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04

즉흥이 가져오는 강렬한 힘, 우리들의 단편 이야기

글 : 한지나, 황정민 / 사진 : 김정은, 이재원

짙은 어둠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던 여름밤, 즉흥적인 발상에서 시작된 단편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바로 <달세계 여행>의 이종필 감독,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의 강동완 감독이 모인 GV 현장이다. <달세계 여행>의 주연 한예리 배우의 깜짝 등장으로 극장 내 분위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사소한 발상에서 시작된 강렬한 움직임, <달세계 여행>과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의 시작점을 살펴보자.

 

 

M: 자리해주신 감독님들과 배우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관객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종필 감독: 안녕하세요. 두 번째 보신 <달세계 여행> 연출한 이종필이라고 합니다. 영화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한예리 배우 오는지 몰랐는데 정말 오셨네요.

 

한예리 배우: 네 안녕하세요. <달세계 여행>에서 예리 역할을 맡은 예리입니다. 오늘 GV 있다고 해서 지금 드라마 촬영을 하는데 딱 시간이 나서 왔어요. 어제 두 작품 할 때는 못 왔어요. (웃음)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강동완 감독: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연출했던 강동완입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M : <달세계 여행> 같은 경우 2009년도 작품이고 <당신도 주성치를 좋아하시나요?>는 2017년 작품인데 각각 시차가 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상영해 극장에서 보셨을 것 같은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종필 감독: 오래전에 만들었는데 지금 보기에 부끄럽고 창피하고 늘어지고 때로 어떤 부분들은 왜 굳이 저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해야 했을까 반성이 되기도 하는데요. 한편으로는 부끄럽지만 제가 연출 한 건데 영화가 좋네요. 오랜만에 보니까 그 당시에 후회가 없던 거 같아요. 그 기운이 좋고 예리 배우님과의 기억들이 영화로 표현된 그 전후라던가 편집된 모습들이 떠오르니까 좋았습니다.

 

한예리 배우: 저는 사실 오늘 영화를 못 봤고요. 저 스스로 그걸 보고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영화를 볼 자신은 없었어요. 저도 아마 보고 나면 감독님과 비슷한 감정이 들지 않을까 해요. 그때의 시간과 추억들이 많이 있어서 각별한 영화이고 무엇보다 종필 감독님과 이런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축복받은 거죠. 배우랑 감독님 다 잘 됐다는 게 정말 다행이에요.

 

 

강동완 감독: 2017년도 영화인데 홍콩에 가서 찍었던 영화거든요 심적으로는 친구들과 같이 작업한 영화라 즐거웠는데요. 곽민규, 김시은 배우를 지지난번 주에도 만났거든요. 다시는 그런 걸 하지 말자고 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몸이 못 버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미쟝센 단편 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전했고 저희한테는 이 영화가 더 이상 상영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영화였는데요. 그 해에 영화제를 돌면서 1년 내지 2년 정도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꽤 길게 찾아주시고 오늘도 여기서 상영했다고 하니까 감회가 남다르고요. 생각지 못했던 기회라서 기분이 좋은 상영이었습니다.

 

 

 

M: 공통질문으로 어떻게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강동완 감독: 홍콩 가서 찍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영화를 찍을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고요. 홍콩 티켓이 싸게 나와서 왕복 티켓을 끊었는데 곽민규 배우와 친한 사이라 홍콩 여행을 가자고 꼬드겼어요. 그랬더니 그냥 놀다 오지 말고 뭐라도 남겨오고 싶다고 해서 그전에 써놨던 시나리오의 배경을 홍콩으로 바꾸고 시나리오를 조금씩 수정해서 찍은 영화고요. 직접적인 계기는 비행기 표를 끊은 일이고요, 영화에서 나오는 화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여서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찍게 되었습니다.

 

 

 

M: 정말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현장에서 스태프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요?

