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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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무국이란 ‘애증’과 ‘종이배’

글 : 오명진 / 사진 : 강민수

영화 한 편에는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의 모든 수고가 담겨있다. 그 수고로움의 결정체는 관객에게 어떻게 전해질까. 달리기에서 바통을 이어받듯 사무국 직원들은 상영을 위해 치열하게 내달린다. 이번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사무국 직원 6명의 일당백 플러스 각개전투의 합동 달리기였다. 한 번 출전해도 혀 내두를 법한 업무량인데, 앞으로 소개할 두 직원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특별하고도 질긴 연이 닿아있는 모양인지 재출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V-CREW를 거쳐 이제 사무국 차장과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러 흑석동에 찾아갔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유지혜 사무차장 : 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사무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유지혜라고 합니다. 2013년에 운영지원팀 V-CREW, 2017~2018년에는 기획 운영 매니저였습니다.
김채원 프로그램 매니저 : 저는 프로그램 담당 매니저 김채원입니다. 2018년에는 운영팀 V-CREW로 활동했습니다.

Q 일전에도 영화 관련 현장에서 일하셨나요?
유지혜 사무차장 : 영화제에서 맨 처음 일하고 현장에 관심이 생겨서, 상업 영화나 독립영화 현장에서 일한 적은 있어요. 2017년도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시작으로 상업 영화와 독립영화를 왔다 갔다 하는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김채원 프로그램 매니저 : 미쟝센 단편영화제 이전에는 영화 관련한 일을 해본 적은 없어요. V-CREW 활동을 했던 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Q 혹시 전공이 이쪽인가요?
김채원 프로그램 매니저 : 아뇨. 전혀 아니고 저는 정치 외교…를 전공했습니다(일동 웃음). 너무 티엠아이인가요?
유지혜 사무차장 : 저는 법학과 전공.
 
Q 두 분 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특별한 연이 있어요. 이전의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던가요?
김채원 프로그램 매니저 : V-CREW로 활동할 때는 운영팀이었는데, 지금 프로그램팀과는 전혀 무관해서 업무에 도움이 된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이제 V-CREW를 모집하고 그분들의 업무를 사무국 직원들한테 알려줄 수 있는 역할? ‘저는 V-CREW 때 이러이러해서, 이렇게 활동을 진행하면 될 것 같다’는 정도의 첨언을 할 수 있었죠.
 
유지혜 사무차장 : 일단 사무국이 어떠한 루틴으로 업무를 진행하는지 파악하는 것에 굉장한 도움이 됐어요. V-CREW와 (기획 운영) 매니저를 하면서 사무실 분위기나 옆에서 듣고 봤던 것들이 있으니까. 업무가 막혔을 때도 ‘아, 그때 매니저들이 어떻게 일을 했었지?’ 생각하면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Q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나요?
유지혜 사무차장 : 책임감이 훨씬 커졌어요. 솔직히 매니저를 했을 때는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되지’하는 생각에 정말 제 일만 했었어요. 그런데 차장으로서는 이래저래 전체적으로 확인을 해봐야 하는 것도 있고, 잘못됐을 경우 실질적인 책임자는 저고. 외부적으로도 질타나 칭찬 등의 평가는 저한테 이뤄지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책임감과 업무 부담감이 훨씬 커졌죠.
 
김채원 프로그램 매니저 : 저는 V-CREW할 때는 노는 기분으로 왔었어요. 업무도 그냥 시키는 일만 하면 됐었으니까 가벼운 마음이었죠, 지금보다는? 지금은 영화제를 즐긴다기보다는 꾸역꾸역 끌고 간다는 같은 느낌이 없잖아 있어요. 요즘은 뭔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영화제 (사무국)에서 일하는 게 치열하단 생각이 듭니다.

Q 2005년 씨네21이 발행한 인터뷰에서 박미하 사무국장님은 “사무국 직원 달랑 두 명, 우린 일당백이다”라고 하셨어요. 요새 사무국 모습은 어떤가요?
유지혜 사무차장 : 저희 여섯 명이고요. 그때보다 인원이 늘어나진 않았어요. 거의 다들 일당백으로 각개전투처럼 치열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각각 담당이 다 있고, 그를 맡은 직원들은 전적으로 일을 합니다. 사실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명성이 좀 있는 것이지 규모가 큰 영화제는 아니어서 직원들이 고생을 좀 하고 있습니다.
 

