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展'

충심, 소소

Choongshim, Soso

비정성시 1
김정인 / KIM Jung-in
2012
HD / Color
35min 50sec
English Subtitle

시놉시스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맞닿은 중국 단동.
안마방에서 일하는 불법 탈북자 충심은 공안의 단속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충심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던 한국인 사업자의 집에 들어가는데...
Dan-dong is a Chinese region located across Sinuiju of North Korea alongside the Amrok river. Choong-shim, who works at a massage shop, is being chased by a public officer due to her illegal residence in China. In meantime, Choong-shim is invited into a Korean man’s house who has been kind to her.

연출의도

엄마, 저기에 어떤 언니가 있어!
Mom, I saw someone out there!

상영 및 수상

2013 인디포럼
2013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시나리오상
2012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 스탭부문 촬영
2012 부산국제영화제

리뷰

탈북자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가 있다. 고통스런 곳에서 탈출해온 도망자, 억척스러움, 허기짐, 동포로써의 연민, 어딘지 짐승을 연상시키는 생존에의 강한 의지 등등. 하지만 상업영화가 도식적으로 활용해온 일련의 이미지들은 어느새 진짜 그들의 모습을 가린 채 스크린 속 탈북자로 그들을 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도상의 소설 ‘찔레꽃’을 원작으로 한 <충심 소소>는 우리가 알고 있던 탈북자의 이미지를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탈북자라는 멍에 뒤에 숨겨진 진짜 얼굴, 우리가 바라봐야 할 인간 군상의 현실들을 건조하게 담아낸다.
탈북자인 충심(이상희)은 단동의 한 안마방에서 일하며 생활을 이어나간다. 어느 날 중국 공안의 단속으로 쫒기는 신세가 된 그녀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던 한국인 사업가의 집으로 숨어든다. 충심에게 ‘소소’라는 별명을 지어준 그 사업가는 그녀를 남쪽으로 데려다 주겠노라고 약속했지만 충심이 찾아간 곳에는 이제 그가 살지 않는다. 영화는 이 순간부터 충심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단동에서 그간 그녀가 겪어온 일들을 하나씩 펼쳐 놓기 시작한다.
<충심 소소>는 일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충심이란 인물을 관찰하는 대신 충심의 경험과 기억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단동 거리, 남자의 아파트, 안마방을 오가며 진행되는 기억은 충심의 지난 날 인 동시에 탈북자들의 보편적인 현실이고 신의주에서 단동으로 건너올 탈북자들의 미래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있을 자리를 찾아 헤매지만 정작 마음 편히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그녀의 눈은 신기하게도 종종 신의주의 어둠을 향한다. 견디지 못하고 떠나온 그곳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마음의 앙금. 동시에 가고 싶지만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서울이라는 희망의 장소. 충심의 손끝으로 그려지는 여정에는 탈북자로 호명된 이들의 공통적인 비애가 담겨 있다. 카메라는 그녀를 위해 어떤 변명이나 동정도 건네지 않고 무심히 바라만 본다. 그러나 무저갱과 같이 탈출구 하나 없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의외로 그녀를 버티게 해주는 건 그 소름 돋는 냉정함이다. 쉽게 희망과 연민을 건네지 않지만 그 끝에 여전히 삶을 버티고 있는 그녀의 손길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한 줄기 온기를 전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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