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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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웃펐다며 잔상이 남는

글 : 유솜이 / 사진 : 우수연

삶이 끈덕져 지치는 나날들이 많다. 잠시 한 발짝 뒤로 물러나는 것이 답일 때도 있다. 한 발 뒤에서 바라본 삶은 참 웃프다. <볼빨간 사십춘기>의 나경은 우리에게 웃픈 잔상을 남기고 뛰어간다. 이런 나경을 연출함과 동시에 연기한 이가 있다. <볼빨간 사십춘기>의 박혜원 감독 겸 배우와 만나보았다.


Q. 먼저 축하드린다는 말씀으로 시작하고 싶다. 첫 연출작인 <볼빨간 사십춘기>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감독으로, 배우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참가하게 된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좌석버스에서 자고 있다가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볼빨간 사십춘기>를 6개월 동안 편집했는데 점점 자신감이 없어졌다. 외장하드 속 나만의 추억으로 남기자고 생각했다. 어느 날 같이 수영하는 한 회원분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보여드렸다. 그분이 괜찮다며 영화제에 보내라고 제의를 했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렇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참가하게 되어서 기쁜 마음이다. 기쁜 일이 생기니까 자꾸 곱씹게 된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Q. 연출을 마음먹기까지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것 같다. 어떤 계기로 연출을 마음먹게 되었나.
2018년 여름, 고성, 투썸플레이스에서 ‘작품 쓰자!’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써본 적이 없어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영화를 배우는 아카데미, 대학원 이런 곳의 모집 요강을 봤는데 정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들어가려면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 ‘일단 찍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서 처음으로 찍은 영화가 휴대전화 단편영화다. <볼빨간 사십춘기> 후반부에 나경이 무언가를 들고 뛰어가는 장면이 그 내용이었다.
 
형편없었다. 편집하려고 해도 찍어놓은 영상도 없었고. 우리가 아무리 영상에 익숙해도 ‘이야기를 찍는 건 다르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포기할까 하면서도 동시에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좀 더 이야기를 확장해보자 해서 내용을 더 붙이게 됐다.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했다. 필름 메이커스에 공고를 내 촬영 감독님, 편집 감독님을 만났다. 사실 스태프가 4명이어서 그분들이 전부였다. 아무튼 그렇게 그분들을 만나고, 촬영까지 하게 됐다.
 
Q. 정말 많은 걸 직접 소화했다.
마음고생을 좀 했다. 그래도 보람 있었다.
 
Q. 편집 기간이 6개월 정도 소요되었다고 했는데, 촬영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는지.
촬영은 이틀 만에 했다. ‘나 혼자 산다’ 같은 예능에서 그 사람의 하루를 쭉 훑는 것처럼, 고추장 뚜껑을 여는 것부터 아주 사소한 것까지 다 담았다. 실제 촬영분에는 120분가량의 분량이 다 담겨 있다. 이틀 동안 촬영했지만, 촬영분은 많았다. 그걸 추리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진액을 뽑는 게 오래 걸렸다.

Q. 어떻게 나경이라는 인물이 탄생했는지가 궁금했다. 아는 언니 같기도 하고. 왈칵하고 흘러넘치는 친숙함이 특징이다. 마지막 스크롤이 올라갈 때는 김나경 실장님께 조언과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나경 실장님이 어떤 분인지도 궁금하다.
김나경 실장님은… 좋은 분. (웃음) 영화 속에서 나경이 컴퓨터 장비를 들고 일을 하러 가는 장면이 있다. 실화가 바탕이 됐는데. 그 속에 나오는 신입 에디터가 실제로는 나였고, 그 당시 김나경 실장님과 같이 에디팅 알바를 했었다. 실장님이 프리랜서 디자이너다 보니까 출장처럼 다녀야 했다. 컴퓨터를 무겁게 들고 오는 모습이 인상 깊은 ‘하나의 장면’으로 보였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오랜 시간 방송작가를 했고,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었었다. 사실 프리랜서가 너무 힘들다. 나경 실장님이 무거운 컴퓨터를 들고 오는 장면이나 내가 프리랜서로서 겪었던 고충들이 겹쳐져서 그런 이야기가 녹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또래의 여성이나 나처럼 프리랜서 환경에 놓여있는 직업을 가진 분이 <볼빨간 사십춘기>를 보면 공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포인트를 잡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Q. 그려놓은 계획표처럼 삶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에 공감이 많이 갔다. 나경의 직업이 프리랜서인데, 그중에서도 편집 디자이너로 설정한 계기가 있다면
방송작가였으니까 방송작가의 이야기를 쓰면 잘 쓸 수는 있는데, 자전적으로 보이는 건 너무 싫었다. 감독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어서 기피하게 됐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편집 디자이너분이 큰 컴퓨터를 들고 가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설정하게 된 게 크다.
 