 

강동완 감독: 스태프는 제가 꼬드기지 못했어요. 아무도 홍콩에 같이 가려고 하지 않았고 배우 둘과 저 세 명이서만 찍었던 영화고요. 저 영화를 통해 스태프 한 명 한 명이 정말 소중한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종필 감독 : 원래 시작은 중간에 삽입된 것처럼 나오는 무성영화인데 그것도 촬영한 것이고요. 사실은 동명의 영화 조르주 멜리에스의 무성 영화를 재현하고자 하는 거대한 욕망이 있었어요. 죽이는 영화 좀 만들고 싶다. 필름으로 재현하면서 뭔가 해내고 싶다 이런 과한 욕망이 있었는데 쫄딱 망해서 이건 안 되겠다 해서 반대로 최소의 요소만으로 영화를 할 수 없을까 해서 다시 영화를 생각하기로 했는데요. 그 시기에 예리 배우님 나오신 <기린과 아프리카>를 찍었는데 영화 속 공항 활주로 근처 논두렁이 어릴 때 살던 곳이어서 제가 추천한 장소거든요. 거기서 뭔가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심플하게 뭘 찍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예리 배우님 나오는 영화로 하루만 찍어야겠다고 시작했다가 하루 찍으니 재미있어서 좀 더 찍어볼까요 해서 며칠 더 찍었는데 이제 끝났다 했는데 예리배우님이 전화해서 재미있는데 또 찍으면 안 되냐고 하셔서요. 마지막에 시장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 주세요 하니 알아서 나타나 주셔서 찍었던 거고요. 그런 식으로 심플하지만 하나씩 짬뽕으로 붙이면서 뭔가를 만들었어요.

 

한예리 배우: 그때 감독님께 A4 한쪽만 딱 있었어요. 하루만 이걸 찍으면 된다고 했는데 찍고 나서 재미있으니 또 찍고 또 찍고 그랬어요. 저희도 스태프가 없어서 그러면 사운드 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 텔레파시로 하자. 그래서 이렇게. (웃음)

 

M: 이야기를 듣다 보니 두 영화의 공통점이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두 영화 모두 연출할 때 즉흥적으로 찍었다는 생각과 여행 영화의 구조와 사랑과 이별의 테마가 공통으로 나와 있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각각의 영화가 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M: 각각의 작품에서 공통으로 남자 배우 한 명, 여자 배우 한 명이 출연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인데요. 감독님들께서 각각 배우 분들을 어떻게 캐스팅하셨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종필 감독: 레오스 카락스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 저 정도를 찍어야겠다는 의식이 있었는지 이런 영화를 만든 것 같아요. 남자 역할의 최시형 배우는 제 다른 단편 <불을 지펴라>를 같이했고 친해서 캐스팅했고요. 예리 배우는 사실 기억이 안 나요. 제가 어떻게 캐스팅했죠?

 

한예리 배우: 그냥 학교에서 영상 팀들이랑 두루두루 만났는데 작업을 같이 한 건 아니고요. <기린과 아프리카>의 촬영 감독님이 이종필 감독님의 <불을 지펴라>의 촬영도 맡아주셔서 저희가 만나게 되었죠.

 

 

 

M: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한예리 배우: 그때 감독님을 만났을 때 전후 사정은 몰랐지만 감독님이 무언가를 내려놓고 재미있게 하고 싶은 느낌이 있었고요. 최시형이라는 배우도 되게 유연한 친구였어요. 그래서 내가 여태 작업했던 거랑 좀 다른 작업을 해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일단 셋이 만나서 어디 가고 밥 먹고 얘기하고 시나리오 같이 쓰고 하는 시간이 다 재미있었어요.

 

 

 

M: 실제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한예리 배우: 감독님께서 ‘누구든 5초 이상 안에 움직여야 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만의 룰을 만들어서 정확한 느낌이나 대사가 있지는 않지만, 누군가 행동하지 않을 때 5초안에 누가 행동을 해야 했고 받은 감정을 반대로 주는 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런 것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것 같아요.

 

 

 

M: 강동완 감독님께도 작품에 출연한 배우분들의 캐스팅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강동완 감독: 곽민규 배우는 친구 사이였는데 사실 영화의 기획을 곽민규 배우가 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인 거 같아요. 저 친구를 처음 봤을 때 속으로 주성치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제목부터 캐릭터까지 이 친구를 상상하며 수정했고요. 김시은 배우 캐스팅은 곽민규 배우가 절친한 친구여서 저는 도저히 이 홍콩의 이 예산을 가지고 여행 가서 영화를 찍자고 못 했어요. 그런데 곽민규 배우가 김시은 배우를 불러서 모였고 다행히 동갑 친구여서 얼렁뚱땅 캐스팅하게 됐고요. 김시은 배우는 촬영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영상도 안 받아봤었고 대화만 많이 해서 가서 촬영했어요.

 

M: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곽민규 배우께서 기획과 제작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M: 이종필 감독님께 그때 당시 배우 한예리와 지금의 한예리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해주셨어요.

