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더도 말고 덜도 말고

No More No Less

비정성시 1
임오정 / LIM Oh-jeong
2013
HD / Color
00min 00sec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수능시험을 얼마 남기지 않고 찾아온 추석 연휴.
열아홉살 권오윤은 도둑맞은 물건을 찾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빈 독서실을 뒤지기로 한다.
The city is calm while everybody is out for the Thanksgiving day(Full Moon Day) and 19 year-old O-yoon Kwon is getting nervous. It´s because she has lost her beloved IPod just days before her SAT test. With the help of her friends, O-yoon plans to catch the thief by searching the reading room. On this celebrating day, the girls are in need of a victim to soothe their anxiety.

연출의도

불안이 방향성을 잃고 겁먹은 마음이 비겁해질 때. 그럴 때 하게 되는 다짐.
When we get lost in anxiety and cowardice shows up, we make up our mind.

상영 및 수상

2013 인디포럼
2013 전주국제영화제

리뷰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가. 옳고 그름의 기준은 무엇인가. 어른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해답을 내어놓은 문제에 대해 아이들은 치열하게 고민하고 불안하게 흔들린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 판정내리기 이전에 결론에 다다르기 위한 쓰디 쓴 과정. 소녀들은 그래서 순수하고, 그 같은 괴로운 순수야말로 젊음의 특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는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 또는 소녀다움에 대한 고민이자 기록이다.
풍요로운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고 3 수험생인 오윤(이유진)에게 중대한 고민이 하나 생겼다. 아끼던 아이팟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끼던 물건을 잃어버린 것도 큰일이지만 자신을 따르던 친구 지향이 아이팟을 훔친 범인으로 몰리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지향이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는 가운데 오윤은 지향을 향한 의심을 지워보려 하지만 한번 피어난 의심은 쉽사리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결국 오윤은 단짝친구 둘과 함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강구한다. 이윽고 지워지지 않은 의심에서 출발한 부실한 증명은 얄팍한 우정에 치명적인 균열을 가한다.
객관적 사실은 있어도 객관적인 진실은 없다. 진실이란 하나의 시점에서 기록, 재구성된 사실의 또 다른 이름이다. 범인을 밝히고 진실을 찾아가려는 소녀들의 행동에서 최초로 희생되는 것 역시 다름 아닌 진실이다. 영화는 사실이 왜곡되어 일방적인 진실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소녀에서 어른이 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전작 <거짓말>(2009)에서 친구들 사이 비밀스런 속사정을 섬세하고도 잔인하게 묘사했던 임오정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친구들 간의 균열을 통해 사실이 왜곡되는 과정을 실로 자세하고도 집요하게 따라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는 관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이를테면 어른과 아이의 기준은 무엇일까. 단지 주민증이 나올 나이를 넘겼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 시절 꿈꾸던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정해 놓은 틀에 답을 우겨 넣으려 하는 것과는 달리 소녀들은 답을 찾아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다. 그 과정이 때론 헤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불신과 흔들림으로 채워진 것 같지만 중요한 건 과정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적어도 그 동안에 그녀들은 순수하다. 하지만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순간, 소녀는 이제 어른이 된다. 정해진 목표에 맞춰 자신의 진실을 위해 또 다른 진실을 희생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 불쑥 내밀어지는 불편함은 우리로 하여금 잊고 지내던, 혹은 잃어버린 그 무엇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감독정보

임오정

LIM Oh-jeong

limohjeong@gmail.com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
2009 <거짓말> 2009 인디포럼
　　　　　　　2009 미쟝센단편영화제 최우수상 수상 심사위원 특별상
　　　　　　　2009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009 대단한단편영화제
　　　　　　　2009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부문 독립스타상
　　　　　　　2009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007 <누보로망을 위하여> 2007 공주신상옥영화제

스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