Q. <볼빨간 사십춘기>는 이렇듯 나경의 흘러가는 일상을 담고 있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리얼함이 느껴졌다. 극의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연기자들이 상황 속에서 즉흥연기를 하기도 했다는데, 어떤 감정으로 연기를 했나.
즉흥 연기는 가성비가 너무 좋다. (웃음) 앞으로 작품을 계속하게 된다면 즉흥 연기로 만들어가는 장면은 계속할 것 같다. 즉흥연기에 대한 발상은 배우들이 훨씬 더 자유롭게 연기해야 리얼리즘이 살아난다는 확신에서 나왔다. 관찰 예능을 찍듯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잡아야 자연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태식과 나경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데, 그런 기운을 태식 배우가 잘 잡아줬다. 그래서 나도 잘 녹아들었고. 즉흥연기로 연출을 한 것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다.
 
배우분들은 대부분 캐스팅을 했는데, 중간에 등장하는 업체 사장님은 지인분이다. 실제로 디자인 분야 일을 하시는 처장님인데, 그분이 끼가 많은 걸 알고 캐스팅했다. 아무래도 연기자가 아니셔서 현장에서 긴장을 많이 하셨는데 막상 들어가니까 잘하시더라.
 
Q. 상황과 대사의 경계가 어느 정도의 선까지 정해져 있었을지 궁금하다
키워드가 있었다. 안부 인사, 역변 캐릭터, 정변 캐릭터, 뭐 이런 키워드들. “처음에 만나면 인사하고”, “저는 이런 걸 물어볼 것 같아요”, ”저도 초등학교 동창 만났을 때 이런 적 있었어요” 이런 대화를 배우와 나누고 공유했다. 사실 키워드는 있었지만, 촬영하기 전까지도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진행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연기가 나온 것 같다.
 
Q. 아무래도 대부분 즉흥 연기로 소화해내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이틀 안에 촬영을 해야 하고,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해야 했는데 그 전날 잠이 안 왔다. 스태프들 앞에서 대사를 못 외운다거나, 버벅대면 안 됐고. 그건 연출도 마찬가지였다. 흔들려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연기를 완벽하게 준비했다. 준비했다는 건, 리허설이나 연기 연습을 했다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대사를 읊었다. 대사가 체득되고, 내용이 완벽하게 이해된 상태에서 연기했을 때는 사실 어려운 건 없었다. 연기를 처음해본지라 어떻게 저렇게들 연기할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가사를 일부러 외우지 않아도 알아서 나오는 것처럼, 완벽한 숙지가 되니까 알아서 되더라. 그걸 이번에 알았다. 그래서 어렵다기보단 재미있었다.
 
Q. 거의 당일에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고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배우분들 간의 호흡은 어땠는지.
정말 좋았다. 정말 감사하다. 편집장님이 페이 관련해서 말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그 표정이 정말 리얼했고, 내가 상상했던 에디터의 얼굴이었다. 태식 배우님은 정말 생면부지의 사람이 처음 만나 맞추는 호흡이었는데도 좋았다. 실제 성향도 남자를 대할 때 능하지는 않은데, 그런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게 태식배우가 현장에서 리드를 잘해줬다.
 
