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은듯한 어둠이 시야에 가득했다. 고요한 줄만 알았던 밤하늘엔 별이 하나, 둘 반짝인다. 그리고는 관객의 예상을 가볍게 뒤집는다. 불규칙의 운율을 화면에 겹겹이 쌓아 올린 영화 <틴더시대 사랑>의 김채아 미술감독을 만나보았다.
Q. 정인혁 감독과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학교 작품인데, 인혁 선배가 한기수 위 선배다. 매 학기에 진행하는 크리틱이라는 수업이 있다. 시나리오를 뽑아서 팀을 꾸리고 촬영을 진행하는 수업인데. 인혁 선배가 뽑혔고 정말 감사하게도 미술감독을 제의해줘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틴더시대 사랑>은 정말 쉽지 않았다. 정말 어려운 프로덕션이었고,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걸 어떻게 찍을 거야’하고 계속 의문이 들게 하는 시나리오였다. 쉽지 않았는데 사람들을 너무 잘 만나서 힘들었지만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난다.
Q. <틴더시대 사랑>을 보는 내내 눈이 굉장히 즐거웠다. 전체 컨셉이 궁금하다.
전체 컨셉은 ‘이상한 영화’다. 하지만 이상해 보여도, 사실과 다를지라도 우리가 재밌는 것에 집중해서 말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은 장면들도 ‘그냥 이 영화니까’라며 허용했던 부분들도 있었다. 컨셉은 이상한 거? (웃음)
Q. 컨셉을 짤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에 컨셉을 짤 때 도저히 답이 안 나와서 감독님이 일하는 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또 결국 하게 만드는 게 감독님의 능력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 머릿속으로 영상을 틀듯이 상상하며 보는데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게 비둘기 장면이었다. 상상도 안 됐다. ‘비둘기가 목걸이를 물어가? 어떻게?’. 그리고 두 번째가 건물에서 떨어지는 장면. 시나리오에 딱 그 한 문장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소시지 같다’. 근데 멀리서 어떻게 보이지? 여기서 또 막혔다.
Q. 비둘기가 나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시나리오에 비둘기가 나와서 고민을 했는데, 우리 영화가 아무래도 이상한 영화니까 인형으로 연출할까 생각했다. 감독님이 인형도 괜찮다고 했는데 또 내가 찾은 인형은 다 싫다고 했다. (웃음) 그래서 진짜 비둘기를 애완용으로 키워볼까 했는데, 연기해야 하니까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비둘기에 대해서는 박제된 비둘기를 빌리자고 한 이후엔 어려운 건 없었다. 그다음엔 비둘기 액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얘기를 많이 했다. 비둘기 연기를 내가 해야 했다. 시나리오에는 ‘비둘기가 날아간다 멀리’ 이렇게 되어 있는데, 영화에선 이상한 소리와 함께 슥 간다. 비둘기 소리는 감독님 목소리다. (웃음)
그리고 현장에서 비둘기가 든 상자를 딱 열었는데 부리가 딱 붙어있어서 목걸이를 걸 수 없었다. 근데 또 감독님은 웃으시면서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부리를 갈았다. 살짝 틈을 만들어서 그사이에 걸었다.
Q. 뼛가루가 담긴 목걸이도 특이했다.
수업을 같이 듣는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읽는데 진희 캐릭터가 하얀 가루가 든 목걸이를 계속 달고 나온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게 마약이겠거니 이런 생각을 했는데 뼛가루라고 하더라. 뼛가루…? 이런 의문이 들었다. 나중에 진희가 병원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데 그게 진희의 할머니, 할아버지다. 진희가 주술로 “보고 싶은 사람을 부를 수 있어”라고 했던 게 진짜였던 거다. 그게 할머니 할아버지고, 그래서 진희가 맨날 (목걸이를) 달고 나오는 거야. 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 싹 이해가 됐다. 그리고 사실 그 그림자를 연기한 건 나였다.
