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11

진정한 가족이란?

글 : 서연우 / 사진 : 홍서윤

혈연이 없이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친부와 계부 사이에서 심란한 사춘기를 보내는 딸이 엄마에게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 <엄마에게>. 자신의 뿌리에 대해 갈구하는 동시에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딸. 과연 혈연이라 하여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엄마와 딸, 각각의 고뇌를 안고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영화 <엄마에게>의 인물들을 만나보았다.


Q1. 오우리 감독의 ‘엄마에게’에 출연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이경민 배우: 저는 같은 학교 동기에요. 원래 우리언니(오우리감독님)랑 작품은 단막극 한 번 정도? 원래 완전 신입생때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동생 사이였는데 이 작품의 ‘하루’랑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걸 알고 그런 건지 저한테 얘기했어요. 오디션 보러 오라고. 오디션 붙고 나서 하는 얘기가 각본 쓰면서 너 생각했다고 얘기를 하더라구요.

 

송지욱 배우: 감독님이 경민 배우를 염두해두고 각본을 쓰신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이 배우(이경민 배우)랑 어울리는 엄마 역할을 뽑은 것 같아요. 좀 닮기도 했고. 그죠? 그리고 성격적으로도 엄마랑 딸이 잘 맞을 수 있는 배우를 아마 염두해 두고 오디션을 진행하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디션 통해서 하게 되었죠.

 

Q2. 어쩐지 연기에서 소울이 느껴지셨어요.
A. 이경민 배우: 영화를 찍으면서 중간에 (멘탈이) 무너졌었어요. 촬영 끝나고 시골 내려가서 언니(오우리감독님)랑 동침을 한 적이 있는데 서로가 (힘들었던 부분을) 이해를 하더라구요.
송지욱 배우: 그니까 무너졌다는 게 많이 힘들었다는 거지?
이경민 배우: 네네, 힘들어서 정신이랑 몸이랑 다 무너진 적이 있어요. 그래도 서로 의기투합해서 애정을 갖고 작품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Q3. 영화 각본을 보고나서 든 생각이 궁금하다.
A. 이경민 배우: 이미지적으로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이전에는 ‘하루’같은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해본 적이 없거든요.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많이 했어서. 그래서 이건(이 역할은) 안 되겠다 했는데 연락이 와 가지고 하게 됐죠… 하면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공감이 많이 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송지욱 배우: 저도 사실은 개인적으로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가족 이야기에 항상 캐스팅이 되더라구요. 제가 출연하는 대부분의 역할이 엄마 딸 역할이라든가, 다른 이성 간의 갈등이라든가 이런 거였어요. 그래서 이런 비슷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근데 각본을 딱 보니 전형적이지가 않더라구요. 이혼과 가정의 갈라짐을 다룬 이야기인데, 이제까지 많이 본 스토리라인이 아닌 이혼이나 가정에 대해서 되게 새로운, 좀 많이 현대적이다? 아니면 약간 서구적이다 라는 느낌도 들고.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이건 하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와 딸 관계도 좀 전형적이지 않고 생부를 만나는 거나 ‘빵식이’도 남자친구잖아요. 새 가정을 이루는 건데 거기서 벌어지는 일도 되게 전형적이지 않아서 그게 되게 좋았어요.
이경민 배우: 저는 뭔가 그게 새롭다 이렇게 못 느꼈어요. 저는 겪어봐서 그게 되게 당연하다고 다가왔어요.


