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첫 비정성시 GV는 6월 29일 오후 10시에 진행되었다. 만석에 가깝게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회색 빛 사회를 그려낸 ‘비정성시’의 영화 작품들과는 상반되게 상기된 분위기로 진행된 GV, <미나>의 박우건 감독, <피식자들>의 이경 감독, <수련회 가는 날>의 고가림 감독, <우리>의 정해성 감독이 참석했다. 진솔하고 담백하며 영화에 대한 열정까지 가감 없이 드러낸 개성 있는 네 감독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미나 박우건 감독>
모더레이터: 먼저, 미나 연출하신 박우건 감독님, 일단 미나 얘기를 하려면 제목도 미나니까, 배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존재감이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심달기 배우님 이시죠. 심지어 이 배우님을 캐스팅하고 영화를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어떻게 캐스팅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미나> 박우건 감독: 처음 촬영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때는, 배우와 연출이 아닌 모두 스텝으로 만났는데요 우연히 연기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 진행하면서 이 친구가 미나를 맡아주면 은 좋을 것 같아서…… 사연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나는 굉장히 어려운 삶을 살아왔고 상처가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그런 걸 겉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고 가끔씩 그런 것이 쌓여왔을 때 폭발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인물이라서 그런 화를 잘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모더레이터: 영화를 보면서 신기했던 것은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드라이한 배경이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어찌됐든 이 영화를 떠올렸을 때 떠오르는 색은 노란색인 것 같아요. 미나가 빵 집에서 입고 있는 옷, 평소 두르고 다니는 머플러 등 왜 노란색을 영화에 투영하셨는지?
<미나> 박우건 감독: 되게 단순 한데요, 옐로우가 갖는 의미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어서 이 친구한테는 꼭 희망을 불러주고 싶다는 생각에 그런 색을 설정하게 됐습니다.
모더레이터: 비극적인 이야기인데,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해자를 꽤 잘사는 사람으로 설정한 데 대한 뚜렷한 이유가 있나요?
<미나> 박우건 감독: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에 대한 차이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분리를 극단적으로 하고 싶었던 것이 있어서 집 값이나 십자가 같은 장치를 이용했어요.
모더레이터: 미나는 반대로 그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미나> 박우건 감독: 네, 원래 설정상으로는 할머니랑 함께 사는 것으로 되어 있는 설정을 정 형사가 할머니께 인사하며 나오는 장면에서 알 수 있고 그 다음에 미나가 혼자 라면을 먹는 장면에 TV가 틀어져 있는데, 할머니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그 옆에 할머니가 있다는 설정이 되겠습니다.
모더레이터: 미나의 헤어스타일이 독특했어요. 파인애플처럼, 그 헤어스타일이 어떻게 나온 걸까요?
<미나> 박우건 감독: 여러가지 헤어스타일을 해봤는데, 제가 생각했던 미나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렸고, 뭔가 이렇게 풀어헤친 것보다는 조금 더 정돈되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이경 감독, 김보년 모더레이터>
모더레이터: <피식자들> 이경 감독님께 질문 드려보겠습니다. 비정성시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센 영화였습니다. 살인도 있고, 범죄도 있고 폭력도 있고, 해고도 있고. 제일 처음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신 계기? 소재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피식자들> 이경 감독: 제가 지하철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 볼일을 보고 문을 딱 였었는데 맞은 편에 청소하시는 분이 식사를 하신 다음에 치우고 계시는 걸 정면으로 봤어요. 그 장면이 인상 깊었고 그래서 영화로 만들게 됐어요.
모더레이터: 생략된 장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린 다음 바로 다음 장면에 주인공이 얼굴에 멍이 많이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혹시 중간에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지 사연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피식자들> 이경 감독: 그런 장면들을 중간에 관객들에게 다 보여주면 재미가 없어지잖아요. 너무 극단적인 폭력적인 장면을 보여주면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뺐고, 관객분들 상상에 맡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더레이터: 그럼 반면에, 재미있는 디테일 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청소부분들께서 다른 직원분들의 사탕을 먹는다던지, 화장실에서 식사를 한다던지, 부업으로 다른 일을 하신다던지 그런 디테일을 어떻게 상상하셨는지?
<피식자들> 이경 감독: 상상한 것은 아니고요,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취재를 다녔어요. 청소하시는 분들은 월차 같은 걸 쓰시거나 하는 경우에 다른 분들이 남은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반차나 월차를 쓰는 경우에도 서로 돈을 걷어서 일하신 분께 그만큼 몫을 챙겨드리는 식으로 일을 하시더라구요. 사무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부분 같은 것들까지도 그런 취재를 통해 알게 되어 작품에 차용하게 되었습니다.
