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한 일상 속에 때론 가볍게, 때론 강렬한 입김을 불어 넣어주는 이들이 있다. 웃기려 의도하진 않았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유쾌했던 열두 작품의 감독들을 희극지왕 GV에서 만나보았다.
살짝 눅눅한 날씨의 6월 초, 카페 ‘공간 현기증’엔 이름 시간부터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GV 또한 영화관이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진행되었다. <대담한 감독들>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GV는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아담한 공간 속엔 원두를 분쇄하는 소리가 퍼졌고, 이내 커피 향이 감돌았다. 또 구석구석 눈길을 당기는 것들로 가득했다. 작은 케이크와 술병들 그리고 각양각색의 잔들이 즐비했다. 곧 이처럼 다양한 작품들의 이야기도 이어질 것이었다. 레트로한 분위기에 아늑한 조명, 대담을 나누기에 적절한 공간이다.
감독들과 V-CREW들이 속속들이 모였다. 이날의 희극지왕 GV는 총 3회에 걸쳐 진행됐다.
1회차에는
이어지는 2회차에서는 <드라이빙스쿨>의 유수진 감독, <신의 딸은 춤을 춘다>의 변성빈 감독, <도와줘!>의 김지안 감독, <네모네모로직 하는 법>의 박소원 감독이 함께했고
마지막 3회차에는 <코스모스>의 임종민 감독, <틴더시대 사랑>의 정인혁 감독, <축가>의 김용승 감독, <볼빨간 사십춘기>의 박혜원 감독이 자리했다.
1회차는 박준용 영화연구자, 2회차는 이도훈 영화연구자, 3회차는 이민호 영화연구자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먼저 코로나19 사태의 양해를 구하며 입을 뗀 그는 영화의 기획 의도, 개별 문답 등을 이어서 질문했다. 조금 긴장되었던 분위기는 이내 작품소개를 하며 풀어졌다. 희극지왕이라는 장르에 맞게 줄거리만으로도 미소가 띠어졌다. 장르의 특성을 따르면서도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제인 만큼 한 장르 안에서도 작품들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었다. 영화제 개막 이전에 사전으로 진행된 일정이어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로의 작품이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관객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받아보지 못해서 아쉽다는 감독님의 의견도 있었다. 현장의 생생함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은 문득 그리고 자주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이 전해줄 웃음은 분명 공간을 넘어 관객에게 닿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꼬리를 문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우린 웃음을 찾아낼 테다. 팔을 4,000번 휘저어 달콤한 커피를 만들고, 오믈렛을 만들고 나서 나눠 먹곤 할 것이다. 이번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일상 속에서 더 가깝게 영화들을 접할 절호의 기회다. 하루의 시작과 끝, 그사이에선 웃음 짓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된다.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박수치고, 눈물 나게 웃으며 공감할 수 있다. 이제 열두 개의 작품이 가진 힘을 확인할 차례. 우리를 움트게 할 작품들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