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일,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에서 마지막으로 상영 되었던 네 편의 영화, 다섯 명의 감독과 함께 오늘 우리는 몇 해 전 그 날의 시선으로 ‘미래에 관한 단상’을 엿보고 왔다. 영화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자화상이기도 했고, 구김살이기도 했으며, 쓴 소리며, 토로이기도 했다. 다섯 명의 감독의 현주소를 만들어준 작품 뒷이야기를 지금 풀어보려고 한다.
<오 제이 티: On the Job Training> 최수진
<낙진> 권혁진
<멈추지 마> 김건
<구원의 날> 심찬양, 송강석
모더레이터: 일단은 네 분의 감독님들부터 차례로 소개를 하시면서 영화를 오랜만에 보신 소감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최수진 감독: 네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상영을 했었고, 부끄럽고, 인내심 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권혁준 감독: 저도 1년 전에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영화 상영했을 때가 시간이 진짜 빨리 가서 감개무량합니다.
김건 감독: 안녕하세요, <멈추지 마>의 김건입니다. 영화를 만들 때 불만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영화를찍을 때 좀 시끄러운 영화를 찍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시끄럽더라구요 반갑습니다.
송강석, 심찬양 감독: <구원의 날> 연출한 송강석, 심찬양입니다. 제 작년에 왔었는데, 다시 오게 돼서 영광이고 네 그렇습니다.
<최수진 감독>
<권혁준 감독>
<김건 감독>
< 송강석 감독, 심찬양 감독>
모더레이터: 네 편의 영화들이 어찌 보면 미래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영화도 있고, 미래를 다루는 세부적인 영화들도 있는데, 각각의 미래에 대한 단상들을 보여준 것 같아서, 이 영화들을 어떻게 연출 하셨는지, 또 연출하시면서 의도했던 것들을 다시 보니까 감회가 어떠신지 감독님들의 감상이 궁금하네요, <오 제이 티: On the Job Training> 감독님부터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수진 감독: 시나리오 쓰던 때, 한창 알파고 이런 것들이 화두여서 이런 걸 쓰게 된 것 같은데요.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메시지가 노골적이고 그래서 좀 화끈거리고 그러네요. (웃음)쑥스럽습니다.
권혁준 감독: 저는 단편에서 디스토피아를 한 번 찍어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한 영화구요. 그 때 당시에 영화 작업할 때 이러한 사회 현상에 대해서 느낀 점, 그런 것들을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고자 이 영화를 연출 했던 것 같습니다.
김건 감독: 저는 <멈추지 마> 만들 때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단상을 생각 안 했구요. 졸업영화를 찍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다 해보고 싶다, 총도 쏴 보고 싶다, 로봇도 넣고 싶고, 좋아하는 걸 일단 다 넣어본 것 같구요. 그리고 제가 영화를 찍을 때 어쨌든 저도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서 이제 사회로 나가는데 겁이 나더라구요. 저 스스로에 대한 격려이자, 질책으로써 ‘포기하지 말자, 겁내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찍었던 영화라서, 조금 자전적인 의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송강석 감독: <구원의 날>은 저거 시작하게 된 계기가 굉장히 비슷한데, 액션을 찍고 싶어서 소재를 찾다가, 그 때 당시 한창 화두였던 게 메르스여서, 우리나라가 메르스에 다 걸려서 망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에 꼬리를 물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부끄러운 영환데, 그래도 그때는 되게 재미있게 좋은 로케이션 찾아서 잘 찍은 것 같습니다.
심찬양 감독: 월드컵이잖아요, 월드컵 시즌에 저 영화를 상영하게 되니까 감회가 새롭고 좋습니다. 비록 한국은 16강에서 떨어졌지만, 4년 뒤에 다시 다같이 ‘대한민국! ‘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웃음)
관객1: 저는 <구원의 날> 감독님들께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메르스에서부터 소재가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영화적으로 어떻게 종교적인 것까지 엮게 되셨나요?
