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 30분 경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 GV가 진행되었다. 오늘 GV에는 <탠저린>의 심규호 감독, <텔미비전>의 임종민 감독, <회전목마>의 장만민 감독, <찾을 수 없습니다>의 엄하늘 감독이 참석했다. 그들이 들려주는 ‘사랑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모더레이터 : 안녕하세요,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영화평론가 이수향입니다.
네, 저희가 지금 같이 본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 감독님들 앞으로 모셔봤으면 좋겠습니다. 옆에 계신 분부터 한 분씩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엄하늘 감독 : <찾을 수 없습니다>의 엄하늘입니다.
장만민 감독 : <화전목마>의 장만민입니다.
임종민 감독 : <텔미비전>을 연출한 임종민이라고 합니다.
심규호 감독 : <탠저린>을 연출한 심규호입니다.
<엄하늘 감독>
모더레이터 : 네, 오늘 관객과의 대화 여러 스텝분들과 배우분들도 와주셔서 더욱 뜻 깊은 것 같습니다. 관객분들께서 질문을 생각하실 동안, 제가 감독님들과 말씀을 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엄하늘 감독님,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영화내용을 보셔서 다들 아시겠지만, 지환과 은하 이 두 친구가 처음에는 우정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첫사랑의 풋풋한 모습으로 보여주며 끝이 나는데요, 감독님이 처음에 어떤 의도로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엄하늘 감독 : 처음에는 대구지하철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그게 멜로 영화로까지 발전하게 되고, 지환이 은하를 바라보는 관점이 지환이 대구를 생각하는 관점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나리오를 작업했습니다.
모더레이터 : 감독님께서 이전에 <부끄럽지만>이라는 작품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오신 경험이 있으신데요, 감독님은 추구하는 작품세계가 어떠하신지 설명해주시면 어떨까요? 주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과 같은 로맨스 영화에 치중하고 계신가요?
엄하늘 감독 : 어쩌다 보니 멜로를 두 편 찍게 됐는데요, 잘한다기보다는 이걸 찍을 때 제가 설레는 감정이 있어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모더레이터 : 주연배우 두 분의 연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여러 배우분들이 있으셨을 텐데, 두 분을 캐스팅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엄하늘 감독 : 정다은 양은 단편영화를 보고 처음부터 작업하고 싶었고, 남자 배우는 첫 미팅 때 소년 같은 모습이 인상깊어서 캐스팅을 해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더레이터 : 장만민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도 어떤 연출 의도로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장만민 감독 : 저는 김사월, 김해원씨 ‘회전목마’ 라는 노래를 듣다가 순천에서 신림 고시촌으로 공부하러 갔던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경마공원에 갔던 기억이 있어서, 그 때의 감정들과 당시 앉아있던 제 처지를 돌아보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장만민 감독>
모더레이터 : 영화를 보면, 주인공 두 명이 사실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지만, 남자 역할은 실패를 했고, 여자 역할을 했던 다은도 마찬가지로 아직 합격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두 친구가 그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느낌을 영화 전체적으로 받게 되는데요, 특별히 이런 주제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장만민 감독 : 제가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제 친구들이 공무원 시험준비를 많이 하기도 했고, 실제로 공무원이 되어서 본인이 공무원을 뽑는 위치에의 공무원이 된 친구가 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20만명 정도나 되는 인원이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뉴스나 주변에서 워낙 하나의 관습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인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너무 공포영화처럼 섬뜩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고시시험을 쳐 보진 않았지만, 제 입장을 찾아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모더레이터 :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이 영화에서 보면 두 친구 모두 고향이 서울이 아닌데,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다가 실패해서 내려가기도 하는 소재가 나오게 됩니다. 사실 요새 영화에서 지방에서 상경해서 뭔가를 이뤄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아 낙담을 겪는 서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감독님 개인적인 사정과 관련해서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장만민 감독 : 제가 아는 선에서는, 실제로 지방친구들이 산업이 많이 발달한 도시가 아니면, 대부분 서울에 올라와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봤을 땐 제 나이 또래에게는 절박한 문제 같은데, 너무 뉴스나 기사정도로만 다뤄지고 인식되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런 관점에 대해 좀 더 배우면서, 만들 때 이런 관점을 고민해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임종민 감독>
모더레이터 : <텔미비전> 연출하신 임종민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화가 재미있는데 슬프기도 한 작품입니다. 연출의도 좀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임종민 감독 : 보통 친구들은 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 때 자기가 스스로를 보충하기도 하고, 현실과 타협하기도 하면서 일을 하려고 하는데, 저는 ‘너 무얼 하고 있냐는 질문’에 정형화된 답변을 못 내는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누가 나에게 비전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나에게 위기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에, 항상 비전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누군가 나를 좋게 봐주는 사람은 나의 보이지 않는 비전을 봐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두 가지 마음을 영화에 담고 싶었습니다.
모더레이터 : 영화 마지막 부분에 강민이 ‘막팔아 이강민’ 이라는 개그를 선보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직접 감독님이 웃음요소에 대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연출한 건지 궁금합니다.
임종민 감독 : 5년 째 성공하지 못하고 있기에, 재미있지 않을 것이고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개그 내용보다는 엎어지는 말의 이미지가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물건이 없는데 팔아야 하는 쇼호스트의 모습이 강민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 내용이 더 중요했습니다. 아버지 앞에서 보여줄 게 없는데, 개그를 보여주는 강민과 물건이 없는데, 어떻게 해서든 자기가 가진 걸로 팔아보려는 쇼호스트가 맞닿아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모더레이터 : 심규호 감독님의 <탠저린> 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영화가 특이한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길게 두 주인공이 대화를 하면서 걸어가다가 갑자기 색감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뀐다던지, 인터뷰하는 형식처럼 보이다가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형식으로 보인다던지, 이런 방법을 사용하셔서 나타내고자 한 것이 있을까요?