Q. 위에서 말한 비둘기와 그림자 외에도 감독님이 연기한 부분이 또 있는지
진희가 유서를 태우는 장면이 있다. 종이를 태워서 컵으로 불을 끄는 장면인데, 배우가 불을 무서워하는 분이어서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잠깐 밖에 나갔는데 감독님이 “네가 해줄 수 있느냐”고 해서 오케이를 하고 바로 올라가서 준비했다. 근데 딱 한 테이크만 갈 수 있었다. 일루미나티를 그리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게 마지막 남은 소품이었다. 미술감독들은 다 공감할 것 같은데. 소품을 여러 개 준비해놔도 마지막이 되면 긴장이 올라온다. 심지어 카메라 위치 때문에 거의 누워서 연기했다. 근데 불이 생각보다 크게 붙었다. 근데 이걸 망치면 큰일이지 않나. 뜨거운데도 그냥 하게 됐다. 끝났는데 애들이 박수를 치더니 오케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뒤돌아서 봤는데 팔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이런 일이 되게 많았다.
원래 미술감독을 할 때는 컨셉을 같이 준비하고, 사전에 소품이랑 의상을 준비한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는 콘티뉴이티를 봐주는 정도였는데. <틴더시대 사랑>은 손도 나오고, 직접 참여했던 게 많아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미술감독을 할 때 프리(프리 프로덕션)로 80을 하고 현장에서 20을 한다고 생각했으면, 이 영화는 50대 50이다. 현장에서 할 것도 엄청 많았다.
Q.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선과 분위기가 미학적으로 표현되면서 은유적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려했던 점이 있다면.
연출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가 정확했다. 미술팀이나 촬영팀이나 각자의 목표가 따로 있었겠지만, 연출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정확히 구현해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그걸 믿고 따라가기도 했고.
Q. 사실 머릿속에 있는 걸 그대로 구현해내는 게 제일 어렵지 않나.
구체적인 보더가 많았다. 그리고 테스트 촬영을 엄청 많이 했다. 장면을 최대한 그대로 찍어보는 작업인데.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봐야 하는 장면들도 많아서 테스트 촬영을 많이 진행했다. 삼 주 간 테스트 촬영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하면서 그걸 모두가 같이 공유했다. 아, 연출이 원하는 게 이런 거였구나 하고. 촬영팀도 그렇고 배우도, 미술팀도 모두 그랬다.
Q. 작품 속에서 별이 자주 등장했다. 벽장 속의 야광별 스티커 그리고 밤하늘의 별이 인상 깊었다. 별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별은 연주가 엄마랑 있을 때 등장한다. 맨 첫 씬이랑 맨 끝씬 이렇게. 감독님 스타일이 “이렇게 해서 이거를 원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되게 거절할 수 없게 “나는 이거 해줬으면 좋겠어”라고 하는 스타일이다. 별도 시나리오에 있긴 했지만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해서 열심히 구현했다.
맨 첫 씬에 나오는 야광 별은 오래전에 붙인 느낌으로 설정했고, 연주가 거기에 뭘 했을까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 나에게 장롱은 연주가 어릴 때부터 자주 찾은 아주 편안한 공간. 연주가 정말 자기 자신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별을 붙이고 그냥 가만히 뒀을까?” 하는. 처음에는 “어릴 때니까 껌 종이 판박이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낙서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도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냥 “별을 붙여놓고 장롱 안에 들어가 있을 때마다 조금씩 긁어보지 않았을까?” 해서 그런 식으로 작업을 했던 것 같다.
Q. 별이 뜨고 나서 오프닝과 엔딩에 나온 제목은 크레파스와 손글씨 느낌이 물씬 났다.
감독님이 직접 쓰신 거다. 감독님이 재주가 많아서 영화에 나오는 음악도 직접 하고, CG도 알아서 하고 그랬다.
Q. 제목을 보며 든 생각이 있다. <틴더시대 사랑>의 틴더는 혹시 틴더앱을 말하는 건지 궁금했다.
맞다. 사실 처음에는 제목이 <틴더시대 우울>이었다. 제목을 어떻게 지은 거냐고들 물어보기도 했다. 감독님이 생각했을 때 요즘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게 틴더 앱인 거다. 그래서 틴더 뒤에 시대를 붙였고, 그 뒤에 붙었던 게 ‘우울’이었다. 근데 ‘우울’이었을 때 시나리오를 읽으면 이만큼의 매력이 아니었다. 시나리오가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제목이 <틴더시대 사랑>으로 바뀌면서 그걸 ‘사랑’으로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스스로도 놀랐다. 시나리오를 다 봤고 제목에 단어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나에게 오는 (느낌의) 차이가 확 나더라.
