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한 바 보다 느껴낼 수 있는 바가 많다. 단편 영화, 너도 그렇다.
단편 그리고 장편을 떠나, 영화가 내포하는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감독이 있다. 작년 ‘1987’로 복귀한 장준환 감독은 미쟝센 단편영화제의 시작부터 자리를 지켜 온 오랜 인연이다. 7 년 만에 다시 찾은 만큼 감회가 남다른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오랜만에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찾아 주셨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간만에 열정 같은 걸 느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심사할 때도 열띠게 토론하고, 얼마나 긴 심사가 이번에도 기다릴지 기대가 되네요. (웃음)
지금까지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6번 심사위원을 맡았었다.
그 중 ‘절대악몽’ 장르만 두 번 맡아 심사를 진행했는데, 특별히 이유가 있는지?
아니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그때 그때 추천을 받아서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만들었던 작품 경향을 반영해서 심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화이’같은 작품을 했었기 때문에. 무서운 작품을 맡게 된 것은 아닌가 싶네요. (웃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각 장르의 심사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장르라는 게 그렇게 단편영화에서 칼 자르듯이 나눌 수 있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희극지왕이면 웃음을 기대하게 되는 게 있고, 공포 장르의 경우에는 조마조마 하면서도 날 무섭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죠.
작품이 다루는 주제 때문에 사회적 측면에서도, 또 감독님 개인적으로도 1987 작품은 많은 도전을 하게 한 작품이라는 인터뷰를 접했다. 어떤 도전이었는가?
말씀하신 것처럼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그리고 영화적으로도 도전을 가졌던 작품입니다. 개인적인 부분으로 말씀 드리자면,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사실에 기반한 리얼리즘을 진득하게 담아냈다는 점. 제가 처음 영화를 만들려고 했을 때는 정치적인 상황에 여러가지 상황이 더해져 쉽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서 나만의 방식대로 표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적인 부분에서의 도전은 구성 자체가 뭐랄까 보통은 한 두 명의 주인공을 따라서 기본적인 선에서 가다가 위기와 절정의 선을 따라서 카타르시스를 담아내는 것인데, 1987에서는 한 명의 강한 안타고니스트(antagonist)를 따라서 가다가 수많은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들이 거기에 부딪히고 깨지고, 조금씩 진실이 밝혀져 결국에는 전 국민이 다같이 광장에 나와서 독재와 맞서 싸운다는 독특한 구성이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개봉한 감독님 장편 영화를 살펴보면 ‘권위에 도전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는게 많은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다.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권위란 무엇인지?
글쎄요, 하시는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권위라는 것은 자유와 인권 이런 부분하고 연관 지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자유롭게 우리의 생각을 나누고 표출하고 거기서 합의를 찾는 것, 그러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민주주의가 아닐까요. 그런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그런 권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저항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개인으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어떤 스탠스(stance)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것 인가. 저는 이렇게 우리의 삶과 영화가 또 한 번 맞닿아 있지 않은 가 싶어요.
한편으로 감독님의 데뷔작인 ‘2001 이매진’과 ‘털’, ‘Love For Sale’과 같은 단편 영화에서는 독특한 시나리오가 인상깊었다. 짧은 필름 안에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어떤 것을 가장 고려하는가?
장편과 단편이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마음 속에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 어떤 상상과 마음속에서 살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이제 얼마만큼 관객들과 소통하는가 가 중요한 것으로 봐요.
단편은 아무래도 더 압축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장황하기보다는 좀 더 밀도 있고, 단순하면서도 밀도가 있고, 이런 부분을 추구하고 또 그게 단편의 매력인 것 같아요. 시적인 느낌.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많은 말을 들은 것 같은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단편이 아닌가.
Love For Sale과 같은 신선한 소재는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글쎄, 그런 게 어디서 오는 지 잘 모르겠어요. 계속 멍 때리는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그런 생각도 나는 것 같아요. (웃음) 다만, 그런 아이디어나 상상력만 가지고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어요.
어떤 예술작품이라는 것은 충분히 거르고 걸러져 나와야 힘을 얻고,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 같아요. 계속 내 마음을 건드리는 주제가 있으면 무엇 때문에 그 주제가 재미있고, 왜 영화로 하고 싶은 건지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는 편 인 것 같아요.
‘영화제 만을 위한 영화를 만들지 말아 달라’ 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어떤 마음 가짐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사실은 이제 이런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좋은 창구가 되고 있는 거죠. 관객들과 작품이 만날 수 있는. 거기에도 보면 사실은 essential하고 근본적인 것은 관객과 만나고 소통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 모든 작업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소통으로써 관객 들한테 어떤 이야기와, 어떤 위로와 영감을 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만든 사람도 위안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즐거움을 나눠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은 장편이든 단편이든 모든 장르에서 다 통용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뭔가 다른, 본의와 다른 요소나 다른 것들이 끼어들게 되면 우리가 갖고 살았던 즐거움의 핵심, 본질 이런 것들을 흐트러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그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동안 제가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 때, ‘나도 상업영화, 흥행 영화를 해 보겠어’ 이렇게 마음을 먹어본 적이 있었으나, 사실은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내 안에 어떤, 제가 하고 싶은 핵심이 포효가 있어서 그게 엔진을 돌려서 그게 저를 계속 자극하지 않으면 저를 돌려주지 않으면, 엔진이 없으면 잘 돌아가지를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재미가 없는데 보는 사람이 누가 재미 있겠어요. 영화가 극장에서 볼 때는 불 다 꺼진 상태로 엄청 나게 큰 스크린에서 보잖아요. 사실 거기서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하거나 아닌 걸 그런 척 하게 되면 다 들통이 난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진정성은 내 안의 즐거움이 있는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어떤 마음을 담아내고 싶은가 이런 부분인 것 같아요.
‘뒤통수를 치거나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는 영화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긴장하고 싶다. ‘고 하셨는데,
영화제에서는 그런 영화를 봤을 때 가장 즐거운 것 같아요. 기대는 하고 있으나, 그 기대보다 더 놀라움을 줄 때 그런 게 저한테 굉장히 비타민처럼 제 몸을 굉장히 찌들었던 마인드 자체를 건강하게 하고, 맞아 저런 즐거움 때문에 우리가 영화를 하는 거였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기대치를 뛰어 넘는 영화를 최근에 접한 적이 있는지?
아니요 없어요 (웃음) 너무 솔직했나? (웃음)
그렇게 되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 현실적으로. 저한테 살아가는데 용기를 주는 위안을 주는 영화가 아닐까요? 사는게 점점 더 팍팍해지고 서로 더 날카롭고 그렇잖아요. 어떻게 하면 공동체로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사회적인 부분까지 고민하는 어떤 작품이, 저한테 위로가 되는 그런 영화가 좋은 것 같아요.
장준환 감독님께 미쟝센 단편영화제란?
짧고 화끈한, 열정의 집합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