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8층 3관에서 다큐멘터리 특별전 ‘(나), 카메라, 세계’ 의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다. ‘허진호 단편 특별전’과 더불어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국내초청부문에 있는 두 개의 프로그램 중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나), 카메라, 세계’는 감독들 각자의 시점에서 목격한 혹은 마주한 세계의 편린들을 다룬 한국 단편 다큐멘터리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저씨>를 만든 전성연 감독, <감정의 시대: 서비스 노동의 관계 미학>을 조혜정 감독과 공동으로 연출한 김숙현 감독, <퍼펙트 마라톤>의 박윤진 감독, <덩어리>를 연출한 오재형 감독을 만나 초청작들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나눠 보았다.
모더레이터: 제가 감독님들께 우선 기본적인 질문 하나씩 드리고, 관객분들 질문 받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 시작을 하게 돼서, 제작까지 이르렀는지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전성연 감독: 저는 예전에 사람들을 기본적으로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 마음이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내가 어떻게 깰 수 있을까 하다 보니 빅이슈 판매원 아저씨와 제가 맺고 있는 관계가 떠올랐고, 그렇게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김숙현 감독: 이 프로젝트는 마지막에 스튜어디스로 나온 임샛별 무용수와 함께 같이 공동연출로 하신 조혜정 감독님이 비디오아트하시는 작가 분이기도 하세요. 이 세명이 함께 모여 함께 작업을 해보자 그렇게 이미 세팅이 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무용수와 작업을 하자는 게 중요한 컨셉이었죠. 그렇게 감정노동이라는 주제를 놓고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을 할까 함께 고민했고, 큰 프로젝트가 하나 만들어졌어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영상은 총 4편인데 제가 연출한 게 바로 이 작업입니다. 퍼포먼스 공연도 있었고요.
박윤진 감독: 다니는 학교에서 하는 다큐멘터리 관련 수업 때, 교수님께서 네가 지금 이 순간에 가장 궁금한 것을 찍으라고 하셨는데, 그 때 저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제일 궁금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습니다.
오재형 감독: 저는 영화에서 나타나듯이 재작년에 공황장애를 심각하진 않은 수준이지만 겪은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공황장애라는 병이 나타나는 모습이 되게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서울영상미디어 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이라는 걸 듣게 되었고, 뭘 만들까 하다가 영화 속 대사이기도 한 ‘있기 때문에 믿는 걸까, 믿기 때문에 있는 걸까’라는 문제가 궁금했어요. 그렇게 UFO라는 소재와 공황장애의 공통점을 발견했고 둘을 엮어서 만들 게 됐습니다.
관객1: 오재형 감독님께 우선 질문 드릴 게요. 제목을 ‘덩어리’로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영화 초반에 등장하시는 여자 분 때문에 페이크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확 났는데, 그 분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그분의 직업이라든지, 화면 상에서 추측은 여러가지 되지만 명확하지 않아서요.
오재형 감독: 제목을 <덩어리>로 한 이유는 제 친구가, 영화에 나오듯이 ‘내 안에 덩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나중에 다시 보니 그 말이 좋은 것 같아서 그렇게 제목을 정했어요. 말씀해주신 여자 분은 나중에 엔딩 크레딧을 보시면 알겠지만 저희 친 누나예요. 히피처럼 전세계를 떠돌아 다니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인데, 실제로 UFO의 존재에 대해 엄청 믿고 있어요. 누나를 보고 페이크다큐 아니냐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물론 퍼포먼스적인 장면들은 있지만 인터뷰 장면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옷 차림새나, 멘트, 생각 이런 것들은 말 그대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따로 연출한 건 없어요.
관객2: 두 분께 질문 드립니다. 전성연 감독님은 주인공 아저씨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실 거 같은데, 반말을 하는 정도로 친해 보이더라고요.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사전에 친해지는 기간을 두고 촬영을 하시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또, 박윤진 감독님은 영화 중간에 자신은 완벽한 사람을 원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혹시 영화를 찍고 나서 본인의 연애관이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은 완벽한 연인을 찾는 게 쉽지 않잖아요.