유지혜 사무차장 : 12월에 스태프 모집을 하고요. 2월부터 본격적으로 사무국이 영화제 준비에 들어가서, 변수가 없으면 항상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영화제 진행을 해요. 출품받는 3월과 상영작 결정하는 6월, 상영 준비하는 6월 말이 제일 바빠요. 영화제가 끝나도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생각보다 업무를 정리할 것이 많아서 7월, 많으면 8월까지 넘어가 일하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상근이라 그 이후에 영화제 문의라든가 경쟁작을 상영하고 싶어 하는 곳에서 연락이 왔을 때 연결해줘요. 저희가 매년 런던한국영화제에서 미쟝센 단편영화제 타이틀로 수상작들을 상영하고 있거든요. 이런 업무 같은 경우엔 직접 수급해서 영국으로 보내주고 있어요.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Q 사무국 일을 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요?
유지혜 사무차장 : 관객 수가 많을 때. 영화제 특유의 현장 분위기가 있어요. 사람들이 GV를 치열하게 하고, 관람을 위해 극장에 모이고, V-CREW 분들은 열심히 업무 수행해주시고. 감독님들 좋아하시는 모습도 보고. 저희는 계속 사무실에서만 일하기 때문에 일단은 현장감을 느낄 때 가장 보람 있는 것 같아요.
 
김채원 프로그램 매니저 : 저 같은 경우에는 감독님들이랑 전화면서 얘기할 기회가 많이 있었어요. 이번 영화제는 특히 힘든 상황이 많기도 했고, 저도 처음 해보는 업무라 일을 굉장히 힘들게, 힘들게 하나씩 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들이 제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을 때(웃음)? 가장 다행이면서도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저는 감독님들한테 무리하게 뭘 빨리 달라거나 한 적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고생하신다, 힘드시겠지만 힘내시라’ 같은 말을 한마디씩 해주셨어요. 덕분에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구나’ 했습니다.

Q 이번 영화제는 온라인으로 개최됐어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지만, 영화인-관객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영화제 관계자로서 고민이 많으셨을 듯합니다. 어떠셨나요?
유지혜 사무차장 : 저희도 처음이다 보니 혼란스러웠던 것이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영화제의 가장 큰 기능이 네트워크거든요. 관객들과도 만나고 관계자들끼리도 만나고. 이를 온라인으로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어요. 섣불리 코로나 때문에 어떤 활동을 할 수는 없으니까 올해는 예외로 두고 최대한 소통할 방법을 생각해보려고 했어요. 상황 자체도 임의로 저희가 (대면) 자리를 만들기 힘드니까. 어느 영화제든지 간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이번에는 영화 상영, ‘많은 관객이 온라인으로 영화를 만날 수 있다’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김채원 프로그램 매니저 : 워낙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일정이 늦춰지고 급하게 돌아갔던 터라 우리가 선택한다면 ‘잘할 수 있는 것’을 골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봤을 때 그건 ‘재미있고 알찬 영화들을 뽑아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었고. 다른 부가적인 것은 못하더라도 이것만은 충실하게 해내려 노력했어요.
 
Q 저도 V-CREW 면접 때 이런 질문을 받았었죠. 두 분에게 사무국이란?
유지혜 사무차장 : 애증. 일할 때 정말 힘든데 또 안 하면 서운해요. 정말 재미있고 정말 힘듭니다(웃음).
김채원 프로그램 매니저 : 저에게 사무국이란 종이배다. 그런데 방수 처리가 안 되어 있는 배를 타고 가는 느낌입니다(일동 웃음). 도착지를 향해 어떻게든 헤엄치고 노를 저어서 간 후에, 새로운 종이배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이것도 방수 처리가 안 되어 있긴 하지만… 이걸 다른 분에게 넘겨준다면 ‘또 열심히 노를 저어가리라’ 믿습니다. 가라앉기 전에 빨리 노를 젓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리 준비해간 다섯 갈래의 질문이 끝났음에도 무언가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으니 감독을 향한 진심 어린 감사가 들려왔다. 이 답변을 끝으로 그들의 치열함이 느껴졌던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감독님들도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이를 이해와 배려로 감싸주신 감독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배려가 아니었다면 영화제가 열리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