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17

영화에는 웃음이 필요하다! 희극지왕, 두 번째 이야기

글 : 손은 / 사진 : 이혜민

2018년 7월 2일의 늦은 밤, 영화관 안은 유쾌한 웃음으로 채워졌다. 월요일의 일상을 견딘 지친 몸을 이끌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한바탕 크게 웃으며 피로를 날려버렸다. 백승환 감독의 <대리 드라이버>, 이승주 감독의 <시체들의 아침>, 이상일 감독의 <감독춘향>, 김경윤 감독의 <스포주의>로 구성된 ‘희극지왕2’ 상영을 마치고, 김경태 모더레이터(이하 M)의 진행으로 네 명의 감독과 관객들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시체들의 아침>의 강길우 배우, 박서윤 배우, 장준휘 배우, 홍상표 배우, 이총희 배우, 오세일 배우, <감독춘향>의 정한비 배우, 김민선 배우, 조우영 배우, 김현민 배우, 현슬기 배우, 김지혜 배우, <대리 드라이버>의 이지현 배우, 이유정 프로듀서, 이상훈 음악감독, <스포주의>의 송강석 촬영감독, 홍지석 배우는 관객석에서 현장을 함께 했다.

 

<이상일 감독>

<백승환 감독>

<김경윤 감독>

<이승주 감독>

 

M: 관객 분들의 질문을 받아보기에 앞서 제가 감독님들께 간략한 공통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영화들을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서 여쭙고자 하는데요, 각자 어떤 사건과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승주 감독: <시체들의 아침>은 실화에 기반한 영화는 아니고요, 영화에 나온 것처럼 제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DVD를 온라인에 중고로 내놓고 팔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중학생 때 비디오를 구하러 다녔던 기억도 있어요. 지금 30대 후반인 저의 힘들었던 모습과 중학교 시절에 영화를 구하러 다녔던 기억을 융합해서 시체들의 아침을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단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이상일 감독: 저는 제가 소신을 많이 잃은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이 소신을 다시 한 번 끌어내보자는 생각을 했을 때 춘향이가 떠올랐습니다. 춘향이는 소신이 분명하잖아요, 그래서 이걸 영화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원래는 춘향전으로 할까도 생각했다가, 고민 끝에 영화를 만드는 과정으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백승환 감독: <대리 드라이버>는 거의 90퍼센트 이상 실화를 근거로 찍은 영화입니다. 대리 기사를 불러서 차를 탔는데 학교 선배님이셔서 90도로 인사하고 내린 기억이 있어요. “언제 한 잔 하지.”라고 말씀하셨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을 해보니, “아니 번호가 없는데 어떻게 한잔을 하지?” 싶더라고요. 우리에게 이런 경우가 많잖아요. “언제 한 잔 하자.”라고 이야기 했는데 상대방의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생겨요. 그래서 이 주인공들은 정말로 한 잔을 했다는 설정을 두고 만들었습니다. 이상일 감독님은 마지막 단편을 만드셨다고 했는데, 저는 처음 만든 단편입니다.

 

김경윤 감독: 네, 제가 인터넷을 좀 많이 하는데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열심히 찾던 중 어느 날, 어떤 ‘짤’을 보게 되었어요. 김전일 만화책이었던 것 같은데 첫 페이지에다가 누가 ‘범인’이라고 이마에 써 놓은 거에요. 사람들이 이런 것에 대해서 화를 많이 내기도 하고, 그래서 이걸로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사소한 문제이지만 사회적인 문제로 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스포일러를 당한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스포주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M: 그럼 본격적으로 관객 분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관객1: <대리 드라이버>와 <감독춘향>의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대리 드라이버>에는 세 인물이 술을 마시면서 노래하는 장면이 있죠. 그 장면에 공을 많이 들이신 것 같은데, 배우분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신 건지 궁금하고 세트에서 촬영 하셨는지 현장에서 촬영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백승환 감독: 먼저 답변 드리겠습니다. 문종원 배우님은 ‘노트르담 드 파리’와 ‘레미제라블’로 유명하신 뮤지컬 배우이시고요, 이 자리에 나와계신 이지현 배우님과 함께 두 분이 직접 노래를 부르셨고, 네이버 뮤직 멜론 들어가시면 음원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 들어가셔서 다운받아주시면, 저랑 음악감독님한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웃음) 그리고 춤추는 장면은 세트는 아니고요, 촬영감독님하고 조명감독님하고 술을 드시다가 찾아내셔서 이태원의 시장 골목에서 찍었습니다.

관객1: <감독춘향>의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 배우분이 마지막으로 날아 오르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났는데, 각도를 보면 화면은 끝났지만 실제로 떨어지면서는 부딪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촬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일 감독: 마지막 장면은 다행스럽게도 현슬기 배우님께서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넘어지진 않았고요, 넘어지진 않았지만 넘어지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습니다.