Q. 주 배경으로 장롱, 학교, 병원이 나오는데, 감독님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일까
장롱은 다 세트였고, 학교는 다 로케이션을 보러 다녔다. 사실 교실은 다 비슷한데 학교에서 제일 중요했던 건 옥상이었다. 피뢰침도 있어야 했고. 그래서 옥상을 조금 더 신경 썼던 것 같다. 병원도 세트장인데 병원이 사실 현실적으로 구하기 쉽지 않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게 다 있는가? 했을 때 세트장에 모든 게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하자고 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장롱 세트다. 처음에는 세트로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음 장롱에 들어가서 하는구나. 그럼 장롱을 구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촬영 감독님이 계속 미술팀원을 한 명씩 더 충원하라고 했다. 그래서 괜찮다고 데려가시라고 하고 촬영팀으로 보냈는데. (웃음)
미술감독을 여러 번 해봤지만, 세트에 대한 지식은 정말 전무했다. 무대 세트는 해봤어도 영화 세트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데 단편영화가 다 그렇겠지만 학생영화는 더 예산이 없다. 그래서 학교 지하 주차장에 가면 공연하고 남은 나무들이 쫙 있는데 그걸 주워다가 만들었다. 맨날 가서 이 나무 한번, 저 나무 한번 들어보고 두드려 가면서 만들었다.
그 세트가 제일 애착 가는 이유가 또 있다. 촬영 당일 날 점심에 마지막으로 세트 점검을 하려고 장롱문을 닫았는데, 문이 똑 떨어졌다. 그게 촬영 20분 전이었다. 다시 붙이려는데 문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아예 경첩이 휘어버렸다. 그래서 그때 멘탈이 나갔었다. 그리고 사실 그 세트가 내내 마음의 짐이었고, 부담이었다. 준비하면서도 계속 생각했던 게 ‘장롱이 현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그냥 구석에 가서 울고 빨리 회복해서 돌아오자’ 였다. 그래서 그때 “잠깐만” 하고 구석에 가서 빠르게 울고 돌아와서 문을 달고 촬영까지 잘했다.
Q. 자신과 사람들에게 서툰 연주, 연주에게 위로를 건네는 엄마, 주술 하는 아이 진희, 은밀한 관계의 지오와 선생님. 인물들이 모두 특이하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모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감독님이 연출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이 있다면.
– 어렵다. 다 애정하는 인물들이라서. 연주랑 진희가 헷갈리는데 그래도 연주가 가장 흥미로웠다.
Q. 배우, 카메라, 조명 등 모든 스태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을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특히 손전등이 마구 흔들리며 인물들을 비추는 교실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서로 합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너무 많은데… 병원에서 엄마가 나오는 장면이 생각난다. 엄마역을 해준 배우분이 우리 연기 교수님이다. 처음이랑 마지막 씬에 나오는 의상이 똑같은데, 나중엔 많이 태운다. 처음에 의상 피팅할 때 선생님이 잠옷 생겼다고 좋아하셨다. 그래서 그때는 말씀 못 드리다가. (웃음)
몸에 다 칠을 하고 옷도 태워서 까슬까슬한 채로 하는 분장이었는데 선생님이 다 이해해주셨다. 손에 까만 칠을 하고 기다리다가 컷하면 달려가서 선생님 다리 들고 분장하고 그랬다. 또 분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도 있으니까.
Q. 후반부 옥상에서 미끄러진 인물들이 한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다. 종이 인형 같은 연출이었는데, 독특하고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었다. 구현과정이 절로 궁금해졌다.
