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에서는 총 열한 개의 작품이 상을 받았다. 폐막식에서 들을 수 있었던 시상자와 수상자들의 멘트를 인용하여 그 찬란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단편영화 특성상 각 작품들의 러닝타임은 30여 분을 웃돈다. 그러니 만약 우연한 기회로 이 작품들을 다시 마주하게 됐을 때, 이 글을 읽는 오늘 끌렸던 영화가 떠오른다면 주저하지 말고 관람하길 추천한다. 그전에 네이버TV <미쟝센 단편영화제 MSFF> 채널에 업로드 된 작품들의 트레일러를 먼저 봐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실> 조민재, 이나연 감독 ▲ 비정성시 최우수 작품상 수상
“만장일치로 결정된 작품.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장소들이 역사 속으로, 또 기억 속으로 사라져갈 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나 보여준 영화다. 굉장히 지극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아주 부지런하고 아름답게 가꿔온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엄청난 존중이 흘러 넘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심사위원 윤가은 감독
“여성 노동자를 다루는 영화는 많다. 그러나 그 노동자들이 묘사된 방식은 대상화된 동정의 시선일 때가 종종 있다. 이 영화는 동정이 아닌 존엄을 지키는 시선으로, 노동자의 삶은 자신만의 아름다운 정원과 풍요가 있다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응시를 해낸다. 창신동 역사 속 쓰이지 못한 모든 여성 노동자를 위한 애송시이자 찬가. 배우들의 연기에 경탄을 표한다.”-심사위원 김보라 감독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김소형 감독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최우수 작품상 수상
“명예 심사위원 오정세 배우와 이옥섭 감독님과 이 영화에 공통으로 표를 던졌다. 매력적인 배우님들께 알맞은 캐릭터를 입혀 호연을 끌어낸 연기 연출 감각. 귀엽고 살가운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생면부지의 두 여성이 연령과 국경이라는 장벽을 넘어 아슬아슬하게 가족애를 이뤄가는 과정. 특별히 한일합작 영화에 도전해 멋지게 성취해내신 것 축하드린다.”-심사위원 임대형 감독
<신의 딸은 춤을 춘다> 변성빈 감독 ▲ 희극지왕 최우수 작품상, DGK 비전상 수상
“강렬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명확히 알고 찍은 영화 같았고, 이상한 데로 튀거나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영화가 아니었다.”-심사위원 이상근 감독
“다양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감독님의 발상과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유쾌함을 넘어 통쾌함을 느꼈다. 인상 깊었다.”-명예 심사위원 임윤아 배우
“‘희극지왕 섹션에 잘 어울릴까?’하는 의문은 있었으나, 이 작품의 기술적 완성도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 시선은 정말 탁월했고 저에게도 많은 자극이 되었던 영화다.”-심사위원 변성현 감독
“엔딩 장면에 엄청난 카타르시스가 있는 작품. 스무 명의 감독들이 다섯 차례에 걸쳐 투표하는 과정 중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만큼 감독들의 지지가 듬뿍 담겼다.”-감독조합 심사위원 민규동 감독
<긴 밤> 김정민 감독 ▲ 절대악몽 최우수 작품상 수상
“호러 영화는 기술적인 변칙이 있어야 하는 장르란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은 이러한 면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표현기법, 그리고 일단 가장 무섭고 긴장되었던 영화다.”-심사위원 이권 감독
<서스피션> 박우건 감독 ▲ 4만번의 구타 최우수 작품상 수상
“4만번의 구타에 출품한 이 작품은 놀랍게도 단 한 컷의 구타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단 한 장면의 폭력적인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영화보다도 긴장감 있고 스릴 있게 서스펜스 하며 주제 전달력 또한 탁월하다. 만장일치로 작품을 결정했다.”-심사위원장 원신연 감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누군가를 죽였다는 의심을 하게 될 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 부분에 있어서 설득력 있고 몰입감 있게 이끌어가는 영화의 힘이 있었다.”-명예 심사위원 이제훈 배우
“한 컷의 폭력 장면도 나오지 않지만, 그런데도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묵직하게 던지는 영화였다.”-심사위원 엄태화 감독
<술래> 김도연 감독, 우연 배우 ▲심사위원 특별상,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 부문 수상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연출, 연기, 촬영, 조명, 미술, 편집, 모든 영화의 요소들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주제, 이야기를 관통하며 앞으로 전진한다.” –심사위원 윤가은 감독
“순간, 순간의 울림 포인트가 정말 많았다. 우리 삶이 어떤 노스페이스 점퍼 정도로 데워지면 좋을 텐데, 그러기엔 현실은 턱없이 춥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포기하고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 하루씩 우리 삶을 연명하게 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가령 엄마의 포옹이라든가, 혼자만의 전투에 갇혔을 때 정적을 깨는 외부의 목소리라든가.”-명예 심사위원 이지은 배우
“낯선 환경 속에서 일상이 깨진 아주 섬세한 연기를 물 흐르듯 심도 있게 표현하셨다.”-명예 심사위원 이정은 배우
<우리의 낮과 밤> 김소형 감독, 김우겸 배우 ▲심사위원 특별상, 심사위원 특별상 연기 부문 수상
“우리는 종종 노동하느라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때론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나를 잘살지 못하게 한다. 이 영화는 일상에 침투한 고된 노동의 고된 한숨과 그림자를 잘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 함께하는 식사다.” –심사위원 김보라 감독
“현실의 벽 앞에 힘들지만 이겨내고 극복하여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준 배우. 지금의 20대 청춘의 모습과 얼굴을 대변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닐까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명예 심사위원 이제훈 배우
‘Ok, 탑스타’ 이건휘 감독 ▲심사위원 특별상
“골고루 대단히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 일단 굉장히 재미있었다. 간혹 심사하며 힘든 부분도 있는데 이 작품을 보며 즐길 수 있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하며 페이소스도 있다. 감독 자신이 잘 아는 얘기를 담백하게 했다고 생각한다.”-심사위원 이상근 감독
<청년은 살았다.> 최택준 촬영감독 ▲미쟝센 촬영상 수상
“다른 단편 영화와 마찬가지로 촬영하기가 힘들었다. 촬영상이라는 게 제가 받긴 했지만 누군가가 준비하고, 누군가가 움직이고, 누군가가 지원해줘서 받은 상이라 생각한다.”-최택준 감독 수상 소감
<지구 최후의 계란> 한예림 미술감독 ▲미쟝센 미술상 수상
“재밌는 시나리오로 재밌는 세계관에서 작업할 수 있게 도와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영화 미술이라는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고민하던 찰나에 받은 상이라 너무나 큰 응원이 된다.”-한예림 미술감독 수상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