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축지법과 비행술

Mr.Vertigo

희극지왕 1
이경섭 / LEE Kyung-sub
2012
HD / Color
00min 00sec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되는 일 하나 없는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남자. 항상 바다로의 여행을 꿈꿔왔지만 당장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한 그에게 휴가는 사치에 불과하다. 그러던 어느 날 발견한 괴상한 축지법과 비행술 학원. 그는 축지법을 배워보기로 결심하는데...
Nothing seems going right. A man is killing his time repeating the same boring routine. He always dreams of sailing off to the ocean, but it all seems too much for him who just manages to get by. One day, he comes across with a weird place that says they teach people how to shorten the distances as they walk and how to fly. He decides to give it a try.

연출의도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There is more to it than meets the eyes.

상영 및 수상

2013 전주국제영화제

리뷰

시원한 바다로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지만 현실에선 자리보전에도 급급한 만화방 시급 알바생(임영식). 이력서만 내리 쓰는 뻔한 일상을 보내던 남자는 어느 날 지하철 합정역 근처에서 ‘축지법과 비행술’이라는 묘한 간판의 학원을 발견한다. 호기심에 찾아간 학원에는 헐렁한 런닝셔츠 차림의 사범이 있다. 인생을 시원하게 살기 위해서는 ‘의심하면 모든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진리를 믿을 것. 사범(오달수)은 축지법과 비행술이란 땅과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기에 남에게 실제를 보여줄 수는 없다며 애꿎은 신체훈련만 시킨다. 남자가 어설픈 술법을 익히며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니 근근한 알바자리조차 주인의 조카가 차지해버린다. 빚에 쫓겨 도망했는지 진짜 가족이 있다는 저 먼 알래스카로 날아간 건지 사범의 종적도 묘연하다. 다시 홀로, 스승의 목소리를 마음에 새기며 수련하는 남자. 믿음이 없으면 안 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믿음 그리고 멀고 아련한 소망이 과연 우리를 비루함에서 구원할 것인가?
<축지법과 비행술>은 단기 일용직을 전전하는 상시 구직상태 청춘의 일상을 처연한 웃음의 코드로 구성해 낸다. 차가운 근대화에 밀려 축지법이나 비행술 같은 믿음의 술법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도를 논할 수조차 없이 빚에 쪼들려 살아가는 술사는 남루한 병풍 뒤에서 나와 허름한 추리닝을 입고 쭈쭈바를 먹는다. 휴가 갈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은 단기 시급 알바생에겐 전망 없는 먼 희망을 향해 꾸준히 걸어갈 지구력이 부족하다. 영화는 축지법과 비행술이라는 초자연적인 법칙이 아니라, 꾸준히 일상을 살아가는 몸과 정신의 수련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먼 곳을 바라보며 호흡과 정신을 가다듬으며 걸으라. 지극히 사소하나 절실한 이 자기보존술은 힐링과 자기계발의 공해에 찌든 우리의 영혼을 한순간 맑게 정화시킨다. <축지법과 비행술>은 처량하고 우습고 참으로 굳센 영화다. 감독 이경섭은 <여보세요>(2008), <이 터널>(2009), <유부 초밥>(2010) 등의 단편 영화를 연출한 바 있다. 어수룩하지만 이상하게 믿음 가는 사범 역의 오달수와 서글프고 억울한 인상의 주인공 남자 역할의 임영식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송효정 (영화평론가)

감독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