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Get Up

  • 비정성시 4
  • 정승현 / CHONG Seung-hyun
  • 2013
  • HD / Color
  • 00min 00sec
  • Korean Subtitle
시놉시스
태식은 교포 2세로 한국식 교육을 받으며 자랐음에도 부모님이 요구하는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민이 많다. 두 개의 문화와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감정의 혼란을 겪는다. 그런 태식이 유일하게 행복한 순간은 링 위에 설 때이다. 하지만 태식의 이번 상대는 그보다 실력이 월등한데...
연출의도
“일어나!“ 지치고 힘들어 그저 바닥에 주저 앉고 싶을 때. “일어나!“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이런 포기 할 줄 모르는 의지가 육십 년 대 조국을 뒤로한 채 독일로 건너온 젊은이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언젠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지니고 조국에 가족을 남겨둔 채 독일 각지에 뿔뿔이 흩어져 광산으로, 혹은 병원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났다. 이런 이주 첫 세대로 현재 육십 대를 맞아 치열했던 삶의 현장에서 은퇴하고 다시금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바로 내 부모님 세대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에너지와 야망 그리고 성실을 우리에게,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 땅에서 살아가는 교포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어했다. 반면, 2 세대들은 어느새 삶의 배경이 된 독일이라는 나라가 자아에 강하게 새겨진 채로 그들의 부모와는 또 다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아시아인의 외모와 독일인의 사고방식. 한국의 감성과 독일의 이성.“ 많은 교포 2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전에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았던 본보기가 없다. 누군가를 보고 똑같이 따라 하기조차 쉽지 않다. 자신 또래의 독일인들과 비교해 봐도, 부모 세대와 비교해 봐도, 나와 같지 않다는 걸 깨닫고 고민하고 좌절한다. 서로 대조되는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 때문에 불가피하게 두 세대는 종종 갈등을 겪기도 한다. 단편영화 <일어나>에서 우리는 교포 2세를 대변하는 25살의 주인공 태식의 이틀 간의 행적을 따라간다. 태식이 자신의 권투시합을 준비하는 동안 머릿속에 떠올리는 어제의 일들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태식에게도 역시 자신이 이제껏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얼마나 희망 없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지도. 그렇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지긋지긋한 그의 부모님은 그를 절대 혼자 걸어가게 두지 않으리란 것이다. 이주 첫 세대, 바로 우리 부모님 세대에 대한 연민과 고마움은 영화에 표현된 세대 갈등에도 불구하고 짙게 나타난다.
상영 및 수상
2014 터키 독일 영화제 Nuernberg Germany
2014 Berlin Contravision International Filmfestival Germany
2014 Athens Ohio International Video- and Filmfestival USA
2014 Istanbul Changing Perspectives Filmfestival Turkey
2014 Winter Los Angeles Asians On Filmfestival USA, Best Drama, Best Direction
리뷰
링 위에 오르기 직전, 한 동양인 복서가 퉁퉁 부은 눈으로 팔에 붕대를 감으며 지난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복기해 본다. 독일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교포” 강태식, 25세로 게임, 음주, 자잘한 사기의 연속인 좀스러운 일상을 살고 있다. 성공과 출세를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와 다르게 그는 16세 때 학교를 중퇴한 이후 내내 방황하는 청춘이다.
태식은 이 무기력한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일으켜 줄 반짝이는 희망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 독일 사회에서 겪는 인종 차별, 보수적인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그는 자신이 마치 토끼와 경쟁하는 거북이처럼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서 서 있다고만 느낀다. 그런 태식의 유일한 행복은 링 위에 서는 일이다. 처절하게 얻어맞고 비참하게 쓰러지더라도 링 위의 그에게는 끝내 다시 일어나야 할 분명한 당위가 있기 때문이다.
<일어나>는 아시아인의 외모에 독일인의 사고방식을 지닌 교포 2세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 강태식은 성공과 근면을 강조하는 교포 1세대인 부모세대와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지닌 배타적 독일사회 사이에서 배회한다. 1960-70년대 한국에서 독일로 파견 간 광부와 간호사 사이에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그는 자신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로 느낀다. 이 작품은 실제 재독 교포 2세 출신인 정승현 감독의 작품으로, 그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 연출, 주연을 담당했다. 독일에서 체육, 라틴어, 영화 등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한 정승현 감독은 지난 2000년 한국에서 1년간 영화수업을 들으며 영화 제작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고 한다.
영화는 냉소적으로 시작하여 어쩌면 진부할 수 있을 격정적 장면으로 흘러가는데, 달리 보면 등장인물이 겪는 혼란과 모순이란 이러한 정서적 과잉 없이는 해소될 수 없는 난제임을 불가피하게 고백하고 있는 듯도 보인다. 결국 자신이 누구인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주인공 강태식은 모든 절망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자신의 기반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오랫동안 부정해 온 기원, 즉 부모세대에 대한 긍정과 맞닿아 있다. 하찮고 무기력한 일상의 모습과 처절한 링 위에서의 대결의 장면을 교차 편집하는 형식에서는 긴장의 완급을 조율하는 탁월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일어나!”는 태식이 가장 싫어하는 말로서, 아침마다 들리는 엄마의 잔소리였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 말은 링 위에서 더 이상 무너질 곳 없는 그에게 절박하고도 유일한 희망처럼 떠오르는 뜨거운 격언이 된다.
송효정(영화평론가)
감독정보

정승현

CHONG Seung-hyun

seunghyunchong@googlemail.com

스탭
  • 제작정승현
  • 시나리오정승현
  • 조감독David Radnai
  • 촬영Max von Matthiessen
  • 조명이왕형
  • 편집Aron Szabo
  • 미술감독차경아
  • 음악Robert Zimmermann
  • 녹음Hendrik Bleier
  • 믹싱Martin Haude
  • 출연오정민, 여흥현 , 송순희, 정승현, 도미니크 모나 귀테스, 디터 루프, 알리 일마즈

일어나

Get Up

  • 비정성시 4
  • 정승현 / CHONG Seung-hyun
  • 2013
  • HD / Color
  • 00min 00sec
  • Korean Subti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