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꿈을 좇는 사람들이 있다. 그 꿈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스펙도, 면접도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딱 둘. 밤을 지새울 의지와 떨지 않을 용기! 그 꿈이 도대체 뭔데?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잠들지 않는 밤을 책임지는 장르, ‘절대악몽(夢)’이다. 무더운 여름 밤의 최고 적수는 누가 뭐라하더라도 공포영화다. 그래서 제 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6월 3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절대악몽 심야상영을 준비했다.
진정한 영화 매니아는 공포영화 매니아라고 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찾는 관객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절대악몽 심야상영이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고단했던 일주일의 끝에 가장 서늘한 불금을 보내기 위해 관객들은 하나 둘씩 모였다. 자정을 30분 앞둔 시각 단 한자리의 빈자리도 허용하지 않은 채 악몽은 시작되었다.
섹션 1은 이준호 감독의 <속옷도둑 미숙씨>를 시작으로 최초아 감독의 <모래 놀이>, 서보형 감독의 <솧>, 김세인 감독의 <불놀이>, 안형혜 감독의 <화려한 외출>로 이루어졌다. 남성과 자본주의 사회의 압박 속에서 생겨나는 잘못된 미에 대한 욕망을 그린 <속옷도둑 미숙씨>는 가까운 미래를 자연스럽게 연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모래 놀이>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러나 종종 거부되는 여성을 중심 화자로 설정함으로써 사회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그 의미를 도출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섹션 1이 끝난 후 관객들을 위한 깜짝 간식 타임이 있었다. 출출한 배와 졸린 가슴을 위로하며 영화에 대한 작은 토론장이 곳곳 생겨났다.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한 학생은 “첫 영화제다. 기대보다 훨씬 재미 있었다. 특히 신선한 촬영법과 구성이 앞으로 영화를 기획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며 만족감을 드러내었다. 또 다른 관객은 “역시 미쟝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작품이 매력적이었다. 각각의 개성이 인상 깊었다.” 고 답했다.
다음 섹션은 장만민 감독의 <히스테리아>, 문지원 감독의 <코코코 눈!>, 신대용 감독의 <이브>, 유우일 감독의 <컨테이너>로 채워졌다. 섹션 1이 차분한 공포였다면 섹션 2는 좀 더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공포에 가까웠다. 관객들 역시 모두가 잠든 한밤중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채 스크린만을 응시하였다. 인간의 추한 탐욕을 날것으로 보여준 <컨테이너>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V-CREW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관객들은 졸음 퇴치 체조로 몸을 깨운 뒤 퀴즈 이벤트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였다. 긴장감으로 바싹 말랐던 입술이 웃음으로 촉촉해지는 시간이었다.
임승미 감독의 <엄마>, 김태완 감독의 <고요>, 이석용 감독의 <아무것도>, 김태윤 감독의 <존재증명>은 마지막 섹션에 등장했다. 더욱 진한 공포가 엄습했다. 감독들이 영화 곳곳 심어 놓은 폭탄이 터질 때 마다 관객들은 억누른 비명과 무의식의 움직임으로 반응했다. 상영관에 있는 모두가 저마다의 해석으로 ‘절대악몽’을 꾸고 있었다.
재미와 충격으로 뒤섞인 채 상영관을 나왔을 때 용산역은 희미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꿈에 취해 아늑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일상은 또 다시 우리를 깨우지만 기괴하고도 신났던 이 밤은 자꾸만 생각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