나중에 든 생각은 좋은 배우들과 감독님을 만나 너무 좋은 추억이었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무엇이든 사람이 좋아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호흡을 맞출 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성실하게 매사 열심히 하는 분이 있지만 많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미쟝센 단편영화제라는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 요소 안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Q. 감독과 배우를 둘 다 소화하면서 느낀 점이 남달랐을 것 같다. 차이점 또한 존재했을 거다.
마음고생을 했다. 지금은 그냥 얘기하는데, 사실 영화를 포기할까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내가 연기하는 게 아니라 나경이라는 배우를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화면에 내가 상상하던 이미지가 아닌 내 얼굴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포기가 되는 순간이 있었다. 훨씬 더 매력적인 외모의 배우를 상상하다가 의욕이 절로 떨어졌다. 할 맛이 안 났다. 나경 캐릭터를 누가 봐도 짠하고, 웃긴데 사랑스러워 보이게끔 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썼었는데. 그래서 그냥 오히려 가감 없이 연기해야지 싶었다. 여주인공이 바뀌면서 리얼리즘이 더 극대화됐다.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하면서 그렇게 힘들었던 점은 없었는데 굳이 말하자면 캐스팅 단계에서의 좌절. 그때가 힘들었다. 촬영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내가 하자고 결정을 내렸다. 그 순간엔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은근히 나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아쉬움이 있다면 후반부에 나경이 뛰어가는 장면을 더 긴박하게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했다. 연기에 대해선 늘 생각과 실제 사이에 괴리가 있었다. 기쁜 걸 나름대로 크게 표현했는데 화면에서 보면 그게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럴 땐 과장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 감정에 제대로 몰입해야 하더라. 그 순간 정말 기쁘다고 생각을 해야 그게 자연스럽게 나온다.
 
Q. 나경은 솔직하고, 투명한 모습이 정말 매력이다. 집에서의 일상 또한 그랬다. 짝이 맞지 않는 젓가락으로 스타벅스 요거트 통에 담긴 고추장을 먹는다거나. 좀 찢어진 침대 시트 위에서 생활한다거나. 이런 생활 속 디테일이 살아있는데, 세심한 포인트들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듣고 싶다.
그게 정말 내가 생각했던 디테일이었다. 일부러 연출했는데, 찾아낼 거라고 생각은 못 했다. 너무 반갑다. 나경이 입고 있던 티셔츠에 구멍이 나 있었는데 그걸 좀 더 크게 찢었다.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에서 받은 걸 지금까지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나게 연출하기도 했고. 젓가락도 짝짝이로 설정한 게 그래야 밥이 잘 안 집히고 굴러떨어진다. 왜냐면 시종일관 나경이가 짠하길 바랐다. 그래서 그런 짠함의 요소를 다 넣은 거다. 소품으로는 그랬고. 배달음식을 시키기 직전에 카드가 막히고, 페이가 깎이고 하는 상황들은 짠함의 연속이다.
 
Q. 나경과 태식과의 대화가 영화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경과 태식의 만남을 연출한 이유가 있다면.
휴대전화 단편영화에 처음 구상된 게 나경과 태식의 대화 장면이었다. 찍고 보니 모양이 영 안 좋았다. 잔상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이야기를 확장하고, 발전하게 된 거다. 단편에서는 대화도 짧고, 신세를 한탄하는 대화였다.
 
Q. 태식과의 대화에서도 강다니엘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사실 나경이가 아이돌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강다니엘 현상이라고 하는 신드롬이 일어났을 때. ‘강다니엘의 인기 요소에는 30, 40대의 연상녀 군단이 있었다’는 기사를 보고 이렇게 연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0, 40대 싱글여성들의 현실 단면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와 맞아떨어졌다.
 
