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A Cold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
  • 정지연 / JUNG Ji-yeon
  • 2014
  • HD / Color
  • 14min 30sec
  • Korean Subtitle
시놉시스
늦여름의 어느 날, 유코는 감기에 걸려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녀는 해가 질 때까지 낯선 동네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연출의도
소녀의 아픈 짝사랑을 통해 소통할 곳 없는 고독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상영 및 수상
없음
리뷰
어느 늦여름, 감기에 걸린 유코가 코를 훌쩍 거리며 일어난다. 엄마는 밤새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바닷바람 때문이라고 핀잔을 주면서 유코에게 하루 쉬라며 선생님에게 전화까지 걸어준다. 하지만 유코는 여느 때처럼 집을 나선다. 학교로 향한 유코는 교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 어디론가 향한다. 그리곤 낯선 동네 빌라 앞에서 해질 때까지 한 남자를 기다린다. 이윽고 나타난 남자에게 유코는 왜 연락도 하지 않고 전화번호를 바꿨냐며 다그친다. 남자는 그만하라며 돈을 주어 유코를 보내려 하지만 유코는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조른다. 한참 실랑이 끝에 남자와 헤어진 유코는 약국에 들러 감기약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감기>는 많은 정보를 주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는 하루 동안 유코의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비춰 대략의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아마도 그녀는 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자와 원조교제를 했을 것이다. 남자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자 답답한 마음에 찾아갔을 것이고 매몰차게 거절당한 후 집으로 돌아온다. 그게 영화가 알려주는 전부다. 관객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유코가 왜 그 남자에게 매달리는지, 남자는 왜 유코를 밀어내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유코가 왜 감기에 걸렸는지도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코의 심정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또렷이 전달된다.
영화는 상황을 구구절절하게 전달하는 대신 유코의 일상, 그 중 하필이면 감기가 걸린 하루를 잘라내어 담백하게 보여준다. 문장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인과관계를 이루는 접속사를 가급적 생략해 상황과 사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든 느낌이다. 그렇게 지금 현재 상황에서 유코가 느끼고 있을 감정, 이를테면 ‘가슴이 시큰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심정은 투명하게 전달된다. 여기서 그녀가 원조교제를 했는지 아닌지는, 혹은 왜 했는지는 별 의미가 없다. 이것은 ‘왜’가 아니라 ‘무엇을’에 관한 영화다. 관객은 앞뒤 정보를 생략된 덕분에 도리어 선입견 없이 유코의 상황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가슴이 꽉 막히는 외로움, 소통을 바라는 감기 걸린 마음은 관객이 스스로의 경험에 비춰 각자 상황을 상상할 수 있도록 비워둔 행간 사이로 차곡차곡 들어찬다. 영화 속 유코의 대사를 빌리자면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아니면 당신의 이야기를 해주면 어때요.”
송경원 (영화평론가)
감독정보

정지연

JUNG Ji-yeon

jiyeon1323@gmail.com

2013 <어떤 생일날>
2013 <소년병>
2014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2014 오덴세 국제단편영화제
2010 <산책>
2008 <봄에 피어나다>
2009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14플러스
2008 부산국제영화제
2008 대학영화제 대상 최우수 연기상
2008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 특별상
2008 <숭고한 방학>
2007
2007 리오데자네이로 국제단편영화제
2005<두 번째 세상>
2004 <달콤, 쌉싸름>
스탭
  • 제작이상훈, 이윤석
  • 시나리오정지연
  • 조감독박제범
  • 촬영모리나가 타츠야
  • 조명타무라 마이
  • 편집정지윤
  • 음악장영규
  • 녹음히가시 료타로
  • 믹싱배유리
  • 스크립터정지윤, 사카이 치카
  • 출연칸노 리오, 이해영, 이마무라 카즈요, 나카무라 에리코

감기

A Cold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1
  • 정지연 / JUNG Ji-yeon
  • 2014
  • HD / Color
  • 14min 30sec
  • Korean Subti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