심찬양 감독: 네, 함께 만든 이 친구(송강석 감독)는 그때 당시 제가 했던 고민들이 시나리오에 녹아 있었나 봐요. 그래서 들어간 게 아닌가. 그렇습니다. 감독이 두 명 이잖아요. 저 친구 같은 경우에는 액션을 찍고 싶어했고, 시나리오는 주로 제가 썼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좀더 종교적인 고민들, 플러스 그리고 웃긴 장면이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웃긴 모습을 한국 사회의 이상한 모습과 연결 짓고 싶었다는 마음에 ‘해야 솟아라’와 같은, 저 친구(송강석 감독)는 많이 반대했지만 네, 그런 요소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톤이 일관되지 않은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구요. 네, 그렇습니다.
관객2: 저는 <구원의 날> 마지막의 메시지가 되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종교적인 이야기를 말씀해주셨지만, 마지막에 주인공인 목사님께서 광기 어리게 하셨던 게, 저도 신앙인으로서 조금 공감이 가고, 질문은 <낙진>의 권혁준 감독님께 드리고 싶은데, 사실 그 영화를 제작을 했을 때 사회적인 분위기와 지금은 또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있잖아요, 그래서 또 다른 메시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혹시 차기작을 생각하고 있으신 게 있으신지?
권혁준 감독: 제작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지금이 많이 달라진 것은 분명히 맞다 고 생각하구요. 사회적 분위기나 정치적 상황뿐 아니라 재난 이후에 그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같은 것들이 이 영화에 녹아 나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부의 적들을 계속 만들어서 주인공들을 계속 공격해 나가면서, 저는 그런 분위기는 아직까지도 사회에 남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아직까지 주요한 문제로 남아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연관시켜서 영화를 찍을 생각은 있습니다.
모더레이터: <낙진>같은 경우에 영화가 ‘시네마스코프’이기도 하고, 굉장히 수평축이 도드라지는 영화 이잖아요, 제목은 ‘낙진’인데, 왜 제목을 낙진으로 하였는지 궁금합니다.
권혁준 감독: ‘낙진’은 좀 촌스러운 제목인데, 영화에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사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방사능의 재가 떨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영화의 제목을 떠올려봤을 때 직관적으로 떠올렸던 제목이라고 생각했고, 영화의 분위기와도 맞는다고 생각해서 제목으로 쓰게 됐습니다.
관객3: 네,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저는 <멈추지 마>의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장편을 생각하시고 있는지?
김건 감독: 일단, 장편 시나리오는 있구요, 저기 지금 배급사로 떠 있는 회사와 계약인 상태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관객3: 언제 나오나요? (관객 웃음)
김건 감독: 어, 글쎄요, 저게 좀더 장편으로 업그레이드 되려면은 더 많은 예산도 필요하기 때문에 제가 바로 저 영화로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구요. 조금 더 검증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더레이터: <멈추지 마> 같은 경우에는 영화 속 장면들이 타(他)영화에서 많이 인용되었다고 생각이 드는데, 혹시 어떤 영화들을 염두에 두시고 찍으셨는지 궁금한데요?
김건 감독: 워낙 많구요, 만화가 훨씬 많습니다 영화보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워낙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등 참고한 작품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관객4: 네, 네 영화 전부 다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구원의 날> 감독님께 질문이 있는데,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이 기침을 하는데, 그게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것을 의도한 것인지? <구원의 날>이라는 제목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계속 봤는데, 대체 무엇이 구원의 날인가 궁금했어요. 감독님 두 분은 어떤 의도에서 이런 제목을 정하셨을까요.
