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의 하루는 바쁘게 지나간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미쟝센 단편영화제도 어느덧 끝이 보인다. 일주일 간 우리는 영화제 곳곳에서 주황색 옷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자원활동가 ‘V-CREW’이다. 우리가 영화제를 즐기는 동안 내 하루엔 얼마나 많은 주황빛들이 있었을까. 알게 모르게 일상 속에 스며든 그들, 제1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탈 없이 마무리하게 해준 주역들을 만나보자.
먼저 V-CREW의 출퇴근을 담당하는 곳, 자원봉사자들이 업무 중간중간 달콤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원활동가 쉼터에 가보았다. 오고 가는 사람들 틈에서 우직하게 쉼터를 지키는 운영지원팀이 보인다. 운영지원팀은 사전 업무를 통해 영화제 명찰과 감독 패키지를 제작하고, 영화제 기간에는 쉼터에서 V-CREW의 출퇴근과 식사, 간식 배부를 담당한다. 운영지원팀의 여다운 V-CREW는 쉼터에 있어서 심심할 때도 있지만 준비한 간식을 V-CREW들이 맛있게 먹을 때 뿌듯하다며 V-CREW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봉사자를 위해 봉사하는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힘차게 하루를 시작한다.
쉼터를 나와 6층으로 내려가보자. 6층 매표소는 일반 CGV영화관도 운영되기에 많은 관객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매표소 가장 끝자리, 무채색의 옷들 사이에서 어김없이 주황빛이 보인다. 티켓 발권을 도와주며 관객과 가장 먼저 만나는 곳 미쟝센 단편영화제 매표소이다. 안내/티켓팀이 교대로 담당하는 매표소에서는 현장 발권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매표소를 지나면 각종 애니메이션 굿즈를 판매하는 씨네샵이 나온다. 한편에선 오직 미쟝센 단편영화제만을 위한 굿즈가 판매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황혜민 V-CREW는 단 한번뿐인 영화제가 관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이 되기를 바라며 ‘추억’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는 “굿즈로 나온 뱃지가 하루에 판매하는 수가 제한되어 있어, 오셨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시는 관객분들을 볼 때 안타깝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안내/티켓팀의 매표소와 행사운영팀의 굿즈샵은 관객을 많이 만나는 자리이지만 어쩔 때 보면 외로운 업무이기도 하다. 다음 영화제에서 이곳을 지나친다면, 반갑게 말을 걸어보도록 하자.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7층을 올라가면 주황색 안내부스를 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내/티켓부스는 6층 매표소와 마찬가지로 티켓을 발급하지만 감독, 초청권의 티켓만을 발급한다는 차이가 있다. 안내/티켓팀의 양지선 V-CREW는 “영화제를 찾아 주시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는 점이 좋다, 친절하게 안내해드리고 나서 만족하며 돌아가시는 관객을 볼 때 뿌듯하다”라며 뿌듯함을 드러내었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화를 보다 잃어버린 한 관객의 지갑을 능숙하게 찾아주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매 해마다 관객으로 왔었는데, V-CREW분들이 친절하시고 분위기가 좋아 보여 V-CREW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활동해보니 기대했던 즐거움도 얻을 수 있었고, 나름의 힘듦도 있었다. 뜻 깊고 보람찬 시간이었다.”라며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마치는 소감을 전했다.
바로 옆 감독지원부스에서는 감독님을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었다. 감독지원팀은 사전에 준비한 감독 패키지를 나눠드리고 ID카드를 발급하는 등 영화제를 찾아오는 모든 감독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다. 강찬희 V-CREW는 감독지원팀의 장점으로 감독님을 만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과, 각자 맡은 장르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부스를 돌아보는 사이 누군가의 외침이 들린다. 정시 상영이 원칙인 상영관 앞에서 입장 마감을 알리는 상영관팀의 소리였다. 소리를 따라가보자.
상영관팀은 관객의 원활한 입퇴장을 도와 질서를 유지한다. 상영관팀 이준혁 V-CREW는 “진행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게 좋고, 배우나 감독님들이 자주 오시기에 인사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서 감독과 관객이 만나는 자리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뿌듯함이 컸다.”라며 상영관팀의 후기를 전했다.
기술팀은 상영관 안에서 영사상태를 체크하며 관객이 최고의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기술팀의 특권은 V-CREW 중 가장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기술팀 이지현 V-CREW는 내년에 다시 활동을 해도 기술팀이 되고 싶다며 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었다. 가장 어두운 곳이지만 보석처럼 빛나던 그들이었다.
영화 관람을 책임지는 두 팀 덕분에 우리는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
방금 막 상영관 이벤트를 끝낸 행사운영팀이 보인다.
행사운영팀은 영화 상영 전 영화나 V-CREW에 관련된 퀴즈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는, 가장 관객과의 소통이 많은 팀이다. 안내부스에서 진행하는 스탬프 이벤트, 씨네샵 굿즈 판매도 그들의 손을 거쳤다. 김다은 V-CREW는 행사운영팀에 대해 “다양한 이벤트를 직접 만들어서 진행하는데, 아무래도 크리에이티브 영역이다 보니 퀴즈를 생각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 점이 조금 힘들지만 남들 앞에서 말하기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은 행사운영팀의 장점이다.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일이기에 관객분들과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점이 좋고, 우리가 하는 이벤트로 관객들이 웃어 주면 행복하다.”라며 업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었다.
관객들이 즐거운 이유는 그들의 이벤트 때문인 아닌 그들 자체였지 않았을까. 오늘도 그들은 서로의 에너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CGV를 벗어나보자. 붐비는 투썸플레이스 카페 안, 그 곳에서도 주황빛을 찾을 수 있었다. 곧 진행될 <봄밤>의 감독인터뷰를 앞두고 분주히 준비중인 데일리팀 변예주 V-CREW를 만났다. 데일리팀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취재기사를 담당하며 GV, 감독인터뷰, 각종 행사 등 장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를 글로 기록한다. 변예주 V-CREW는 출퇴근 시간과, 작업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것을 데일리팀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고 “감독님의 인터뷰를 직접 할 수 있어 좋지만 인터뷰 준비가 생각보다 힘들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아쉽게 GV를 놓친 관객들 또는 오늘의 행사를 돌아보고 싶다면 미쟝센 단편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이들의 글을 보도록 하자.
다음은 새벽이 일상이 된 그들, 행사기록팀을 만나보려 한다. 행사기록팀은 영화제의 하루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매일 데일리영상을 제작하기에 업무를 가장 마지막으로 끝내는 팀이기도 하다. 행사기록팀 천교현 V-CREW는 “모든 GV를 기록하고 팀끼리 교대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밤을 새기도 한다. 감독과 배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좋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 많은 분들이 영상을 보고 잘 봤다고 해주실 때 뿌듯하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하루의 끝엔 행사기록팀이 있었다.
하루를 되돌아보니 어떤가. 우리가 가는 곳곳에 주황빛들이 따라온다. 그들로부터 얻는 에너지는 우리의 축제를 더욱더 빛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V-CREW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먼 훗날 되돌아봤을 때 그들에게도 이 일주일이 보석 같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