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판매왕 문구동

GD Moon, The King of S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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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

희극지왕 1
최용수 / CHOI Yong-su
2014
HD / Color
00min 00sec

시놉시스

세계적인 에로영화감독 남창수가 복귀작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접수한 문구동. 그는 자기 소속사 여배우를 남창수 영화의 주인공으로 꽂아 넣기 위해 치열하게 오디션을 준비한다. 그러나 배우들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온갖 액션을 소화해야 하는 남창수의 대본을 본 뒤 모두 오디션 포기를 선언하고 만다. 이제 남은 여배우는 28세 늦깎이 중고신인 조민지 한 사람뿐. 문구동은 옷을 벗고 연기하는 조민지를 화면에 담기 위해 특별한 방법을 고안해내는데…

연출의도

보고나면 관객의 마음속에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이 영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영화 역시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따라 제작된 기획 상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은 영화 한 편을 만드는데 한 사람이 평생 벌어도 못 갚을 만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부터였을 것이다. 그 뒤로는 재밌는 영화를 보고 나올 때마다 왠지 모르게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7000원짜리 추억과자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추잡한 상황들을 스포츠경기를 중계하듯 다이나믹하게 그려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나의 순수했던 시절을 추억하면서...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판매왕 문구동>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다. <판매와 문구동>이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 만들기의 과정을 예술의 창작이 아니라 상품의 ‘판매’의 방식으로 그려낸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탁구공이 오가듯이, 빠르게 인물들의 대사가 오가며 만들어내는 극적 긴장감이 불러일으키는 웃음이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좀 더 자극적인 영화 만들기에 매몰되어 있는 한국 장편영화의 현실에 대한 유쾌한 풍자가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판매왕 문구동>은 영화적이기보다는 연극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복잡한 상황이나 여러 장소를 영화적 공간으로 설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연출 의도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을 간결한 무대 위로 펼쳐놓는다. <판매왕 문구동>이 택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무대다. 하나가 오디션 현장이라면, 다른 하나는 제작사 사장을 포함한 연출자와 배우 에이전트 간의 협상 과정이다. <판매왕 문구동>을 연출한 최용수는 ‘말의 향연’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인물들 간에 빠르게 오가는 말 속에 ‘밀당’의 긴장감을 만들 줄 아는 감독처럼 보인다. 마치 하워드 혹스의 스크루볼 코미디를 보는 것같은 유쾌함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이다. 특히 관객으로 하여금 말의 밀당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촬영과 편집은, 최용수가 자신의 영화적 지향점을 적절히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이 밀당은 허무한 말장난에 머물지 않는데, 이는 무엇보다 지금의 영화 현장에 대한 알레고리적인 비판 의식이 말의 성찬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배우, 에이전트, 제작사 사장, 감독, 이렇게 네 사람이 쏟아내는 말은 모두 영화의 완성도를 핑계으면서도 궁극적으로 그들의 관심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여배우를 벗길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흥미로운 장면은 노출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적절히 극의 일부로 이용하는 배우와 에이전트 간의 대화 장면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장면에서 배우의 노출을 기대하는 관객은 단순이 관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형적 영화 현장을 낳은 공범의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판매왕 문구동>은 수산 시장에서 생선을 팔듯이, 노출의 강도를 두고 벌어지는 협상 과정을 통해 ‘영화 없는 영화 만들기’, 즉 예술을 핑계로 이뤄지는 돈의 거래라는 영화 현장에 대한 유쾌한 메타 논평을 보여준다.
안시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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