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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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us도 V-CREW를 막을 순 없었다

글 : 오명진 / 사진 : 우수연, 홍서윤, 강민수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모두가 알고 있듯 온라인 형식으로 개최됐다. 이는 V-CREW 활동 일정 전반에도 당연히 적용되었고, 이 때문에 아쉽게도 발대식 없이 서로를 마주해야 했다. 하지만 누군가와 운 좋게 활동 시간이 겹칠 경우 말문을 트며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필자가 만난 V-CREW 다섯 명과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사학과를 졸업했지만 영화 기자가 되고 싶은 데일리팀 서연우 V-CREW다.인터뷰 장소인 스타벅스 경복궁역점에 오전 9시 반부터 줄곧 같이 있었다. 그는 씨네 21 영화인 리쿠르트 탭에 올라오는 영화제 관련 공고 30개를 다 지원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V-CREW였다. 원래부터 글 쓰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고 했다.
 
데일리팀에서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섹션 인터뷰를 맡았다. 대기하는 도중 “생애 첫 인터뷰”라며 떨려 하면서도 “인터뷰는 대면으로 해서 다행이에요. 화상통화로 하라 할까 봐 무서웠어요”라고 걱정 반 설렘 반의 감정을 드러냈다. 감독과 배우를 인터뷰하기 위해 준비한 질문지를 구경하니 여러 디테일로 가득했다. 준비하며 본 영화 중 제일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이 있느냐 물었더니 “영화 <엄마에게>에서 딸 하루 역을 맡은 배우가 울컥할 정도로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인터뷰이인 감독과 배우의 동선과 갈증 해소를 책임지던 운영지원팀 지종근 V-CREW다. 옆에서 서연우 V-CREW가 인터뷰를 진행할 때, 노트북으로 수기 인터뷰를 짤막하게 진행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바뀐 영화제에 사용될 영상 촬영 지원업무를 맡고 있었다. “원래 제일 힘든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활동적이지 않아서 조금 아쉬워요. 챙겨드리고 싶은데 사실상 그럴 수 없으니까요”라고 했다. 영화도 참 좋아하는 듯했다. 1년에 100편씩은 꼭 보고 있고, 나중에는 영화를 다루는 곳(배급사, 제작사, 영화제 등)에서 일하고 싶단 욕심이 있단 말을 들었다.
 
그에 걸맞게 2016년부터 여섯 곳의 영화제에서 활동도 했다. “그동안 많은 감독, 배우를 만나보았지만, 항상 그분들이 신기하고 멋져 보였어요. 저도 제가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습니다.” ‘합격을 위한 꿀팁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는 “상투적인 말이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분,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잘 해낼 수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영화제에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체활동 경험이나 친화력을 어필해도 좋을 것 같고요. 영화제가 다루는 영화의 성격에 대해 미리 파악하고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을 녹여낸다면 더 확률이 높아지겠죠?”라 전했다.
 
한편 데일리팀이 한창 인터뷰를 진행할 때, 뒤에서 그 현장을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로 찍는 이들이 있었다. 행사기록팀 홍서윤 V-CREW와 강민수 V-CREW다. 첫 번째 인터뷰가 끝나고 찰나의 휴식 시간이 겹쳐 얘기를 나눴다. 기계공학 전공, 사진 동아리 활동 1년 차인 홍서윤 V-CREW는 “이렇게 큰 영화제는 처음이지만 동네 크기 영화제까지 합하면 세 번째”라 했다. 개막식 촬영을 다녀왔다고 해서 어땠는지 물으니 “종일 대기하고 찍고의 무한 반복이었다”며 “혼자 사진을 담당하게 돼서 잘 찍을 수 있을까 부담감이 약간 컸는데, 감독님들 가까이서 사진 찍을 기회를 얻어 영광이었다”고 했다.

또 그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았다. 이렇게 모이기도 쉽지 않은데, 다른 분들 얘기도 듣고 카메라 다루시는 분들한테는 배우기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현장감 있는 영화제에 많이 참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강민수 V-CREW는 그간 올림픽이나 서울 거리예술축제 같은 행사에 참여해오다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활동하게 됐다. 그는 홍서윤 V-CREW의 마지막 말에 동의하며 “좋아하는 영화 분야에서 사람들과 사진 찍으며 활동하니 재미있다”고 했다.
 
감독지원팀 김동주 V-CREW와는 GV를 취재하기 위해 촬영 장소로 자리를 옮겨 대기하다 말문을 트게 되었다. “감독님들 방명록 작성, 체온 측정과 안내를 도와드려요. GV 촬영이 시작되면 외부에서 방해하면 안 되니까 바깥에서 통제하는 역할도 하고요”라 업무를 소개한 그는 원래 다른 팀으로 지원했었다고 한다. “면접 보다가, 작년에 서울 거리예술축제 활동에서 공연 하나를 통으로 맡아서 연극배우들과 기획, 서포트한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해 감독지원팀이 어떤지 권유하신 것 같다”라는 것이다. 그는 제작사나 진흥위원회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하며 “늘 이런 영화나 작품이 만들어질 때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해요. 영화제도 그렇고요. 이번에 단편영화를 보다 보니 감독님 배우님들의 고생과 진심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창작은 대단한 것 같아요”
 
알고 보면 영화제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것은 그리 큰 역량을 요구하지 않는다. 영화 전공자여야 한다거나, 신입을 뽑으며 ‘경력’을 요구하는 여타 기업들과의 모습과 다르다. 한 V-CREW가 앞서 말했듯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과 성실함이 우선이다. 실제로 활동하는 V-CREW 중 60% 이상이 영화 비전공자에, 이전에 영화제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지원할 때 ‘나는 이러 이러한데… 나는 활동 경험이 없는데…’하며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올해는 변수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Virus(바이러스)도 V-CREW를 막을 순 없었다. 영화를 향한 열정을 필두로 하나둘씩 모인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V-CREW들은 올해의 미쟝센을 꽃피웠다. 합격자 발표 문자가 ‘띠링-‘ 날아왔던 날, 활동 첫날 분홍색 유니폼을 배부받은 그때 느낀 설렘은 아마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이제 곧 폐막식이 열리면 V-CREW로서의 활동은 끝나게 된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도, 올여름 열정을 다한 것처럼 제 역할에 정진하는 우리들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