 

관객2: <시체들의 아침> 감독님께 질문이 있습니다. 처음이랑 마지막에도 그렇고 꿈에서 깨어나면서도 DVD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면서 일어나잖아요. 혹시 DVD를 빌려 주셨다가 피해 본 사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승주 감독: DVD는 영화에서 계속 나오는 것처럼 남에게 빌려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빌려줬다가 스크래치가 많이 난 상태로 돌아온 적이 많아요. 그래서 제가 그 DVD를 다시 사야 하는 상황이 온 적이 많거든요. 그리고 다시 사려니 희귀본이라 절판이 된 경험도 많습니다. 그래서 약간 강조해서, DVD는 남에게 빌려주는 것이 아니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돈을 빌려줘라 라는 지론으로 살고 있습니다.

 

M: 그러면 지금 DVD들은 안 가지고 계신 건가요?

 

이승주 감독: 저는 저렇게 DVD를 조금씩 팔아서, 지금은 블루레이로 바꿨습니다.

 

관객3: 먼저 <감독춘향> 감독님에게 질문 드리겠는데요, 중간에 술을 마시고 스태프의 옷을 찢는 장면이 있잖아요, 촬영하실 때 어떻게 미리 작업을 해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일 감독: 저 조차도 잊고 있었던 부분인데요. 정말 큰 에피소드였는데 잊고 있었네요. 실제로 찢었기 때문에 리허설을 할 수 없었고, 다행스럽게도 한 번에 너무 잘 찢겨나갔습니다. 그런데 아직 컷이 남은 상태에서 그 티셔츠가 분실이 되는 바람에 비슷한 티를 일부러 만들어서 촬영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아, 찢기 전에 살짝 가위질을 해 놨습니다.

 

관객3: 두 번째 질문은 <시체들의 아침> 감독님께 드리고 싶은데요, 텅 빈 DVD 장을 보고 슬픈 감정을 느끼면서 “호~” 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영화를 볼 때는 무서우면 “호~”를 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 사람은 감정을 막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승주 감독: DVD장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겠죠. 사실 주인공이 가장 느꼈으면 했던 감정은 공포였어요. 영화를 포기하고, 과거에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남은 것은 미래밖에 없는데, 알 수 없는 텅 빈 미래이고 내일을 모르기 때문에 공포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고 연출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슬픔도 좀 묻어있을 것 같고요. 찍으면서 빈 잔이 있고 쭉 일어서는 장면은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 도끼로 흑인을 찌르고 올라오는 장면을 카피하는 식으로 찍었습니다

 

M: 이승주 감독님께 잠깐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영화를 만드시면서 희극지왕에 이영화가 상영될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이승주 감독: 사실은 비정성시에 내고 싶었어요. (웃음) 저는 굉장히 진지하고 슬프게 만들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관객4: <스포주의>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맨 마지막 부분에서 스포를 막 하셨을 때 제가 귀를 막았거든요. 시나리오를 쓰셨을 때 사람들한테 보여주잖아요. 그 때 다 스포를 당했을 텐데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김경윤 감독: <스포주의>를 만들 때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일 거라고 생각 했어요.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봤을 것이다 싶은 영화를 골랐어요. 그리고 제 나름의 매너로 제목을 경고하는 식으로 표현 해봤는데 잘 전달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관객5: 이상일 감독님의 <감독춘향>에 대해 여쭙고 싶은데, 회상하면서 수박 씬이 나오잖아요. 냉면을 먹다가 갑자기 수박을 먹고 싶다며 나가는데, 그 부분을 단순하게 떠올릴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른 곳에서 모티브를 따오신 게 있나 여쭙고 싶습니다.

 

이상일 감독: 실제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냉면하고 수박이여서 그 소재는 제가 어릴 때부터 꼭 한 번 넣어봐야지 했던 소재입니다. 저도 이 <감독춘향>이라는 작품한테 좀 고맙고요. 그리고 진짜 연인이나 사람들을 대할 때도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것 하나가 큰 산이 되잖아요. 그런 것을 조금이나마 담아보려고 했던 부분입니다.

 

관객6: <스포주의>의 김경윤 감독님께 질문드리고 싶어요. 만화책에 범인이라고 써져 있는 글씨를 직접 다 쓰셨는지, 그리고 화장실 휴지에 써져 있는 글씨 작업은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안약을 넣는 장면에서 <시계태엽 오렌지>가 떠올랐는데 어떤 의도로 그 장면을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경윤 감독: <시계태엽 오렌지>가 맞고요, 알아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 영화에서는 개안하는 도구를 무섭게 썼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하면 배우들의 인권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알아보실 수 있을 정도로만 표현을 해 봤고요, 스포일러를 당하는 게 인간성이 조금은 상실되는 순간이 아닌가라고 생각을 해서 차용한 장면입니다. 또, 만화책과 휴지는 제가 보라색 사인펜으로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글씨체가 전부 같아야 해서 한 사람이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관객7: 이상일 감독님께 여쭙고 싶은데요, <감독춘향>의 연출을 하시면서 배우도 하셨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일 감독: 힘들었던 점이라기 보다는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저 또한 저와 함께 작업을 같이 하고 싶고요, 저도 저를 응원하는 부분입니다. 제가 하는 거지만 그게 또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저도 저랑 같이 작업하고 싶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M: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신 관객 분들께 감사 드리고요, 마지막으로 감독님들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