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05

필름 영화의 추억 속으로

글 : 남다현, 한지나 / 사진 : 김동영, 김정은, 이재원

영화제가 시작되고 5일이 흘렀지만, 단편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28일 월요일부터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다. ‘Outside The 20 16mm’ 섹션은 이제는 극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필름 영사기로 상영되어 그 특별함이 더해졌다.

 

오늘 진행된 3회차 GV에는 모더레이터 송효정 평론가의 진행 하에 <눈물>의 부지영 감독, <손님>의 서태수 감독이 참여하여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오늘 GV에는 <눈물>의 주연 배우인 이청아 배우가 관객으로 깜짝 등장하였다.

 

M : 오늘 네 편의 16mm 단편영화를 감상하셨다. 현재 국내에서 필름을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이 많지 않은데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접할 수 있어 색다르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감독님들께서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영화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부지영 감독 : 이 작품은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졸업 작품으로 20년 전에 만든 작품이다.

 

서태수 감독 : 2002년 경상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저의 첫 작품이다. 이렇게 다시 한 번 상영하게 되어 영광이다.

 

 

 

M : 두 감독님들 오랜 만에 영화를 보신 것 같은데, 얼마 만에 극장에서 보신 건지 궁금하다.

 

부지영 감독 : 저는 디지털로 상영될 때 봤었고 필름으로는 처음이다.

 

서태수 감독 : 2004년 모 영화제에서 상영된 이후로 처음이다.

 

 

 

M : 부지영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이 작품을 만들 당시의 분위기와 어떻게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부지영 감독 : 사실 20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2000년 당시의 단편영화의 경향은 영화 운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는데, 저는 개인적인 영화를 찍고 싶었다. 이 영화는 제가 영화를 계속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때 만든 영화다.

그런데 찍어놓고 다시 영화를 보니 완결성이 없는 것 같고 흑백으로 촬영해서 그런지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따라서 본 촬영 보다 더 많은 추가 촬영을 통해 스토리의 틈을 메꾸려고 했다.

이 영화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의미들을 최대한 만들려고 애썼다.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수렴되지는 못하더라도, 정체성, 소통, 공감이나 이해의 문제 등 당시의 제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을 반영하였다.

 

 

 

M : 이번엔 서태수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다. 영화 내용은 한 가족의 이야기인데, 제목을 <손님>으로 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집이 공간 구조가 독특한데, 구조를 통해 어떤 가족관계를 나타내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서태수 감독 : <손님>이라는 제목을 통해 가족이긴 하지만 서로 타인처럼 지내는 삭막한 가족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집은 실제로 제가 당시 거주하고 있던 집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를 보았는데, 하루 종일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노동을 하고 가족들의눈치를 살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제대로 관찰하여 어머니의 일상을 단면을 보여주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M : 부지영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눈물>의 마지막 장면에서 침대가 물에 잠기는데, CG가 아니라 실제로 촬영한 것인지 궁금하다.

 

부지영 감독 : 방 안에 물이 차오르는 장면은 실제로 제작한 수조세트에서 촬영했다.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방 하나를 세트로 지어서 촬영했다. 당시 남양주 소방서의 지원을 받아 물을 넣어 가면서 촬영했다.

이청아 배우가 물에서 떠오르는 장면은 마침 학교에 있던 수조를 사용했다. 이청아 배우의 몸에 추를 달고 몸이 내려가는 장면을 거꾸로 재생하여 편집했다.

 

 

 

M : 마지막 장면과 관련하여 서태수 감독님께도 질문 드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할머니가 결국 돌아가신 게 맞는지 궁금하다.

 

서태수 감독 : 시나리오 상에서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맞다. 다만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할머니의 손이 약간 움직이는 것이 보여서 저도 “어, 살아계신건가”라고 생각했었다(웃음)

 

 

 

M : 촬영 기법과 관련된 또 다른 질문이다. <손님>에서 변기에 구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떻게 촬영하셨는지 궁금하다.

 

서태수 감독 : 당시 촬영감독님이 처음엔 굉장히 만류하셨으나 후배 스태프와 함께 폐변기를 구해오셔서 변기 아래에 아크릴판을 대서 촬영했다.

 

 

M : <눈물>에서 부모님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여러 장면이 전환되는데, 그 의도가 궁금하다.

 

부지영 감독 : 편집을 하는 동안 여러 앵글에서 동시에 촬영한 장면을 그대로 편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서 잔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여러 번 이야기하는 효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M : 이번에는 <손님>에 대한 질문이다. 영화 속에서 바닷가 파도 소리가 계속 들리는 이유가 궁금하다.

 

서태수 감독 : 당시 저희 집이 해안가에 위치해 있었다. 당시 부산 영화에는 바닷가, 철길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 선배님들께서는 항상 “부산 영화에 바다가 안 보이면 이상하지 않나?”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특별히 부산이라는 공간을 부각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동시녹음을 할 때 창 밖으로 들린 바닷소리가 자연스럽게 삽입 되었는데 편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굳이 지우지 않았다.

 

 

 

M : <눈물>에서 두 주인공이 함께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왜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지 궁금하다. 또한 눈물을 흘리며 배우로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이청아 배우에게도 질문 드린다.

 

부지영 감독 : 저는 눈물이 감정이라기 보다는 어떠한 현상이자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했다. 눈물을 통해 눈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다루고자 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덴티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것에 공감하는 또 다른 누군가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청아 배우 :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감정 없이 병처럼 눈물을 흘려야 했던 점이 어려웠다. 오늘 영화를 오랜만에 관람했는데 콧망울이 파르르 떨어지는 것이 뒤늦게 보였다. 이미지적으로 눈물을 떨어뜨려야 했던 장면이 많았다.

 

 

M : <손님>에서 여러 가족이 등장하는데, 누구인지 궁금하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생동감이 넘치는데,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서태수 감독 : 맞다, 처음에 등장하는 가족은 저희 가족이다. 저희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가족에 대한 기록으로서 해당 장면을 넣었다. 실제로 어머니 역할을 맡은 배우는 저희 어머니시다.

어머니의 경우 중년 배우를 찾기가 힘들어서 어머니께 제안 드렸다. 처음엔 거절하시다가 결국 승낙하셨는데, 영화를 찍는 내내 스스로 대사를 만들어 가며 촬영하실 정도로 열정적이셨다. 특히 마지막에 가족들이 싸우는 장면은 어머니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씀들이다. 일부러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창문 너머로 촬영했다.

그 외의 모든 배우 분들은 프로 배우분들이시다.

 

 

 

M : 부지영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영화 중간에 다큐멘터리 장면이나 스틸 사진이 등장하는데, 연출 의도가 궁금하다.

 

부지영 감독 : 시나리오대로 촬영한 건 흑백이나, 추가 촬영한 것은 컬러로 된 페이크 다큐멘터리 다. 당시 다큐멘터리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에 관심이 있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실제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려고 했다. 당시 한국영화아카데미 관련 지인들과 실제 촬영을 한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틸 사진의 경우 실제로 촬영한 것이다. 우리가 평소 남들과 대화를 하면서 딴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런 현상을 영화로 담고 싶었다.

 

 

 

M : 마지막 질문 드린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서태수 감독 : 영화를 시작하고 20년 만에 처음으로 장편 영화를 촬영하게 되었고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부지영 감독 : 현재 OTT에서 상영될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당시 저를 만나 어린 나이에 <눈물>을 찍으며 고생했던 이청아 배우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