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공지

작성일
2022-05-06 12:32
조회
5466

미쟝센 단편영화제 고별 공지문입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할지 참 막막한 글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그렇습니다. 2002년 7월 4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그 시작을 알렸던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5월 6일부로 엔딩 크레딧을 올립니다. 누군가는 예상치 못한 엔딩 크레딧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 단편영화 앞에서 가장 당당하고 떳떳한 모습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시점이라 판단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악착같이 단편영화의 편에 서려 했고, 아낌없이 단편영화를 사랑했습니다. 단편영화 곁을 떠난다는 생각에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고, 후회스러운 순간도 곧잘 떠오르지만, 그래도 우리는 단편영화와 함께한 지난 20년의 시간이 부끄러움은 없습니다. 2022년을 끝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엔딩 크레딧을 올리기로 한 이 결정을 모두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2011년 제작한 미쟝센 단편영화제 10주년 기념영상에서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탄생을 함께 했던 한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계속된다면, 영화제의 시작을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관객 중 한 명으로 객석 구석에 앉아있는 것으로도 참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객석에 앉을 수 없겠지만, 그것이 단편영화를 위한 관객의 자리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언제나 그랬듯, 단편영화(제)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크린에 영사할 것이고, 우리는 비록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아닐지라도 그런 단편영화를 계속 응원할 것입니다.


오늘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엔딩 크레딧을 올리지만, 우리는 한국영화를 위한 우리의 역할을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겠습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출범하던 2002년 무렵처럼, 우리를 필요로 하는 시대적 소명이 있다면 우리는 그 역할을 맡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한국 단편영화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파수꾼이 되어주었던 우리의 친구 ㈜아모레퍼시픽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지난 20년간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한국 단편영화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우리를 믿어준 ㈜아모레퍼시픽 덕분이었습니다. 한국영화를 위해 우리가 다시 모여야 한다면, ㈜아모레퍼시픽은 그 동반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정말 엔딩 크레딧을 올려야 할 시간입니다. 그 마지막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몫이었으면 합니다.


Special Thanks To 미쟝센 단편영화제!


2022년 5월 6일


미쟝센 단편영화제 집행위원 및 명예 집행위원 감독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