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놉시스
- 2000년 1월 1일 0시. 외진 터널에서 태어난 소년은 빈 아파트에서 사마귀를 키우며 살아간다. 소년에겐 세 가지 비밀이 있다. 엄마를 알지 못하는 것, 한 소녀의 눈을 마주보고 싶은 것, 마지막으로 이상한 존재로 변해가는 것.
- 연출의도
- 아무도 축복하지 않았던 아이에게 생겨난 기괴한 팔은 2015년, 현재를 은유하고 있다. 지금 매 순간 구타당하는 느낌으로 살아가야 하는 보통 사람들의 분노가 쌓이고 쌓여,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나는 느낀다. 그들이 한 명씩,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인간다움을 잊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언제간 소년처럼 나 자신에게도 무언가 흉측한 것이 돋아날 것만 같았다.
- 상영 및 수상
- 없음
- 리뷰
- 변신에 관한 모티프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변신」으로, 심약한 소시민이 벌레로 변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에 실존주의적 고민을 담아 이후의 예술 전반에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근래의 한국영화에서도 변신의 모티프를 통해 판타지적 측면을 강조한 <화이>(2013>와 같은 영화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신’은 주로 비윤리적인 환경이나 사회 속에서 억압된 채 고통 받는 이들에게 일어나며, 이로써 그들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엠보이>는 바로 이러한 계보를 잇는 작품 중 하나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집단의 차별을 받는 소년은 주변에서 가해지는 폭력을 묵묵히 버틴다. 소년이 끊이지 않는 폭력을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에게 조용히 친절을 베푸는 소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소녀가 자신을 저버리자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던 소년은 자신에게 가해지던 끝없는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그 처절한 심판의 순간, 소년은 그 동안 억눌러 왔던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드러낸다. 마치 거미의 DNA가 주입되어 스파이더맨이 탄생하듯이, 소년의 몸의 일부는 사마귀로 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소년은 영웅이 아니다.
<엠보이>는 변신의 모티프와 함께 공포나 판타지의 원형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여온다. 어두운 사회 현실에서 발생한 문제들이 캐릭터의 가슴 속 깊은 분노로 스며든다. 그 분노가 세상 밖으로 표출될 때 세상은 일종의 처벌을 받게 된다. 소년의 몸에서 자라난 사마귀 팔은 그러한 원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하나의 갈고리처럼 보이는 그의 팔은 단두대이자, 공포영화에서 악인들을 처단하던 낫처럼 기능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공포 장르의 묘미를 영민하게 살려내면서도 상업영화의 그것과는 차별되는 지점을 갖고 있다. 악인과 사회에 복수한 소년이 결코 일반적인 삶으로 진입할 수 없음을, 더불어 야만적 세계에 맞서기 위한 도구로서의 폭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명백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엠보이>가 보여주는 세상에는 단 한줄기 희망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영화는 그런 세상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폭력이라는 것에 슬퍼하며, 나직이 애도할 뿐이다.
김고운 (미쟝센 단편영화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 감독정보
-
김효정
KIM Hyo-jeong
rlay22@gmail.com
2009 <농어(聾魚)와 달 >
2010 미쟝센 단편영화제
2010 대단한 단편영화제
2009 일본 요코하마항 개항 150주년 한. 중. 일 옴니버스 프로젝트
2008 <춤추는 동물원>
2009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2009 넥스트 플러스 영화축제
2009 시네마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2005 <토끼와 곰>
2006 앙리 랑글루와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2006 몰로디스트 키에프 국제 영화제 최우수 학생 영화상
2006 끌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2006 BFI 런던 영화제
2006 파리 시네마 영화제
2005 부산 국제단편영화제 대상
2005 미장센 단편영화제 - 스탭
-
- 제작박성용
- 시나리오김효정
- 조감독이덕찬
- 촬영박성용
- 조명오민호
- 편집김효정, 박성용
- 미술감독김용만
- 음악심현정
- 녹음송예진
- 믹싱리드사운드
- 출연장경업, 채수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