전성연 감독: 아저씨는 사실 원래 제가 찍으려고 했던 분은 다른 분이었는데, 거절을 하셔서 소개를 받게 된 분이에요. 만난 지 얼마 안돼서 촬영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친하지 않았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러 세게 보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아저씨에게 잘하려고 하고, 예의 바르게 하려는 그 태도에서부터 벽을 깨어 나가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제가 반말하는 장면에서 예의 없다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재밌다고 하는 분들도 있으세요.
모더레이터: 연관되는 것 같아서 김숙현 감독님께 잠깐 질문 드리겠는데요. 영상의 음성을 제공해주신 감정 노동자 분과는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김숙현 감독: 각 직업군 마다 한 명씩 노동자 분을 섭외를 했고, 전성연 감독님의 경우처럼 오랫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어요. 대신 영화에는 짧게 2분 30초씩만 나오지만, 그분들과 두 세 시간씩 대화를 나누고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박윤진 감독: 영화를 찍고 연애에 대한 가치관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완벽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영화를 찍은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사람을 만나야겠다 하는 어떤 정해진 가치관이 있지는 않아요. 저 때도 사실 딱히 정해놓고 있는 상태는 아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들이 어쩌면 핑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관객3: <퍼펙트 마라톤>의 박윤진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데요. 커피숍에서 두 분이 헤어지는 장면에서 두 가지 감정이 드셨을 것 같아요. 당연히 헤어지자고 했기 때문도 있을 테지만, 또 남자친구가 이 영화를 만들지도 말고 상영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얘기를 한 거니까요. 그 때 당시의 심정이랑 지금 지나고 나서 이 때를 반추해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박윤진 감독: 이게 사적인 다큐멘터리다 보니까 대답이 어려운데, 일단 그 때 당시 울었을 때는 당연히 말씀해주신 두 가지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그 장면을 찍은 날이 마라톤 하루 전날이었는데 안 뛴다고 그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헤어져서 슬픈 것도 있고요.
관객3: 그래서 그 영화를 계속 만들자고 어떻게 설득을 하셨나요?
박윤진 감독: 처음에는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을 몰랐어요. 아무도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거나 초청이 될 거라고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수업 때 제출하면 같은 과 동기들이 보는 정도? 그런데 딱 한군데만 넣고 싶다고 남자친구에게 말을 해서 내게 됐는데 그게 인디다큐 페스티벌에서 상영을 하게 된 거예요. 그 다음에는 몰래 넣었는데, 그랬더니 나중에 내는 건 괜찮은 데 말을 하고 내라고 하더라고요.
모더레이터: 오재형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덩어리>를 보고 있으면 다큐멘터리가 치유의 매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은 찍으면서 다큐멘터리에 대해 생각이 어떻게 바뀌셨나요?
오재형 감독: 치유의 과정으로서 이 영화를 만든 것도 맞아요. 공황장애라는 병에 100% 치유는 없는 것 같아요. 항상 1퍼센트는 남아 있는 느낌? 어렸을 때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로 치료를 한 것 같아요. 공포는 형체 없이 떠다니는 거니까, 글이나 그림 같은 물질로 만들어서 극복하고자 한 거죠. 이 영화를 만들 때도 비슷하게, 우스꽝스러운 외계인 분장을 시킨 동네친구의 영상을 이리저리 편집해보면서 자기최면 같은 걸 했었어요. 난 너를 이렇게 웃기게 만들어서 조롱도 할 수 있고, 편집을 해서 영화로도 만들 수 있어, 이렇게 자기최면을 했던 것 같아요. 또 이 영화는 제 두 번째 다큐멘터리 연출작인데요. 처음으로 만든 것도 단편이었어요. 그래서 다큐멘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없는 편이에요. 앞으로도 제 다양한 능력을 사용해서 찍을 생각입니다.