 

이종필 감독: 영화를 보고 있으니 애틋하고 차이는 전혀 모르겠어요. 오늘도 사실은 오는 줄 몰라서 깜짝 놀랐는데요. 저는 그냥 볼 때마다의 기분은 똑같고 사람이 태어나서 몇 사람이나 만나다 죽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소중해요. 얼굴을 보거나 만나거나 연락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소중한 사람이어서 같이 작업을 하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그 후에 출연하시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같은 마음이 듭니다.

 

 

 

M: 한예리 배우님께서는 10년 전의 감독님과 현재의 감독님을 어떻게 다르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하기도 한데요.

 

한예리 배우: 그때도 되게 꾼이었어요. 이야기보따리가 정말 많고 안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정말 많고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이 사람은 이 일을 정말 즐거워하는구나 언젠가 많은 사람이 이 사람의 영화를 다 보겠구나 이런 생각이 그때도 들었는데요. 왜냐하면 그냥 이 사람이 떠드는 걸 듣고만 있어도 재미있을 때가 많았고 시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감독님이 정말 훌륭한 분이 되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좋은 감독님이고 많은 배우가 앞으로도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해요. 그때도 정말 반짝반짝 빛났어요.

 

 

 

M: 세 분에게 공통 질문이 들어왔는데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뽑자면 어떤 장면인지 질문 주셨습니다.

 

강동완 감독: 두 남녀가 여행을 다니며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을 몽타주 씬으로 연출했어요. 몽타주 씬 끝에 홍콩에 있는 지상철이라고 트레인이 있는데요. 그 트레인을 카메라로 가까이했다가 다시 멀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한예리 배우: 저는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순간 제 얼굴에 멈추면서 ‘넌 어디에 있니?’라고 묻는데 그 순간에 딱 시작되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더라고요.

 

이종필 감독: 저도 말씀하신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예리 배우님 얼굴을 좋아해요. 지하철 첫 장면은 둘이 만나서 ‘일단 인천공항 가면서 찍을게요.’, ‘어떻게 해요?’,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찍었는데요. 마지막 장면도 ‘좀 새롭고 느낌 있게 어른스럽게 알아서 오세요.’ 하고 찍은 게 그 얼굴인데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5초에 한 번 변화는 필요해서 그 짧은 순간에 마지막 표정이 반가워하다가 쓸쓸해 하다 그런 게 다 들어 있어서 마지막 장면을 좋아합니다.

 

 

 

M: 이종필 감독님께 <달세계 여행>이 엄청나게 번쩍번쩍한 느낌의 장면이 많이 나왔는데 어떤 의도인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어요.

 

이종필 감독: 모르겠어요. 아마도 겉멋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것처럼 뭐였을까 하고 추측해보자면 영화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일상에서의 모멘트들 영화 보는 거 같은데 하는 느낌들 영화 같고 극장에 있는 거 같은 순간들이 있어서 넣은 거 같은데 그냥 겉멋에 가까운 것 같아요.

 

 

M: 감독님들이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셨는데 이 장면은 다시 찍어 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감독: 영화 마지막에 숙소에서 술 마시면서 대화하는 장면 중에 곽민규 배우 샷만 다시 찍고 싶어요. 조명을 한정적으로 가져가서 김시은 배우한테 조명을 다 써서 곽민규 배우는 조명이 촛불밖에 없었거든요. 실제로 촬영 끝난 후에 곽민규 배우가 자기는 왜 신경 안 써 주냐고 불만을 토로했는데 얘는 얼굴이 빛나서는 안 되는 애라고 달래줬어요. 다시 찍게 되면 남자 주인공에게 조명을 조금은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M: 그 장면과 관련된 질문이 하나 더 들어왔는데요. 여주인공이 왜 헤어진 건지 알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은 있는데 그 이유는 정확히 나오지 않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습니다.

 

강동완 감독: 그 이유가 진짜 헤어진 이유인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아마 시은 씨는 민규 씨의 모습을 보면서 귀를 닫고 있는 사람이고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연인관계에서는 특히나 많은 대화와 시간을 나누잖아요. 일방적인 소통을 하고 있는 사람과는 금방 관계가 끊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에 썼던 대사는 저 대사가 아니라 다른 대사였는데 김시은 배우가 현장에서 너무 한심하다고 해서 대사를 바꿨어요.

