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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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호흡기 같은 영화제, 항상 많이 응원해주십시오”

글 : 오명진 / 사진 : 홍서윤


아쉽지만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에서도 대상작은 나오지 않았다. 심사위원장 원신연 감독은 “올해 오감을 만족시키는 대단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출품해주신 감독분들께 감사하다. 비록 상을 받지는 못해도 저처럼 상업 영화로 데뷔할 수 있고, 계속 영화를 만들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감독님들께 꼭 전하고 싶다”며 “경쟁작 심사는 8시간 동안 살짝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을 정도로 치열했다. 더 치열한 작품으로 모든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를 얻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20회 영화제에 탄생하길 기대한다”라는 심사평을 전했다.
 
그 결과 올해 수상은 ▲The Best Of Moving Self-Portrait 2020 <중성화(김홍기 감독)> ▲DGK 비전상 <신의 딸은 춤을 춘다(변성빈 감독)> ▲미쟝센 촬영상 <청년은 살았다. (최택준 촬영감독)>, 미쟝센 미술상 <지구 최후의 계란(한예림 미술감독)>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 부문 <술래(우연 배우)>, <우리의 낮과 밤(김우겸 배우)> ▲심사위원 특별상 <우리의 낮과 밤(김소형 감독)>, <술래(김도연 감독)>, ▲장르별 최우수 작품상 △비정성시 <실(이나연, 조민재 감독)>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김소형 감독)> △희극지왕 <신의 딸은 춤을 춘다(변성빈 감독)> △절대악몽 <긴 밤(김정민 감독)> △4만번의 구타 <서스피션(박우건 감독)>이 차지했다.
 

특히 DGK 비전상은 ‘감독의, 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영화제 취지에 걸맞게 올해 신설된 부문이다. 새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에 주어지는 이 상의 첫 수상자는 <신의 딸은 춤을 춘다>의 변성빈 감독이었다. 민규동 감독조합심사위원은 “직접적으로 감독들이 영화제를 지지할 방법으로 고안해낸 상”이라며 “단 한 작품을 고를 수 있을까, 결론이 날까 고민 많았지만 지지연설, 반대 연설, 질의응답을 다섯 차례 반복해 투표 과반이 넘는 작품을 선정할 수 있었다. 엔딩에 카타르시스가 있으며 투표 과정 중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감독들의 지지가 듬뿍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해당 상과 함께 희극지왕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변성빈 감독은 “저한테 너무 커 보이시는 대단한 감독님들께서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린다. 영화란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의 공보다는 함께한 제작진, 배우님들이 정말 훌륭하셨다. 이 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영화를 만들었다. 불확실한 길을 걸어가는 아들을 보며 응원해주는 가족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심사위원 특별상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우수 작품상 두 부문 수상자도 나왔다. 솔직한 소감으로 조용했던 장내 분위기를 반전시킨 김소형 감독은 “<우리의 낮과 밤>은 졸업 영화로 출품한 작품이다. 멋진 스태프들과 같이 영화를 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제가 생각하는 것, 보고 느끼는 것을 표현하려 노력하는 감독, 듬직한 멋진 딸이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같은 영화로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 부문을 거머쥔 김우겸 배우는 명예 심사위원이었던 이제훈 배우의 말씀에 정말 감사하다며 “힘이 난다. 지지한다는 것은 응원한다는 뜻이니까 정말 감사히 여기고 좋은 연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감독님들과 작업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제 관계자들의 의미 있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집행위원장 이경미 감독은 “2004년 제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었다. 그 당시 독립영화 만드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제는 굉장히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단편영화 감독들을 지지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만들어졌고, 제작비를 건질 기회가 주어졌기에 모두 이 영화제에 진출하는 꿈을 가졌다. 현역 감독님들이 심사한다는 것도 무척 흥분되는 일이었다”며 “올해만큼 힘든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질병과 싸움이 시작됐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만났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라는 감회를 밝혔다. “어떻게든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혹시나 상처 입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명예집행위원장 이현승 감독도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겪은 영화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며 “작지만 강한 영화제로 설계를 했었는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심적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새로운 시도였기에 좋은 영화제로 자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변화는 시작됐다. 이제 머리를 맞대고 영화, 영화제, 극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집행위원장 장재현 감독은 폐막식 끝 무렵 “2년 동안 집행위원장을 하며 좋은 분들과의 관계도, 좋은 추억도 많이 쌓였다. 이니스프리만 쓰던 아내가 설화수를 쓴다. 영화제를 응원하고 후원하는 명예 집행위원분들과 아모레퍼시픽, 좋은 영향력 주시는 단편 후배 감독님들도 정말 진심으로 응원하고 감사드린다. 흐물흐물해져 가는 충무로에 신선한 배우, 감독, 스태프를 공급해주는 산소호흡기 같은 영화제다. 항상 많이 응원해주시라”라고 말했고, 이어 사무국 직원과 V-CREW 명단을 읊으며 행사는 박수와 함께 끝이 났다.
 
폐막식은 7월 1일(목) 오후 5시에 진행됐다. 코로나 19 확산을 예방하고자 무관중으로 필수 인원만이 참석했으며, 네이버 TV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올해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은 1,197편, 경쟁작으로 선정된 57편 중 상영감독의 의사에 따라 총 55편이 시리즈on에서 유료로 상영됐다. 사회자 진양혜 아나운서의 진행과 함께 ▲집행위원장 이경미, 장재현 감독 ▲명예 집행위원장 이현승 감독 ▲유지혜 사무차장이 폐막식의 시작을 알렸고, ▲심사위원장 원신연 감독 ▲감독조합심사위원 민규동 감독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 안세홍 ▲명예 심사위원 이정은, 이제훈, 임윤아 배우 ▲심사위원 김보라, 윤가은, 이상근, 임대형, 변성현, 이권, 엄태화 감독이 차례로 시상자로 나섰다.
 
식순은 ▲2020 트레일러 상영 ▲사회자, 집행위원장 인사말 ▲명예 심사위원, 명예 집행위원장 소개 ▲영화제 결산보고 ▲감사장 전달 ▲ The Best Of Self-Portrait 2020 발표 ▲DGK 비전상 시상 ▲미쟝센상 발표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 부문 발표 ▲심사위원 특별상 발표 ▲비정성시 최우수 작품상 발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우수 작품상 발표 ▲ 희극지왕 최우수 작품상 발표 ▲절대악몽 최우수 작품상 발표 ▲4만번의 구타 최우수 작품상 발표 ▲대상 발표 ▲시상 마무리, 폐막식 마무리 ▲스태프 및 V-CREW 소개 ▲단체 촬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