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OFFICIAL DAILY04

앞으로의 20년을 향해

글 : 남다현, 하예은 / 사진 : 김동영, 이재원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지난 20년간 힘차게 걸어 왔듯이, 우리나라 단편영화의 역사 역시 그 길을 따라 함께 걸어왔다. 앞으로의 20년을 응원한다는 의미해서 ‘Outside The 20’에서는 지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상영 되진 않았지만, 타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은 단편영화를 소개한다.

 

오늘 진행된 4회차 GV에는 <미안합니다>의 박명랑 감독, <병훈의 하루>의 이희준 감독이 참석하여 관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M :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관객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린다.

 

박명랑 감독 : <미안합니다>의 박명랑 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이희준 감독 : <병훈의 하루>의 이희준 감독이라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M : 아마도 오랜만에 감독님들의 작품이 상영된 것일텐데, 간단하게 소감 부탁드린다.

 

박명랑 감독 : 제 영화는 거의 20년 전에 만들었다. 지금 다시 보니 해상도가 많이 떨어지고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영화를 같이 만든 사람들과 고민했던 기억들이 생각나서 새로웠다.

 

이희준 감독 : 저는 영화를 만든 지 4년 되었는데, 제 작품이 제일 서툰 것 같다. 같이 상영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다음으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QR 코드로 입장한 오픈채팅방을 통해 관객들의 질문을 받았다.

 

 

M : 말씀을 나누는 동안 오픈채팅방에 많은 질문들이 올라왔다. 우선 공통질문부터 드리겠다.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두 분 다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으셨는데, 작품을 만들게 된 과정, 그리고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이희준 감독 : 저는 공황장애가 있는데, 공황장애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참 어렵고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거부하니 더 심해지더라. 어느 날 내가 공황장애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니 오히려 상태가 좋아져서 언젠가는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담고 싶었다. 4년 전에는 너무나 어려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어서 지금 영화를 보시면 조금 과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저의 공황장애를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른 시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박명랑 감독 : 저는 영화에 나오듯 버스에서 시끄럽게 구는 학생들을 만났었는데, 영화처럼 학생들을 따라가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그 때 상상했던 부분들을 각본으로 쓰기 시작했다.

 

 

 

M : 두 분 모두 작품의 출발점이 자전적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처럼 공통점이 있는데, 두 주인공 모두 사회적으로 고립된 캐릭터이고 공공장소에 가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보이고 있다. 캐릭터 설정과 관련하여 어떠한 캐릭터를 그리고자 하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하다.

 

이희준 감독 : 실제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했다. 사람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았다.

 

박명랑 감독 : 저는 학생에게 복수를 할 정도로 예민한 캐릭터를 상상해서 만들어냈다. 저도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당시에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라 울컥 올라왔던 경험들이 있다.

 

 

 

M : 한 관객 분께서 영화의 제목에 대한 질문을 주셨다. 특히 <병훈의 하루>는 영어 제목이 <Mad Rush>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희준 감독 : 당시에 필립 그래스의 <Mad Rush>라는 노래를 듣다가, 문득 주인공의 평범한 하루가 ‘미친 질주와 같이 굉장히 어려운 하루였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을 짓게 되었다. 한국 제목의 경우, 원래 제가 주연 배우가 아니라 ‘병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가 주인공이었다. 몇 주 동안 영화의 주제인 공황장애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나 자신이 가장 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되어 주연 배우가 바뀌게 되었다. 몇 주 동안 고생한 병훈이 형에게 미안해서 제목을 <병훈의 하루>라고 짓게 되었다.

 

박명랑 감독 : 저는 처음 구상할 때부터 제목이 떠올랐다. 주인공이 애타게 원하는 것은 오로지 사과를 제대로 받는 것 뿐이지만, 결국 나중에 사과를 받지만 불완전한 사과이다. 이에 주인공이 만족을 얻지 못하고 폭발하는 이야기이다.

 

 

 

 

M : 지금 오픈채팅방에서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통질문으로 두 작품의 영화 촬영 기간이 어느 정도였는지, 어려웠던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이희준 감독 : 저는 3일 촬영했다.

 

박명랑 감독 : 저는 4회차로 촬영했다. 주연배우가 회사원이라, 주말 밖에 시간이 없었다. 2주 동안 주말 내내 촬영했다. 화장실 장면에서 촬영할 때 당시 모니터가 없어 모니터링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M : 이희준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첫 연출작을 연기와 병행하셨는지 그 이유가 있는지,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이희준 감독 :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주연 배우를 캐스팅했다가 공황장애에 대한 이해가 어려워서 제가 직접 연기를 하게 되었다. 연출과 배우를 동시에 하니 단점으로는 저의 역량을 100% 밖에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연기만 하게 되면 제가 120%의 연기를 하면, 감독님께서 100%를 보시고 컷트를 해주신다. 하지만 제가 연출까지 하다보니 어디에서 컷트를 하면 되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 100%만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장점으로는 연출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다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M : 다시 한 번 이희준 감독님께 질문 드린다. 영화가 처음 시작할 때, 병훈이 자신의 팔을 병적으로 씻어서 상처가 생기는데, 이 장면에 대한 해석이 궁금하다.

