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

Road and Mountain

  • 비정성시 1
  • 이현빈 / LEE Hyun-bin
  • 2014
  • HD / Color
  • 00min 00sec
시놉시스
경기도 외곽의 공장지대. 공장 노동자인 길산과 박형은 공장에서 나오는 폐유를 산속에 몰래 버리는 일을 한다. 산은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유나에게 남몰래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지만 그녀는 박형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다. 산은 이제 공장을 그만두려 한다.
연출의도
<풍진>은 산업재해를 알리기 위한 한 장의 보도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회색 연기와 먼지로 가득 차 있는 공장 지대의 마을.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느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찍은 그 사진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름다웠다. <풍진>은 그 한 장의 사진을 영화화한 것일지 모른다. 연기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불안하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먼지 속에 가려진 죽음이 무엇이었을지, <풍진>이 그것을 기억하는 영화가 되길 바랬다.
상영 및 수상
2014 전주국제영화제
2014 서울환경영화제
2014 인디포럼
리뷰
짙은 녹색으로 우거진 숲, 나무들이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바람에 흔들린다. 어스름한 산 속에서 두 남자가 배럴 통에 담아온 폐유를 몰래 버린다. 먼지가 뿌옇게 날리는 공장에서는 마스크도 쓰지 않은 맨 얼굴로 일을 하고, 산업쓰레기를 불법 소각한다. 이런 불법행위를 강요하거나 지시하는 관리자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공장 노동자들 중 고참인 박형의 리드로 묵묵히 일을 처리하는 것이 영화의 주인공 길산이다. 폐유를 몰래 버리고 먼지를 들이마시며 작업을 하는 노동자, 길산의 일상을 영화는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풍진>은 이야기 자체보다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힘과 조화가 돋보이는 영화다. 폐유를 방류하는 길산의 손과 얼굴 클로즈업, 그리고 뿌옇게 분진이 날리는 공장과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강렬한 힘을 갖는다. 바람에 출렁이는 숲, 바람을 타고 하늘로 퍼지는 검은 연기, 파랗게 펼쳐진 논밭 뒤로 보이는 공장의 이미지는 장면들 사이사이와 영화의 맨 앞뒤에 배치되어 시적인 여운을 남긴다. 사운드 또한 잔잔하고 담담하지만 울림이 있는 영화를 완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공장의 날카로운 금속절단음과 나무들이 바람에 서걱거리는 소리는 대조를 이루고, 특히 영화의 초반에 배럴 통에서 폐유가 흘러나올 때 나던 독특한 소리는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 같아서 영화의 전반에 깔려 있는 불안하고 불길한 느낌을 증폭시킨다.
박형은 결국 폐암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지만 길산은 혼자서 하던 일을 계속 한다. 사실, 노동자의 자리는 언제나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한 대체가능성의 측면에서 길산과 박형과 유나의 삼각관계는 의미심장하다. 영화 초반에 공장을 옮기려던 길산은 박형의 시한부선고 후 마음을 바꾼다. 일자리를 소개해주는 유나에게 그냥 남겠다고 말하는 그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박형 대신 유나의 옆자리를 차지하려는 의도? 해석의 여지는 열려 있다. 길산이 자신의 감정을 좀처럼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인물들도 마찬가지여서, 영화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감정을 내보이는 사람은 엄마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아이뿐이다. 아이가 그리도 서럽게 우는 이유 또한 명확하지 않다. 앞서 단속반이 말했던, 공장의 오염 때문에 죽은 남자의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할 따름이다. 박형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길산은 공장을 떠나는 유나를 배웅한다. 이름처럼, 길처럼 산처럼 살라는 유나의 마지막 인사는 쓸쓸하다. 길산이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돌아서는 타이밍은 예상보다 꽤 빠르다. 그녀에게 품어왔던 순정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언제나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이 있고 지금 남아있는 나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날 것이라는 공허한 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원윤경 (국민대학교 영화전공 교수)
감독정보

이현빈

LEE Hyun-bin

lhb_vidala@hanmail.net

2011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
2013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2008
스탭
  • 제작주재형
  • 시나리오이현빈
  • 촬영이성용
  • 편집이현빈, 박민선
  • 녹음조예리
  • 믹싱개화만발
  • 출연홍성민, 신재환, 채연정, 강태영

풍진

Road and Mountain

  • 비정성시 1
  • 이현빈 / LEE Hyun-bin
  • 2014
  • HD / Color
  • 00min 00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