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선보였던 ‘여성감독 특별展’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여성감독 특별展’이 진행되었다. ‘여성감독 특별展’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아모레퍼시픽이 공동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동시대 여성의 삶을 응원하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섹션은 총 두 부문으로 나뉘어 상영되며, 여성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성의 삶을 다룬 단편영화 6편이 상영된다. 오늘 에디터가 직접 그 현장을 방문해보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일요일 오전,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 아모레홀에는 미쟝센 단편영화제‘여성감독 특별展’ 섹션 2 상영 준비가 한창이었다. 2층 아모레홀 앞에서는 ‘V-crew를 이겨라’ 라는 행사도 준비되어 있었다. V-crew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아모레퍼시픽 본사 지하 1층 에이랏 (a lot) 카페의 커피와 쿠키세트 교환권을 무료로 증정했다. 또한 5개의 스탬프 중 4개 이상 찍으면 경품을 증정하는 스탬프 이벤트도 진행되었다. 오후 12시부터 상영관 입장이 가능했고, 50분부터 관객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일요일 오전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비를 뚫고 상영관을 찾아왔다. 한 관객은 박인희 감독의 <담피소>를 인상깊게 봤던 기억에, <담피소>를 한번 더 보고자 한 마음에 찾아왔다고 했고, 다른 한 관객은 14년도부터 꾸준히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찾아준 단골관객으로, ‘여성감독 특별展’ 상영작들이 특히나 궁금해 찾아왔다고 했다.
오후 12시부터 섹션 2의 단편들이 상영되었다. 섹션 2는 <클로젯>, <담피소>, <옆구르기> 순으로 상영되었다.
박가희 감독의 <클로젯>은 가구공방을 운영하는 여자, 수인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는 이야기로, 여성은 연약하고 남성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회에 만연하는 여성에 관한 편견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박인희 감독의 <담피소>는 담배피는 소녀들의 줄임말로, 세 명의 여고생이 빨간 모자 변태를 쫓는 내용이 메인 플롯이다. 영화는 여성이 남성에 의해 성적대상화가 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어른이라는 존재의 불완전성을 이야기한다.
안주영 감독의 <옆구르기>는 중학생 소녀 정은이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잘 보이고 싶어, 수행평가옆구르기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로, 학창시절 풋풋했던 우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세 영화 모두 작품의 퀄리티가 높고, 시간 감각을 잊게 할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섹션 2 영화들의 상영이 모두 종료된 후, 나가는 관객들의 얼굴들 역시 만족감이 가득해 보였다.
이날 오후에는 ‘여성감독 특별展’ 섹션 1 영화들이 이어 상영되었다. 오후에는 오전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주었다. 선착순 이벤트도 오전에 비해 더욱 활기가 띄었다. 이윽고 7시부터 영화가 상영되었다. 영화는 <수요기도회>, <배드신>, <마취> 순으로 상영되었다.
김인선 감독의 <수요기도회>는 도박 중독이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평범한 주부 ‘소연’이 도박에 미쳐가는 모습을 ‘헤라’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헤라’가 ‘소연’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제시했던 ‘수요기도회’에서의 잡일 업무가 결국 ‘소연’을 도박중독으로 이끈다는 점은 작품의 비극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전고운 감독의 <배드신>은 여배우의 배드신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배우로서 완벽한 연기를 해내고 싶은 마음과 여성으로서 노출연기에서 느껴지는 공포와 거부감을 주인공 ‘진홍’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석영 감독의 <마취>는 내과의원 원장이 수면내시경 환자에게 마취제를 투여하고 성폭행한다는 사실을 간호사 ‘지현’이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화는 사건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제 3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들의 선택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섹션 1의 세 작품은 섹션 2의 작품들과는 달리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은 대부분 말을 잃고 사색에 잠긴 채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본 여성의 현실은 생각보다도 훨씬 적나라했다. ‘여성’ 이라는 타이틀 하에 씌워진 사회로부터의 편견과 굴레가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같은 여성으로서 소름이 돋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했다. 근 일 년간 여권신장운동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있는 이 시점, ‘여성감독 특별展’ 상영작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여성감독 특별展’ 은 7월 3일 화요일 오후 7시 아모레퍼시픽 본사 2층 아모레홀에서 섹션 2 상영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