Q4. ‘엄마에게‘에서와 비슷한 인물을 전에도 연기해보신 적이 있는지?
A. 송지욱 배우: 아니요. 없어요. 전에는 홀엄만데 애 키우기 힘들어서 울고, 애 아프고 이런 한국의 전형적인 고생하지만 애를 위해 희생하는 엄마. 그런 거를 많이 했는데. 아 근데 사실 하루 엄마도 희생은 희생인 것 같아요. 자식을 위해서. 근데 약간 살짝쿵 (한국에서는) 전형적이지 않은 느낌. 근데 이제는 (한국도) 좀 그러지 않을까? 이제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사회적으로 원하는 엄마의 모습이라든지,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엄마의 모습이라든지 저 자랄 때랑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걸 잘 반영해서 재밌는 작품이었어요.
이경민 배우: 저는 비교적 강한 역할만 해오다가 순수하고 고등학생이고. 아 저 이거(고등학생 역할) 때문에 너무 고생했어요.
송지욱 배우: 아니야. 경민 배우가 순수한 사람이야
이경민 배우: 저 완전 앞머리 자르고 살 빼고 술도 하나도 못 먹고 그렇게 지내서…
송지욱 배우: (이경민 배우가) 보시다시피 성숙한 이미지거든요. 앳되고 고등학생 같고 이런 이미지가 아니라서 본인도 프리 작업 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대학생이니까. 고등학생의 그런 아이같은 모습을 재현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근데 오히려 저는 성숙한 이미지여서 ‘하루’랑 잘 어울리는 게 하루가 애어른이잖아요. 애이지만 훨씬 더 어른으로서 엄마를 리드할 때도 있고 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전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Q5. ‘하연’과 ‘하루’의 관계가 정말 편해서 할 말 못할 말 다 하는 친구같은 관계처럼 보였다. 짧은 시간 안에 그렇게 각본 속의 인물이 되어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서로의 호흡에는 어려움이 없었는지?
A. 송지욱 배우: 단편은 프리 작업이 쉽지 않은 편인데, 저희는 그래도 단편치고는 많이 만나서 동선 리허설도 해보고 대사도 많이 나눠보고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더 할 수도 있었겠지만 단편치고는 많이 한 편이었고. 호흡 같은 면에서도 어색하지 않았고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경민 배우: 저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낯도 많이 가리고 겁도 많이 났어요. 하하. 근데 워낙 시원시원하게 알던 사이처럼 대해주셔서 너무 다행이었어요. 연기를 잘 하기 위해서 성격상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워낙 편하게 해주셔서 좋았어요. 되게 서로 연대한 것 같아요.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송지욱 배우: 그래서 저희는 다 같이 어울려서 남자 배우님들과도 친해졌고. 물론 감독님의 안목으로 뽑으셨겠지만 역할에 맞는 것도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좋은 분들을 캐스팅하셨어요. 다들 너무 배려심이 넘치는 분들만 있으셔 가지고. 한 마디로 착한 사람들만 모였던 것 같아요.
이경민 배우: 약간 재밌는 얘기를 하나 드리자면 친아빠 역할 했던 ‘기용’은 실제로 제 고등학교 입시 선생님이셨어요. 연기 가르쳐 주셨던. 학창시절 때 친구들이 너 정식쌤(장정식 배우)이랑 닮았다고. 딸 해라~ 이런 식으로 장난 치고는 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아빠와 딸로 나오게 돼서 신기했어요.
송지욱 배우: 확실히 미리 알던 사람하고 연기를 하면 편한 건 있는 것 같아요.
이경민 배우: 저는 좀 긴장됐어요. (연기를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이시다 보니까. 무서웠어요, 하하.

Q6. ‘빵식이’를 맡은 김연철 배우님과의 호흡이 되게 인상 깊었다.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떠했는지?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송지욱 배우: 사실 연철 배우랑은 제가 이전에 다른 작품에서 같이 했었어요. 만났던 배우라 사실 와서 어? 이렇게 된 거죠. 되게 반가웠어요. 연철 배우님 자체가 외모도 그렇지만 굉장히 유쾌하시고 굉장히 따뜻하시고 되게 속 깊고 그런 사람이에요. 사람 자체가. 그래서 같이 연기하게 돼서 너무 감사하고 좋았어요. 저도 애엄마고 다들 애아빠다 보니까 뭔가를 부가적으로 맞춰야지 이런 거 없이 그냥 말없이도 통하는 게 있었어요.