 

이종필 감독: 부족하거나 부끄러움이 있는 것도 있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 찍은 게 아니라서 다시 찍고 싶은 건 없고요. 사실 이후로 만나서 더 찍었는데 어느 날 문득 정말 좋은데 이걸 완성하려면 10년은 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시에 그건 현실적으로 나이도 들고 못 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그사이에 십 년은 지났고 정말 드문드문 찍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예리 배우: 그때가 2009년이어서 스물다섯이어서 서른다섯 때 찍자 그리고 마흔다섯 때 찍자 이야기 했었거든요. 그때 서른다섯에 감독님을 만나서 이제 서른다섯인데 어떡해요 달세계여행 어떡해요 이런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나요. (웃음)

 

M: 혹시 그 약속은 아직 유효한 건가요?

 

이종필 감독: 근데 <보이후드>라는 영화가 나와 버려서요. 그렇습니다. 인생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웃음)

 

 

 

M: <달세계 여행> 마지막 씬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씬이 시장에서 국수를 먹다 마주치는 두 배우의 묘한 표정에 울컥했는데 비하인드나 의도, 디렉션이 궁금하다고 질문 주셨습니다.

 

이종필 감독: 그 답은 예리 배우께서 어떤 표정을 지으셨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한예리 배우: 그때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형근은 점점 달에 가고 싶어 하고 저를 잊어가는 사람이고 저는 계속 그 사람을 따라가는 각자 가지 못하는 곳을 쫓아가는 사람들이고 형근은 결국 달에 갔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럼 예리가 만난 지금의 형근은 형근이 아닐 수 있고 그곳에 갔을 때의 다른 예리가 거기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저 사람은 어디선가 본 거 같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봤는데 괜히 아픈 사람 감독님과 그렇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요.

 

 

 

M: 강동완 감독님도 홍콩에서 야외에서 찍을 때 즉흥적이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강동완 감독: 둘이서 처음 먹는 식당은 원래 섭외했던 식당이 아니었고요. 실제 저희 숙소 근처에서 로케이션할 때 여기가 좋다고 생각했던 식당이 있었어요. 근데 3시만 되면 문을 닫으셔서 급하게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영화에 나오는 식당을 섭외하게 된 거고요. 저 식당도 영어를 아예 못하시는 분이 주인분이셨어요.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했고 실제 식당에 손님 한 분이 영어가 가능해서 통역을 즉흥에서 해주셔서 찍은 기억이 있고요. 나머지는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아요. 홍콩 분들이 영화를 찍고 있다는 말했을 때 호의적이셨어요.

 

 

 

M: 강동완 감독님께 이 제목을 짓게 된 배경과 의도가 궁금하다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강동완 감독: 제가 제목을 참 못 짓는 편인데요. 이게 가제목이었고 가제목 이후에 편집을 끝내고 나서 다른 제목을 생각해보려 했는데요. 질문형의 제목이 시은 씨가 내뱉을 수 있을 거 같고 민규 씨 스스로가 내뱉을 수 있는 질문인 거 같아서 질문형의 제목으로 했고요. 뭔가 하나 짧게 못 짓는 것 같아요. 깨끗하게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못하고 저렇게 한 이유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확실한 답변을 내리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해요. 영화에서 던지는 화두에 대한 결론이 확실하게 맞는 것 인가하는 의문을 다시 가질 수도 있고 끝까지 결론을 확정적으로 내리지 말자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M: 이어서 영화 제목도 그렇고 영화 속 장면들 그리고 엔딩 크레딧까지 홍콩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왕가위와 양조위 그리고 주성치, 이소룡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홍콩 영화에 대한 애착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강동완 감독: 제가 어릴 때 이모가 영화광이셨어요. 살면서 처음 비디오테이프로 접한 게 장국영 님이 나오는 영화였고 홍콩영화를 많이 봤어요. 어릴 때는 홍콩영화가 전부였다시피 주로 비디오로 많이 접했었고 홍콩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는데요.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주성치를 좋아해서 애정을 많이 담았고 실제로 홍콩에 갔을 때 영화에서 봤던 풍경들이 정말 좋아서 최대한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M: 한예리 배우님께 연기를 할 때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한예리 배우: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만들고 싶고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만들고 싶은지 이런 것들을 함께 조율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거나 소통하고 싶은 코드가 맞는 사람과 작업을 해야지만 작업이 되더라고요. 아니면 일방적인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서 항상 함께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고려하면서 하는 것 같아요,

 

 

M: <달세계 여행>을 찍을 때 필름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게 어렵지 않으셨는지 왜 필름을 이용해서 찍으셨는지 의도도 궁금하다는 질문입니다.

