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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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하고 아름다운> – <저 사람> 김연조 감독 인터뷰

글 : 나진수 / 사진 :

 

많은 스릴러 영화들이 현실에서는 입에 한 번 담기도 어려운 강력범죄들을 당연한 듯 다뤄왔다. 그리고 극단적 분노나 생존본능에 귀의하여 캐릭터들의 행동을 정당화해왔다. 그래서 오히려 의문점을 주는 스릴러가 돋보일 때가 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누가 범인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수수께끼 코드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저 사람>의 제목에서 ‘저’라는 지시관형사는 시선 이동을 유도하면서도 대상과의 거리감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으로 하여금 한 걸음 혹은 한 숨의 여유를 두고 ‘저 사람이…’로 시작하는 문장을 스스로 완성하게 한다. 그 미완의, 그래서 더욱 미묘한 작품의 세계가 궁금하다.

우선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이성과 광기 사이’라는 연출의도에 대해 관객 분들이 궁금해 하실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좀 더 상술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김연조 감독: 저는 모든 사람들이 살인을 할 수 있는 작은 씨앗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는 무언가가 그 씨앗에 시동을 걸어주는지 아닌지의 차이로 생기는 것 같아요. 영화 <저 사람>은 그렇게 시동이 걸렸을 때, 사람이 정말 이성을 가지고 그것을 판단할 수 있을지, 아니면 광기로 바로 넘어갈지가 애매모호한 현실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사건사고도 많고, 누군가 살인범이 나타났다고 이야기를 할 때, 그 살인범을 손가락질하죠. 그렇지만 저도 흔히 말하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을 정도의 분노’를 느낄 때가 드물게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말로는 그렇게 말하죠. 살인범은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잘 살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종이 한 장 차이의 미묘한 부분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광기가 잘못된 광기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이런 내용의 영화를 연출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라는 시간적 배경을 설정하신 이유가 있는지?

 

김연조 감독: 어떻게 보면 크리스마스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잖아요. 이런 설정은 초반 철물점 말고는 나오지 않죠. 그런데 낫과 삽이 있는 공간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하나라도 걸려있으면 분위기 자체가 기이해질 것 같았어요. 상반된 감정을 주기 위해서 크리스마스와 같은 행복한 날을 설정했습니다. 그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크리스마스에는 정도가 배가된 비극이거든요.

 

촬영이 전체적으로 푸른색 톤이고, 초반에 파란색 미쟝센을 여러 차례 보여준 것이 돋보였다. 씬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 것 같은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김연조 감독: 파란색은 당연히 차갑게 보이는 느낌이 있잖아요. 컬러리스트분하고 LUT(색보정 프리셋)을 많이 입혀봤었어요. 그 ‘장소와 시간’에 가장 잘 맞는 것을 고른 거죠. 사실 무의식중에 선택한 부분이에요. 제가 갖고 있는 영화에 대한 일종의 느낌과 생각에 있어서 가장 잘 맞는 색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에도 잘, 그리고 일관되게 적용된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씬에서 심도가 얕은 촬영을 유지하고 계시는 미적인 의도 외에 어떤 효과를 의도한 것인지?

 

김연조 감독: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밤 촬영이 많았기 때문에 조리개를 열 수밖에 없었어요.(웃음) 그게 가장 사실 큰 이유였고요, 박성호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따라가면서, 죽임을 당하는 한 명, 한 명에 대해 ‘저것은 뭘까?’라는, ‘저 사람은 누굴까?’라는 의문을 갖게 해주는 효과가 필요했기 때문에 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서 심도를 매우 얕게 유지했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땅 있으시죠?’라는 질문은 인상적이기도 하고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영화 전체에서 땅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김연조 감독: 어비리라는 동네를 약간 브랜드화 시킨다고 할까? ‘이 일은 어비리에서 일어나는 일이야.’라고 명명하면 그 공간 자체가 사람들에게 좀 더 와 닿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초반에 사람이 없는 길거리, 공허한 느낌의 씬들을 보여주는 것들도 ‘이게 어비리야. 이게 어비리의 느낌이야, 모습이야’ 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죠.

제가 찾아보니까 어비리의 저수지가 되게 유명하기도 하고, 저녁과 새벽녘에 음산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고 하더라고요.

