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그 다름을 교감으로 따스하게 바라보는 영화가 있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담은 노래가 마음을 울리고, 푸르른 여름의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 바로 여선화 감독의 작품, <별들은 속삭인다>이다.

Q. 영화와 감독님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저는 영화 학교에서 영화를 배웠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주로 소통이나 교감에서 비롯되는 오해에 관해 말한다. 이번 영화도 이 맥락을 같이한다. <별들은 속삭인다>는 언어적이든 비언어적이든 어떠한 도구에 의해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이야기이다.
Q. 뮤지컬 영화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
A. <별들은 속삭인다>는 내 졸업 영화다. 그런데 그 해 제작지원을 싹 다 떨어졌다. 그러다 베트남 여행에서 만난 농인 분들이 있다. 그분들과 텍스트로 소통하고 술도 사주셨던 그 기억이 계속 남았다. 마침 충무로 뮤지컬 영화제의 제작지원이 남아있었고, 농인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마법처럼 농인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준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다. 이는 농인이 출연하는 영화 중 가장 좋은, 재미있는 장르는 뮤지컬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Q. 영화와 음악을 모두 좋아하시는 것 같다.
A. 원래 음악도 좋아한다. 뮤지컬의 경우 유튜브를 통해 클립도 자주 본다.
Q. 삽입된 음악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더 잘 보여주는 듯 한데, 작사에 직접 참여하셨다고. 어려운 점은 없었나.
A. 서사가 진행될 때 음악이 끝나면 사람들의 상태와 감정이 변화한다. 그래서 내가 가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사를 처음 써보는 거라서 많이 혼나기도 했다. 작곡가님과 작업했는데 작곡가님이 이야기가 진행이 안된다고 하시더라. 어려움이 조금 많았다.
Q. 연희를 농아로 설정한 이유가 있다면
A. 남녀의 사랑 이야기처럼 그리려 했던 것은 아니고, 소통과 우정에 관한 것으로 그렸다. 캐스팅을 하다 보니 연희가 농인이 되었다. 그녀를 농인으로 표현한 이유는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읽고 싶다면 그 사람을 더 자세히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농인과 소통을 할 때는 좀 더 자세히 들어야 그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지 않나. 손을 본다던가 표정을 본다던가. 그리고 그분들은 이미 그렇게 소통하고 있다. 입을 본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Q. 소재 역시 흔치 않다.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A. 정말 많았다. 내가 뮤지컬도, 수화도, 작사도 익숙하지 않아 전문가분들을 많이 찾아뵈었다. ‘성북구수어통역센터’에서 배우분들과 내가 몇 주에 걸쳐 수어를 배웠다. 봄이(극 중 연희)라는 친구는 수어를 굉장히 잘하는 편이고,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다. 기획 초기는 수어로 된 춤이 있는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안무가 선생님도 수어에 능통한 분을 찾았다. 봄이가 안무를 하는 부분도 제가 의도한 그대로 짜 주셨다. 처음에는 음성적인 노래가 주가 아닌 몸의 무용과 수화를 담은 춤을 위주로 기획했다. 제작 과정상 어려운 부분에 부딪혀 많이 축소되었다. 그 부분이 여전히 아쉽다.

