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The empty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3
  • 정다희 / JEONG Da-hee
  • 2016
  • D-Cinema / Color
  • 00min 00sec
  •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여자의 방에는 기억들이 먼지처럼 끝없이 쌓이고 사라진다. 남자는 그 방에서 그녀의 기억들로 무용한 놀이들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연출의도
방은 삶의 흔적들을 간직한다. 그 공간, 벽, 문, 창문, 누군가의 물건들 등 방을 이루는 요소들을 통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조건과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상영 및 수상
2016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부문
리뷰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이 유명한 대사에 답해야 한다면 ‘사랑은 변한다’고 답하자.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곧 변하고 있다는 것인데, 시간은 멈춤을 모르고 사랑도 시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정하고 단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시간과 흔적, 기억과 잊힘에 대한 영화 <빈 방>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답해야 할 것 같다. 여자가 뒤척이다가 이불을 젖힌다. ‘난 여기 그 방안에 있다’는 여자의 목소리가 ‘난 여기 그녀의 방 안에 있다’는 남자의 목소리로 오버랩되면서, 시계가 째깍거리기 시작하고 카메라는 우리를 방으로 안내한다. 곧 방에는 가구들이 옮겨져 들어왔다가 옮겨져 나간다. 그리고 가구의 흔적만 남은 빈 방이 남는다. 하나의 사랑에 시작과 끝이 있다면 영화 <빈 방>은 사랑의 끝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는 헤어진 연인들의 기억 속에서 서로에 대한 흔적이 점차 희미해지고 결국에는 사라지는 과정을 시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를 설명하는 데에 쓰인 ‘시적’이라는 말은 그냥 상투적 수사가 아니다. 시각적으로 볼 때, 이 영화는 상징적이고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나열된, 서사 영화로는 불친절한 영화다. 여기에 내레이션이 더해지면서 영화는 좀 더 친절해지는데, ‘시적’이라는 표현은 하나의 서사로 쉽게 통합시키기 어려운 영화 이미지는 물론, 한 편의 시로도 손색없이 들리는 내레이션 둘 모두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하다. 이 영화의 방은 두 사람이 함께 있었던 공간이자 그들의 사랑이 차지했던 장소이다. 그 사랑은 마음, 머리, 몸, 그들의 모든 곳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사랑은 없고 사랑의 흔적만 먼지가 되어 남아있다. 남자는 그 먼지에서 여자를 추억하고, 그 먼지로 뜨개질을 한다. 그러다 남자는 자신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작은 가방에 흔적들을 넣고 그 가방을 들고 떠난다. 이제 방은 진짜 비었다. 그런데 이 방은 누구의 방알까? 남자의 목소리가 영화를 끌어가는 점을 생각하면 그 방은 남자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를 열고 닫는 사운드가 여자의 내레이션과 허밍이고 시작과 끝의 이미지 또한 여자인 것을 고려하면, 이 영화가 헤어진 여자와 남자의 내면을 동시에 그리고자 했던 것 같다. 남자를 잊어가는 여자와 그런 잊힘을 경험하면서 자신도 잊어가는 남자를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즐기는 팁을 하나 남긴다. 엔딩 크레딧이 뜨기 전에 남자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가 누구일지 추측해보라.
성진수(영화평론가)
감독정보

정다희

JEONG Da-hee

jdahee98@gmail.com

2014 <의자 위의 남자>
2014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부문 초청
2014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단편부문 크리스털 대상
2014 히로시마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2014 인디애니페스트 독립보행상
2014 위젬버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2014 시네포엠단편영화제 대상
2014 리스본몬스트라영화제 단편부문 대상
2014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2014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스페셜 멘션
2014 독 라이프치히 멘션
2014 시카고국제영화제 스페셜 멘션
2012 < 나무의 시간>
2012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심사위원 특별상
2012 인디애니페스트 인디의 별
2012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 페스티벌 농협부천시지부장상
2012 디지콘 6 아시아 어워드 은상
2012 쇼트쇼츠영화제 초청
2012 홀랜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 부문
2012 런던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 부문
2012 서울환경영화제 초청
2012 서울독립영화제 경쟁 부문
스탭
  • 제작론 디엔즈, 정다희
  • 애니메이션정다희, 장원진, 니콜라 로랑
  • 시나리오정다희
  • 촬영정다희
  • 조명정다희
  • 편집정다희
  • 미술감독정다희
  • 음악마상우
  • 믹싱이주석
  • 출연유지태, 정다희

빈 방

The empty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3
  • 정다희 / JEONG Da-hee
  • 2016
  • D-Cinema / Color
  • 00min 00sec
  • English Subti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