Q. 음악이 연출에 영감을 주었다고 연출 의도에서 읽었다. 인물의 눈빛, 표정, 행동, 달리기까지 음악에 맞추어 연출했는데. 음악과 운명적으로 만난 순간에 관해 물어보고 싶다.
편집 감독님이 편집하실 때 옆에서 무료 음원 사이트의 음악을 계속 듣고 있었다. 편집하는 화면을 보면서 듣기도 하고. 듣다 보니 ‘이거다’ 하는 음악이 있었다. 씽크를 맞춰봤는데, 어느 정도 들어맞았었다. 그래서 음악이랑 화면을 편집해서 음악에 맞췄다. 효과음까지 맞게 넣고. 음악 자체는 선물처럼 발견하게 되었지만, 직감적인 느낌이 있었다. 음악이 없었으면 밋밋했을 것 같다.

Q. 앞서 얘기했지만, 음악에 맞춰 나경이 길거리를 정신없이 달리는 장면이 아주 인상 깊었다. 희극지왕이라는 장르에 맞게 웃음이 절로 났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볼빨간 사십춘기>의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제가 바란 건 공감과 위로였다. ‘이건 내 얘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웃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웃펐다’라며 잔상이 남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있는 것처럼. 나를 웃프게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참 호감이 가는 것 같다. “나경이 되게 짠해. 근데 되게 웃겨” 이렇게 나경이가 잔상이 남았으면 했다. 영화의 포인트는 현실을 살아가는 싱글 여성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나아가서는 웃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Q. 사십춘기 나경의 일상을 보고,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경’들이 많이 공감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경’들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봐주었으면 하는지
그냥 내 영화 보고 한번 웃으세요. 그러면서 위로받으세요. 하고 싶기도 하고. 충고나 조언도 어렵지만, 감사도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웃기려고 만든 포인트들이 있는데 웃어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포인트를 예상할 순 없는데, 보다 보면 분명 웃음 짓게 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기분 좋게 웃고 공감해 주셨으면 한다.
 
Q. 차기작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어떠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싶은지.
가족 이야기다. 지금은 초고만 썼는데 <한가위만 같아라(가제)>라는 제목이다. 한가위에 가족들이 모여서 ‘로또 1등 당첨되게 해주세요’라고 소원을 빌었는데 정말 당첨이 되는 이야기다. 반전이 있기도 한데. 그 반전에 집중하기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봐주었으면 하는 게 있다. 천태만상이라는 말을 해야 하나. 살다 보면 내 가족에게도 또 다른 면을 발견할 때가 있더라. 그리고 이 가족 역시 약간 짠하다. 그런 상황들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단편을 쓰고 있다.
드라마도 한 편 써서 공모에 제출은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올해 여러 작품을 썼고, 계속 쓰고 있으니까 영화나 드라마 무엇이든 사람들하고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Q. 이번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에 도전했다. ‘연출 혹은 연기로’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이야기나 작품을 쓴 지 얼마 안 됐지만 조심스레 예측해보자면. 제가 앞으로 쓰는 작품들은 무조건 ‘공감과 희망’이라는 키워드로 쓸 것 같다. 공감과 희망이 저에게는 너무 중요하다. 그 안에는 항상 코미디가 있을 거고, 해피엔딩일 것이다. 그게 작품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일 것 같다. 그래서 당분간은 희극지왕에 계속 도전하지 않을까.
 
Q. 감독님에게 단편영화란?
그냥 딱 생각나는 키워드는 ‘매년 도전’ 이다. 매년 도전하고 싶다. 작품을 완성해서 꼭 영화제에 안 나와도, 아니 나오면 좋지. (웃음) 당분간은 다른 도전도 할 테지만, 단편영화 너무 재밌다. 만드는 것도 재밌다. 쓰는 것도 너무 재밌다. 그래서 그냥 매년 도전하고 싶은 것인 것 같다. 5년, 10년, 20년씩 찍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우디 앨런 감독이 매년 작품을 내듯이. 내년에도, 후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작품이 만들어져 있기를 바란다.
 

박혜원 감독의 이야기 속 인물은 짠하지만 못 견디게 귀엽다. 솔직함의 미학으로 관객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알뜰히 나눠 준 그녀는 차기작으로 또 다른 웃픈 인물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했다. <볼빨간 사십춘기>와 같은 이야기를 내년에도, 후년에도, 내후년에도 보고 싶은 바람을 조심스레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