Q. 아역 배우들과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다. 이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A. 아역 배우들끼리도 굉장히 친하다.
우리는 합숙을 해서 같이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그랬다. 아역 배우 어머님들께서 매우 잘 도와주셨다. 아역 친구들뿐 아니라 저희 스태프들도 잘 챙겨주고, 학생들 밥 먹었냐며 밥 챙겨주시고. (웃음) 배우들을 통제 못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도 와주셨다. 작년에도 영화와 상관없이 두 번 정도 만났고 주기적으로 보려고 한다. 이번 연말에도 한 번 더 만날 계획이다.
Q. 촬영 장소가 경기도 연천군이다. 시골을 배경으로 촬영을 진행한 이유가 있나. 계절감 역시 영상에 잘 드러나는데,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 ‘연희’라는 아이가 도시에서 상처를 받았으니 다른 공간으로 갔으면 좋겠다 싶었다. 눈을 살짝 감고 떠야 별이 잘 보이지 않나. 그처럼 사람의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자세히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적 측면에서도 별은 도시보다는 시골에 가야 있기 때문에 더 적합했다.
B. 계절은 한 여름으로 하고 싶었다. 딱히 신경을 쓴 것은 아닌데 시골에서 느껴지는 푸릇한 이미지를 담고 싶었다. 촬영 시기가 5월, 6월이었는데 생각보다는 그렇게까지 푸릇푸릇하지는 않더라. 그 부분이 조금 어려웠다. 촬영 감독님께서 고생하셨다.
Q. 내성적이고 소심한 줄 알았던 ‘연희’가 등교 둘째 날, 대담하게도 학교를 빠지는데. 연희에게 어떤 심적 변화가 생긴 것인가.
A. 심적 변화라기보다 연희에게 무섭다는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연희가 전학을 오게 된 사건처럼 자신도 다른 아이들과 같은 친구인데 수화를 한다는 이유로 아팠던 부분이 있었을 거다. 그런 일들을 또 당하게 될까 도망친다. 소심해서 도망치는 것이다.
Q. 연희와 영준이가 나란히 앉아 있을 때 영준은 연희에 대한 관심을 끊임없는 질문으로 표현한다. 이때 연희가 한 기침이 의문이었다. 그저 대답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농아임을 숨기기 위해서인지?
A. 대답을 피하기 위해서가 맞다. 연희가 영준에게 아직은 말을 못 한 것이다. 말을 하지 않은 채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의도치 않았지만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영준이 한 질문의 답을 피하기 위해서 기지를 발휘했다. 진짜 감기는 아니다. (웃음)
Q. 영준이 연희의 장애를 알아채는 순간 연희는 집으로 도망친다. 연희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A. 이미 연희는 영준이와 쌓은 감정이 있었다. 영준이가 나쁜 애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친구가 되었는데 그 친구에게 계속 거짓말을 했으니 거기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다. 죄책감과 미안함, 무서움. 영준이가 드디어 알게 되었구나, 내가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을.
Q. 영준이 연희에게 다시 건네는 새콤달콤을 받아 드는 연희, 그 새콤달콤에서 빠진 연희의 유치, 이 장면의 의미가 있다면.
A. 제가 그 새콤달콤 세대이다. (웃음) 요즘 친구들은 마이쮸를 먹더라. 하지만 이가 빠지려면 역시 새콤달콤 아니겠나. 유치가 빠지면 어른이라는 말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어른’이라 말하기보다는 한 단계에 있던 인간이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연희는 내일부터 다른 생활을 하지 않을까. 친구가 준 새콤달콤도 받고, 이도 빠지고. 원래 그 나이대가 그런 거다. 그 유치도 아역 배우의 어머니들이 버리지 않고 놔둔 것을 흔쾌히 주신 거다. 소중한 것이니 촬영 후에 다시 돌려드렸다.
Q. 영준이 치아를 던지면 이빨요정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에 연희는 별처럼 내 소원이 너무 멀다고 말한다. ‘너무 멀어서 안 들리는 거야’라는 이 장면을 물에 비춰 아이들의 그림자가 보이도록 한 이유가 있을까.
A. 촬영 당시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이미지적으로 너무 예뻤다. 거기서 콘티를 직접 짰다. 촬영하며 힘을 준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이다. 그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판타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준이는 수화를 알아듣고 연희는 노래를 통해 말을 하는 영화적 표현이다. 정말 우연히 찍은 건데 그 장면이 너무 좋았다.
Q. 아이들의 노래 중간에 라라랜드의 명장면, lovely night의 댄스씬이 잠시 등장한다. 이 장면을 삽입한 의도가 있나.
A. 안무가 선생님이 제안하신 부분이다. 그 씬은 제가 레퍼런스 (reference) 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많이 보신다. (웃음) 의도한 것은 아니다.
Q. 엔딩이 인상적이다. 반 친구들이 함께 산에 올라 별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영화가 마친다.
A. 그 장면도 마법 같은 순간이다. 다음 날에도 학교에 가지 않겠나. 연희도 마음을 닫아서 말을 못 한 것도 있지만 소통하려는 의지가 많이 떨어져서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영준이와 보낸 시간 이후의 다음날은 좀 더 달라졌을 거고, 친구들도 연희의 말을 들으려 할 테니까. 일종의 희망? 내일은 연희랑 친구들이 함께 놀았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담고 싶었다.

Q. 제목이 ‘별들은 속삭인다’이다. 이 제목에 의미가 있다면.
A.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면 자세히 보아야 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별이다. 별들은 속삭이고 있으니 여러분 그리고 우리는 이 소리를 잘 들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Q. 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얻어가는 것이 무엇이었으면 좋겠나.
A. 즐겁게 영화 보셨으면 좋겠다. 아역 친구들 예쁘게 봐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영화 보시고 나가실 때 옆의 친구들 말도 잘 들어주고 싸우지 말고, 그랬으면 좋겠다.
Q. 여선화 감독에게 단편영화란?
A. 단편영화는… 영화는 똑같다. 장편이나 단편이나 같지만 단편영화는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는 것. 장편영화는 사정이 조금 많다. 단편영화는 감독이 하고 싶은 말들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이나 낯선 것을 도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사람 간의 소통과 교류가 가끔은 버겁고, 힘들 때가 있다. 그에 대한 해결책을 <별들은 속삭인다>와 감독님과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어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