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비행소녀

The girl

2
예고편

비정성시 3
문명환 / MOON Myoung-hwan
2014
HD / B&W
00min 00sec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가출 소녀인 유진과 현아는 오늘 잘 곳이 없다. 유진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태진 패거리에게 잠시 현아를 맡기고 돈을 구하러 나가지만 남겨진 현아가 불안하기만 하다. 어떻게든 돈을 구해 현아를 책임지고 싶지만 쉽지 않다. 어려움 끝에 겨우 돈을 구하지만 상처받은 현아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고 결국 유진은 다시 혼자 남겨진다.

연출의도

애쓰고 애써도 결국 혼자 남겨지는 것에 대하여…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깜깜하고 막막하기 짝이 없는 밤, 중고생 정도 되어 보이는 유진과 현아는 정처 없이 길을 걷고 있다.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이 가출소녀들에게는 오늘 밤을 넘기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처럼 보인다. 좀 더 나이가 많은 유진이 어떻게든 돈을 구해보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지만 딱히 묘수를 찾지는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소녀들은 마지막 비빌 언덕을 찾아 세령의 집을 찾는데, 곧 유진은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오겠다며 현아를 혼자 놓아두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원조교제라도 해보려다 포기한 그녀는 대신 강도에게 칼을 맞고 쓰려져 있는 남자의 지갑을 훔쳐 돌아오고, 유진이 없는 사이 비슷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보려 한 듯한 현아 역시 엉뚱한 장소에서 후회 가득한 표정으로 유진을 맞이한다. 다음 날 아침, 유진은 현아의 바람대로 그녀를 무사히 집에 데려다준 뒤, 다시 홀로 터벅터벅 길을 떠난다.
문명환 감독의 <비행소녀>는 제목을 통해 관객의 선입견을 시험하는 영화다. 집을 나와 닥치는 대로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의 유진은 처음 보면 영락없이 ‘비행소녀’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마음대로 떠올린 하나의 불확실한 인상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영화는 유진의 과거나 주변 환경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관객도 그녀가 왜 가출을 한 것인지, 어떤 사연을 지니고 있는지, 어디서 어떻게 현아를 만났는지, 왜 그녀를 동생처럼 보호하고 있는지, 음침한 아지트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세령과는 어떤 사이인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긴 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렇듯 한 소녀의 하룻밤을 철저히 표면적으로 다룬 영화는 유진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듯하다. 그리고 관객은 끝에 가서야 이것이 어쩌면 ’비행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한 소녀가 다른 한 소녀의 비행을 막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후경 (영화평론가)

감독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