Q7. 영화에서 생략되어 다뤄지지 않은 장면들이 있었다. 마지막에 ‘하루’가 돌아와 보니 방이 어지럽혀져 있고 ‘하연’이 집을 나가 있었는데 그 경위가 생략이 되었다. 돌아와 보니 ‘영식’의 등에 상처가 나 있었는데 ‘하연’이 ‘영식’과 싸우고 나간 것인가요? 어떤 숨은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송지욱 배우: 아 그렇게도 비칠 수 있겠네요.
이경민 배우: 그 상처는 밖에 나가서 다른 여자들이랑 놀다가 생긴 상처예요.
송지욱 배우: ‘빵식이’는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희가 사전 작업 때 사실 그 ‘빵식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제일 많이 얘기했어요. 왜냐면 전형적인 폭력적이고 맨날 술만 마시고 유흥을 즐기는 딸한테도 폭력을 행사하고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거든요. ‘하루’가 자기 친 딸은 아니어도 ‘하루’를 자기 식대로 속 깊게 아끼잖아요. 그런 것들을 굉장히 많이 부각시키고 싶었어요. 근데 이게 장편이면 그런 것들을 담은 에피소드들을 더 많이 추가해서 저 인물(빵식이)이 진짜 친딸이 아님에도 정말 저렇게 인간적으로 대하는구나 이런 걸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싶더라구요. 첫 장면에서도 보면 ‘빵식이’한테 “또 여자 만나고 왔지!” 이러는데 또 하연은 그거에 대해 막 분노한다든가 하지 않잖아요. 사실 저도 그게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여쭈었더니 ‘빵식이’가 여자랑 놀았다는 게 소위 말하는 더티한 그런 게 아니다. 한 마디로 그냥 자유로운 영혼인 거죠. 외모도 반반하고 하니까 여자들이 자꾸 꼬이고 그런 것들이 너무 자연스러운 남자인 거에요. 그거를 또 ‘하연’은 이해를 해줘요. 그 사람의 자유를 어느 정도 존중해주는 거죠. 그게 ‘하연’식의 사랑인 건데 그게 제 캐릭터랑은 너무 달라서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그 방 어지럽혀진 장면도 ‘하연’이 뭘 찾거나 이러면서 어지럽혀진 거지 ‘빵식이’랑은 전혀 관계없는 씬이었어요. ‘빵식’은 전혀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고 만약에 싸웠다 해도 혼자 방에 들어가서 우울해할 사람이지 그렇게 ‘하연’이나 딸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전혀 아니에요. 짧기 때문에 그런 장면들이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도 있는 것 같아요.

 

Q8. 저도 마지막에 ‘하루’가 ‘빵식이’한테 화낼 때 그냥 듣고 울고만 있는 ‘빵식이’를 보고 그렇게 이해했어요.
A. 송지욱 배우: 맞아요. 어찌보면 여기서 가장 속 깊고 참고 있는 게 ‘빵식이’일 수도 있어요. ‘하루’가 심한 말도 되게 많이 하잖아요.
이경민 배우: 심한 말이 대본에 없는데 갑자기 더 심한 말을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하하
송지욱 배우: 그런데도 ‘빵식이’는 묵묵히 그거를 듣고 있다는 게. 그게 사실 계부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인간적으로 (그런 심한 말을) 들으면 화가 뻗칠 수 있는 거거든요. ‘빵식이’는 아마 ‘하루’가 아빠 없이 태어나고 아빠를 못 보고 자라고 생부를 만나고 오고 아빠가 아닌 자신이랑 가족을 이루면서 살고… 이런 거에 대해서 조금 더 어른이니까 속 깊게 이해하고 ‘하루’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Q9.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는데 자고 있는 ‘영식’에게 소주를 뿌리면서 오열을 하는 장면이었다. 각 장면을 찍을 당시에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A. 이경민 배우: 편집이 됐는데 원래는 우는 장면이 많았어요. 근데 리허설을 하고 카메라에 담아보니 감독님이 의도했던 대로 모습이 안 담기는 거에요. 순해 보일 줄 알았는데 카메라에서는 쎄보이고 그래서 감독님이 갑자기 모든 리허설했던 걸 다 엎고 현장에서 다시 하자고 하셨어요. 2회차까지 계속 그런 일이 있어서 멘탈이 나갔죠. 그래서 그냥 울기로 했던 거를 안 울고 가보자 했어요. 사실 ‘기용’이랑 둘이서 밥 먹는 씬에서도 우는 거였는데 안 우는 걸로 바꿨구요. 그래서 제가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우는 게 마지막에(소주 뿌리며 오열하는) 한 번 밖에 안 나와요. 근데 마지막 씬 촬영 때가 되니까 제가 기력을 탕진해버려서 눈물이 안 나는 거에요. 하루에 18시간씩 촬영하고 그랬으니까… 그 장면을 찍을 당시에 게다가 몸이 너무 아팠어서 정말 집에 가고 싶고 제 스스로가 답답하고 그랬었어요. 결국 짜내서 한 방울이 나왔는데 그러고 나서 눈물이 안 나와버려서 그 한 방울로 우는 척을 계속 했던 거에요. 그 딱 한 번 운 테이크가 영화에 나왔어요. 초반에 찍을 때는 눈물이 잘 나와서 이대로 가면 문제없겠다 했는데 이게 너무 딜레이가 되고 촬영이 힘들어지다 보니까 지치더라구요. 영혼이 없었어요.
송지욱 배우: 그런 장면을 감정씬이라고 하죠. 배우들은 그런 씬에서 물리적으로 눈물 방울을 흘리는 거를, 내가 얼마만큼 진실되게 울었나를 되게 신경쓰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런 장면에서 펑펑 운들 저는 그게 다 진실이 아니다 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경민 배우가) 지쳤다고 했는데 지친 모습이 오히려 더 리얼하게 그 장면과 어우러지지 않았나.
이경민 배우: 사실 저도 제가 우는 장면 보고 울었어요. 하하. 너무 서럽게 울어서 저도 보면서 울컥하더라구요.
송지욱 배우: 그래. 그 서러움이 전달되는 게 중요한 거지. 근데 배우들은 그런 거를 자꾸 신경쓰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물리적으로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렸나 이런 것을요. 그건 정말 부질없다고 생각해요.