 

이희준 감독 : 강박증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이 깨끗한 데도 강박적으로 씻어서 그런 상처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박명랑 감독 : 저도 궁금한 것이 있다. 처음 주인공이 일어났을 때 웅크리고 있는데, 제가 해석하기로는 주인공이 알람을 맞춰놓은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잘 때 왜 팬티만 입고 자는지 궁금하다. 강박증이 있는 사람이라 자는 동안 땀을 흘리는 것도 불쾌함을 느낄 것 같은데, 따로 이유가 있는지?

 

이희준 감독 : 그런 생각은 아직 못 해봤는데(웃음), 주인공이 침대는 자신이 미리 소독해놓았으니 깨끗한 곳에 깨끗한 몸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M : 박명랑 감독님께 질문한다. 주인공 이름이 k로 나오는데,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주인공에게 이니셜만 부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박명랑 감독 : 특정한 이름을 부여하면 그 사람을 제3자로 생각하겠지만, ‘k’라는 평범한 이니셜을 부여해 주인공의 분노에 대해 관객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에 이니셜로 지었다.

 

 

 

M : <미안합니다>의 추가 질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학생들이 진짜 학생인지 궁금하다.

 

박명랑 감독 : 당시 학생들이 맞다. 연기 아카데미에서 캐스팅한 프로 배우들이다. 특히 한 배우는 당시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 선배님의 아들로 나왔던 배우다. 그래서 그런지 밥이 잘 안 나올 때 마다 “살인의 추억 촬영은 이러지 않던데”라며 말하곤 했다.(웃음) 주인공 박진홍 배우의 경우, 캐스팅이 어려웠다. 여러모로 캐스팅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연극 연기만 하던 대학 선배를 만나 주연으로 캐스팅하게 되었다.

 

 

 

M : 영화 내용에 관한 질문도 드리고 싶다. <미안합니다>에서 주인공이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말을 통해 감독님이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박명랑 감독 : 저도 그런 생각을 했다. 요즘 시대였다면 바로 검거가 되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유전자 감식이 일반화 되지 않은 시대라 그러한 폭행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M : 이번에는 이희준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롱테이크로 촬영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희준 감독 : 영화를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그 장면은 미리 생각해놓았다. 여전히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완치가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M : 주인공이 버스를 탈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하다가 지하철을 타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난이도로 따지면 지하철이 훨씬 어려운데, 결국 주인공이 지하철을 선택했다.

 

이희준 감독 :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다는 표현으로 그 장면을 넣었다.

 

 

 

 

M : 이번엔 <미안합니다>에 질문 드리고 싶다. 학생은 결국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해서 K에게 옆구리를 찔렸는데, k가 어떠한 마음으로 폭력을 행사했는지 궁금하다.

 

박명랑 감독 : 그 옆구리를 찌르는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사과를 받았는데, 그것이 완전한 사과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 때 k의 마음은 머리로는 그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겠지만, 마음이 폭발한 상태기 때문에 마음에 휩쓸렸을 것이라고 설정했다.

 

 

 

M : 그 장면에서 k의 대사가 흥미롭다. “나의 삶의 목표는 행복이다. 이 행복을 위해 불행을 제거해야 한다” 이 대사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는지 풀이해달라.

 

박명랑 감독 : 모든 사람들의 목표가 행복이지 않나. 그것을 약간 시니컬한 방식으로 뒤틀려 보여주고 싶었다. 남들처럼 자아의 실현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열받게 하는 것들을 모두 제거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주인공이다. 주인공 K의 공허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M : 마지막에 k가 다시 화장실로 돌아갔을 때 어떠한 마음이었는지 궁금하다. 또한 그 장면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는데, 의도한 설정인지 궁금하다.

 

박명랑 감독 : 겁이 나고 걱정되서, 확인하고 싶어 돌아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이렌 소리는 의도된 것은 아니고 밖에 소리가 나서 우연히 삽입된 것인데 의도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여 사용했다.

 

 

 

 

M : 이제 간단히 마무리하려고 한다. 이 작품을 만들고 나서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 그 후의 작품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이희준 감독 : 이 작품은 제가 직접 제작, 연출, 연기를 한 첫 작품이다. <병훈의 하루>를 통해 연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어떤 작품을 하던 배우로서 연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박명랑 감독 : 아까 말씀드렸듯이 울컥 화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들도 논쟁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 영화를 연출한 뒤 많이 사라진 것 같다. 한 영화를 연출하게 되면 평소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나 감정들을 담게 되는데, 영화가 끝나면 좀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영화 전과 후가 다른 사람이 되는 느낌이다. 특히 <미안합니다>가 저에게 그랬다.

 

 

 

M :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차원에서 관객들에게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희준 감독 : 유명하거나 흥미 있는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관람하러 와주셔서 감사하다. 저도 재미있는 영화를 보게 되어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박명랑 감독 : 저도 오랜만에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게 되어 너무 즐거웠다. 옛날에 영화를 처음 배울 때가 생각나는데, 연기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첫번째 수업의 목표가 ‘감독이 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하는 것이었는데, 제가 원했던 것 이상으로 배우가 보여줄 때 그 쾌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M :  긴 시간 동안 수고해주신 감독님들께 박수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