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열대야

Hot summer night

3
예고편

비정성시 3
서은선 / SEO Eun-sun
2015
HD / Color
00min 00sec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잠을 못 이루는 밤, ‘지애’는 복도를 서성이다가 옆집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다음날 옆집 여자 ‘수영’은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죄송하다며 지애를 찾아온다. 이후 우연히 집 밖에 나와있는 옆집 고양이를 발견하는 지애. 고양이를 자신의 집에 넣어달라는 수영의 부탁으로 지애는 그 집 비밀번호를 받게 된다.

연출의도

타인의 생활이 묻어나는 빈 집에서 지애는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고 한다. 이를 비밀스럽게 담아내려고 했다.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자극이 필요하다. 매 순간 자극적일 순 없겠지만 변화 없는 삶은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법이다. 우리가 열대야에 시달리는 건 어쩌면 더워서가 아니라 그 숨 막히는 공기가 하루 종일 일상을 감싸고 있다는 답답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열대야>는 그 일상의 권태와 뜻 밖의 자극에 관한 영화다. 지애는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매일 밤 아파트 복도를 서성인다. 어느 날 밤 고양이 소리에 이끌려 옆집을 슬쩍 엿보고 새로 이사 온 옆집 여자 수영과 인사를 한다. 얼마 뒤 지애는 밖으로 나온 옆 집 고양이를 발견하고 수영에게 전화를 건다. 수영은 지금 바깥이라 고양이를 맡아줄 사람이 없다며 대신 집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이후 며칠 간 아침저녁 고양이 밥을 챙겨주기로 한 지애는 수영의 집을 오가는 가운데 자신의 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활의 활력을 되찾아간다.
권태와 무기력에 대한 신선한 접근과 해석이다. 주인 없는 집을 제 집처럼 느끼고 드나드는 지애의 행동이 언뜻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은 의외로 자연스럽다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남의 집에서 깜박 잠이 들고, 냉장고를 열어 색다른 음료를 마셔보고, 옷장을 뒤져 마음에 드는 옷을 꺼내 입는 모습이 차례로 이어지는데도 이상하다기 보다는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 상황과 심리를 충분히 설명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지애가 이웃집의 고급스런 물건과 낯선 환경에 빠져드는 상황 자체는 왠지 납득이 간다. 그녀가 일상의 권태 속에 지쳐 녹아내리던 모습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영화 속 열대야는 단순히 잠 못 이룰 만큼 더운 밤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스며든 무기력에 대한 상징처럼 보인다. 자신의 집에서는 무기력하고 타인의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지애의 모습은 어쩌면 현대인의 초상인지도 모르겠다. 눈에 띄는 사건은 없지만 시종일관 관객의 눈길을 붙들어 놓는 힘이 있다. 지애의 집과 수영의 집, 닮은 듯 다른 두 공간을 완전히 색다른 느낌으로 잡아낸 카메라의 공이 크다. 기본적으로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지만 안정된 연출 덕분에 조금 폭을 넓혀 스릴러로 외연을 확장한다 해도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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