심찬양 감독: 제 대답은, <구원의 날>이요. 네, 마지막 장면 기침을 하는데 글쎄요. 그 인물이 자신의 파괴적인 본성 때문에 괴로워 하잖아요. 그 사람한테 구원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을 때, 죽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어요. 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죄사함 보다는 죽음이 아닐까? 그러면서 바이러스에 걸려서 죽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구원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구요. 다른 여러 가지 생각도 사실 있는 데 그런 것들은 관객 여러분들께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구원의 날>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5: <오 제이 티: On the Job Training> 연출하신 최수진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작품을 처음 생각하셨을 때 생각하신 주제와 시간이 흘러서 지금 봤을 때 떠오르는 주제가 비슷하 신지 다른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수진 감독: 네, 처음에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인간의 자리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때의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는데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서 보면 제가 보기에는 말씀 드리고 싶은 주제 자체가 달라진 것은 없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까 이미 너무 많이 논의가 되어 왔고, 조금 오래된 느낌의 담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구요.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효율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어요.
모더레이터: 혹시, <오 제이 티: On the Job Training> 감독님께서는 회사를 다니시면서 만드신 건가요?
최수진 감독: 어, 직접적으로 에피소드를 가져온 것은 없는데요, 인물들 간의 관계라던지, 인테리어, 미술 이런 부분들은 회사에 다닐 때 경험이 조금 반영된 것 같습니다.
관객6: 어, 영화 너무 재미있게 잘 봤구요, 저는 <낙진>의 권혁준 감독님께 여쭤보려고 합니다.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들간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형제 둘이 등장하잖아요. 그러면 그 형제를 도와줄 인물을 설정할 생각을 하신 적이 있는지? 아니면 마지막에 형이 혼자 남겨지게 되는데, 저는 그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 게 인상이 깊어서, 형이 혼자 남겨지면서 어떤 것을 의도하셨는지 그게 궁금해서요.
권혁준 감독: 제가 아까 내부의 적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기영이와 준형이 형제는 사실 피해자 이면서 가해자거든요. 피해자들이 교묘하게 악인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저는 거기서 직접적으로 영감을 얻었었고, 내부의 적이라고 했을 때, 저는 그 세상에서는 인간적인 감정보다는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관계들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세계에서 믿을 것은 두 형제 밖에 없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내부의 조력자들은 만들지 않았구요. 얼핏 보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것도 같지만, 하지만 그게 인간적인 관계로 서로 도움을 주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이해 관계가 얽혀있는 것이거든요. 계산 속에서 이루어지는 비인간적인 관계. 형이 마지막으로 남겨진 것은 직접적으로 남겨진 것은 ‘여기는 벗어날 수 없는 세계다’ 라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형은 결국 이 장소를 떠날 수 없는 거잖아요. 여긴 죽어서야 나올 수 있는 장소, 마지막에 어떻게 보면 제가 창작자 이기도 하지만 잔인하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대가를 치룬 형, 그리고 형제들이 옮기는 흙은 바깥 세상에 다시 또 하나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는 상황인 거니까 마지막에 동생까지 죽음으로 방점을 찍음으로써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의미를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모더레이터: 더 궁금하신 부분들 많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지금 저희가 시간이 많지가 않아서 마지막으로 감독 님들의 차후 계획이나 이 자리를 찾아주신 관객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 듣고 이 자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최수진 감독: 단편 영화를 많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 분들과 마주하는 자리가 많이 없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권혁준 감독: 네, 늦은 시간까지 자리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건 감독: 앞에 두 분이 말씀을 잘해 주셨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송강석 감독: 네, 저는 군복무 중이기 때문에,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 얼른, 이 작품 덕분에 한예종 전문사 촬영 전공으로 입학하게 됐어요. 빨리 복무를 마치고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심찬양 감독: 교회를 열심히 다녀야 할 것 같아요. (관객 웃음) 여름쯤에 영화 개봉을 할 것 같은데, 작년 여름에 촬영한 건데 제목은 안 알려 드릴 거니까 혹시 관심이 있으시면 검색을 하셔서 보러 와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글도 열심히 쓰고 있는데, 조만간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