모더레이터: 촬영장이 어디였는지 궁금합니다. 오피스를 소재로 한 영화의 경우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장면, 다양한 장소들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피식자들> 이경 감독: 공간이 다 달라요. 화장실이나 계단 같은 경우 수원 시청에서 찍고, 복도에 어떤 부분은 다른 곳에서 찍고. 제가 영화를 찍으려고 구상을 할 때 주인공의 심리를 공간, 시스템에 갇힌 것들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장소 헌팅을 할 때 여러 곳에서 하려고 노력했어요. 전부 무료로 대관 하느라 힘들었습니다.
모더레이터: <수련회 가는 날> 고가림 감독님께 질문을 드려 볼게요. 왜 수련회를 못간 걸로 설정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왜 굳이 그런 결말일까요?
<수련회 가는 날> 고가림 감독: 지윤이가 내미는 손이 소윤이에게는 구원이지만 소윤이에게는 절망 같은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언니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복잡한 심리가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데 ‘왜 그것이 지윤이에게는 절망 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사실 살고 있는 세상과 현실에 맞닿아있는 문제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특수 반이 있는 초등학교를 다녔고, 그런 데서 제가 어린 나이였지만 짧게 받은 인상이나 현실에 대한 느낌, 결국 현실에서는 ‘이 아이들이 마음을 놓고 수련회를 갈 수 없다.’ ‘그게 맞다.’ 그래서 저는 이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결말이 수련회에 가는 것으로 끝나버리면 사실 주제와는 상반되는 결말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런 설정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모더레이터: 영화가 어둡다고 느꼈던 게, 부모님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수련회 가는 날> 고가림 감독: 장애아와 엄마와의 관계를 다룬 영화는 꽤 많잖아요. 제가 사실 핵심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장애를 가진 형제 아이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약간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고 싶어서 저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소윤이는 늘 걱정하잖아요. 언니 어때? 언니 일어났어? 직접적인 대사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지윤이의 대사를 통해서 전달해오는 엄마의 뉘앙스는 그래요. 지윤이한테 엄마는 사실 소윤이를 돌보는 역할이 더 큰 존재인 것 같아서 어찌 보면 부재하는 것보다 이런 편이 더 가혹한 걸 수 있겠다. 사실은 이게 좀 더 긴 이야기로,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엄마와의 관계와 또래 친구들 간의 관계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근데 이게 단편영화 다 보니까 하나에 집중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윤이 심정에 집중해서 만든 영화이고, 상징적으로 지윤이에게 엄마는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상징적인 부분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아예 등장하지 않게.
모더레이터: 자연스럽게 지윤 캐릭터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인 데도 불구하고 표정이 어른스러웠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연기지도를 하셨는지? 배우 분은 혹시 실제로 어떤 분인지?
<수련회 가는 날> 고가림 감독: 지윤이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는 저에게 사실 뚜렷하게 있었어요 헤어스타일 부분까지. 처음에는 포니테일이라고 생각하고 언니가 단발 머리에 앞머리가 답답하게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윤이 역할을 맡은 김가은 양을 보고 처음에 헤어스타일은 아닌데 느낌 있다! 그런 강렬한 느낌을 받았어요. 배우가 실제로 동생이 두 명이 있어요. 그래서 계란 후라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봤어요 제가 (웃음) 할 줄 안다고 하더라구요. 할 줄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챙기고 있는 상황을 이 아이가 겪은 적이 있고, 이런 것을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처음 본 아이 인데도 사진을 보고 바로 캐스팅을 했고, 연기지도 같은 경우 저는 아이의 감정만을 설명했어요. 스토리 라인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았어요. 이 아이가 왜 이럴까? 넌 어떻게 생각해? 이런 식으로 의견을 구하고 이해를 한다 싶으면 넘어갔고. 가은이가 실제로 굉장히 영리한 그런 느낌이 있어요. 여배우 같은. 계란 후라이 장면에서 밥을 먹지 않겠다고, 점심을 먹지 않고 그렇게 촬영을 했었는데, 제가 졸업 영화제 때 이 영화가 상영 됐을 때, 가은 친구가 저에게 직접 와서 ‘감독님, 이게 이렇게 슬픈 영화였어요?’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 (웃음) 내가 이 영화에서 잘 한 게 있다면 바로 이게 아닌가 싶었어요.
모더레이터: 마지막에 블록버스터처럼 고속버스가 우르르 나오는 장면이 있다. 혹시 이건 어떻게 촬영을 한 것인지?
<수련회 가는 날> 고가림 감독: 사실 제가 이게 아무래도 제작비와 관련된 문제 다 보니까 이 장면 어떻게 촬영했어 물으면 돈 천만 원 들었어, 라고 대답했어요. (웃음) 하지만 제가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다 보니까 제일 먼저 한 일이 수련회 가는 학교를 섭외하는 일이었어요. 조금 늦게 촬영을 하다 보니 시기적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수련회를 이미 갔고, 서울에 있는 학교는 초상권 문제 때문에 촬영이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경기도에 있는 학교에서 촬영을 허가 받아서 한 테이크? 한 컷으로 촬영한 라이브에 가까운 장면입니다.