 

Q10. 기력이 없으셨는데 그 정도 연기를 하셨다는 게 대단하다.
A. 이경민 배우: 왜냐하면요, 제가 못하면 거기 스텝들 다 지치고 아파하고 있는데… 그런 부담이 있는 것 같아요.
송지욱 배우: 있지 있지.

 

Q11. 가장 몰입해서 연기했던 씬이 있다면?
A. 이경민 배우: 저는 친 아빠가 “뭐하는 거야?” 라고 전화에 대고 얘기했던 장면에 가장 크게 몰입이 됐어요. 눈물이 날라 그러는데 이거는 눈물을 흘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눈물을 참았었죠.
송지욱 배우: 저는 초반에 ‘빵식이’가 딸이 먹고 싶다 해서 저녁에 술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오잖아요. 근데 거기서 이제 ‘하연’이 딸 ‘하루’와 사랑하는 남자인 동시에 계부인 ‘빵식’ 사이에서 중간 입장의 역할을 하는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고 몰입이 됐던 것 같아요. 사실 실제로도 엄마들이 딸과 남편 사이에서 눈치를 보게 되는 게 있거든요. 근데 하물며 ‘빵식’은 계부니까. 술 먹고 말 안 듣는 계부와 신경질 내는 딸 그 사이에서 천연덕스럽게 넘어가려고 하는 엄마 ‘하연’의 모습이 되게 인상깊었죠.

Q12.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송지욱 배우님이 연기하신 ‘하연’은 엄마이고 어른이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소녀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경민 배우님께서 연기하신 ‘하루’는 아직 고등학생 딸임에도 성숙해져버렸고, 하지만 성숙해져버린 이 상황이 싫어서 벗어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물을 어떻게 연기하고자 하셨는지 궁금하다.
A. 송지욱 배우: 극 중 설정이 엄마가 아이를 굉장히 일찍 낳은 거에요.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찍 아이를 가져서 미혼모 아닌 미혼모처럼 이제 아이를 가져서, 생부한테는 전혀 부담을 주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고 알리기만 하고 아이를 혼자 키운거죠. 어찌 보면 소녀 같지만 또 독립적인 여자라고 할 수 있어요. 남자한테 기대거나 뭘 받아 내려거나 그러지 않고 내 일은 내가 오로지 책임을 지거든요. 그런 면에서 ‘하연’이 멋있는 여자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보기에도 나이가 많이 차이는 안 나게 해서 엄마와 딸 같다기 보다는 오히려 친구 같기도 하면서도, 근데 또 엄마일 땐 엄마이고. 이런 것들을 감독님이 많이 주문하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사실은 생긴 게 순하고 동글동글하게 소녀처럼 생긴 편이 아니에요. 성격은 좀 그런 편이긴 하지만. 감독님이 의상이라든가 많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인도를 해 주셨던 것 같아요. ‘하연’은 누구한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캐릭터이라고. 기본적으로 굉장히 따뜻한 캐릭터고 누구한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부드럽고 포근한 모성애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강인함을 안에 감추고 겉으로는 약간 소녀 같은, 외유내강 스타일로 많이 인도해 주셨던 것 같아요. 거기에다 연기도 단선적인 연기보다 복합적인 연기를 많이 요구하셨던 것 같아요.
이경민 배우: ‘하루’가 반항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사실은 가장 엄마를 응원하는 사람이라는 걸 관객이 알게 해야 겠다.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번쯤은 그렇게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목도 ‘엄마에게’잖아요. 항상 엄마 편이죠. 대사 중에 ‘이게 내 팔잔가 보다’가 있잖아요. 그게 실제로 저희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거든요. 감독님한테 제가 말씀드려서 수정을 해서 그 대사를 넣게 된 거에요. 그렇게 감독님도 제 의견을 반영해 주셔서 그 안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몰입도 쉽게 됐고, 실제 엄마를 대하는 것처럼 대하려고 노력했었어요.


