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그녀의 족발이 그립다

The Aftertaste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2
  • 김진화 / KIM Jin-hwa
  • 2018
  • DCP / Color
  • 00min 00sec
  •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예비군 훈련을 마친 준홍은 군대 휴가 때 먹었던 전 여자친구네 족발이 미치도록 먹고 싶다. 결국 5년만에 찾아간 ‘미란이네’ 족발집에서 준홍은 불편한 존재들을 만나게 되고, 딱 하나 남은 족발마저 그 존재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연출의도
한때 절절히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한다는 건, 비단 그 사람과의 이별만이 다가 아니다.
“내 딸은 잊어도 내 족발은 못 잊겠지?” 한때 아들처럼 대해준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몇 년 만에 그 집 족발을 못 잊고 찾아온 남자 주인공에게 던지는 말이다. 주인공의 전 여자친구네 족발 맛이 그렇게도 일품이었을까? 아마도 주인공은 전 여자친구를 통해 맺게 된 그녀의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그리움으로 찾아갔을 것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는 대개 또 다른 관계들을 낳는데, 연인이란 관계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 <나는 아직도 그녀의 족발이 그립다>에서도 그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즉, 사람과 사람 사이에 촘촘하게 얽히고 설켜 있는 관계에 대한 거시적 시선 위에 연인으로부터 파생된 모정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상영 및 수상
World Premiere
리뷰
예비군 훈련을 마친 준홍은 오랜만에 전여자친구 미란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족발집에 들른다. 어머니를 마주하기 낯부끄러운 그는 밖에서 전전긍긍하다가 마침내 그녀의 눈을 피하며 족발을 주문한다. 보통 이런 경우, 족발이 먹고 싶다는 것은 전여자친구가 보고 싶다는 뜻이다. 준홍의 친구 또한 당연히 그리 간주하고 5년 전 여친을 아직도 잊지 못한 그를 조롱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족발이 표상하는 것은 미란보다는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파생된 모종의 기억에 더 가깝다. 영화가 거듭 보여주는 플래시백은, 준홍이 미란과 보낸 시간보다는 그녀를 기다리며 어머니와 함께 한 시간에 큰 비중을 할애한다. 그 시간들은 분명 미란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일지라도 그 자체로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세세하게 남아있던 셈이다. 그러므로 준홍이 미란의 새로운 남친에게 보이는 적대감은 미란으로부터 기인한 질투심이라기보다는 기억으로 남은 상징적인 아들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완강한 저항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끝까지 미란의 어머니가 준 호의와 배려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은 안경이나 종소리, 콩나물과 같은 디테일한 소도구 안에 침잠된 채 언제든 다시 소환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와 같은 디테일한 기억의 이미지들은 이제, 그를 제공할 수 있었던 원인인 미란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그 기억에 미란을 회상하는 주체는 없다. 이는 미란의 어머니가 우리 기억 속의 여느 어머니가 주었을법한, 정형화된 모성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준홍의 플래시백은 단지 주관적인 개인의 회상이 아닌 누구라도 기억할 수 있는 회상이 된다. 그런 점에서 그 시간들은 정박할 주체가 사라진 시간들에 가깝다. 소도구들이 환기시키는 이미지화된 기억들. 어쩌면 그것이 지금, 우리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방식일 것이다(영화연구자 이민호).
감독정보

김진화

KIM Jin-hwa

2009 <점, 점>
2010 <낯선 휴가>
2013 <공명>
스탭
  • Producer배한올
  • Director김진화
  • Screenwriter김진화
  • Assistant Dir.변현지
  • Cinematographer김재혁
  • Editor김진화
  • Art Director김수현
  • Music최용수
  • Mixing오준영
  • Cast김경덕, 김자영, 이재혜, 김진홍

나는 아직도 그녀의 족발이 그립다

The Aftertaste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2
  • 김진화 / KIM Jin-hwa
  • 2018
  • DCP / Color
  • 00min 00sec
  • English Subti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