심규호 감독 : 구성과 순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영화가 제 이야기가 섞여 있다 보니까 화려하고 다양하게 하면 제 스스로가 가짜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샷을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영화가 지루할 것 같아서 ‘규호가 사고를 당해다’라는 설정 등과 같은 비슷한 느낌을 내려고 했고, 순서를 많이 바꿔서 생각하는 재미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모더레이터 : 영화 제목도 “탠저린”이고 중간에 두 인물이 걸으면서 계속 귤을 먹고 있고, 기차역에서 귤을 건네주는 장면도 나오는데, 제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실 수 있을까요?
심규호 감독 : 원래 초반부터 귤로 제목을 지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건 가족에서부터 온 것인데, 귤이 낱알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나로 이루어지면 귤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가족도 비슷한 의미라 생각해서 귤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귤 이미지에 맞춘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저도 귤을 되게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에, 제목은 제가 좋아하는 귤로 했습니다.
<심규호 감독>
모더레이터 : 관객분들이 질문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질문 있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서 표시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객 1 : 영화 네 편 모두 잘 봤습니다. 저는 <탠저린>의 심규호 감독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영화 내용을 보면서 실화를 바탕을 하신 건지 궁금했고, 그렇지 않다면 중간에 나오는 정신병 같은 소재는 어떻게 사용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심규호 감독 : 영화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구분을 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은 진짜이고, 영화이기 때문에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과장을 했던 것은 있었습니다.
모더레이터 : 또 다른 질문 받아보겠습니다.
관객 2 : <찾을 수 없습니다> 엄하늘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보면서 생각났던 게 내용은 다르지만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이미지적으로 비슷하다고 많이 느꼈는데, 마지막 현대배경에서 옆에 <립반윙클의 신부> 포스터가 걸려있더라고요. 혹시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엄하늘 감독 : 과거에 지환의 방을 보면, 러브레터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옛날에 ‘이와이 슌지’를 좋아했던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이와이 슌지’를 좋아해서 ‘이와이 슌지’의 최신작 포스터를 벽에 붙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약간 유머처럼 연출해보았습니다.
모더레이터 : 또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
관객 3 : 저는 장만민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영화들을 보면 사랑에 대한 게 보였는데, 유일하게 이 작품에서는 젊은 층들의 삶에 대한 애환이나, 취준생들의 생각만 볼 수 있었지, 어떤 종류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장만민 감독 : 물론 이들이 가까워지고 알아가면서 관계가 형성되어야, 감정들이 만들어지는데, 저는 이 두 사람 마음 사이에 독서실 의자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가까이 말을 걸고, 나아가는 걸 방해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런 애매해진 만남이 일종의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모더레이터 : 또 다른 질문이 있으실까요?
관객 4 : 우선 네 감독님 작품 정말 잘 봤습니다. 저는 <텔미비전>의 임종민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텔미비전>의 결말이 약간 개그맨을 지망하는 분이 결국 최종합격을 한 것도 아니고, 떨어진 것도 아니고, 둘의 연애도 확실한 결말이 아닌 약간 열린 결말을 보이는데, 이런 색다른 결말을 내신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종민 감독 : 합격, 불합격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텔미비전>이라는 타이틀이 두 번 뜨는 이유는 첫 번째는 연희가 강민에게 너의 비전을 말해달라라는 식의 ‘텔미비전’이었다면, 마지막 ‘텔미비전’은 내게 비전이 있다고 말해줘, 라는 ‘텔미비전’입니다. 그래서 어떤 마음이 다른 마음을 역전했기에, 음악도 반복적으로 깐 거였습니다. 그래서 강민의 합불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더레이터 : 다른 질문 있으실까요?
관객 5 : <찾을 수 없습니다>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여자가 이민을 갔다고 해도 서로 연락을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남자는 왜 연락을 하지 않았을까요?
엄하늘 감독 : 2003년도 당시에는 버디버디 정도가 연락수단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연락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모더레이터 : 혹시 마지막으로 질문 있으실까요?
관객 6 : 네 작품 모두 잘 봤습니다. 저는 <텔미비전>의 임종민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극 중 포스터에 실제 강민역을 맡으신 배우님 이름이 적혀 있는데, 극 중 강민 역할을 맡으신 분이 실제 코미디를 하시는 분인지, 그리고 그렇다면 개그를 감독님이 짜셨는지, 배우님이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임종민 감독 : 강민 포스터는 미술팀이 만든 것이고, 가상의 포스터입니다. 그리고 개그는 ‘홈쇼핑 호스트’ 라는 소재와 마지막에 ‘말로 뒤집어서 한다’ 는 정도는 제가 짰고, 나머지 운동기구, 쓰레받기를 이용한 개그는 배우님 아이디어 였습니다.
모더레이터 : 저희 오늘 네 분 감독님 모시고 말씀 나눠보니, 영화에 대해 의아하거나 궁금했던 부분들이 이해가 가서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감독님들 마지막으로 지금 하고 계신 작업 있으시면 소개를 해주시고, 계획하고 있거나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있으시면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엄하늘 감독 : 저는 영화 스텝일을 하고 있고요, 기회가 된다면 제가 연출해보겠습니다.
장만민 감독 : 열심히 하겠습니다.
임종민 감독 : 저도 항상 뭔가를 하고 있는데요, 다음에 이런 순간이 또 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심규호 감독 : 저도 뭔가를 항상 열심히 있는데, 이런 순간이 또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더레이터 : 네, 관객과의 대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0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기분이었다. 감독과 직접 대화하고,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니,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한 ‘사랑과 사람’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선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