Q13. 사실 ‘영식’이 친아빠가 아니라는 점만 빼면 나름 사랑받고 있는 행복한 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날 술 먹고 들어와서 집안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아저씨를 사랑하고, 아저씨는 딸을 사랑해주고. 셋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송지욱 배우: 질문들이 너무 영화를 꿰뚫어 보셨어요. 정말 영화를 많이 보신 것 같아 감사해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을 때 관객들이 뭘 느꼈으면 좋겠느냐에 대해서 저는 많이 생각해요. 누구의 연기가 어땠고가 아니라. 사람들이 영화 속 내용을 통해 각자 자기자신을 대입해서 일련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렇게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들에 몰입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영화를 보러 오는 이유가 연기를 평가하고 내용을 평가하고 이런 게 아니라 스스로를 되돌아보기 위해 가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 영화가 끝나고 뭘 생각하면 좋겠냐고 할 때, ‘빵식 ‘하연’ ‘하루’ 이 셋의 관계를 통해 가족이 꼭 피로 연결되어야 할까? 가족이라는 의미가 과연 뭘까? 이 질문을 던졌으면 했어요. 결국에 ‘하연’은 ‘기용’한테 안 갔을 거다. 물론 피로 이어진 친부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피가 한 방울 안 섞였어도 누구보다 ‘하루’를 사랑해주는 ‘빵식’도 어느 정도 가족이 되지 않을까. 오히려 ‘빵식이’한테는 친부가 아니라는 게 콤플렉스였을 거에요. 자기가 아빠의 자리를 채워주고 싶지만 피가 안 섞여서 감히 막 다가서지는 못 할 것 같고. 다가갔다가 괜히 오해만 받고. 이런 상황에서도 그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지킨 거구나. 그 자리를 지킨 보상으로 나중에는 딸이 이 가정을 인정하지 않았을까. 혈연의 가족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가족을 이루는 것도 오히려 더 큰 사랑일 수도 있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이경민 배우: 하루한테는 ‘빵식이’가 콤플렉스가 됐을 것 같아요. ‘빵식이’가 아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정을 하고 있고, 내가 이렇게 모질게 대해도 애정을 주는 사람이라는 거를 ‘하루’도 알지만. 그럼에도 피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니까 ‘하루’한테는 되게 콤플렉스였을 것 같아요. 물론 선배님께서 얘기하신 게 영화 제작 과정에서 저희 모두가 얘기한 내용이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송지욱 배우: 사람은 자기 뿌리를 찾으려는 본능이 있잖아요. 아무리 자기를 버린 부모라도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보면. 그래서 그런 거를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이런 식으로 굉장히 캐릭터들 내면이 다양하고 깊어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라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Q14. 하연으로서, 하루로서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경민 배우: “엄마 사랑해” 아닐까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엄마한테 더 못된 말도 많이 하는데 제가 이거는 진짜 아닌 것 같다. 이러면 하루가 진짜 사춘기의 철없는 애로밖에 안 보인다. 그래서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했어요.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거다. 밤에 창문 너머로 ‘하연’과’ ‘빵식’이 밖에서 싸우는 걸 보고 “병신”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거는 진짜 하지 말자. 아니다 했는데 했죠…
송지욱 배우: 근데 자식 입장에서는 엄마의 그런 모습이 병신 같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경민 배우: 딸한테 엄마는 늘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송지욱 배우: 저는 “사랑해. 미안해” 사실 엄마는 자식한테 어떻게 해도 미안한 마음이 있거든요. 사랑하는데 사랑해서 미안하고. 딸은 어느 순간 엄마의 동지가 되는 것 같아요.