<고가림 감독>
모더레이터: <우리>의 정해성 감독님께 질문드려 볼게요. <우리>라는 제목이 어디서 시작된 건가요? 주인공 이름도 ‘우리’, 배우 분 이름도 ‘우리’ 인데 혹시 영화 제목인 <우리>에서 전부 시작 된 것인지?
<우리>의 정해성 감독: 제목은 그냥 배우 이름입니다.
모더레이터: 저는 ‘우리’ WE로 거창한 의미를 만들어보려고 하신 건 줄 알았습니다.
<우리>의 정해성 감독: 아, 그래서.. 영화 제목은 <우리>로 했어요.
모더레이터: 장면 중에 도둑이 등장하여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혹시 그 에피소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신 이유가 있나요?
<우리>의 정해성 감독: 사실 다른 이야기를 잠깐 드리면, 극장에서 처음 틀어봤는데 귀가 너무 아프더라구요. 너무 죄송합니다. 그 에피소드 같은 경우에는 조금 고민이 있긴 있었는데, 어쨌든 주인공이 멀리 있는 친구에게 마음을 쓰고 있지만 사실 가로 막고 있는 많은 장벽들이 있잖아요. 그냥 사실은 어떻게 보면 일상적인 장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심리 라던가 이런 것들이 불안한 것도 있을 것 같고 그런 부분이 조금 반영이 되어있다고 생각을 해서. 물론 나쁜 사람이기는 한데……….
모더레이터: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우리’는 버스를 탔을까요 안 탔을까요 하는 게 저는 너무 궁금합니다. 혹시 그 뒤에 이야기를 생각 해보신 게 있을까요?
<우리>의 정해성 감독: 사실, 제가 이 이야기가 원래 몇 번 이야기가 바뀌었어요. 주인공이 처음에 남자였던 적도 있고, 대학생 세 명이었던 적도 있고. 저는 사실은…… 모르겠어요. 일단 죽었는데, 가서 장례식이라도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건 그냥 저의 생각이고 어떻게 됐을 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모더레이터: 영화에서 ‘우리’의 휴대폰이 굉장히 깨져 있더라구요. 이 휴대폰은 어떻게 나온 건지.
<우리>의 정해성 감독: 그게 좀 잘못한 것 같네요. (관객 웃음) 이것도 사실 비정성시를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라 작년에 사실 ‘주우와 한별’이라는 작품을 미쟝센에서 했었는데, 저 같은 경우 그것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거든요. 인연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냥 이 친구가 되게 불쌍하게 보이게 하려고 만든 장치였던 것 같아요 휴대폰 깨지게……..
모더레이터: 실제로 깨신 건가요?
<우리>의 정해성 감독: 아, 아니요 핸드폰을 봤는데 깨진 게 있길래……
<정해성 감독>
모더레이터: 손 들어주시면 마이크 드리겠습니다.
관객1: 저는 <우리> 찍은 정해성 감독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저는 아까 휴대폰이 깨져있는 것을 가지고 소통을 위한 노력이 결국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디테일 하게 설정을 하셨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편의점에서 삼천 원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겼잖아요. 그리고 부산까지 내려가려고 택시 요금을 알아보는 장면에서도 삼십만 원이 든다고 들어서 못 내려가는 장면이 나와서, 삼천 원이라는 돈 때문에 생계가 위협받을 수도 있는 사람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배가 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잖아요. 삼천 원 보다 삼십만 원은 백배가 더 큰 것이니까.. 그런 것들을 다 계산을 하셨구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아닌가요?
- 네, 그 영화를 정식으로 공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분석을 하다 보면 이것도 다 갖다 붙여서 의미를 갖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개인적으로 그런 의미를 담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관객 웃음)
관객 2: 외국인입니다. 저도 촬영 경험이 좀 있는 편인데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감독님들께촬영에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있을까요?
