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유리

The White noise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
  • 김태영 / KIM Tae-young
  • 2013
  • HD / Color
  • 00min 00sec
  •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분유에 소주를 타서 자신의 아기를 재우고, 그 사이 몸 파는 일을 하는 유리. 서서히 육아가 힘에 부쳐 가던 어느 날. 그녀에게 아기를 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본능적으로 아기를 외면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슬픔보다는 시원함이 우선한다.
Yu-ri makes her living out of prostitution while she puts her baby into asleep by feeding the baby with the mixture of milk powder and alcohol. As she gets fed up with raising a child by herself, she encounters an opportunity to give away the baby. The first thing her instinct let her feel is ease of being carefree rather than sorrow.
연출의도
작품의 모티브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농노들이 아기에게 보드카를 먹여서 재우고는 일하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는 문장을 접하고서이다. 특히나 모성애를 중시하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여자, 그 개인의 이기적인 권리에 대한 사색을 도모할 수 있는 짧은 영화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I was motivated by the note that farmers during the Imperial Russia era could not help themselves but feeding their babies vodka so that they could go to work. When it comes to motherhood, Korean women are very peculiar. I tried to make a film that could let audience contemplate on women’s right to be self-oriented.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본디 유리란 깨어지기 쉬운 속성으로 이뤄진 물질이다.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중에서 가장 연약한 것이 유리일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물에 ‘강철’이라는 단어가 붙어 ‘강철유리’가 되었단다. 이 이질적이고도 모순적인 단어가 만들어진 연유는 무엇인가.
아이의 분유에 소주를 타서 먹이는 시큰둥한 표정의 얼굴이 스크린을 메운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그 아이를 상자 안에 가둬둔 채, 작은 오피스텔 방으로 향한다. 콜걸로 추정되는 그 여자는 미지의 남자에게 자신을 유리라고 소개한다. 시종일관 무미건조한 억양과 무표정한 얼굴로 행동하는 유리의 일상은 그것이 전부이다. 기계적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몸을 팔고, 포주에게 소주를 얻어 마시며 월급을 받는 삶 말이다. 유리는 아이 때문에 함께 일하는 또래의 동료들과 나이트클럽 한 번 자유롭게 출입하지 못하고, 사생활 역시도 아이 덕택에 자유롭지 못하다. 포주는 그런 유리에게 아이를 포기하라고 권하지만 유리는 미련스럽게 아이를 고집한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유리에게 아이는 족쇄인 동시에 유일하게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보여줄 수 있는 안식처인 것이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미세하게 짓는 유리의 미소는 다른 이들과 어느 하나 다를 바 없는 어미의 모습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운명 같은 선택권이 주어진다. 족쇄와도 같았던 아이를 자연스럽게 포기할 수 있는 기회, 운명에게 책임을 회피한 채 자신에게 면책권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예상치도 못했던 선택의 기로에 처한 유리의 심박수는 점차 가빠지고 그만큼 화면 프레임은 갈 길을 잃은 채 요동친다. 이내 경찰의 질의가 유리에게 당도하는 순간, 그 순간 고정된 화면은 유리를 정 가운데 위치시킨 채, 그녀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카메라는 유리를 숨 막힐 듯 압박하고 그녀는 무기력한 희생자의 모습을 한 채 한숨을 토해내듯 답변을 잇는다. 강요된 질문 앞에서 결국 그녀는 동물적 생존방식을 선택기에 이른다. 그리고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유리는 이내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선택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매춘을 하고, 포주를 만나 보잘 것 없는 고기 한 점과 소주 한 잔을 들이킨다. 그녀의 변화를 증명하는 것은 아이의 부재뿐이다. 아이는 어디 갔느냐는 포주의 물음에 이제 유리는 침묵 대신, 쓰디 쓴 소주 한 잔을 들이키며 간단한 대답으로 응수한다. “시원하다.”
이제 ‘강철유리’라는 말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강철유리>는 이질적인 질서로 가득 찬 세계이다. 이는 비단 모순적인 영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물의 이름과 대비되는 행동 방식, 삶의 태도, 대사 속에 숨어있는 뼈있는 의미에서도 느껴진다. 인생의 쓴 맛을 견뎌내는 한 잔의 술과 같은, 강철 같은 유리의 태도는 사실 너무나도 나약하다. 연약한 대상에게 강요되는 선택은 언제나 정해진 선택으로 귀결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고달픈 삶에 대한 연민이자, 소주 한 잔과 같은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
김고운 (영화칼럼니스트)
감독정보

김태영

KIM Tae-young

yen1207@hanmail.net

한국영화아카데미 프로듀싱과 졸업
스탭
  • 제작송혁조
  • 시나리오김태영
  • 조감독김지묵
  • 촬영오태석
  • 조명이덕용
  • 편집 김태영
  • 미술감독박지현
  • 음악이은정
  • 출연윤금선아, 김문호, 김지묵, 이정진, 김해랑, 최민주, 구자경, 조하란, 유정호, 최재근

강철유리

The White noise

  • 1
  • REVIEW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
  • 김태영 / KIM Tae-young
  • 2013
  • HD / Color
  • 00min 00sec
  • English Subti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