 주인분도 실제 주민이셨던 거죠?
네 할머님. 맞아요. 맞아요. “할머님 연기 좀 부탁드려요~”해서 섭외했고. 실제로 해안도로에 그런 가게들이 많았어요. 라면도 팔고 오징어도 널려 있고 해서 이런 게 또 제주의 매력인가? 싶었어요.
초등학교는 실제로 난산초등학교예요. 어린 주민이 많이 없어서 실제로 폐교가 됐고. 그냥 그런 초등학교가 있더라 해서 가봤는데 여기를 선재가 나온 초등학교로 하면 재밌겠다고 해서 시나리오 과정에서 장소를 끼고 있었고, 이장님한테 여쭤보면서 초등학교를 영화에 넣게 됐어요. 실제 가서 보면서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고른 것 같아요.

 

Q. 감독님께서 느끼신 촬영의 매력을 말씀해 주신다면?
음. 눈으로 보는 것만 못하다고 많이들 하잖아요. 아무리 사진을 예쁘게 찍어도 눈으로만 보는 것만 못하다고. 저는 찍어서 보는 것만 못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웃음) 그 이유가 뭔가 눈으로 어떤 풍경을 보면 이렇게 넓은 화면으로 보이는데 그걸 또 부분 부분 잘라서 봤을 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거든요. 인물도 카메라로 찍어야만 보이는 감정 같은 게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 찍는 게 재밌고, 일단 찍으면 화면 안에서 거짓말 못 하잖아요. 그런 걸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찍은 걸 보고 사람들이 좋아해 줄 때 제일 기뻐 가지고. 그런 거 있잖아요. 연출자가 시나리오 쓰면서 상상한 그림이 있을 텐데 그걸 잘 표현해줬다고 얘기를 들었을 때 재밌어서, 보람을 느껴서요. 그냥 딱 이 풍경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다는 게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런 매력입니다.

 

갑자기 나의 장래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었어요.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웃음) 생각해볼게요. 앞으로도. ‘앞으로 촬영의 매력을 많이 알아가고 싶어 하셨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셨고, 열심히 촬영을 하며 매력을 더욱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꼭 마지막에 달아 주시면. (웃음)

Q.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 남았는데요. 그전에 제가 한 질문 밖에서 촬영하시면서 관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있었을까요?
찍은 사람이다 보니까 내가 이만큼 마음을 담아서 찍었다는 걸 보는 사람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가도 이걸 되게 애써 찍었다는 걸 모르고 보는 게 더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이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그래도 단편영화를 사랑해주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서 항상 이렇게 작은 마음들을 봐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봐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제가 찍은 영화를 영화로 볼 수가 없더라고요. 이거 근데 저만 그런 건 아니고 저희 스텝들도 그렇고 심지어 연출자도 그렇고, 새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 영화를 한 번도 흘러가듯이 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외부의 분이 영화 어땠다고 얘기해주시면 너무 궁금한 거예요. 대체 이 영화를 영화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그거를 모른다는 게 너무 아쉬운데. 저는 이때 이걸 찍었지, 이때 뭐 걸렸지 이런 걸 생각 안 하고 볼 수가 없으니까 이 영화를 제대로 마음으로 느끼면서 본 적이 없어요. 너무 생각이 많아지고 이것저것 보이는 게 많아서. 그냥 보시는 분들이 아무 생각 없이 흘러가면서 보시는 게 너무 부럽고 그렇게 해주시는 게 고맙고 그렇습니다.

 

Q. 마지막으로 조은진 감독님께 단편영화란?
약간 ‘무엇’이다. 이렇게 하면 좋을까요? 단편영화? 음… 가끔 비싸고 좋은 물건보다 독립책방에서 파는 조그만 책처럼 작고 허술할 때 이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있잖아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저한테 단편영화란. 막 거창하진 않지만 그 안에 손때가 보여서. 저는 다른 감독님들 단편영화 보면서도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 영화를 찍었을지,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연출자랑 직접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는 영화잖아요, 단편영화가. 장편이 안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장편은 아무래도 호흡이 좀 길어서 주인공을 더 많이 생각하기 마련인데, 단편영화는 보고 ‘이걸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아 매력이 있어 좋아합니다. 저는 단편영화 제작 포맷이 되게 자유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단편영화란 자유로운 수영장이다. 우리 조그만 아기 영화인들의 수영장이다.

 

근데 저 단편영화 좋아해요.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관객을 생각하도록 만들기 쉽지 않으니까. 되게 짧은 영화들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런 기분이 들게 만들지? 싶은 영화들이 많이 있어요. 스토리텔링의 최강자들이 모인 곳이랄까? 저는 단편영화 진짜 많이 좋아해요.

 

맞아요. 그런 단편영화들을 더 많은 곳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래도 단편영화가 꽤 많이 보여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미쟝센단편영화제도 단편영화제로서 큰 장이고요. 그리고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섹션을 담는 방식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섹션 명도 센스 있게 느껴지고요. 단순히 영화 제목만 보고 골라야 하는 막연함이 없고 딱 절대악몽하면 그 안에 있는 영화들은 이런 느낌이겠다는 게 잡히니까. 어떤 걸 골라도 실패하지 않는 영화제라고 해야 하나? (웃음)

 

인물의 뒷모습, 제주의 풍경에서도 카메라는 표정을 포착해냈다. 눈이 아닌 카메라를 통했기에 우리는 그 표정들과 더욱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영화 밖 제3자이지만, 표정들과 마주하는 순간 그들의 이야기와 어떻게든 연결된다고, 영화엔 그런 힘이 있다고 믿는다. 주민분들이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해달라고 하신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작년에 봤던 새>의 돌담길, 한치라면 가게, 난산초등학교, 양수와 선재를 만났다면 영화 속 그들의 이야기와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제주에서 작년에 봤던 새를 계속해서 볼 수 있길, 조은진 감독의 카메라 속 표정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