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06

멀리 있지만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글 : 구민정 / 사진 : 우수연, 홍서윤

코로나 시대에도 영화제는 계속된다. 극장이 아니더라도 관객이 없더라도, 다만 영화가 있고 영화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들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생생한 관객과의 대화 현장일 것이다. 약간의 시차를 두었을 뿐 온 마음을 다해 관객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려 했던 온라인 GV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우리는 멀리 있지만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지난 6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공간 현기증에서 세 차례의 4만번의 구타 GV 촬영이 진행됐다. 그중 1회차 GV에는 서울아트시네마 김보년 프로그래머가 모더레이터를 맡아 진행됐다. <메리 좀 찾아줘>의 오우람 감독, <청년은 살았다>의 심규호 감독, <지구 최후의 계란>의 김윤선 감독, <면접>의 김용호 감독이 자리했다. 딸을 위해 자전거를 훔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메리 좀 찾아줘>를 비롯해 도시로부터 낙향한 청년과 절름발이 괴인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청년은 살았다>, 지구 최후의 계란 한 알을 둔 마지막 사투를 그린 <지구 최후의 계란>, 면접 상황을 긴장감 넘치게 연출한 <면접>까지 장르의 색채를 강하게 내뿜는 작품들이 모인 만큼 제작에서부터 촬영 비하인드에 이르는 풍성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어지는 2회차 GV는 박준용 모더레이터의 진행으로 <뒤:빡>의 석재승 감독, <서스피션>의 박우건 감독, <아주 특별한 인간>의 정지민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휴대폰이 뒤바뀌며 믿기 힘든 사건이 벌어지는 <뒤:빡>, 남편을 의심하는 아내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다룬 <서스피션>,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다고 믿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주 특별한 인간> 등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작품들이 모여 오랜 시간 흥미로운 토크가 이어졌다.

마지막 3회차 GV는 서울아트시네마 김보년 프로그래머가 모더레이터를 맡아 진행 되었다. <ㅈ교생>의 김경연 감독, <졸업>의 김민수 감독, ‘Godspeed’의 박세영 감독이 함께 했다. 교생실습 마지막 날 폭탄 테러범의 협박을 받는 이야기를 그린 <ㅈ교생>, 졸업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머리에 총을 쏴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졸업>, 정해진 규칙과 동선을 따라 여러 사람들이 비밀리에 물품을 전달하는 등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들이 한데 모였다. 마이크를 채우고 카메라 앞에 앉은 감독들의 표정에 어색함과 떨림이 역력했지만 작품에 관한 질문이 시작되자 이내 진지한 태도로 답변에 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처음으로 관객들 앞에 영화를 선보이는 자리다. 간단한 작품 소개를 묻는 질문에도 최선의 대답을 고르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던 감독들의 세심함이 기억에 남는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떨림과 기쁨과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없다는 아쉬움은 비단 관객들만의 몫이 아니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넓은 스크린과 최상의 사운드로 작품을 봐주길 바라는 연출자의 마음에도 아쉬움이 가득하다. 언젠가 이런 아쉬움이 무색할 만큼 우리가 다시 극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마주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