 

이종필 감독: 8mm, 35mm랑 참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겉멋 그리고 그럼에도 다 해보고 싶었어요. 필름이든 뭐든 다 섞어보고 싶었어요.

 

한예리 배우: 오늘 보니까 겉멋을 많이 부린 것 같았어요?

 

이종필 배우: 20대는 참 멋을 부리는 나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M: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돼서요. 정리하는 차원에서 공통질문으로 과거에 만든 단편작품이 현재 본인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강동완 감독: 가끔씩 출연했던 배우들과 이야기하면 ‘그렇게도 찍었는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물론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뭐 때문에 안 돼.’, ‘뭐 때문에 못 하겠다.’라는 이야기를 최대한 안 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어떻게든 찍으려면 찍을 수 있었다는 결과물이었던 것 같아요.

 

한예리 배우: 저도 비슷하게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곳에 가서도 난 잘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만큼 어떤 캐릭터를 생각하면서 글을 써보고 대사도 바꿔보고 감독님과 이야기도 해보고 상대 배우와도 충분히 이야기해보고 하는 경험을 처음 해봤고요. 그 경험이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고요. 그 이후에 어떤 작업을 할 때 제 의견 피력을 하거나 상대 배우와의 이야기들 생각들을 조금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구나를 알았고요.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영화를 찍는 즐거움 자체를 가장 많이 느끼게 해준 작품이어서 정말 좋았어요. 함께 만든다는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어서 그 힘으로 지금까지 영화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이종필 감독: 아까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하면서 즐겁고 재미있어서 계속 촬영을 이어갔고요. 10년을 해야 완성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10년은 못하겠어서 우리는 그만 찍자 안녕 하고 돌아서서 결심한 것이 영화를 직업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작업으로서의 영화인거고 이후에는 직업으로서의 영화를 하고 있고 그것도 즐겁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마음 한편에서는 직업으로서의 영화도 좋지만, 작업으로서의 영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있고 오랜만에 여기서 보니 언젠가는 작업으로서의 영화도 언젠가 꼭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M: 마지막 질문으로, 이종필 감독님은 곽민규 배우님과 촬영을 하면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지 강동완 감독님은 한예리 배우님과 촬영을 하면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고 싶으신지 질문 주셨습니다.

 

이종필 감독: 저는 개인적으로 곽민규 배우님을 알지는 못하지만 볼 때마다 놀라는 것이 동네에 아는 동생과 생김새나 말하는 게 정말 비슷해서요. 그 친구를 제가 어제 만났는데 고민을 한참 떠들었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답은 없지만 힘내는 그런 걸 찍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강동완 감독: 제가 한예리 배우님의 팬이어서 작업자의 욕심은 나쁜 역할로 나오는 영화를 하나 찍어보고 싶어요. 분명히 선한 이면에 단단한 게 있을 것 같았고 소위 말하는 악역으로 나올 수 있는 영화? 장르는 모르겠어요.

 

 

 

M: 그러면 한예리 배우님은 다양한 역할을 해오셨지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예리 배우: 저는 ‘이제 네 거래.’ 하면 그때부터 불타는 사람이고 남의 것에 크게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하고 싶은 게 없어요. 목표라는 게 특별히 없기도 하고 그때그때 주어진 걸 해내야 해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해요. 감독님께서 이야기해주신 나쁜 역할을 해 보고 싶긴 하네요. 최강 빌런으로 절대 아무도 못 죽이는 제가 다 죽이는 그런 역할을 해볼게요. (웃음)

 

 

 

M: 마지막으로 현재 작업하고 있는 작품이나 향후 계획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필 감독: 변함없이 영화 준비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고요. 다시 한번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예리 배우: 지금 코로나 때문에 극장에 와주신 분들이 적은데 이렇게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찾아와주셔서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진짜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분들이 계셔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저도 덕분에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년에는 좋은 영화가 있다면 꼭 출연해서 여러분들을 극장에서 뵙게 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강동완 감독: 저도 준비하는 것들을 계속 준비하고 있고요. 구체적인 계획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아서 언제 뵐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혹시 홍보 하나만 해도 될까요? 제가 장편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게 있었는데 그저께부터 VOD서비스를 시작해서요. <그해, 우리가 여행지에서 가져온 것들>이라는 긴 제목인데 검색해서 찾아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