모더레이터: 김숙현 감독님은 조혜정 감독님과 공동연출을 하셨어요. 어떻게 역할분담을 하셨나요?
김숙현 감독: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이 영화는 큰 프로젝트 속의 한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한 영상 연출을 제가 맡으면 다른 영상은 조혜정 감독님께서 하는 식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전체적인 세팅부터 시작해서 말 그대로 공동으로 연출을 한 영화예요.
모더레이터: 전성연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아까 나온 질문의 연장선상에 있는 질문인데요.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피사체와 너무 친해지다 보면 득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단점이 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전성연 감독: 맞는 말씀이신거 같아요. <아저씨>는 4년 전에 만들었던 작업인데, 그 때 저와 지금의 저는 너무 달라서, 지금 영화를 보면 부끄러운 면들이 많아요. 저 때는 아저씨랑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비판적으로 바라봤어야 하는 면모들에 대해서 대충 넘어가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가끔은 20대 여성으로서 감정 노동을 했다는 생각도 들어요.
관객4: 박윤진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어요. 이별을 겪었던 여자라면 누구나 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혹시 마라톤을 뛰실 때, 숨겨진 마음으로는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별을 하기 위해 마라톤을 뛰었지만 마라톤으로 다시 이 남자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박윤진 감독: 사실 보시다시피 전날 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약간 체념을 하고 달려서, 마음을 돌려야겠다 이런 생각은 안 들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이런 걸 또 찍어줄 사람이 있을까? 만약 다른 사람에게 <퍼펙트 마라톤>을 찍자고 했으면 찍어줬을까? 같은 거요. 상영을 허락해주고 출연을 해준 것 자체가 너무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로 뛸 때는 너무 힘들어서, 뛰면서 어떤 생각을 하기 보다는 그냥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관객5: 영화 잘 봤고요. <덩어리> 오재형 감독님께 질문하고 싶습니다. 영화 마지막에 외계인은 없다는 얘기를 하잖아요. 아까 공황장애랑 불안장애가 있어서 믿는 걸까 믿어서 있는 걸까라고 하셨잖아요. 그 마지막 말이 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답변인지, 아니면 그냥 넣은 건지 궁금합니다.
오재형 감독: 저는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듯이 어렸을 때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었다가 지금은 회의적인 입장이에요. 근데 외계인을 공황장애랑 엮은 이유는, 공황장애도 몸의 감각으로 분명히 느껴지는 게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구체적인 통증으로 존재를 하고, 있다고 믿으면 밌을 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요. 아무데서나 기절하거나, 밖에 못 나가거나 이런 사건들이 벌어져요. 이걸 없다고 말하기는 힘든 거예요. 근데 치료를 하려고 보면 과학적으로는 몸에 아무것도 이상이 없는 상태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없다고 믿고, 병을 직면하는 훈련을 해야만 완치가 되는 거고요. 또, 사람들은 UFO 자체의 존재를 믿고 거기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UFO라는 현상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무언가 둥그런 게 날아가고 떠다니는 모습, 자기가 본 거에 대해서 맹신을 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UFO를 연출하는 방향을 괜찮아? 얼굴 봐봐, 전문가나 과학자를 섭외하는 게 아니라, 일반인들이 믿고 있는 모습에 대해 한 번 찍어봤던 것 같고요. 마지막은 우발적으로 그 친구가 말했던 게 웃겨서 넣는 게 넣고 싶어서 넣게 됐습니다.
모더레이터: 전성연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영화를 찍은 이후에도 아저씨랑 잘 지내시나요?
전성연 감독: 그 이후에도 친하게 잘 지내고 있고요, 작년에 <인디다큐 페스티벌>에서 트레일러 작업을 제가 했었는데, 그 때 다시 한 번 아저씨랑 만나서 작업을 같이 하기도 했어요.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한 관계입니다.