Q15. 나에게 단편영화란?
A. 이경민 배우: 아직 많이 찍어보질 않아서… 사실 배우님이라고 불러주시는 것도 너무 신기해요.
저한테 단편 영화는 학교 과제 중에 제일 빡센 과제 같아요. 시간과 건강과 날들을 투자해서 찍어야 하니까.
송지욱 배우: 직업이다? 그냥 제가 솔직한 건데 단편영화를 많이 찍어서 잘되면 상업으로 가야지라고 생각을 안 하는 배우는 없다고 봐요. 배우들도 단편 영화를 처음에 상업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로 생각을 하죠. 어쨌든 이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서. 왜냐면 단편영화를 계속 해서는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저는 원래 연극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연극 대신이 단편영화였어요. 너무 솔직하나? 연극은 차비도 안 나오기 때문에. 하지만 단편영화는 어찌 되었든 차비 정도는 벌 수 있고 그래서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연극 대신이 단편영화였어요. 근데 저는 제 성향 자체가 긴 것보다는 짤막짤막한 박자가 저한테 맞다고 생각해요. 긴 호흡을 가지고 영화를 찍는 것보다 제가 성격이 급해서 짤막한 20-30분 안에 박진감 있게 빡 올라가서 빡 끝내서 여운을 쫙 남기는 이런 게 저는 너무 좋아요. 그게 너무 좋아서 단편영화를 주로 하고 있는데 저한테는 작품 세계에요. 화가의 작품. 반 고흐의 작품처럼 칭송을 받든 아니면 그냥 나의 작품이든간에 항상 화가는 작품 활동을 하잖아요. 어쨌든 예술을 계속 해 나갈 수 있고 예술을 사랑하고 지향하고 소위 말해 죽을 때까지 예술을 하고 싶은 예술가로서 항상 예술을 지향하고 바라보고 나 자신을 발전키시고 또 작품을 만들어 내고 이거의 연속이잖아요. 그래서 혹자는 저명해져서 성공할 수도 있는 거고 아닌 사람은 그냥 작품을 하다가 때가 되면 죽을 수도 있는 거고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젊을 때는 언제 유명해져서 집을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왜 안 했겠어요. 근데 나이가 차니까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럼 평생 유명해지지 못하면 그만 둘거야? 라고 물으면 아니거든요. 저는 이게 너무 좋아서 하는 거고. 화가도 어쨌든 그림을 그려야 화가인 거 잖아요. 화가가 매일 그림을 그리듯이. 그리고 연습을 해 볼 수 있다고 해야 하나? 상업영화에서는 시간이 없는데 단편에서는 내가 질문도 할 수 있고 의견을 반영할 수도 있고 하잖아요. 생각할 시간을 주셔서 얘기하고 다시해보고 그런 여지가 있으니까. 그런 게 너무 좋아요. 저는 사실 단편 하면서 연기도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그리고 점점 더 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이 나이에도. 그리고 저는 정말 단편이 연기의 진수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면 상업은 어쨌든 상업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게 중요한 덕목인데 단편은 배우들이 무궁무진하게 시도해 볼 수 있고 실패해도 또 다시 해볼 수 있고. 예술을 할 수 있도록 여지가 열려 있는 곳이기 때문에 되게 고마운 존재에요.

 

아직은 ‘배우’라는 호칭이 어색한 신인배우님과 이제는 평생 예술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중견배우님의 만남 속에서 영화와 깊은 관계를 맺은 배우님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관계들이 있다. 우리를 둘러싼 관계는 누가 정의하는 것이며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 걸까? 그 중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대한 화두를 던진 영화 <엄마에게>를 통해 스스로를 둘러싼 관계를 재정립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