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Boiler

  • 비정성시 1
  • 이영아 / LEE Young-a
  • 2015
  • HD / Color
  • 11min 54sec
  •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세상 끝 사지에 내몰린 엄마는 오늘 어린 아들과 함께 서글픈 길을 떠나려 한다. 화덕을 피우고 마지막을 기다리는데, 보일러공이 수리를 하기 위해 불쑥 집으로 들어온다.
연출의도
따스한 온도로 데워진 보일러 온수같이, 사람이 사람에게 건넬 수 있는 작고도 우연한 위로로라도 우리는 살아내야 한다.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여자는 유리창의 틈새를 테이프로 메우고 약을 탄 우유를 아이에게 먹인 후 번개탄에 불을 붙인다. 이것이 영화 <보일러>의 첫 장면인데,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가족에 관한 뉴스가 낯설지 않은 우리에게 이러한 시작은 일견 상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첫 장면만을 가지고 이 영화가 뻔 할 것이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이유는 진짜 사건은 바로 그 다음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번개탄의 연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할 때 한 남자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그 남자는 집주인이 보낸 보일러 수리공이다. 수리공은 집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집주인에게 현관 비밀번호를 물어본다. 그 소리를 들은 여자는 재빨리 번개탄을 치우고 창문을 연다. 이렇게 여자가 계획했던 아들과의 동반 자살은 예기치 못했던 방문으로 중단된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그 비극적인 사건에 우연히 개입하게 된 수리공을 중심에 놓는다.
여자의 계획을 눈치 챈 수리공의 태도에는 여자를 향한 일종의 존중이 담겨 있다. 그는 약에 취해 잠들어 있는 아이가 무사한지 걱정하지만 그녀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가 결심을 바꾸기를 바라지만 섣부른 설득의 말들을 늘어놓지 않는다. 그는 무관심을 가장하거나 그 자리를 회피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일이 끝났으면 그냥 가달라고 했을 때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신의 할 일인 보일러 수리를 이어 나간다. 그리고 그녀가 그 집에서 일상을 계속하기를 바라는 듯이 여름에도 보일러를 켜 두라고 조언한다. 또한 집을 나서기 전 아무 말 없이 멈춰 서서 현관문 틈새를 메우기 위해 여자가 붙여 놓았던 테이프를 떼어낸다. 그는 보일러 수리를 끝까지 해내면서 그녀의 앞으로 일상에 온기를 되돌아오게 했고, 그녀의 자존심이 상처입지 않도록 조용하고도 확실하게 설득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또 그 질문에 답하고 있는 듯하다. 그 질문은 이런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이 보일러 수리공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성진수 (영화평론가)
감독정보

이영아

LEE Young-a

sc2nario@daum.net

2013 <한 끼의 식사>
2014 부산국제단편영화제
2014 대종상단편영화제
2013 충무로단편영화제 작품상
2013 서울세계단편영화제 동상
2012 필름게이트 사전제작지원작
2011 <레미제라블 2011>
스탭
  • 제작유영식, 최익환
  • 시나리오이영아
  • 조감독곽은미
  • 촬영성민철
  • 조명이주환
  • 편집이영아
  • 출연최은아, 안승혁

보일러

Boiler

  • 비정성시 1
  • 이영아 / LEE Young-a
  • 2015
  • HD / Color
  • 11min 54sec
  • English Subti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