모더레이터: 김숙현 감독님께 질문합니다. 영화를 보면 등장 순서가 보육교사에서 시작해서 스튜어디스로 끝나잖아요. 편집 순서에 기준이 있었나요?
김숙현 감독: 이 영화는 사실 전시용 포맷을 취하기도 했었어요. 계속 앉아 있어야 하는 영화관과는 달리 전시장은 작품을 스쳐 지나가도 되고, 그 어떤 순간을 마주해도 괜찮은 곳이에요. 그래서 무용수마다 동등하게 역할과 시간이 배분된 형식을 갖추게 되었고, 순서를 정할 때는 많은 걸 고려하기 보다 남녀 비율, 흥미, 이런 걸 고려해서 이렇게 배열했던 것 같아요.
관객6: 김숙현 감독님께 질문할 게요. 영화에 다른 배역들이 등장하는 부분은 굉장히 정적인데, 요리하시는 분만 되게 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김숙현 감독: 이 영화에서는 무용수와 협업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어요.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는데, 무용수 분들이 너무 바빠서 현장에서 처음 만나 뵙고 그랬거든요. 요리사 역할을 했던 분은 영상을 그렇게 연출하기를 원하셨어요. 실제로 물리적으로 무겁게 억누르지는 않았지만, 책상을 무겁고 힘들게 떠받치는 느낌으로 갔으면 좋겠다고요. 그걸 통제하고 싶진 않았어요. 무용수 안에 자기만의 해석 능력이 있는 거니까요.
모더레이터: 마지막으로 차기작 계획과 인사 말씀 부탁드려요.
전성연 감독: 다큐멘터리 작업 준비하고 있고요. 여성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된 사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볼까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숙현 감독: 저는 아주 이전에 만들었던 사적인 다큐멘터리 내지 에세이 비슷한 영화를 더 성숙한 버전으로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박윤진 감독: 저는 이 다큐멘터리 찍고 나서 극영화를 하나 찍었는데, 최근에 그 영화의 배급을 준비하고 있고요. 학교 졸업을 아직 못해서 졸업작품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재형 감독: 독립 극영화나 다큐멘터리가 이번 미쟝센 단편영화제 같은 곳에서 운 좋게 상영되는 걸 제외하면 상영되기 되게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서 함께 작품을 모아서 직접 배급을 하고 공동 관리를 하는 <다큐유랑>이라는 활동을 하는 중입니다. 다음에라도 이 영화를 다른 데서 보고 싶으시면 다큐 유랑 찾아주셔서 구독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다음 작품은 현대무용가들과 수화통역사분과 함께 5.18에 관한 댄스 필름을 만들 계획에 있습니다.
이번 다큐멘터리 특별전의 모든 작품들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흐름이 있었다면, 장르 간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일면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각양각색의 네 작품들에서 일종의 거대한 시류를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극영화와 공적인 다큐멘터리, 사적인 기록, 나아가 애니메이션과 미디어아트까지 아우르는 이번 초청작들은 제목 그대로 ‘나’, ‘카메라’, 그리고 ‘세계’ 사이에 서서 관객들이 인식하는 세계의 지평을 활짝 열어주는 듯 했다. 감독과 피사체 간의 직접적인 대면과 소통 과정이 돋보이는 <아저씨>,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상을 속도감 있게 편집한 <덩어리>, 스테디캠을 활용한 원테이크 장면을 십분 활용하고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하여 아름다움과 불편함의 모순적 감정을 동시에 자아내는 데 성공한 <감정의 시대: 서비스 노동의 관계 미학>, 나레이션과 서브타이트틀을 이용하여 제작 과정의 사소한 애로사항까지 담아내는 등 감독의 자기 반영적 목소리가 솔직하게 담겨 있는 <퍼펙트 마라톤>까지, 때로는 철저하게 사적인 기록으로 보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지점들을 시사하는 이번 다큐멘터리 특별전이 관객들에게 다큐멘터리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뜻 깊은 자리가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