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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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ity of Sadness” on Blue Monday

글 : 박현우 / 사진 : 박해정

Blue Monday, 월요병.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을 우울하게 부르는 단어들이다. 7월 3일 월요일, 우연찮게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서 우울한 기운이 진동하던 그 때. 궃은 날씨를 헤쳐가면서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힘겹게 찾아온 관객들이 있었다. 바로 ‘비정성시(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 섹션2를 보기 위해서다. 이 날 비정성시 섹션2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 Guest Visit) 시간을 가졌다. <가리워진 길>의 이민형 감독, <복덕방>의 최병권 감독, <물가의 아이>의 이태영 감독, <이 모든 것을 벗어나기 위하여>의 최한슬 감독. 영화를 만든 감독들과 우울한 날의 관객들이 만나 질문과 답변을 나누었던 GV의 순간을 한 번 들여다보자.

모더레이터: 안녕하세요.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이민호 라고 합니다. 짐작컨대 오늘 여러분들은 미쟝센 영화제에서 가장 암울한 네 편의 영화를 보신 것 같습니다. (웃음) 네 편 모두가 굉장히 음울하고 슬프죠. 일단은 감독님들 소개와 영화의 연출의도를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민형 감독: 안녕하세요. <가리워진 길> 연출한 이민형 이라고 합니다. 저는 여성의 영화를 한 번쯤 찍어보고 싶었고요. 사회 속 여성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단 생각에 만들게 되었습니다.

최병권 감독: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졸업하려고 회화 수업을 들었는데 다 영어 못 하는 사람들끼리 있더라고요.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어 못 하는 남자가 외국인을 만나는 이야기를 쓰면 재밌을 것 같아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태영 감독: 안녕하세요. <물가의 아이> 연출한 이태영 이라고 합니다. 저는 영화과를 졸업하고 4년 만에 찍은 단편인데요. 졸업하고 학교를 떠나다 보니까 단편을 찍을 기회가 많지 않아서 고민하던 중에 이러다가 진짜 영화를 못 찍겠다 싶어서 개인적으로 찍게 되었습니다. 소재 쪽으로 말씀드리자면 한국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자녀와의 동반 자살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썼고요. 발전하는 과정에서 범죄 자체보다는 아이러니나 선의의 한계 측면에 집중해서 영화를 찍었습니다.

최한슬 감독: 안녕하세요. <이 모든 것을 벗어나기 위하여> 연출한 최한슬 입니다. 제가 학생이 나오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학생물을 졸업하기 전에 꼭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학교 폭력이란 소재가 이제는 많이 대중화가 되어 있는 소재인데요. 단순히 때리고 맞고 하는 학교 폭력보다는 다수가 되어 보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른 의미의 폭력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모더레이터: 이 자리에 영화를 찍어보신 분들도 많이 계실텐데요. <복덕방> 같은 경우는 높은 지대에 촬영 장비를 들고 다니셨을테고. <물가의 아이> 경우도 거의 밤 장면을 촬영하셨어요. 촬영하시면서 어려웠던 점들에 대해 말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한슬 감독: 저는 일단 장소가 학교였는데요. 다른 감독님들 로케이션이 워낙 험난해 보여서 학교가 힘들었다고 차마 얘기를 못 하겠네요. (웃음) 다만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매일 4회차로 찍었었는데 매일매일 대본이 조금씩 바뀌어서 배우님들도 많이 고생을 하셨고요. 이 자리를 빌려서 죄송하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태영 감독: 저는 4회차 촬영을 했는데 이틀 정도는 비가 왔어요. 그래서 땅이 진흙처럼 되어서 차도 빠지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가지고 연기하시는 배우분들도 많이 힘들었고요. 그럼에도 저는 괜찮았습니다. (웃음)