<피식자들> 이경 감독님: 저는 제일 힘들었던 scene이, 청소 휴게실에서 시험지 때문에 몸싸움 하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거든요. 거기가 라이트를 칠 수가 없는 장면이라 문이 나오면 전선이 다 나오고, 인물들이 나올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었어요. 저희가 영화에서 핸드핸들을 사용하는 게 딱 두 번, 오프닝 장면과 휴게실 장면 딱 두 번 있거든요. 그래서 사운드의 문제도 있었고, 공간 문제도 있었고, 동선 문제도 있어서 그 날 콘티 짜서 그날 찍은 거라 밤샘하고 정말 힘들었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수련회 가는 날> 고가림 감독님: 저는 학교 scene이랑 물탱크 scene이 힘들었고…… (웃음) 아이들이 너무 밝다 보니까 통제가 조금 어려웠던 점이 힘들었고. 물탱크 같은 경우에는 옥상에 올려서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물탱크 안에 들어가 있는 장면은 밖에서 찍으면 너무 추울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물탱크를 내려서 스튜디오로 가져와서 촬영을 한 건데, 나름은 배려한다고 하고, 따뜻한 물로 촬영을 했는데도 각도를 몇 개 포기했어요. 배우와 촬영 감독님이 덜 힘든 방향으로, 촬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컷도 단순화하고 몇 개 만 찍고 했는데도 심적으로도 힘들더라구요. 감정으로도 힘들고. 환경으로도 힘들고. 신경을 쓰더라도 변수라는 게 있고.
모더레이터: 물탱크는 자르거나 한 것은 아니죠
- 네, 물탱크 통 째로 촬영했습니다.
<우리> 정해성 감독님: 저 같은 경우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그거 강남에 파고다 학원이거든요. 그리고 고속터미널인데, 돈이 없었기 때문에, 학원이 비어있는 시간을 찾아서. 제가 아는 분들을 불러서 빨리 들어가서 수업을 듣는 모습을 하라고 하고, 제가 밖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구둣발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근데 이상하게 학생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촬영을 하다가 카메라를 바로 문 앞에 있는 책상 위에 놓고, 조그만 카메라 든 채로 보자기 덮어 놓고, 나와서…… 그랬습니다.
모더레이터: 도둑 촬영 하셨다는?
- 네…. 버스도 그렇게 하고…… (관객 웃음)
고속터미널은 여쭤봤는데, 저희가 잠깐 촬영할 건데도 불구하고 50만원 달라고 하셔서……
그냥 저희들끼리 노는 것 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찍었습니다……
<미나> 박우건 감독님: 아무래도 제일 마지막 장면이 힘들었고요. 그, 약간 다큐멘터리 식으로 접근을 하려다 보니까 정해져 있지 않은 움직임이나 행동들이 많았어요. 현장에서 많이 바꿔 나갔는데, 마지막 장면에 미나의 심리 상태를 어떻게 보여줄까를 생각했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해가 조금 있으면 지는 상황이라 너무 급하게 진행되어서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그래도 무사히 잘 마쳤던 것 같습니다.
모더레이터: 마지막에 공통 질문이 나와서 죄송하지만 시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감독 님들 마지막 한 말씀씩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나> 박우건 감독님: 일단 지금 아직 대학원 재학중이구요, 아직 기간이 조금 남아서 단편영화를 한 편 더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에는 어찌됐든 장편 영화를 목표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우리> 정해성 감독님: 저는 2013년에 단편을 찍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2018년이 돼있어 가지고 (관객 웃음) 저는 요즘에 영화를 왜 했냐는 생각을 하고, 제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얘기를 하더라구요 영화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그래서 저는 좀 약간 당분간 자숙하면서 (관객 폭소) 영화를 왜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련회 가는 날> 고가림 감독님: 저는 이게 졸업영환데요. 음 영화과에 다니면서 영화를 제가 굉장히 안 찍었어요. 영화 찍는 것에 대해서 힘든 것에 비해 너무 만드는 가치가 그만큼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또 만들고 보면 말할 수 없는 기분 같은 게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기분 때문에 만드는 구나 비로소 졸업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됐는데. 졸업 영화와 함께 영화 만드는 것에서도 졸업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만들면서도 조금 복잡한 기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와서 단편영화가 관객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없는데 더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질 수 있어서 기쁜 것 같습니다.
<피식자들> 이경 감독님: 저희 조연출 하는 친구가 저한테 전화해서 빚 잘 갚고 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웃음) 제가 영화 찍느라고 빚을 좀 졌거든요. 그러면 빨리 빚 갚으라고, 빨리 갚아 야지 또 빚내서 영화 찍지(웃음) 요즘 계속 빚 갚고 있고요. 빚 갚으면서 계속 시나리오 작업하고 있고요. 매번 작품 찍고 나서 느끼는 건데, 좀더 치열하게, 좀더 집중해서 더 성실하게 좀 작업을 했으면 하고 아쉬운 게 있잖아요. 항상 그거를 매번 찍고 나서 몇 달 안 가거든요. 마무리하면 까먹는데, 이제 안 까먹으려고 되게 많이 노력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렇게 영광스럽게 우리나라 최고의 단편 영화제에 오게 돼서, 안목이 높으신 관객들을 만나서 매우 반갑고 좋은 밤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더레이터: 네 되게 자신감 없고 어두운 얘기 해주셨습니다마는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런 식으로 고민하시고 어두운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영화 만들면 더 좋은 영화 만드시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나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박수로 오늘 자리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