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주말이 가고 월요일이 찾아왔다. 어느새 2019년도 반이 지났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7월의 첫 날을 힘차게 맞이하며 ‘여성감독 특별展’을 준비했다. ‘MSFF 여성감독 특별展’은 여성영화인을 응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시선으로 사회를 재인식하는 시도와 함께 높은 영화적 완성도를 가진 여성 감독의 작품 5편을 준비했다.
먼저 ‘MSFF 여성감독 특별展’을 찾은 관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작년에 미쟝센 단편영화제 봤는데 좋은 작품이 많더라고요. 올해도 희극지왕과 비정성시를 보고, 특별전이니까 작품성이 더 뛰어난 영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보러 왔어요. 여성들을 다루는 영화라 관심이 가기도 했고요.”
“여성서사를 가진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해서 왔습니다. “
“영화감독 중에 여성이 많이 없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관심이 갔고 여성서사를 다룬 작품을 보고 싶었어요.”
오후 한시, 한참 점심시간이 된 무렵 아모레퍼시픽 본사 아모레홀에서 섹션1이 상영되었다. 섹션1은 삼십대에 들어선 여성의 생일을 담아낸 부은주 감독의 <5월 14일>, 순수한 사랑을 시작하며 성장할 때를 보여준 박영주 감독의 <소녀 배달부>, 시간이 흐를수록 이름을 잃어가는 중년 여성을 위한 방우리 감독의 <영희씨>가 상영되었다.
<5월 14일>이 인상깊었다던 한 관객은 “여성분의 연령대가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고향이 지방인 점이나 주변에서 시집얘기를 하는 것이 저랑 비슷한 상황이어서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라며 영화 속 인물과 자신을 투영하며 만족한 듯 상영관을 나왔다. 어떤 관객은 <소녀 배달부>에 대해 “다들 어릴 적 한번쯤 선생님을 좋아했던 기억이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순수한 마음이잖아요. 잊고 있던 감정이 생각나기도 했고 그렇게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라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영희씨>를 되새기던 다른 관객은 “저희 엄마가 생각났어요. 영화의도가 너무 좋아요. 저희 어머니도 이름 대신 불러지는 호칭이 많아요. 제목도 이름으로 지어준 것이 좋았고,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라며 어머니로서의 삶을 간접적으로 겪은 것에 만족을 표했다.
같은 날 7시에 상영된 섹션2는 펜션 주인 숙희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 주혜리 감독의 <청춘과부>, 사랑 앞에 무장해제되는 마음을 그린 이정민 감독의 <님의 침묵> 이었다.
상영이 끝난 후, 20대 초반의 한 관객은 <청춘과부>를 보고 “사실 사랑이란 게 젊을 때나 가능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구나, 마음은 한결 같구나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라며 본인의 20년후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였다. 상영이 끝나고 한 관객은 “여성 감독이 요새 많은데 상업영화는 아직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화이팅 하자”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여성감독 특별展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거나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보단 가볍고 친근한 작품들이 많았기에 관객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다 간 시간이었다.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봤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은 같았다. 여성감독이 만든 영화가 궁금해서 온 것, 그리고 영화 속 여성에게 자신을 투영하며 공감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본 여성서사는 독특한 소재이거나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아니었다. 내가 지나온 시절 겪었던 이야기들 또는 내 주변에 꼭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었다. 특별하지 않기에 특별하고 일상적이기에 소중한 그런 것들. ‘MSFF 여성감독 특별展’이 많은 분들에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주었으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 ‘MSFF 여성감독 특별展’이 계속될지라도 언젠가는 이런 자리가 없어도 좋은 영화들이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