최병권 감독: 정말 덥고 더웠습니다. 주택이라서 로케이션도 복잡하고 골목이 좁아서 힘들었어요. 다들 짐 옮기면서 땀 많이 흘렸는데요. 스태프들한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민형 감독: 저희는 추웠던 것 같아요. (웃음) 힘들었던 건 제가 여성이 아니다 보니까 연출하는과정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알아보는 과정에서 배우들이랑 상의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모더레이터: 관객 여러분들께서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손을 들고 질문해주시면 답변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관객1: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두 분 감독님들께 질문드려 볼게요. <가리워진 길>의 경우 배경이 직장이잖아요. 혹시 직장 경험이 있으신지. 만약 없으시다면 실제 직장에서 벌어지는 분위기를 어떻게 담아내셨는지 궁금하고요. <물가의 아이>의 경우 엔딩 장면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은데요. 아이가 죽은 것처럼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결국 엔딩에서 아이의 죽음에 대해 자세한 언급이 없이 그대로 끝나잖아요. 감독님이 의도하신 것이 아이가 죽은 걸로 생각을 하신 건지 아닌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이민형 감독: 제가 잠깐 직장을 1개월 정도 다녔던 기억이 있고요. (웃음) <미생>이란 드라마를 굉장히 재밌게 보면서 많이 배웠고요. 그리고 다큐멘터리나 주변의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에게 많이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이태영 감독: 엔딩으로 말씀드리자면 예상하셨던 것처럼 아이는 먼 곳으로 갔다고 생각을 하고 시나리오을 썼고요. 최대한 뻔해 보이지 않게 노력하면서 찍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너무 모호하게 엔딩을 끝낸 건 아닌가 후회도 드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객2: <물가의 아이> 이태영 감독님은 학교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영화를 찍으셨다고 했는데요. 그러면 힘든 점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완성해야겠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내야겠다 라는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태영 감독: 원래 이 질문의 답과 비슷하게 마지막 멘트를 하려고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찍다 보니까 누가 강요하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았어요. 그런 와중에 시나리오를 계속 썼는데 내가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많이 왔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완성한 후에 같이 하고 싶었던 몇 분들에게 부탁을 드렸는데 다 도와주신다고 하는 거예요.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무조건 완성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성하고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돼서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관객3: 최병권 감독님께 질문 있는데요. 농구장 장면은 유머러스해서 웃음이 터졌었는데 그 부분이 각본에 의한 건지 배우들의 애드리브였는지 궁금하고요.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편견을 가진 인물들이 나옵니다. 마지막에 재광은 그 편견을 극복했을지 어떤 의도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최병권 감독: 농구장 장면에서 데이빗과 재광의 대화는 각본이 있었고요. 학생 역할의 배우분들은 거의 90프로 이상을 애드리브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해서 같이 뭔가를 하는 이야기였으면 했어요. 저는 누가 누구를 이해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살다 보면 누군가랑 하나 된 것 같은 순간이 있는데, 바로 같이 힘들게 뭔가를 할 때만큼은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영화에서 재광이가 편견을 완전히 극복하고 다른 사람이 됐다 까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데이빗과 같이 있었던 경험이 재광한테 남았다 정도가 제가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었습니다.

모더레이터: 이제는 마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감독님들은 관객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이민형 감독님부터 차례대로 말씀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민형 감독: 저희 배우분들이랑 스태프들 많이 와주셨거든요. 이 자리 빌려서 다시 한 번 잘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병권 감독: 이 자리에 와준 스태프와 배우분들, 관객분들 감사드립니다. 오늘 스태프 뒷풀이로 맛있는 거 먹으면서, 제가 보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태영 감독: 이 자리에 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한슬 감독: 이 자리에 와주신 배우분들, 스태프분들 그리고 아빠에게 감사합니다. 월요일부터 이렇게 우울한 영화들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흔히들 여름이 되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을 쓴다.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보통 더위를 이겨낼 때 사용한다. 하지만 오늘 비정성시 섹션2의 GV를 찾아주신 관객들은 달랐다. 습기 가득한 더위를 시원한 영화관에서 속시원해지는 대화를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남은 일주일을 활기차게 보내지 않을까 감히 짐작해본다. 나아가서 오늘 GV에서 정성껏 대답해준 <가리워진 길>의 이민형 감독, <복덕방>의 최병권 감독, <물가의 아이>의 이태영 감독, <이 모든 것을 벗어나기 위하여>의 최한슬 감독 모두에게 앞으로 활기찬 나날들이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