– 떨어지는 장면과 비둘기 장면에 대해서는 계속 얘기했다. “나는 감이 안 잡혀. 그러니까 상상하고 있는 이미지를 알려줘” 이렇게. 그랬더니 문라이즈 킹덤에 실루엣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그때부터 검은 종이를 사다가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그려보고. 사실 가까이 들어가서 보면 아쉽다. 그림을 잘 못 그려서 되게 어설프다. 멀리서 봤을 때는 그래도 얼추 그 시나리오의 느낌도 나고 다행이었다. 그 장면도 테스트를 했다. 조명과 함께 테스트를 해봤을 때 그제야 안심이 됐다. 내내 해소되지 못한 채로 의문을 가지다가 아, 이런 느낌을 원하는 거였구나 해서.
Q. 감독님이 뽑는 <틴더시대 사랑>의 명장면은.
– 너무 어렵다. 장면마다 특색이 있는 영화여서. 음, 명장면은 넷이서 피뢰침 밑에서 엉켜있는 장면. 지금 그게 딱 생각이 난다. 사실 그게 정말 피뢰침 옆에서 찍은 거다. 안전 때문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찍었다. 선생님들도 위험하니까 찍지 말아라 할 정도로. 옆에 안전벽을 쌓아가면서까지 찍은 거다.
Q. 영화 전반적으로 독특한 연출이 인상 깊었다. 평소 일상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 있다면.
– 나도 이상한 걸 좋아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것. 사실 내가 연출할 때 그런 것투성이다. 기본적으로 이상한,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서 인스타그램에서 옛날 그림이나 사진이 있는 계정에 들어가 그냥 본다. 그렇게 보다 보면 머릿속에는 이미 생각들로 난리가 나 있는 상태다. <틴더시대 사랑>도 감독님이 제일 말도 안 되는 생각만 하다가 나온 작품이다. 나도 그러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것 같다.
Q. 어떤 계기로 영화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 전공이 영화과인데, 처음에 학교 들어와서 처음 한 건 피디다. 근데 피디는 항상 현장 밖에 있었고 그래서인지 늘 갈망이 있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화면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다. 영화의 전체연출은 감독이 하는 거지만 촬영 감독은 카메라로 우리는 소품이나 의상, 공간으로 연출에 직접적인 참여를 하지 않나. 그게 되게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화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
Q. 영화 이외에도 다른 장르에 미술감독으로 참여해본 적이 있는지.
– 학교에서 연극을 했다. 그때 무대 세트도 짓고, 조명도 준비했었는데, 그래도 영화가 제일 재밌는 것 같다.
Q. 영화와 달리 연출을 할 때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 연극은 아무래도 중간에 끊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 한다는 거다. 대신에 영상물이나 이런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 본 사람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거고. 영화는 기록, 결과가 남는다는 차이인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곳에서 활동하고 싶은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 아무래도 미술 연출이 너무 좋아서 미술 공부를 하려고 휴학을 했다. 연출전공으로 들어가서 미술 전공자에 비해 가진 지식도 없고. 사실 이제까지 한 미술이 다 상황에 맞닥뜨려서 대책을 찾다 나온 것들이었기 때문에. 공부해서 미술 쪽으로 많이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마지막으로 감독님에게 단편영화란?
– 장편 영화보다 단편을 더 좋아한다. 단편영화가 각자가 가진 걸 다 꾸밈없이 펼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장편영화는 좀 더 정제되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단편영화는 거칠어도 그게 매력이고, 정제되었다면 또 그게 매력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단편영화가 매력이 더 많은 것 같다.
영화가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틴더시대 사랑>은 관객에게 별 하나를 띄운다. 벽장 깊숙이 넣고 몰래 보고 싶지만 너무나 반짝여 그 빛을 모두에게 들키고 만다. 빛을 멍하니 보다 보면 사랑을 향해 서툴게 걸어가는 인물을 응원하는 내가 있다. 사랑하는 법을 몰라 헤맬 때 당황스럽게도 답은 내 안에 있었다. 나를 사랑하는 것. 내게 사랑을 주는 것이 제일 어려웠던 우리에게 이 영화는 띄엄띄엄 질문을 던진다. 이제 준비됐냐고. 이젠 나도 하나의 질문을 던지려 한다. 사랑할 준비가 됐나. 이 영화를 본다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