 

김연조 감독: 저도 몰랐네요, 하하.(웃음)

 

관객들은 사건의 범인이 두 명인지, 세 명인지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원래 의도는 무엇인지 여쭤보아도 괜찮을까요?

 

김연조 감독: 범인에 대한 의도는 두 명이 맞고요. 어떤 두 명인지 말하지 않겠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말을 줄이겠습니다.(웃음)

 

주인공 박성호 역을 맡은 윤종구 배우가 두 번째 사람을 죽일 때의 표정연기나 ‘저 사람’이라는 외침만으로 큰 임팩트를 주는 강승현 배우의 연기는 어떻게 연출했는지?

 

김연조 감독: 사실 촬영 회차가 너무 짧아서 촬영할 당시에는 제가 연기에 대해 말씀을 많이 못 드렸어요. 현장에서 말씀드린 것보다 프리할 때 같이 많이 얘기를 했죠. 어떻게 보면 연출 의도와 비슷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 사람이 진짜 미쳐서 살인을 하는 건지, 아니면 이성은 있지만 그 분노로 인해서 살인을 하는 것인지, 그 중간 지점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 부분은 박성호라는 캐릭터 스스로도 느끼는 거죠.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인식과 자책감에서 자신도 모를 감정의 표정이 나오기도 하고, ‘이 지옥 같은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편안한 마음이 나타나기도 하죠. 자신이 잘했는지 못했는지 몰라서,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는 느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부분도 윤종구 배우님께서 너무 잘 이해하고 표현해주셨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 미친 건지, 이성이 있으면서 분노한 건지 아리송한 모습으로 잘 나온 것 같네요.

박성호가 트럭을 타고 어딘가를 이동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폭력이 순환되는 서사의 구조와 연결시켜 볼 수 있을지?

 

김연조 감독: 그것은 서사적인 것보다는 연출적인 요소인 것 같습니다. 박성호가 사람을 두 명 죽이는 것은 편안한 장면은 아니잖아요? 그때 호흡에 관련해서 이런 사건이 났으니까 조금은 쉬어줘야 하는 템포적인 부분이 있었죠. 음악과 같은 여러 요소를 통해 살인을 한 박성호의 감정이 요동치지는 않더라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고 연출한 부분입니다. 배우 강승현씨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저 사람’을 외칠 때 갑자기 템포를 확 올리게 되는 부분도 템포 조절의 한 부분인 것이죠.

 

이 부분은 아까 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부분이랑 이어지는 것 같긴 한데, 박성호라는 주인공이 다문화 가정을 꾸리게 되었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의도하신 바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어비리라는 장소의 농촌적인 특성을 따온 것뿐인가요?

 

김연조 감독: 원래는 베트남 여자라고 하는 설정의 비중이 컸었어요. 쇼크를 받았을 때, 말도 잘 못해서 한국말 단어를 띄엄띄엄 던지고, 베트남 말을 횡설수설하는 설정들이 많이 있었죠. 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느낌이 많이 있어서 베트남 여자로 설정했었는데 촬영하다보니 필요성이 적어지더라고요. 제 의도가 충분히 전달이 되는 것 같았어요. 사실 영화상으로 더 비중을 둘 시간적 여유도 많이 없었고요.

김연조 감독님에게 단편영화란?

 

김연조 감독: 가장 짧은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영화 포맷 같아요. 장편영화라고 하면 설명해줄 수 있는 시간이 있죠. 그런데 단편영화, 아니 영화든 음악이든 어떤 예술이든 그것에 ‘빠져드는 것’은 선호하고 그렇지 않는 것을 넘어서는, 개인의 취향이나 판단과는 다른 것 같아요. 다른 유명한 거장 감독님들의 영화에 몰입되기는 하지만 그 영화를 싫어할 수 있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렇게 봤을 때, 짧은 시간의 방법으로 다른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호흡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영화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같은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감독과 호흡하게 된다. 그래서 감독은 언제나 영화의 분위기와 템포에 주목한다. 영화 <저 사람>의 김연조 감독은 아름답기 쉽지 않은 스릴러 장르에 특색 있는 색감을 입혀 영화 고유의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관객이 초점을 맞출 ‘미묘한’ 감정을 잘 드러냈으며, 그리고 그것이 무리 없이 소화되도록 진중한 박자감을 더했다. 김연조, ‘그’ 사람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