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정모날

a joyful gathering day

희극지왕 1
윤재상 / YOON Jae-sang
2012
16mm / Color
00min 00sec

시놉시스

20대 후반 ‘영식’은 식충식물 애호가 온라인 카페를 운영한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은 전처럼 카페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다. 영식은 오랜만에 정기 모임을 열어보지만 자신 말고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홀로 찾아간 벌레잡이 식물원에서 ‘민주’와 ‘승진’ 커플을 만나게 되는데….
Young-sik in his late 20s runs an online fan-page on insect-eating plants. Regardless of his endeavor, the members of the fan page seem not so enthusiastic about what is going on. Young-sik holds a regular meeting where no one but himself shows up. Alone, he goes to a botanical garden of an insectivorous plant and meets a couple, Min-ju and Seung-jin.

연출의도

자유롭고 싶어라. 취향으로부터, 고독으로부터.
Wish to be free; free from taste, free from solitude.

상영 및 수상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2009 <[미확인]비행물체>
2008 <이춘기> 2009 인디포럼
2008 <가지 않은 길>

리뷰

식충식물 동호회 ‘식충월드’를 운영하는 영식(임대형)은 간만에 정기 모임을 기획한다. 교외의 벌레잡이 식물원에서 개최된 모임엔 좀처럼 회원들이 오지 않는다. 우연히 식물원을 찾은 민주(이혜린)와 그녀의 남자친구 승진(오정환)을 만나게 된 영식은 식충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여자의 관심을 끌고, 승진은 그러한 영식이 괜스레 맘에 들지 않는다. 민주는 끈끈이주걱과 파리지옥 등 식충식물들의 생존의 원리를 익혀간다. 이후 세 명은 함께 식물의 먹이를 위해 곤충을 사냥하러 간다.
녹색 곤충채집망을 옆에 끼고 도시 속 수풀을 헤매며 벌레를 잡는 주인공 영식은 근본적으로 은둔형 외톨이다. 옥탑방, 노트북 앞에서 혼자 먹는 라면, 방문의 흔적이 점차 줄어가는 동호회. 자신의 고독을 부인하려는 듯 식충식물에 대한 관심과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려 하나 그조차 알아주는 사람이 드물다. 친구도 동료도 그리고 아마 직업도 없이 어딘가로 향할 공격성과 폭력을 내면화한 듯 그의 취향은 육식 식물에게 온통 쏠려 있다. 겉으로는 식물처럼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그 내면에는 육식의 본능을 지니고 있는 무직의 청춘들. 가시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잠재된 무력함과 폭력성이 사회의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 그들이 인터넷의 익명공간을 통해서만 정체를 드러내는 우리의 은둔형 이웃들이라는 것을 영화는 분위기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영화 <정모날>은 먼지 낀 듯 부옇고 서늘한 코미디다. 정조와 분위기를 포착해 내는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저의를 알 수 없는 인물인 영식으로 분한 배우 임대형의 연기도 좋다. 내러티브 전개 방식이 낯설고 신선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의 밀도도 상당히 높다. 영화가 끝나고도 해소되지 않는 감정들이 고인다.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나 진지한 사회물로서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이 영화에 웃음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시대 청춘들에게 보내는 자조에 가까운 것일 터이다. 고독한 청춘들이 육식의 본능을 은폐한 채 무기력한 식물처럼 황폐하고 쓸쓸하게 생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영화에는 공포스럽고 폭력적이며 두려운 예감들로 가득하다.
송효정 (영화평론가)

감독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